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전문가 기고] 지역활성화의 뉴노멀 "사경, 그 다음의 길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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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전문가 기고] 지역활성화의 뉴노멀 "사경, 그 다음의 길을 찾아"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기고
  • 2021.01.22 12:00
  • by 전영수 교수(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지방소멸'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더 많은 기회, 더 나은 삶을 찾아 자원과 인프라가 몰려 있는 수도권으로 향할 때, 지방은 과소화와 고령화로 소멸 위기를 맞닥뜨리고 있다. 지역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과 민간에서 여러 노력이 이루어지고,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지금까지 추구해온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며 지방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쏠림 현상은 여전히 심각하다. 지역 간 격차 문제는 곧 불균형과 불평등의 문제이고, 사회갈등의 원인 중 하나가 된다.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렇다면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지역활성화는 누가,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연말 라이프인이 진행한 세 번째 수다(秀多)회 '범상치 않은 지역문제'에 참여한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가 '지역활성화의 주체 및 사회적경제 이후의 혁신 모델'에 대한 고민과 제언을 담은 기고를 보내왔다. [편집자 주]

 

▲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본인 제공.
▲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본인 제공.

지역활성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비교적 사정이 여유로운 도시는 몰라도 소멸절벽에 내몰린 지방에는 사실상 절체절명의 과제다. 중앙정부도 거든다. 최근에는 지역균형에만 2025년까지 75조 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160조 원의 4대 뉴딜예산 중 지역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대통령조차 국가발전 축을 지역중심으로 옮기겠다고 한다. 아직까진 강 건너 불구경인 지역이 많지만, 지역활성화는 갈수록 빅이슈로 뜰 분위기다. 어떤 이유로든 당분간 지역공간에서 지역활성화는 주요의제로 회자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역활성화는 성공할 수 있을까. 지역활성화를 하면 과연 주민은 행복해질까. 지금까지의 선행경험을 종합해보건대 쉽지 않은 물음이다. 사업은 많이 했지만, 주민이 반기는 경우는 드물었다. 심지어 사업을 모르는 사례마저 적지 않다. 핀트가 엇나갔다는 이야기다. 문제를 정확히 읽지 못했으니 성과가 나올 리 만무하다. 주민이 빠진 활성화라는 세평을 유의해 들어야 하는 이유다. 사업 목적이 주민행복을 좇는 활성화인데도 기획부터 실행까지 주민의 의견 반영과 참여가 제한되니, 껍데기만 남고 원하는 건 묻히는 것이 현실일 수밖에 없다. 이대로는 곤란하다. 어렵다고 포기할 게 아니라 최대한 주민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주민 눈높이에 맞춰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 지역활성화에도 뉴노멀이 필요한 것이다.

지역활성화는 대하드라마에 가깝다. 개별 주민이 단역이 아닌 주역일 수밖에 없는 장기 호흡의 전원참가형 프로젝트다. 투입예산·사업기간의 한계 때문에 단막드라마로 전락해서는 곤란하다. 특정 사업은 완성이 아니라 연결을 위한 출발로 삼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협치프레임이 중요하다. 하향식의 행정주도가 아닌 상향식의 민관협치가 바람직하다. 이 부분은 사회적경제를 비롯해 새로운 역할주체의 등장으로 일부 실험 중이다. 더 중요한 건 민민협치다. 사업에 익숙한 일부 기존 민간뿐만 아니라 성글지만 새롭게 역할하는 수많은 주민·조직까지 참여하는 방식이 권유된다. 당사자성을 가진 지역주민 모두를 아우르는 재생사업을 지향하는 것이 좋다. 개방적 소통과 민주적 결정으로 사업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 거듭날 때 말 그대로의 민간주도가 실현될 수 있다.

지역활성화의 유력한 역할주체 중 하나로 사회적경제조직이 자주 언급된다. 행정과 주민 사이의 전달체계 조직으로 다양한 사회적경제조직과 활동가가 지역 단위에서 활동한다. 기존의 행정사업을 수행하던 민간조직이 사회적경제로 전환하는 한편, 아예 새로운 플레이어가 사회적기업·(사회적)협동조합·자활기업·마을기업 등의 결사체를 조직해 행정발주 프로젝트를 맡기도 한다. 반면 사회적경제와 무관하게 정부주도 복지사업 등을 영위하는 민간회사도 여전히 많다. 한국에서는 아직 소수지만, 다양한 영리지향적 기존업체가 관련 민간위탁형 행정사업에 도전한다. 사회문제를 영리적으로 풀려는 소셜벤처 등 혁신적인 청년 그룹의 출사표도 잇따른다. 결국 행정의 대척점에 있는 민간은 분해되고 세분화된다. 사회적경제부터 기존사업체, 중소상공그룹, 골목상권, 소셜벤처 등 비교 가능한 민간주체는 수없이 많다. 이들은 수익을 나눠 갖는 경쟁자이자 함께 판을 키우는 협력자일 수밖에 없다. 관민협치만큼 민민협력이 중요한 이유다.

그럼에도 경쟁은 치열하고 견제는 상당하다. 사회적경제계는 경쟁주체 중 비교우위적인 주도권을 갖는다. '정부주도'라는 태생·구조적 특징 때문에, 아무래도 사회적경제라는 타이틀을 쥐고 있는 관련 주체가 적게나마 유리하다. 일자리 제공·사회서비스 제공·지역사회공헌·혼합·기타(창의·혁신)형 등 사회적기업의 5대 유형 대부분이 정부 사업의 민간대체형 성격을 가져서다. 즉 유무형의 정부 지원이 전제된 사회적기업이란 인·지정을 받았다면 공공조달을 포함해 판로확보에도 유리하다. 법인격이 무엇이든 사회적기업이란 레테르(Letter)를 받고자 수많은 후보군이 노력하는 이유다. 서로 매출을 일으켜주는 상호거래도 적지 않다. 반면 그렇지 않은 경쟁적인 민간주체는 상대적인 비보호와 역차별에 노출된다. 유사사업인데도 사회적경제라는 생태계에서 빗겨 섰다는 점에서 역설적인 한계에 직면한다. 기존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폐쇄·연고적인 정실주의에서 제외된 결과다.

지역활성화에서도 사회적경제계의 기존 장벽은 높고 넓다. 일반화의 오류는 경계해야 하지만, 일부가 물을 흐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 사회적경제계만이 지역활성화의 핵심 주체라는 인식은 위험하다. 사회적경제는 지역활성화의 수많은 역할주체 중 하나일 뿐이다. 공공적인 사업내용과 민주적인 조직지향 덕에 잘할 수 있는 여건은 구비했으나, 이상과 현실은 구분하여 보는 것이 좋다. 일부의 농담으로 듣고 싶지만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말까지 들릴 정도다. 사익을 우선하고, 정보를 감추고, 지역을 무시하며 이권에만 밝은 경우도 있다. 프로젝트의 사유화 혐의라고 해야 할까. 즉, 워싱(Washing)이다. 관치를 벗어나 야합을 이끌며 성과를 위한 사업이 아닌 행정을 위한 사업도 횡행한다. 사회적경제라는 이미지를 내세워 필요 이상의 보호와 지원을 정당화하는 부작용도 있다. 이렇게 해서는 지역활성화가 불가능하다. 진정성이 없는 일부의 부작용만으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사회적경제계가 생존을 넘어 성장하려면 적당한 긴장과 열린 배려가 필수다. 경쟁조직·후속주자일 수 있는 다양한 역할주체와 함께하겠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지역에는 자원이 별로 없다. 특히 사람이 적다. 지역활성화의 위기감과 필요성은 높은데, 움직여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한계지점이다. 그래서 발주처인 행정과 가깝고 실적·경험을 갖춘 그룹 위주로 '그들만의 사업'이 주민조차 모른 채 곳곳에서 실행된다. 실제로 '사회적경제+지역활성화'와 연결된 프로젝트 중 상당수는 특정 그룹 일변도다. 공모 정보와 행정 절차에 밝은 일부가 지원해 사업을 따내고 그렇지 못한 지역주민은 원해도 행정허들에 막혀 입장조차 못한다. 행정도 하자가 없다면 계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이런 지적을 극복하고자 프로젝트 구성 단계부터 지역주민을 반드시 결합하도록 하는 사업도 많지만, 실효성은 낮다. 주민구성의 대표성이 흔들리는 까닭이다. 현실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대상은 여성과 고령주민 위주다. 이들의 참여가 그들에게 성장 기회를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방관자일 뿐 주인공이 되지 못해 기대효과는 낮다. 더욱이 지역 단위에서는 유교기반적인 씨족문화·문중사회의 영향력이 꽤 건재해 주민참여도 제한적이다. 그렇다 보니 토박이보다는 외지인·이주민이 지역활성화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경제는 사회적경제를 넘어설 때 비로소 지향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사회적경제가 또 다른 이권조직이 되어선 곤란하다. 애초 취지처럼 공공성을 확보하자면 수많은 지역 단위 이해관계자를 찾아내고 품어내며 그 속에서 공동체의 가치를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은 파이일지언정 기꺼이 나눠갖고 도와주며 안내하는 형님 역할이 요구된다. 경쟁자가 아닌 협력자로 흡수하면 되레 판은 더 커진다. 사회적경제는 이제 다음 단계를 생각하는 전향·개방적인 자세와 고민이 권유된다. 긴장과 배려가 전제된 사회적경제계 외부와의 적극적인 접촉과 협력으로 지역활성화의 추진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좋다.

대안은 사회적경제를 벗어난 확장적인 협치모델일 수 있다. 즉 지역활성화를 포함한 사회문제를 풀어내는 달라진 방식으로서 '혁신'이 핵심의제일 확률이 높다. '새 술은 새 부대에'를 위한 허들 제거와 협력 추동의 출발점이 사회적경제계에서 시작될 필요가 있다. '문 닫힌 캐슬'이 아닌 '개방된 광장'을 지향할 때 사회적경제는 이념을 넘어 생활로 안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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