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사회적경제 인재들, 의지로만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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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사회적경제 인재들, 의지로만 버틸 수 있을까
  • 2019.12.12 00:08
  • by 김정란 기자
04:05
▲ 사회적경제 인재들이 영리기업에 비해 낮은 처우를 의지만으로 버텨야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pexels

지난 주, 4일부터 열린 서울도시재생주간의 한 행사로 '사람을 위한 도시재생의 전망과 과제'란 주제의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는 서울시의회 의원부터 도시재생 관련 각종 연구소까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사람 중심의 도시 재생을 위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본래 주제는 도시에 사는 사람을 가장 중심에 놓고 도시재생이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그를 이끌어야 하는 사람, 즉 관련 분야 전문가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김종익 서울특별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도시재생을 진행하면서 전문가들이 많이 필요해졌고, 또 육성되고도 있지만, 그에 맞는 처우를 해주는 것이 아직은 힘든 현실"이라며, 제대로 대우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사업 특성상 신분이 위탁, 촉탁직 등으로 불안정하다는 것이었다.

인재 처우에 대한 아쉬움은 도시재생 뿐 아니라 사회적경제 분야 대부분에서 나오고 있는 이야기이다. 한 사회적경제조직 관계자는 "처음에는 좋은 뜻을 가지고, 훌륭한 자질을 갖춘 인재들이 사회적경제의 문을 두드리는데 그에 맞는 연봉, 복지 등을 제대로 대우해 줄 수 있는 여력이 없다보니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비슷한 조건을 가진 대학 친구들 등이 영리조직에서 받는 처우 등을 보면 고민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는 것.

또다른 관계자는 민감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내놓기도 했다. "사회적경제 조직이 취약계층이나 경력단절여성 등의 일자리 대안으로 제시되는 경우가 많은데, 생각해보면 바람직하게만 볼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일반 경제조직보다 여성이나 취약계층은 좀 덜 받아도 일할 수 있는 자리를 찾는 경우가 많다보니 사회적경제 분야를 택하게 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씁쓸한 현실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사회적경제 분야의 여성 근로자 인적자원 개발 현황 및 개선 방안(김복태·홍지현·김대진, 2017)'에 따르면, 당시 조사대상이었던 652명의 여성 중 80% 이상 정규직이었음에도 60% 정도가 월급 200만원이 안됐다. 한 사회적경제조직의 남성 근로자는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고 나서 고민이 더 되는 것은 사실이다. 영리기업에 종사하는 친구들 처우를 듣다보면 이렇게 계속 일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또다른 관계자는 "사람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석사급, 경력 5년 이상의 계약직을 찾으면서 월급 200만원 선의 제안을 해 도저히 찾아줄 수 없었다"는 사례를 들려주기도 했다. 교육부가 내놓은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통계연보'에 따르면 대학원 졸업자 평균 임금(전체 소득의 합을 대상자 수로 나눈 금액)은 월 442만8511원, 중위임금(소득 순으로 순위를 매긴 후 정확히 가운데를 차지하는 금액)으로 봐도 336만8000(2017년 12월 기준)이었다.

사회적경제 인재들의 처우가 개선되는 것은 앞으로도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제 생태계가 확장되기 시작한 상황이다보니 아직까지는 물적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회적경제조직들이 대체로 공공조달이나 정책 지원 등 외부 지원에 대한 의존이 높은 상황에서 인재들의 급여를 높이거나 복지를 확대하는 것은 아직 부담스럽다. 자생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건비를 올리는 것은 방만한 운영에 대한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재는 인재들의 의지와 희생을 먹고 크는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언제까지 좋은 뜻을 가지고 사회적경제에서 일하라는 대의 명분으로 인재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꼭 급여가 아니더라도 사회적경제 조직 등의 연대를 통한 동기부여 차원의 복지 같은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확장하고 있는 지금,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인재들의 처우에 관련한 고민을 더욱 깊게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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