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기획] 지역문제,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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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기획] 지역문제,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찾다
  • 2021.12.29 00:00
  • by 노윤정 기자
07:43

소셜솔루션미디어를 지향해온 라이프인은 올해 우리 사회가 집중해야 하는 네 가지 분야(▲사회혁신 ▲기후위기 ▲지역 ▲청년)에서 작은 시도와 대안으로 변화를 모색하는 개인과 조직을 집중 취재해왔습니다. 올해의 마지막 끝자락에서 그간의 취재 내용을 정리해봅니다. [편집자 주]

 

▲ 서천군의 청년 시골정착 프로젝트 '삶기술학교'. ⓒ서천군
▲ 서천군의 청년 시골정착 프로젝트 '삶기술학교'. ⓒ서천군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이 촉발한 변화 중 하나는 바로 '로컬'(Local)의 재발견이다.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전염병 재난이 지역사회 중심의 경제 활동을 증가시키며 자연스럽게 내가 사는 지역, 우리 동네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더불어, 물리적으로 단절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디지털 접근성이 높은 경우로 한정되지만) 사람들은 원격으로 만나는 방식에 익숙해졌다. 일하는 데 있어 공간적 제약이 덜어진 것이다. 이는 기성 방식에서 벗어나 원하는 삶의 방식을 실험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보다 자유롭게 수도권 외의 지역으로 떠나볼 수 있는 여건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이들이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고 수도권에 머무르고자 한다. 여전히 주거환경, 양질의 일자리, 교육·보육·의료·문화 등 각종 인프라가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라이프인은 지역문제를 올 한 해 동안 집중할 주제이자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 중 하나로 진단하고, 2021년 신년특집 <범상치 않은 수다(秀多)회 "범 내려온다">를 통해 지역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관련 기사: [신년기획] 지역을 살기 좋은 곳으로, 살고 싶은 곳으로)

지역을 어떻게 살기 좋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지역에서 살고 싶어 할까? 신년기획 수다회 이후 라이프인은 이러한 고민을 안고서 지역문제를 바라볼 때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지, 지역에 산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지역에서 해볼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이 있는지 등 다양한 방면에서 지역문제를 들여다보고자 했다.

■ 지역에서 '일할 것'과 '놀 것'을 찾는 사람들

▲ 브릿지 디 마켓(Bridge D. Market). ⓒ플리마코협동조합
▲ 브릿지 디 마켓(Bridge D. Market). ⓒ플리마코협동조합

"작가 마켓이 광주에는 없었다. 그래서 작가로 활동하는 친구들이 광주에서 만든 작품을 서울에 가서 판매해야 했다. 친구들 모습을 보다가 '왜 꼭 서울까지 가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김혜현 플리마코협동조합 대표, 관련 기사: "왜 꼭 서울까지 가야 할까?" 지역에서 직접 만드는 우리 일자리)

누군가는 서울로 가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빡빡한 서울을 떠나고 싶어 한다. 나고 자란 곳을 떠나 서울로 가고 싶어 하는 이유도, 서울을 떠나고 싶지만 떠나지 못하는 이유도,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큰 이유는 결국 하나로 수렴되지 않을까. 지역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라이프인은 지역에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과 여가를 즐기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해서 보여주고자 했다. 일례로, 광주에서 청년 예술작가들을 위한 플리마켓인 '브릿지 디 마켓'(Bridge D. Market)과 상설 오프라인숍이자 메이커스페이스인 '여덟 번째 파장'(8th wave)을 운영하는 플리마코협동조합의 사례에서는 직접 일자리를 만들며 지역을 삶의 터전으로 바꾸는 청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농산어촌 청소년들과 함께 지역에서 '할 일'을 찾고 있는 멘토리 사회적협동조합 역시 자기가 사는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법을 고민하고 보여주었다.

▲ 책방마실을 방문한 손님이 방명록에 남겨둔 문구. "각자의 속도에 맞게 잘 가고 있다." ⓒ라이프인
▲ 책방마실을 방문한 손님이 방명록에 남겨둔 문구. "각자의 속도에 맞게 잘 가고 있다." ⓒ라이프인

"느리게 살아도 되는 곳. 그렇게 욕심내지 않고 경쟁하지 않아도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 수 있을 정도로 느리게 살 수 있는 곳이다. 그래도 되는 곳이다. 경쟁에서 앞서 나가야 하고 성장해야 한다는 압박을 서울에 비하면 덜 받는 동네다."(홍서윤 책방마실 대표, 관련 기사: [春천에 가면] "느리게 살아도 되는 곳"…책과 나무 그리고 사람이 있는 동네책방)

'春천에 가면', '단디 온나, 부산' 기획연재를 통해서는 강원도 춘천과 부산에서 지역의 가능성을 모색하며 지역에 색다른 매력을 더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春천에 가면' 연재를 준비하며 만났던 책방마실, 아워테이스트, 아뜰리에포노마드의 경우, 춘천이 누군가에게는 고향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외지인으로서 새롭게 정착해야 할 곳이었다. 영위하는 업종도 각각 책방, 식당, 코워킹 스페이스로 달랐다. 그러나 사람들과 교류하며 느슨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지역에서 각종 스터디, 소모임 등을 운영하며 누구나 한 번쯤 해보고 싶을 법한 춘천살이를 하고 있다는 점은 닮아 있었다.

또한 '단디 온나, 부산' 기획을 통해 만난 부산커피협동조합, 온더테이블, 아레아식스, 베리베리굿수 등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관광지로서의 부산이 아니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살아볼 수 있는 삶의 기회가 있는 공간으로서 부산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우리 지역을 찾게 만들 콘텐츠를 만들다

▲ 인천맥주에서 출시한 '개항로맥주'. ⓒ라이프인
▲ 인천맥주에서 출시한 '개항로맥주'. ⓒ라이프인

"신포동에 들어올 때 여기에 양조장이 생기면 신기해서라도 사람들이 올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유동인구가 생기면 사람들이 굳이 임대료 비싼 지역으로 가지 않고 임대료가 저렴한 이곳에서 무엇인가를 해볼 수 있게 되지 않겠나. 그렇게 먹고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생기다 보면 사람들이 더 유입될 테고. 또, 그렇게 사람들이 모이면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나면서 지역이 활기를 되찾는 밑바탕이 될 것이다."(박지훈 인천맥주 대표, 관련 기사: [맥주, 지역을 담다] '인천맥주', 우리 지역 어르신이 광고 모델이 된다면)

로컬 콘텐츠를 만들며 지역을 알리고 사람들이 찾게 만드는 이들도 있었다. 우리는 어떤 제품에 흥미가 있으면 해당 제품을 제작한 기업에도 관심을 두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흔히 기업의 브랜드가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지역 브랜드는 곧 지역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라이프인은 '맥주, 지역을 담다' 기획연재에서 지역성을 담은 지역 브랜드로서 지역맥주와 지역맥주를 만드는 창업가들을 소개했다.

인천맥주, 컬쳐네트워크, 고릴라브루잉 등은 맥주라는 상품 안에 각각 인천, 광주, 부산의 문화를 담았다. 지역에 있는 유무형의 자원을 활용하여 맥주를 만들고, 맥주를 매개로 하여 지역에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지역을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 지역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관점

▲ 일본 시와쵸 개방형 도서관 모습. 청년(若者), 외지인(よそ者), 바보(馬鹿者) 등 3대 인적자원 중 지역 청년의 발굴과 참여는 지역활성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거론된다. 필자(전영수 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제공.
▲ 일본 시와쵸 개방형 도서관 모습. 청년(若者), 외지인(よそ者), 바보(馬鹿者) 등 3대 인적자원 중 지역 청년의 발굴과 참여는 지역활성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거론된다. 필자(전영수 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제공.

"지역활성화는 지역을 되살릴 다양한 사업에서 시작된다. 정부 예산 투입이든 민간투자이든 지역 단위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발전실험이다. 공공목적이나 형태가 다양하고 돈과 사람, 조직이 결부된 사업이라는 점에서 민간 부문의 프로젝트와 추진 과정은 아주 유사하다. '투입→활동→산출'의 프로세스를 따르지 않는 지역활성화가 없다는 뜻이다. 때문에 시장은 실패하는 사업을 추진하지 않듯이 지역활성화도 공정단계별 경쟁력 강화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해야 본연의 추구 가치인 공공성도 유지·확대된다."(전영수 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관련 기사: [로컬의 뉴노멀⑤] 지역활성화, 돈이 벌려야 한다)

라이프인은 지역에서 지역을 삶터와 일터로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사례를 소개하는 동시에, 그러한 활동들이 지속되고 큰 단위의 변화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했다. 우리 사회가 그토록 오랜 시간을 들여 균형발전을 이야기해왔지만 여전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의 삶이 불균형하다면, 지역활성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전영수 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로컬의 뉴노멀' 기획연재를 통해 지역활성화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제언을 전했다. '로컬의 뉴노멀' 기획에서는 지역활성화의 실효성을 높일 민관협치의 방향성, 새로운 지역활성화 성공 주체(청년·외지인·바보), 지역활성화 사업 현장에 자생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 영리 방식이 구축되어야 하는 이유, 청년몰 폐업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재검토해보는 정부 개입, 지역재생의 아이디어를 찾는 법, 지역활성화를 위한 주요 가용자원으로서의 학교, 도시청년의 시골살이가 안정적인 지역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 살펴야 할 문제 등을 짚으며 지금까지 시행됐던 지역활성화 정책의 한계와 선행 사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이야기했다.

다수의 사람들이 상상하는 삶터와 일터는 '서울'일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러나 지역에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라이프인은 올 한 해 동안 지역의 가능성을 찾아 소개하고자 했다. 굳이 서울로 가지 않아도, 내가 사는 곳을 떠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는 가능성 말이다. 내년에도 지역을 살기 좋은 곳으로, 살 만한 곳으로,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개인과 조직, 행정의 노력을 조명하고 지역이 가진 '가능성'과 '매력'을 알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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