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바이소셜] 과천에서 자라나는 '아리랑 나무' 아리수, 민요를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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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바이소셜] 과천에서 자라나는 '아리랑 나무' 아리수, 민요를 노래하다
박태승 아리수 대표 인터뷰
  • 2023.12.31 09:57
  • by 방수영 (주)이분의일코리아 대표

지난 2012년 영국에서 시작한 '바이소셜'(Buy Sicial, 상생소비) 캠페인은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가치소비를 장려하는 일상 속 실천 캠페인입니다. 국내에서는 2020년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바이소셜 선언식'을 개최하며 본격적으로 바이소셜이라는 개념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소비 행위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 사회적경제기업들을 지지하며 지속 가능한 사회를 실현하고자 하는 바이소셜. 우리는 어떻게 일상에서 가치 지향적인 소비를 행할 수 있을까요? 라이프인과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바이소셜 기자단'은 일상에서 바이소셜을 실천할 수 있는 각 지역의 현장을 취재하여 전합니다. [편집자 주]

 

▲ 아리수 프로필 이미지. ⓒ아리수
▲ 아리수 프로필 이미지. ⓒ아리수

경기도 과천의 전통공연 분야 사회적기업 아리수는 우리나라 대표 민요인 '아리랑'의 '아리'와 '나무 수'(樹) 자를 합쳐 이름을 지었다. 아리랑을 뿌리 삼아 국악을 꽃피우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지난 2005년 정식으로 창단한 아리수는 처음부터 사회적기업이 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리수의 활동을 보면 단순히 기업의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에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1년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고, 이후 2013년 인증사회적기업이 되어 토속민요 발굴과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박태승 아리수 대표는 원래 아카펠라 팀의 음악감독이었다. 공연 기획 일도 하던 그는 아리수와 공연 작업을 함께하게 됐고, 그 인연으로 2012년 아리수에 합류했다. 그리고 아리수를 창단한 초대 대표가 새로운 꿈을 펼치기 위해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2015년부터 박 대표가 아리수의 수장을 맡게 됐다.

■ 아리수, 민요를 발굴하고 보급하다

ⓒ아리수
ⓒ아리수

우리나라 토속민요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리랑'이다. 그 외에도 지역별로 다양한 민요가 있는데, 기록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잘 알기 어렵다.

아리수는 민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의 역사와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전국적으로 모두가 아는 노래가 있다면, 지역에는 그 지역에서만 부르는 노래들이 있다. 이런 노래들을 토속민요라고 한다. 토속민요는 다시 노동요, 유희요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노동요는 모내기하거나 김을 매면서, 혹은 아이를 돌보면서 부르는 노래다. 유희요는 말 그대로 아이들이 동네에서 놀거나 어른들이 쉬면서 흥에 겨워 부르는 노래다. 이 외에도 세시 풍속에 맞춰 부르는 노래도 있어서 민요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보존하는 일을 한다. 아리수는 이런 민요를 발굴해서 새롭게 편곡하고 보급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아리수는 아리수 팀이 기획하여 소리꾼들과 공연하는 '아리수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다. 특히 지역에서 부르는 민요 중에는 '액맥이', '칠곡 꽃노래' 등 몇 가지 레퍼토리가 있다. 지역 민요들은 그 지역에서 오래도록 거주한 할머니들만 아는 노래들을 말한다. 악보나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서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나면 사라질 노래이다. 아리수는 그들이 산에서 들에서 채집하거나 농사일을 할 때 부르던 노래들을 기록해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할머니의 목소리와 흥얼거림이 기록된 자료를 찾아 편곡하고 새롭게 녹음하여 음반으로 발표하는 작업을 했다. 박 대표는 이와 관련해 "꼭 우리나라 전통악기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건반이나 서양악기를 도입해서 편곡하기도 한다. 현대인들이 들어도 어색하지 않은 편곡을 꿈꾸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 우리 지역에서 아리수를 만나려면?

▲ 노인 요양원 프로그램. ⓒ아리수
▲ 노인 요양원 프로그램. ⓒ아리수

아리수를 만날 수 있는 곳은 다양하다. 지역 경로당이나 요양원에서는 어르신들을 위해 민요 공연을 하거나 국악을 배울 수 있는 강좌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은 전통 민요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손가락을 움직이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푼다. 또, 민요를 직접 연주해 본다거나 탈춤에서 쓰는 한삼을 가지고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화려한 오색이 담긴 한삼을 가지고 교육을 진행하면, 어르신들은 흥미로워하며 익숙한 장단에 흥겨움을 표하기도 한다. 박 대표는 아리수가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에 탁월하다"고 자신했다.

특히 요양원이나 경로당에서 공연하면 서로 어색하게 있던 어르신들끼리도 얼싸안고 춤을 추기도 하며 즐거워한다. 한이 가득 담긴 노래를 들으면 그 어떤 관객보다도 깊게 공감하면서 함께 슬퍼한다. 이에 박 대표는 "풍물패 소리가 아마 옛날 추억들을 떠오르게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익숙한 장단이 나오니 본인도 모르게 울컥한다는 것. 공연이 끝나고 나면 어르신들이 찾아와 고맙다고 인사하거나 손을 잡아주기도 하는데, 그 모습이 아리수 단원들에게는 뿌듯함을 선사한다.

▲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아리수
▲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아리수

그렇다고 아리수가 노인 대상 활동만 하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들을 위해 해설이 있는 퓨전민요콘서트 '아리랑 톡톡'이라는 공연도 운영하고 있다. 또, 한국의 여성들을 위한 '세 여자의 아리랑 꽃'이라는 음악극도 있다. 민요를 배경으로 20대, 30대, 40대 여성 캐릭터가 그들의 살아가는 삶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올해 8월에는 수원시립미술관 아트스페이스 광교에서 미술작품을 풀어낸 어린이 공연을 기획하기도 했다. 해당 공연은 아이들에게 우리나라 전통 공연을 깊게 접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어린이를 위한 현대미술 기획 전시 '이야기 유랑선'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낸 이 공연의 제목은 '엄마를 찾아 떠나는 아리의 모험'이다. 박 대표는 공연 내용과 전시물들의 주제가 잘 맞아서 미술관과 협업하여 진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아리수는 단순히 전통 민요만을 편곡하는 업체가 아니라 전통민요를 활용하여 공연을 기획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공연 분야의 사회적기업이다.

박 대표는 향후 계획에 대해 "원래 취지인 토속민요를 찾아내고 현대인들이 같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더 활발하게 해내고 싶다. 민요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균형을 만들어서 전통을 알리는 것이 아리수의 숙원사업이다"고 밝혔다. 내년도 목표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위한 공연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다. 각 세대에 맞는 전통민요 교육 프로그램을 내실 있게 운영할 예정. 이처럼 아리수는 수도권을 비롯하여 전국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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