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뉴노멀⑦] 유치원생들은 어떻게 CEO들보다 마시멜로를 높이 올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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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의 뉴노멀⑦] 유치원생들은 어떻게 CEO들보다 마시멜로를 높이 올렸을까?
지역재생의 아이디어를 찾는 법
  • 2021.09.24 14:13
  • by 전영수 교수(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전 국토에서 수도권 면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다. 이 좁은 지역에 전체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고 있다. 서울에서는 주택난 등 각종 도시문제로 과밀화 해소를 이야기할 때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인구 감소로 인한 소멸 위기를 현실로 맞닥뜨리고 있다. 이러한 지역 격차는 인구문제만이 아니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문제다. 수도권에 자원과 인프라가 쏠리니 사람들이 몰리고, 사람이 몰리니 또 자원이 쏠린다. 이 과정에서 경제는 물론 복지, 의료,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부문에서 격차가 생긴다. 이와 같은 지역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오랜 시간 균형발전을 논의하고 정책화해왔지만 여전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의 삶은 불균형하다. 이제는 지역활성화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때다. 지역활성화의 '뉴노멀'이 필요하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가 지역활성화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제언을 전한다. [편집자 주]

 

▲ 마시멜로 챌린지. 테드(TED) 톰 우젝(Tom Wujec) 편 화면 갈무리.
▲ 마시멜로 챌린지. 테드(TED) 톰 우젝(Tom Wujec) 편 화면 갈무리.

TV 프로그램 중 경연 방식 노래 대결로 순위를 정하는 방식이 인기다. 시대 변화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검증받은 프로의 무대만을 봐왔던 시청자 입장에서는 새 인물의 걸출한 실력을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호응한다. 또한 대부분 아마추어거나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참가자로, 시청자들은 역경을 딛고 선 그들의 스토리에 공감한다. 신선한데 실력까지 있으니 밋밋한 과거 방식은 설 땅을 잃는다. 물론 작위적일 수 있는 줄 세우기는 불편하다. 불투명한 평가 잣대는 보완장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문호를 넓힌 경연 방식은 새로움을 원하는 시대 요구와 결합하여 인기몰이의 배경 중 하나가 된다. 아이디어의 힘이다.

지역활성화의 물꼬는 터졌다. 갈수록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심각해진 인구 통계와 심상찮은 지역 한계가 확산된 결과다. 일찌감치 징후와 경고는 있었으나, 위험수위에 달하자 인식이 급반전했다. 더는 내버려 둘 수 없는 처지임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 일선 전방이 '지역'임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지역주민의 공포감은 치솟는다. 이대로면 경제활동은커녕 생활기반조차 곧 무너질 것이란 현실적인 공포다. 지역과 운명을 같이 할 정치·행정세력도 지역활성화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수용한다. 중앙에는 지방분권을 요구하고, 지역에는 아이디어를 갈구한다. 다만 갈 길은 멀다. 관성과 타성이 그대로면 좌충우돌과 우왕좌왕은 당분간 반복될 수밖에 없다. 시간은 없는데 갈증만 커진다.

지역을 되살리자는 취지에 반론은 없다. 지역활성화는 모두에게 좋다. 누구의 이익이 누구의 손실로 셈이 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농촌회생은 도시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지역활동은 도시생활을 떠받치는 든든한 안전판이자 역내 분업의 파트너인 까닭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제대로 설 수는 없다. 경사면의 위든 아래든 불편하고 위험해진다. 지역이 흔들리면 도시도 동시에 휩쓸린다. 그렇기에 견제와 딴지는 불필요하다. 최대한 되살아나도록 응원하고 협력하며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많은 자원을 지닌 도시와 중앙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이인삼각 경기처럼 함께 뛸 때 모두가 산다. 지역재생의 성과를 낸 어떤 선행사례도 지역이 나 홀로 출전한 경우는 없었다.

■ 경연 방식에서 배우는 아이디어의 경쟁력

문제는 아이디어다. 그간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거나 악화되고 혹은 부작용이 생겨왔다면 그 아이디어는 잘못됐다. 취지가 옳아도 효과가 없다면 마찬가지다. 문제를 해결하면서 새로운 성과까지 낼 때 좋은 아이디어로 평가된다. 마이너스를 메울 뿐만 아니라 새로운 플러스까지 얹어질 때 박수를 받는다. 돈을 넣었는데 성과는커녕 문제만 낳았다면 곤란하다. 모든 정책이 그럴진대 지역활성화라고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지역활성화는 더 기발하면서 효과까지 담보된 아이디어가 요구된다. 과거 방식으로 안 된다는 위기감과 간절함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려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경연 방식을 채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생소하고 독특한 만큼 위험하고 무시될 염려가 있었지만, 방식을 달리한 것은 효과적이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문제해결+성과확대=지역재생'이라는 등식을 완성하는 데 필수요소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별로 없다지만, 그렇다고 간만 보며 비켜서기에는 시간이 없다. 캐비닛 안에 넣어둔 케케묵은 예전 사업을 꺼내 들고 겉만 수정해 새로운 것인 양 내놓아서는 더더욱 곤란하다. 달라진 방식으로 신선함과 효과성을 담보하려는 시도가 요구된다. 그 첫발이 아이디어의 수립과 채택이다. 익숙한 책상머리에서 벗어나고 다양한 의견과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즉각적인 자세 전환을 제도화하는 것이 권유된다. 말로만 새로운 것을 내놓자고 할 게 아니라 제도·명문화하여 실제로 움직이게끔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인센티브와 페널티로 적절히 관리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도 도출되게 마련이다. 밀실담합과 소수전횡을 정당화하는 구태의연한 인습은 갈 길 바쁜 지역현장에서 짜증과 환장 요소가 될 뿐이다. 답은 현장에 있다. 아이디어는 지역에 있다. 다가서서 모아내면 못할 것은 거의 없다.

아이디어는 최대한의 전원 참여가 전제될 때 빛을 발한다. 전문성이 현장성과 일치하지도 않고, 협력적인 사고 체계가 선택편향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마시멜로 챌린지'에서 잘 나타난다. 제한시간 내에 스파게티 면을 활용하여 마시멜로를 탑처럼 쌓아 가장 높은 구조물을 만드는 팀이 이기는 게임이다. 일종의 전략게임인데, 결과는 놀랍다. 똑똑한 개인이 팀을 이뤘다고 하여 성과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MBA 출신 혹은 기업 CEO로 이루어진 팀보다 유치원생들이 모인 팀의 구조물 높이가 더 높게 나타났다. 최적의 성과는 개개인이 관심을 갖고 협력적으로 참여할 때 커진다는 교훈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비슷한 사례로 달나라 게임도 있다. 달에 불시착한 우주선에서 나와 모선(母船)까지 가야 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15개의 생존물품 중 우선순위를 택하도록 설정한 게임이다. 이를 개인결정과 집단결정으로 나누어 실험하면 정답률은 대개 집단일 때 높아진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공유지의 비극을 협력으로 풀어내듯 아이디어도 함께 논의할 때 신선하고 효과적인 안으로 거듭날 수 있음을 증명해준 사례다.

■ CEO보다 유치원생이 협력성과 내는 이유

▲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본인 제공.
▲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본인 제공.

모두가 참여할 때 모두를 위한 동네가 만들어진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우려하는 시선도 인정한다. 다만 지역활성화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이는 주민참여를 왜곡·변질시키는 구시대적인 사고일 따름이다. 오히려 혹자는 "사공이 많으면 배를 산 위에서도 들어 올릴 수 있다"고 일갈한다. 개방된 공간에 모두가 참여하는 열린 방식이 민주주의이자 공화주의다. 여럿이 함께 나누는 공론의 공간이 이해충돌과 갈등의 여지를 줄이고 연대와 협력을 만드는 조건이다. 신뢰성과 투명성을 경험하며 정의와 공정이 실현된다. 아이디어는 이럴 때 무궁무진해지고 정밀도도 높아진다.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에서 강조하는 아이디어 추출 과정도 그렇다. 자유로운 협의를 유도하고 모호성을 낮추려면 ▲한 번에 하나의 주제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기 ▲덜 다듬어진 생각도 응원 등의 3대 규칙을 지키라고 권한다. 브레인스토밍을 통한 마인드맵을 작성할 때도 취지는 비슷하다. 아이디어를 둘러싼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으며, 생각은 많고 다양할수록 좋다고 본다. 이럴 때 지역활성화를 왜 하는지 관점을 이해하고, 복합적인 통찰이 정의되고 공유되기 때문이다.

지역활성화는 일부 주체의 전유물일 수 없다. 실행할 아이디어도 폐쇄된 공간에서 제안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문턱을 낮추고 문을 넓히는 것이 관건이다. 요컨대 다양한 '오지라퍼'들이 끼어들며 아이디어를 고도화하는 것이 좋다. 깨어있는 주민에게 더 자주, 더 많이 기회를 주면 아이디어는 저절로 개선된다. 그래야 곤경과 아픔을 이겨낼 새로운 지역공간이 펼쳐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당장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실적인 출발점은 결정권을 지닌 행정 단위의 구조개혁이다. 즉 지역 단위의 정치리더십이 지역활성화에서 중대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연대와 협력이 확장되도록 유도해낼 강력한 힘을 지녔기 때문이다. 깨어있는 주민을 발굴하고 연대해 강력한 에너지원이 되게끔 유인하면 지역을 되살릴 아이디어는 저절로 확보된다.

추진 과정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아이디어가 좋아도 실행 과정이 그대로면 의미는 절하되고 성과는 훼손된다. 결정 과정과 집행 내용이 투명하지 않으면 불신을 자초한다. 정보와 결정을 둘러싼 투명성과 접근성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예산이 원래 주인을 향하지 않고, 친분과 이해로 뭉친 일부의 이익으로 귀결되어선 안 된다. 정보를 친해져야만 얻을 수 있고, 이너서클(Inner circle)에서만 정보가 공유되면 화를 부른다. 지역활성화는 공무원, 전문가를 필두로 일부 사업자만의 사업이 아니다. 아는 사람과만 말하고 통하는 이들만 만나며 편한 방식으로 논의해서는 안 된다. 이를 총칭해 밀실행정이라 질타한다. 심사와 결정, 집행과 혜택이 짬짜미로 이루어진다면 될 일도 무너진다. 좋은 관계와 편한 거리가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그들끼리의 자화자찬은 뭇매를 맞을 수밖에 없다. 지역사업에 도전해본 이들은 누구나 느꼈을 바다. 감추기보단 내놓기로 아이디어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좋다. 소중한 아이디어도 경직된 예전 방식이면 자괴감과 박탈감을 낳을 수 있다. 권한이 권력으로 비화되는 관행을 멈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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