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뉴노멀⑥] 청년몰의 교훈과 정부 개입의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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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의 뉴노멀⑥] 청년몰의 교훈과 정부 개입의 재검토
  • 2021.08.16 07:00
  • by 전영수 교수(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전 국토에서 수도권 면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다. 이 좁은 지역에 전체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고 있다. 서울에서는 주택난 등 각종 도시문제로 과밀화 해소를 이야기할 때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인구 감소로 인한 소멸 위기를 현실로 맞닥뜨리고 있다. 이러한 지역 격차는 인구문제만이 아니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문제다. 수도권에 자원과 인프라가 쏠리니 사람들이 몰리고, 사람이 몰리니 또 자원이 쏠린다. 이 과정에서 경제는 물론 복지, 의료,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부문에서 격차가 생긴다. 이와 같은 지역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오랜 시간 균형발전을 논의하고 정책화해왔지만 여전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의 삶은 불균형하다. 이제는 지역활성화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때다. 지역활성화의 '뉴노멀'이 필요하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가 지역활성화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제언을 전한다. [편집자 주]

 

▲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 품평 1 = "처음엔 의욕이 컸고, 손님도 적지 않아 자신감이 넘쳤다. 그런데 갈수록 매출이 줄어들었다. 만만찮을 것이란 건 알았지만, 생각보다 바닥을 찍는 시점은 금방이었다. 지금은 종업원을 내보내고 혼자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의기투합했던 이웃점포의 동년배 청년 사장은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지원금이 나올 때는 그래도 괜찮았다. 지금은 나도 모르게 취업사이트를 뒤진다. 이대로면 정리하지 않을 수 없다. 경험은 얻었지만, 시간을 버렸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딱 여기까지다.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특별한 연고나 뒷배가 없으면 뜯어말리고 싶다."

#. 품평 2 = "솔직하게는 기대 반 염려 반이었다. 내리막길만 걷던 곳에 청년들이 가게를 연다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빈 점포가 많아질수록 손님은 더 줄어들지 않는가. 정부가 나서 돈을 지원해주고 기사도 몇 번 나오면서 잠깐이나마 활기도 있었다. 버스까지 대절해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있었다. 기존에 장사하던 분들도 많든 적든 도와주며 오래간만의 북적거림이 계속되길 바랐다. 갈등이 있었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참고 타이르며 품어 안고자 했다. 손님이 줄면서 모든 게 순식간에 바뀌었다. 겉만 번지르르한 가게들부터 문 닫고 빠져나갔다. 장사를 너무 쉽게들 봤다."

지역활성화를 둘러싼 시선은 엇갈린다. 정부주도형 사업이 대부분이라 그 방향과 체계, 그리고 결과와 관련하여 상반된 평가가 많다. 민간주도적인 형태가 아니면 예산 투입과 행정 지원 등 '보이는 손'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포인트다. 위의 품평 2가지는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화된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 중 최근 비중이 커지고 있는 청년몰(mall)과 관련된 이슈다. 정리하자면 청년 창업을 통해 침체된 전통시장에 활기를 되찾겠다는 취지의 사업인데, 현재는 평가가 사뭇 구분된다. 대체적인 분위기는 낙관론에서 비관론으로 방향이 전환되고 있다. 갈수록 신중론이 대세로 자리 잡는다. 애초의 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또 다른 예산 낭비·갈등 유발의 관치사업으로까지 비하된다.

근거는 있다. 이러한 비관론의 근거는 지속가능성의 부재 문제로 압축된다. 한계공간에 뛰어든 청년들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생존 사례가 기대 이하로 적은 까닭이다. 가령 2019년 청년몰 사업으로 만들어진 489개 점포 중 229개(47%)가 폐업 혹은 휴업한 것으로 밝혀졌다. 2년 차 생존율은 34%에 불과하다. 각자도생을 전제로 뛰어난 민간영역의 1인기업 생존율(48%)보다 낮다(2019년·중소벤처기업부). 경영 악화가 주된 이유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조금 더 복합적이다. 형태는 민간(청년)의 자발적인 경제활동인데, 내용은 정부 지원의 재정사업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출발부터 시장 논리가 희석된, 즉 '보호된 정책사업'이라는 혐의 탓에 영리적인 지속가능성이 제한됐다는 얘기다. 정부가 돈을 지원해주니 무작정 창업했고, 지원이 끊기자 냉엄한 시장 논리에 패했다는 평가가 많다. 지원금으로 임차료를 내고 버티다가 결국 문을 닫는 수순이 반복되는 이유다.

■ '보이는 손'이 만들어낸 폐업 행렬의 청년몰 사태

▲ '2021년도 중소·벤처기업 지원사업 - 중소벤처기업부 편' 갈무리. ⓒ중소벤처기업부
▲ '2021년도 중소·벤처기업 지원사업 - 중소벤처기업부 편' 갈무리. ⓒ중소벤처기업부

사례로 들 수 있는 곳은 셀 수 없이 많다. 전주남부시장 청년몰, 순천 청춘창고, 부산서면시장 온나몰, 수원영동시장 이팔청춘 등 유명세를 얻고 회자된 경우는 물론이고 지명도가 낮은 더 많은 전통시장도 활성화가 결여된 청년몰이 수두룩하다. 지적했듯이 당초 기획부터 오판·착각이었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갖는다. 호흡이 짧은 단년도 예산사업이 많은 까닭에 실질적인 지속성보다 형식적인 성과물이 강조됐다. 즉, 밀어붙이기식의 사업이 태반이라 초기 개업이 중요하지 사후 유지는 크게 고려되지 않는다. 예산은 써야 하고 성과는 필요하니 창업만 부추길 뿐, 필수적인 상권 분석이나 창업 교육은 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사업은 계속된다. 중기부를 필두로 지자체까지 앞다투어 예산 지원에 나선다. 조건만 갖추면 점포당 수천만 원의 지원금을 쏟아붓는다. 국비·지방비를 포함해 전통시장 활성화에만 연간 수백억 원이 투입된다. 지금도 청년몰 입점희망자를 모집하는 공고가 줄을 잇고 있다.

처음에 언급한 2가지 품평은 청년 점주와 기존 상인의 코멘트로, 입장 차이가 상당하다. 그래도 결국은 '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교훈으로 수렴된다. 적지 않은 지역활성화 사업 현장이 사업초기와 달리 유야무야(有耶無耶)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종료되는 것과 닮았다. 좋은 의도가 늘 좋은 결과를 만들지는 않는 셈이다.

취지는 옳았다. 정부로선 해결과제인 청년 취·창업 유도와 전통시장(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림수로 내세웠다. 잘만 되면 일석이조의 꽤 알찬 집합적 성과 창출이 기대됐다. 아쉬운 점은 면밀한 사전검토와 정밀한 공정관리로 압축된다. 사실 이 부분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자기자본을 태워 사업을 시작하는 민간조직이라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상식적인 필수공정이다. 철저한 수요조사로 타당성을 확인해도 돌발변수로 어그러지는 판에 면밀한 사전검토와 정밀한 공정 과정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지 않기 위한 필수불가결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청년몰만 해도 경고와 우려는 계속됐었다. 2010년대부터 방방곡곡에서 청년입점을 통한 시장재건 프로젝트가 셀 수 없이 진행됐다. 호평 사례가 늘면서 벤치마킹 사례도 줄을 이었다. 일부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안착한 모습을 보였지만, 상당수는 돈만 쓰고 사람도 떠나는 반면교사의 사례로 전락했다. 지원이 끊기자 폐업은 당연시됐고, 1년을 넘기면 오래 버틴 축이란 날 선 비판도 계속된다. 적어도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의견을 나누고 협력만 했어도 실효성은 높아졌을 터다. 기존 상인에게 청년몰은 첫 단추부터 작위·형식적이었던 듯하다. 물음표가 곳곳에 나붙었던 탓이다. 상권을 되살린다니 반대할 일은 아니나, 그게 가능한지 체감상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카페·음식점 등이 생겨났지만, 애초부터 목이 안 좋은 곳이라 사업성은 의심됐다. 입지가 나쁜데 사람이 올 리는 없어서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토박이와의 화학적인 흡수가 고려되지 않았기에 시장번영회 등 기존 조직과의 갈등마저 생겨났다. 불편한 동거는 매출이 줄수록 심화된다. 돈을 대주고 숫자만 뽑으면 끝인 행정적 사업 접근의 한계다. 지속적인 환경정비와 사후관리가 아쉬운 대목이다.

■ 지역활성화는 경제사업, 영리 없이 지속 없다!

▲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본인 제공.
▲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본인 제공.

같은 맥락에서 예산 투입의 정당성이 도마 위에 오른다. 정부 예산을 눈먼 돈처럼 받아들이는 고약한 인식과 밀접하다. 아직은 절대다수의 지역활성화 프로젝트가 정부 예산과 행정 기획으로 시작되기에 그만큼 예산을 둘러싼 적절성 논쟁은 뜨거울 수밖에 없다. 물론 시장실패를 이겨낼 일종의 마중물로서 공공성은 인정된다. 다만 신중론도 많다. 예산 사업이 맞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영역도 적지 않다. 예산 투입과 정부 개입이 정당하려면 공공재적인 성격과 함께 산업·문화적 영역 등에서 시장실패를 이겨내는 명확한 사유가 필요하다. 민간에 맡기면 문제해결이 어렵기에 대체방식으로 정부 지원의 명분을 쌓자는 쪽이다. 정부가 개입해 시장을 형성할 수밖에 없는 정당성 확보 이슈다. 그게 아니면 정부 지원의 논리적 적절성은 훼손된다. 뿐만 아니라 소위 '먹튀'를 양산하거나 흉내만 내는 '무임승차'를 부추기는 잘못된 신호를 던져줄 수도 있다. 물론 예산투입형 지역활성화는 필요하다. 멈춰선 한계공간을 재가동시킬 윤활유로서 예산은 바람직하다. 다만 자동항법처럼 ‘지역활성화=예산투입’이라는 무조건적이고 무분별한 접근 관성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혹은 초기 단계에 한정하고, 자생적인 효율성과 지속적인 사업성을 겸비하도록 사후 지원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는 것이 권유된다. 언제까지나 정부 지원과 예산 소요에 기댈 수는 없는 법이다.

지역활성화는 대부분 경제사업이다. 경제적 사업을 염두에 둔 결사체가 사업수행의 주체를 맡는다. 예산이 투입돼도 실행은 시장 논리로 이뤄진다. 정부의탁형 사업답게 공공성을 내재화시킨 사회적경제계가 실행 주체가 되더라도 이들 조직 역시 기본은 영리방식을 따른다.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모두 마찬가지다. 수익배분이 제한될 뿐 돈을 못 벌면 생존할 수 없다. 아니면 기존의 영리적 민간조직이 주된 사업 주체로 부각된다. 개인사업자이든 주식회사이든 민간조직은 이익추구가 대전제다. 결국 지역활성화는 경제행위로 요약된다. 경제행위라면 이익확보가 관건일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익확보야말로 지역활성화의 최대 성과로 연결된다. '(예산투입)→사업실행→이익확보→운영지속→고용창출→소비증가→세수확대→지역부활'의 선순환적 시스템이 구축되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 예산은 정밀한 사전검토를 통해 의존성을 낮추고 사업성을 키우도록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제사업답게 영리성을 자극해 자발적인 활동을 유인할 때 자연스러운 공공성 확보도 가능하다.

정리하자면 지역활성화는 정부 영역에서 차근차근 벗어나는 것이 좋다. 대신 시장의 다양한 민간주체가 참여하도록 판을 만들어주는 역할이 요구된다. 청년몰의 교훈은 정부 개입의 정당성과 무관하게 영리 기반의 시장성이 결여되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시장실패를 이기자고 등장한 예산 투입이 정부실패를 낳는다면 재검토하는 것이 당연하다. 궁극적으로는 어떤 경제활동도 지역활성화와 연결되지 않는 건 없다. 그렇다면 지속적인 경제 행위를 진작시키는 다양한 장치와 제도를 지역활성화 시스템에 품어내는 접근이 권유된다. 이를 통해 지원의 정당성과 역차별의 문제도 극복할 수 있다.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국부론』(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에서 푸줏간, 술집, 빵집은 손님을 위한 자비심이 아닌 본인을 위한 자애(自愛)심에 따라 움직인다고 했다. 지역활성화도 공공을 위한 선의와 공익만으로는 부족하다. 애덤 스미스의 또 다른 저서 『도덕감정론』에서 강조하는 연민(Pity)과 동정(Compassion) 또한 사업이 지속될 때 비로소 통용된다. 자생적인 경제 행위를 통해 공동체적 지역행복은 실현되고 확대되는 법이다. 정부 지원은 색안경을 쓰고 볼 필요도, 어부바하며 무조건 우호적으로만 볼 연유도 없다. 중요한 건 지역 단위에서 펼쳐지는 각종 경제활동에 대한 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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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교수(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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