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뉴노멀⑧] 학교가 변해야 지역도 산다, 로컬리즘 교육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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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의 뉴노멀⑧] 학교가 변해야 지역도 산다, 로컬리즘 교육의 힘
  • 2021.10.31 12:00
  • by 전영수 교수(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전 국토에서 수도권 면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다. 이 좁은 지역에 전체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고 있다. 서울에서는 주택난 등 각종 도시문제로 과밀화 해소를 이야기할 때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인구 감소로 인한 소멸 위기를 현실로 맞닥뜨리고 있다. 이러한 지역 격차는 인구문제만이 아니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문제다. 수도권에 자원과 인프라가 쏠리니 사람들이 몰리고, 사람이 몰리니 또 자원이 쏠린다. 이 과정에서 경제는 물론 복지, 의료,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부문에서 격차가 생긴다. 이와 같은 지역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오랜 시간 균형발전을 논의하고 정책화해왔지만 여전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의 삶은 불균형하다. 이제는 지역활성화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때다. 지역활성화의 '뉴노멀'이 필요하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가 지역활성화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제언을 전한다. [편집자 주]

 

▲ 2019년 'JK과(課) 프로듀스-전국 고교생 마을 조성 서밋' 개최 당시 모습. ⓒ일본 사바에시(市)
▲ 2019년 'JK과(課) 프로듀스-전국 고교생 마을 조성 서밋' 개최 당시 모습. ⓒ일본 사바에시(市)

지역에는 수많은 자원이 있다. 지금까지 지역활성화에 동원되지 않았을 뿐, 잠재적인 우군과 재료가 될 각양각색의 지역자원이 존재한다. 뜯어보면 지역공간이 품은 거의 모든 것들이 지역활성화의 든든한 대상 혹은 주체일 수밖에 없다. 아무것도 없다고 푸념하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한계와 약점조차 새로운 기회로 삼는 역발상의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공간 전체에 지역활성화라는 키워드를 이식하고 반영하는 과정이 필수다. 지역에 살든(야간인구) 회사에 다니든(주간인구) 연이 닿는 최대한의 멤버를 이해관계자로 설득하고 참여시키자는 이야기다. 주민조직이거나 관련 사업자만 지역활성화의 주체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시선을 넓히면 함께할 수 있는 활동 주체의 범위가 확장된다. 지자체, 공공기관, 상점, 경제단체, 교육기관, 종교기관, 주민서클, 병원, 교통기관 등이 유력 후보다.

학교는 지역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가용자원이다. 학교가 없는 곳은 없다. 대학이 없는 지역은 있겠으나 웬만한 지역에는 초·중·고등학교가 위치한다. 그러나 지금껏 학교는 지역과 동떨어져 존재했다. 입시 위주의 중앙집중식 교육 과정이 일률적으로 학교 공간을 통제했다. 체제와 평가, 진학구조를 비롯해 학교설립, 운영까지 거의 모든 항목을 중앙집중식으로 관리한다. 교육에 대한 중앙정부의 권한이 과도하다는 것이 학계의 보편적인 평가다. 오죽하면 중앙집권적·권위주의적 관료주의 현상을 두고 '정부주도형 교육체계'(이성호, 「한국의 정부주도형 교육체제의 비판과 새로운 지향점에 관한 철학적 논의」, 『한국교육』 제40권 제4호, 2013)로까지 규정할까 싶다. 물론 형식적으로는 교육자치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직접선거로 뽑는 교육감 선출제도가 대표적인 예시다. 다만 옥상옥은 여전하다. 많은 선진국이 중앙정부의 교육 권한과 역할을 최소화하며 실질적인 자치교육를 실현하는 것과 대조된다. 벚꽃엔딩('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 즉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부터 문을 닫는다는 의미를 담은 대학가 속설-편집자 주-)이 펼쳐진 지방대학 몰락위기와 대응방식을 봐도 정부주도형 교육체계는 건재하다. 과감한 구조개혁과 달라진 역할 조정이 한목소리로 요구되고 있으나, 중앙정부 주도의 경직적인 대응은 활로가 되기는커녕 권한과 통제를 지키는 방식의 답답한 소리만 반복할 따름이다.

■ 정부주도형 교육이 일조한 폐교행렬과 지역소멸

▲ 시·도별 폐교보유 현황(단위: 교, 2021.05 기준). ⓒ지방교육재정알리미
▲ 시·도별 폐교보유 현황(단위: 교, 2021.05 기준). ⓒ지방교육재정알리미

때문에 학교는 수동적이고 폐쇄적인 지역 멤버로 전락했다. 지역에 존재하나 비켜선 채로 중앙만 쳐다보며 눈치를 본다. 지역과 함께 숨 쉬는 운명공동체이건만 오히려 '지역→도시' 이동을 부추기는 입시 전략에만 집중한다. 대도시의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양적성과가 지역학교의 존재 이유일 따름이다. 교육과 학교가 청년으로 하여금 도시로 향하도록, 지역을 떠나도록 변질되니 지역이 건강해질 리 없다. 중앙은 지역을 대변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지금과 같은 교육현장이 계속되면 결국 학교와 지역은 함께 붕괴될 수밖에 없다. 정부·교육청·교직원 등 이해관계자의 나 몰라라식 방치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지역과 결부된 탄력적이고 자율적인 맞춤교육 없이는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의 거센 압력을 피할 수 없다. 폐교 수순의 한계학교는 수두룩하다. 1969~2020년(5월)까지 3,832개의 학교가 문을 닫았다(지방교육재정알리미). 2020년 기준, 학생은 601만 명까지 줄었다. 1980년 당시 학생이 1,004만 명이었으니 지금처럼 인구감소가 반복되면 폐교 행렬은 예고된 수순이다. 아직은 지방권역 중심이나, 도시 집중의 충격적인 저출생 수치를 볼 때 폐교의 파장이 '지역→도시'로 번질 날이 머잖았다. 실제로 학령인구 중에서도 연령이 낮을수록 감소세가 크다. 초등생은 1980년 566만 명에서 2020년 269만 명으로 줄었다(약 52% 감소). 반면 고교생은 170만 명에서 134만 명으로 감소했다(약 21% 감소).

학교가 변해야 지역도 산다. 방향은 지역성이 듬뿍 가미된 교육자치의 실현이다. 실질적인 지방분권으로 주민의 참여의식을 높이고 지방실정에 맞는 적합한 교육정책을 통해 자주성, 전문성, 중립성을 확보하는 교육자치제의 원뜻을 착실히 수행할 필요가 있다. 꼭 지역활성화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국가가 정하던 교육방식의 틀을 바꿔 교육청과 단위학교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늘리는 방향 전환은 필요하다. 지역·계층·개인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하나의 교육 시스템만 적용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교육개편에 따른 지역활성화 효과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지역주민이 뽑은 교육리더십이 주민의사와 지역욕구를 반영한 교육체계를 결정할 때다. 이를 통해 지역문제를 교육으로 해결하는 혁신실험이 요구된다. 교육과정은 지역특성에 맞게끔 편성하는 게 필수다. 현장과 지역의 목소리에 미래교육과 지역생존의 힌트가 있기 때문이다. 쉽지는 않다. 비대한 행정기제와 정치인의 통제권한은 세지면 세지지 내려놓기란 어렵다. 그럼에도 가야 할 길이다.

■ 일본 최고의 행복동네, 밑바탕은 자치교육

▲ 'JK과'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이 지역특산물을 활용해 (주)로손과 공동 개발한 주먹밥과 샌드위치. ⓒ일본 사바에시
▲ 'JK과'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이 지역특산물을 활용해 (주)로손과 공동 개발한 주먹밥과 샌드위치. ⓒ일본 사바에시

지역과 학교는 운명공동체이자 이인삼각의 동반선수다. 호흡과 걸음을 맞춰 작지만 꾸준히 달려갈 때 지역행복과 학생 만족도가 확보된다. 지역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의 생산공간이자 프로젝트의 실현무대란 점에서 학교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학교는 사실 많은 잠재력을 보유했다. 드넓은 공간자원뿐 아니라 후속세대라는 인적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소중한 자원을 놔두고 지역활성화를 꾀한다는 것은 낭비이자 편견이다. 어쩌면 학교가 지역을 되살리는 각종 작업의 본산이자 원류로 기능할 필요가 있다. '학생=주민=지역'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까닭이다. 적게나마 학교를 활용한 지역활성화 프로젝트가 늘어나고 있다. 교육 목적 이외에 지역과 주민을 위한 역할을 강조하는 요구와도 맞물린다. 최선책은 지역연계 교과목을 정규수업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캡스톤디자인처럼 이론과 실제를 섞어 문제해결형 프로젝트를 커리큘럼으로 반영하면 지역특색을 살린 학교 교육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혹은 동아리, 특강 등을 당사자성을 갖춘 다양한 지역자원과 연결해 고도화하는 것도 좋다. 이 과정에서 지역에 대한 애정과 정주선호도가 강화되며 다음 단계를 기대할 수도 있다.

학교가 바뀌면 지역은 되살아난다. 일본에서 가장 행복한 광역지자체 1위로 손꼽히는 후쿠이현(県)의 교육발 행복실현 모델은 선행적이고 대표적인 사례다. 후쿠이현은 일본에서 지리상 열악한 지역인데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행복도는 오랫동안 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권역으로 유명하다. '후쿠이모델'로 불리며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지역활성화 모범사례답게 이곳은 자치교육, 시민주역, 지역문화, 혁신제품, 여성고용 등 5대 키워드로 청년직주·세대교류형 지역가치를 완성했다. 지역맞춤형 자치교육으로 향토기업과 교육현장을 산학연계로 묶어내며 '정규직+맞벌이+기술력'의 결합을 실현했다. 요컨대 인재육성과 고용환경을 충실하고 일관되게 엮어, 지역 안에서 교육이 고용으로 연결되는 안정된 정주기반을 완성한 것이다. 수반된 결과는 놀라웠다. 후쿠이현의 지역맞춤형 자치교육 실현과 그에 따른 성과를 일본 평균과 비교하여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후쿠이현                             일본 평균             
1인당 사회교육비 41,174엔 12,664엔
사회교육 학급 및 강좌 수 9.5건 2.3건
대학 신규 졸업자 100명당 실업자율 2.4명 7.8명
맞벌이 비율(기혼 여성의 경력 유지) 59% 48%

(출처: 藤吉雅春, 『福井モデル: 未來は地方から始まる』, 文藝春秋, 2015)

후쿠이모델의 압권은 사바에시(市)의 교육발 지역활성화로 정리된다. 대부분의 기초지자체 인구 증감 형태가 '자연감소+사회감소=인구 감소'인데, 사바에시는 '자연감소+사회증가=인구 증가'의 형태를 보인다. 저출생은 막지 못해도 사회전출은 되돌렸다는 의미다. 특히 25~39세의 전입인구가 많은데 교육, 취업 등의 이유로 떠났던 청년그룹이 고향으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이렇다 할 유명대학이 없는 사바에시는 일단 교육·취업시기가 맞물리는 고등학생에 주목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바에시JK과(課)' 사업이다. 지역 고등학생이 지역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스스로 제안하고 실행하는 구조의 프로그램이다. 2014년부터 시행 중인데 참여자의 절대다수가 지역에 잔류하는 성과를 냈다. 지역이슈에서 제외됐던 여자 고등학생들의 참가를 촉진하여 애향심은 물론 민간과의 신제품 공동개발·판매 등 사업성까지 확보해 대내외 호평을 받고 있다. 가령 2018년 참여학생은 (주)로손과 협업해 지역특산물인 유자, 고추 등을 섞어 만든 일종의 양념장(山うに)을 활용해 샌드위치와 주먹밥을 출시했다. 지역제과점과 연대한 오리지널스위츠를 4탄까지 만들어냈다. 이러한 성과가 화제를 일으키면서 도쿄대 등에서 강연 초청을 받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외부청년의 사회전입 강화와는 별도로 토착청년이 지역사회에서 살도록 잔류 혹은 유(U)턴하도록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이것이 바로 참여 기회 제공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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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교수(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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