[쿱스쿨 ②] 학교-마을-지구, 모두가 연결된 '추풍령쿱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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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쿱스쿨 ②] 학교-마을-지구, 모두가 연결된 '추풍령쿱피스'
추풍령중학교 김기훈 교사 이사 인터뷰
  • 2021.03.11 14:42
  • by 전윤서 기자

2012년 생겨나기 시작한 학교협동조합이 어느덧 전국에 약 130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 주로 매점을 중심으로 진행된 활동들은 이제 방과후학교, 창업, 기본소득, 기후위기 대응 등 다양한 시도로 확장되고 있다. 코로나 19로 예전과 조금은 다른 풍경의 새 학년 새 학기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의 참여로 나눔의 교육을 실천하고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해 교육경제 공동체로서 성장하고 있는 학교협동조합을 라이프인에서 소개한다.  [편집자 주]

굽이굽이 뻗은 산 아래 소담하게 내려앉은 교정이 보인다. 오래된 것이 멋스럽게 길들여지듯 1954년도에 설립된 이 추풍령중학교도 농후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추풍령중학교의 학교협동조합인 추풍령쿱피스 사회적협동조합. 기후위기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자연과 어우러진 학교 현장에서 텃밭을 가꾸며, 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알아가는 등 혁신적인 교육을 실천하고 있었다. 

추풍령쿱피스의 김기훈 교사 이사(추풍령중학교 교사)는 평소 이윤을 위해 다른 존재에게 해를 입히는 사회 구조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느끼며, 공공선을 목적으로 서로 돕는 경제 구조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이러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학교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으로 뻗어갔다. 성공한 사례들을 보고 배우며 추풍령중학교에 경제교육, 생태교육, 민주주의교육을 위해 학교협동조합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게 된다. 라이프인은 김기훈 이사와 인터뷰를 통해 추풍령쿱피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추풍령 중학교는 어떤 학교인가

추풍령중학교는 충북과 경북의 경계에서 교육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실천하는 행복씨앗학교(충북형 혁신학교)이다. 경계에 위치한 특성 때문에 양쪽 지역의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어 독특한 문화적 특성을 교육과정에 담아내려 애쓰고 있다. 추풍령중학교는 전교생이 55명, 교사 10명의 아주 작은 시골 학교이다. 매년 10명 정도의 학생들이 입학하는데, 2021년 새내기는 25명으로 인원이 조금 많은 편이다.

추풍령중은 추풍령 지역의 유일한 중등교육기관이다. 지역의 청소년, 주민에게는 교육 경험의 거의 전부일 수도 있어 이곳의 교사로서 더욱 노력하고 있다. 특히 생태(환경), 지속 가능한 발전, 사회적 경제, 자치, 공존 등의 가치를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교육과정에 담아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열쇳말을 정규수업에 녹여 내고 있다. ▲작은 숲속 음악회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벼룩시장 ▲다모임 ▲퍼머컬처 숲밭학교 ▲학교협동조합 ▲주제가 있는 체험학습 등을 범교과(汎敎科) 활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2021년부터는 학생, 교사, 학부모의 교육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1학년 공존의 바탕, 2학년 지속가능한 삶, 3학년 시민의 자격으로 학교의 전체 교육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다.

▲ "특히 생태(환경), 지속 가능한 발전, 사회적 경제, 자치, 공존 등의 가치를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교육과정에 담아내고 있다." ⓒ추풍령쿱피스
▲ "특히 생태(환경), 지속 가능한 발전, 사회적 경제, 자치, 공존 등의 가치를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교육과정에 담아내고 있다." ⓒ추풍령쿱피스

Q.  추풍령쿱피스가 탄생하게 된 계기

추풍령쿱피스 사회적 협동조합은 우리 학교 구성원들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졌다. '쿱피스(Co-op, peace)'라는 이름도 학교협동조합 설립 이전에 운영되었던 사회적 경제 동아리 이름에서 따왔다. 협동조합의 '쿱'과 평화를 꿈꾸는 '피스'를 연결하여 이름으로 삼았다. 원래는 추풍령중 쿱피스라고 이름을 지었다가 추풍령쿱피스로 변경되었다. 추풍령중학교에 사업 범위를 한정 짓지 말고 마을교육공동체로 확장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우리 학교에서 당장 해결해야 할 중요한 일이 무엇인가 전체 구성원들이 함께 생각하다, 학생들은 간식을 먹을 수 있는 매점을, 선생님은 사회적 경제 교육의 공간을, 학부모님들은 안전한 먹거리를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를 반영한 매점 운영의 경우, 수익도 없는 추풍령중학교에 일반 사업자들이 매점을 열어줄 리가 없어 직접 매점을 만들기로 했다. 더불어 선생님들의 요구를 반영해 학교 텃밭을 기반으로 한 생태 교육, 경제 교육을 할 수 있게 되었다.  


Q. 추풍령쿱피스가 하고 있는 활동을 크게 매점·텃밭 활동으로 나눌 수 있다고 들었다. 

지금 추풍령쿱피스는 주로 매점 운영과 텃밭 활동을 하고 있다. 매점은 '추스림(Chu's林) 매점'이다. 추풍령쿱피스 학교협동조합 동아리 '쿱피스' 학생들이 주도해 운영하고 있다. 쿱피스는 매점운영팀과 홍보팀으로 역할을 나눠 사회적 경제를 직접 경험하며 배운다. 홍보팀은 학교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 매점 운영에 관한 사안에 대해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매점운영팀은 매점 운영을 총괄하며 판매전략을 세우고 주문이나 재고 관리, 판매는 물론 설문조사까지도 모두 매점운영팀의 몫이다. 매점운영팀은 2020년 최저임금을 적용해 월급도 받고 있다. 학교 매점을 운영하며 우리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누가 대신해서 일해주지 않으며 교사와 학부모라고 더 많은 지분을 가지지 않고 모든 구성원이 동등하게 참여해왔기에 민주주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직접 경험해볼 수 있었다. 학교 매점 운영을 하며 교실에서 교과서로만 배우던 지식을 생생하게 경험해볼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생태교육과 경제교육을 통합해 텃밭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가공해 판매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금 우리들은 기후위기 문제가 심각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주변에 숲을 조성하여 탄소를 땅에 가두면 기후위기에 맞설 수 있다. 때문에 이왕이면 먹을 수 있게, 비료 등을 투입하지 않아도 지속할 수 있게, 다양한 생명이 공존할 수 있게, 자연을 모방한 방식으로 먹을 수 있는 숲밭을 주변에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지속가능한, 영속적인 방식의 농업을 ‘퍼머컬처’라고 부르는데, 경제적으로도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숲밭에 탄소를 가두고, 수확한 작물은 가공, 포장, 판매해 경제적 이득을 얻는다. 수익은 장학금을 지급하거나 학교, 마을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사용된다. 추풍령중, 마을, 조합원, 지구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추풍령쿱피스 협동조합 활동을 통해 배우고 있다.

▲ 추풍령쿱피스의 숲밭 ⓒ추풍령쿱피스
▲ 추풍령쿱피스의 숲밭 ⓒ추풍령쿱피스

Q. 거버넌스 구성 / 조합 운영방식이 궁금하다. 

2019년 학생, 학부모, 교직원,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발기인 모임을 기반으로 추풍령쿱피스를 설립했다. 일상적인 의사결정은 조합원 여론 조사를 기반으로 이사회에서 논의하고 추진한다. 1년에 한 차례 총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들을 논의하고 결정한다. 지금은 매점 운영이 가장 큰 사업이라 이 부분은 학생 동아리에서 주로 맡아서 일해나가고 있다. 다음으로 큰 사업이 텃밭 생태교육 사업이다. 2명의 이사(교사 이사 포함)가 역할을 맡아서 학교와 협력해 추진해나가고 있다. 현재 조합원은 44명이다. 조합원은 1개 구좌 5,000원을 기본으로 가입을 하고, 현재 465,000원 출자금을 종잣돈으로 사업을 해나가고 있다.  


Q.  상생, 공생, 협동조합 등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지는 단어들일 수 있고, 어려운 말이다. 학생들의 이해도는 어느 정도인가.

1년에 두 차례 학교협동조합 정기교육을 하고 있고, 학생 동아리는 독서 및 토론으로 협동조합에 관해 공부하고 있다. 사실 매점 운영 자체가 교육이 되는 것 같다. 경제적 이득이 없는데 구성원의 필요로 매점을 운영하고,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학교나 지역 공동체를 위해서 사용하는 구조 자체를 경험하며 사회적 경제에 대해서 조금씩 알게 되는 것. 정기 교육과 동아리 교육은, 여기에 좀 더 정교한 이론을 추가해주는 활동이다. 


Q.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학생들이 매점을 무척 좋아한다. 2020년 기준 학생 수가 42명이었는데, 매출이 아주 적지 않았다. 설문조사 등으로 학생들의 의견이 직접 반영되어 운영되는 매점이라 더 좋아해 주는 것 같다. 매점 판매 물품에 관해 계속 학생들의 의견을 묻고 품목을 변경하고 있는데, 2학기에는 학용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학부모의 경우, 학생들이 덜 해로운 생협 간식을 먹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학생들이 직접 매점을 운영하는 것을 대견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퍼머컬처 숲밭학교는 학생들이 힘들어하기도 한다. 하지만 텃밭을 운영하는 것이 단순히 귀찮고 힘든, 생계를 이어나가는 일이 아니라 환경을 위한 활동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려 노력하고 있다. 텃밭을 운영하면서 기후위기를 절감하기도 한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와 여름철 유난히 길었던 장마를 경험하면서 학생들에게 '텃밭이 다 망가져 가요.', '언제 나가서 일할 수 있을까요'라는 말을 들었다. 학생들 스스로 사계절의 순환과 기후위기를 확인하고 있다. 

"우리가 왜 텃밭을 가꾸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요." 
"기후위기는 어떻게 막지?" 
"탄소를 땅에 저장하면서요."

- 퍼머컬쳐 숲밭학교 마침구호 

▲ 생태교육과 경제교육을 통합한 퍼머컬처 숲밭학교.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자연의 순환과 기후위기를 절감하고 있다. ⓒ추풍령쿱피스
▲ 생태교육과 경제교육을 통합한 퍼머컬처 숲밭학교.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자연의 순환과 기후위기를 절감하고 있다. ⓒ추풍령쿱피스

Q. 학교협동조합에 지역주민들이 참여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처음 매점을 열 때 '이웃상품'이라는 이름으로 조합원, 혹은 지역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 공예품 등을 매점에서 위탁 판매를 했었다. 대신 수수료를 일부 받았다. 이때 호두, 딸기, 종이 공예품 등의 상품을 판매했었는데 판매가 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현재는 온라인 판매 등 다른 방법을 고민하고 있고 잘 진행이 되면 지역주민들의 참여가 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공개강좌(막걸리 만들기)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쉽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취소됐다. 올해도 추풍령쿱피스 사업 계획에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개강좌가 포함될 예정이다. 지역 청소년,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추풍령중을 졸업하고 지역주민이 된 청소년, 청년들과 함께 재미난 일을 꾸미려고 한다.

Q. 학교협동조합이 교육의 혁신이 될 수 있을까.

학교협동조합만이 교육을 혁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러 방법 중에서 사회적 경제 교육, 민주시민교육, 자율과 자치, 협동의 문화 조성에는 아주 효과적인 교육 방식이 될 수 있다. 모든 구성원이 동등하게 참여하면서 민주주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경험하고 학교 매점 운영을 통해 교실에서 교과서로만 배우던 지식을 생생하게 경험한다. '이윤', '경쟁'이 아닌 다른 방식의 경제 활동을 하면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것을 배운다.

▲ 추풍령쿱피스 김기훈 교사 이사 [사진=김기훈 교사 제공]
▲ 추풍령쿱피스 김기훈 교사 이사 [사진=김기훈 교사 제공]

충북에서도 충북고, 제천고, 서전고에서 학교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는데, 진학, 입시 위주의 학교 교육에 신선한 변화를 주고 있다고도 한다. 학교협동조합이 학생들의 진로에 꽤 도움이 된다. 충북의 한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학교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 일을 배우고 있다. 추풍령쿱피스도 일자리 만들기가 중요 목표 중 하나이다. 마을에서 나고 자라고 배운 학생이, 다시 마을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싶다. 

Q. 김기훈 선생님의 바람이 있다면.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하고 공동선에도 기여하는 학교협동조합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수입을 확보해 쿱피스가 자립할 수 있으면 좋겠다. 최종 목표가 있다면 마을교육공동체로 역할을 다하고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올해도 매점 운영과 퍼머컬처 숲밭학교를 기본으로, 마을 청소년, 청년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좋은 삶 탐색을 위한 마을교육공동체 별별구상'이라는 이름으로 집담회, 마을여행, 공예교실, 봉사 등의 활동도 준비하고 있다. 한편 학교협동조합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수익 구조를 개선해야지만 지속가능한 학교협동조합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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