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Climate] 채식위주의 식단이 주목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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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Climate] 채식위주의 식단이 주목받는 이유
  • 2020.12.18 09:00
  • by 이미옥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이사)

지구온난화의 대략 3분의 1은 전세계 농업과 식품 생산·유통·소비 등 푸드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진다. 지구의 얼어붙지 않은 땅 중 4분의 1 이상이 가축방목에 사용되고 있고, 경작지 중 3분의 1이 농장동물을 먹이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 식생활의 중심이 육식으로 바뀌면서 더 많은 양의 고기를 더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한 시스템들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심각한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자리 잡았다. 라이프인에서 농업과 식품시스템이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에 대한 솔루션으로서 채식 위주의 식단, 지구환경을 되살리는 농업방식, 그리고 식료품 과잉생산에 따른 음식물 쓰레기 이슈 해결을 위한 시도들과 같은 몇 가지 대안과 움직임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인간의 시대, 키워드는 닭 뼈와 플라스틱 그리고 인구과잉

우리 먹거리를 둘러싼 기후위기의 연관성을 파헤치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다. TV 채널마다 풍족한 식재료와 온갖 맛있는 음식들이 우리의 식욕을 자극한다. 거리를 걷다 보면 수많은 고깃집과 치킨집, 글로벌한 요리들을 차려내는 음식점들이 우리들의 도시와 시내 중심가를 채우고 있다. 이런 먹거리 환경에 둘러싸인 채 살아가고 있음에도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 6차 대멸종이 엄연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으니 어쩌겠는가?

1만 년 전부터 인류가 농경과 목축을 시작하면서 산림벌채와 부적절한 관개기술, 쟁기질 등으로 표토손실과 토양침식, 사막화가 생겨났다. 신대륙의 발견, 산업혁명, 20세기 인구폭발 등 역사 진보의 출발점이거나 결과라고 평가할 만한 이런 굵직한 과정들을 거쳐오면서 현재 우리는 '인류세(Anthropocene, 인간의 시대)' 를 살고 있다.

2019년 6월 EBS는 창사특집 다큐프라임 '인류세' 3부작을 방영했다. 10년 넘게 환경 문제를 다뤄온 최평순 PD는 이번 시리즈를 통해 '닭 뼈', '플라스틱', '인구과잉'이라는 3가지 키워드로 인간이 지구에 미친 영향을 추적한다. 1부 '닭들의 행성'에서 인류세워킹그룹(AWG) 의장 얀 잘라세위츠 영국 레스터대학교 교수는 인류세의 증거로 닭 뼈를 꼽는다. 공룡 뼈가 중생대를 판별하는 기준이 되는 것처럼, 우리의 후세들은 지층에서 인류의 닭 뼈와 함께 플라스틱 화석을 찾아낼 거라는 얘기다. 닭은 종교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지역 사람들 대다수가 먹기 때문에 한해 650억 마리가 도살될 정도로 전 지구적인 가축이다. 

"1만 년 전 지구상에는 야생동물이 전체 생물량의 99%를 이루고 있었으며 인류는 오직 1퍼센트 만 차지하고 있었다. 오늘날 인류와 인류가 소유한 가축이 전체 생물량의 98%를 차지하고 있으며 야생동물은 2%밖에 되지 않는다. 야생동물로부터 땅을 빼앗아 우리 자신 만을 위해 가축을 길렀고 양식장을 만들고 바다를 파괴한 결과"라고 윌 터틀(Will Tuttle) 박사는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21세기 말 인구 100억 시대는 얼마 남지 않은 야생동물의 멸종에 이어 우리 인류의 멸종까지 이어지는 암울한 SF를 상상하게 한다. 육류 기반의 단백질을 매년 늘려가는 식단으로는 우리 행성의 긍정적인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

식물재료를 식탁의 중심으로 가져오자!

프랑스의 유명 셰프 알랭 파사르Alain Passard는 육류나 생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전통 프랑스 요리의 틀을 바꾼다. 그의 요리는 호박, 감자, 당근, 토마토, 비트를 비롯해 아스파라거스, 파 등 자신의 농장에서 직접 키우는 각종 채소와 꽃들이 주인공이다. 그가 운영하는 파리의 레스토랑 아르페쥬Arpege는 오리, 비둘기, 꿩을 비롯해 소고기, 양고기가 메인인 프랑스 전통 고급요리로 미슐랭 별을 3개나 받은 곳이었다.

▲ 셰프 알랭 파사르 운영하는 파리의 레스토랑 아르페쥬 ⓒArpege
▲ 셰프 알랭 파사르 운영하는 파리의 레스토랑 아르페쥬 ⓒArpege
▲ 채소와 과일로 만든 전체요리 ⓒAlain Passard
▲ 채소와 과일로 만든 전체요리 ⓒAlain Passard

죽은 동물의 피와 고기를 다루는 게 고통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한 2001년 식당 메뉴에서 육류 제외를 선언하고 채소를 파인 다이닝의 정찬코스로 선보인 그는, 각각 서로 다른 지역에 위치한 세 군데 농장의 진흙질 혹은 모래질 토양과 날씨 등 떼루아 아래에 다양한 채소를 재배하며, 화학비료 없이 땅도 갈지 않으면서 작물들이 땅과 함께 균형을 잡도록 기다린다. 또한 요리하기 위해 부엌에 서 있을 때 그의 모습은 다채로운 채소의 색깔과 맛, 향을 결합하면서 상상을 통해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 같다. 새로운 관점과 새로운 맛으로 각각의 채소에 맞는 요리법을 개발함으로써 채식요리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데 성공한 그는 여전히 미슐랭 별을 유지하고 있다.

식물 재료를 요리와 식탁의 중심으로 가져오는 것은 우리가 살아온 습관에 익숙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50대 초반인 필자의 기억 속 엄마의 요리는 밥과 된장찌개를 중심으로 김치나 야채 반찬과 곁들여 생선 한 토막, 달걀찜, 불고기를 먹는 식이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컬럼니스트 비 윌슨Bee Wilson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인의 식료품 소비 조사를 살펴보면서, 한국인들이 경제성장과 함께 육류소비가 10배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통 식단을 잘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 중에도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채소 소비량으로, 한국인은 서구에서처럼 채소를 단순히 몸에 좋은 것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맛있는 것으로 여긴다는 점을 든다. 한국의 시골에서는 무려 300여 가지가 넘는 채소를 먹는 것으로 추정되며, 사람들은 각각의 채소가 지닌 고유의 맛과 질감을 소중히 여기고 이 중 최고봉은 김치라고 평가한다. 만약 현재 시점에 같은 조사를 한다면 육류와 지방, 인스턴트 음식 등이 현저하게 늘어난 우리의 변화된 식단이 드러날 것이다.

전 세계가 식물성 식단으로 전환했을 때 2050년까지 기후와 건강, 경제적 측면의 이점을 분석해본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붉은 고기와 설탕 섭취를 줄이고 야채와 과일 섭취를 늘리는 식단만으로 온실가스 예상 배출량을 29% 줄일 수 있다. 또한 일반 채식 식단(치즈, 우유, 달걀 포함)으로는 63%, 완전 채식인 비건 식단을 채택하는 경우는 70%까지 줄일 수 있으며, 부가적으로 채식 위주의 식단은 전 세계 사망율을 6~10%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간 의료비와 생산성 손실에 드는 1조 달러 비용에 손실된 생명의 가치까지 고려할 때 절감액은 최고 31조 달러에 이른다. 이는 2050년 전 세계 GDP의 최대 13%를 차지하는 경제적 가치라고 한다.  

채식을 하려고 마음먹을 때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단백질 섭취가 부족할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각종 과일과 야채, 버섯, 곡물, 콩류 등을 통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좋은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히려 육식과 인스턴트 식단의 글로벌화에 따라 지나친 단백질, 지방 섭취를 하면서 각종 만성질환이나 암 같은 '서구병'이 급증하고 있는 게 전 세계적인 현실이다. 기후위기와 대 멸종의 시대, 우리가 선택하는 음식의 재료가 지구 환경과 동물, 우리 자신의 몸과 마음 모두에 건강을 주는 것인지 아닌지를 우리의 최우선 가치로 바꿔보면 어떨까? 채식주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육식의 양을 조금씩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바꿔나간다면, 보다 건강하고 아름답고 다양한 미식의 세계로 깊숙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 본 글은 아이쿱 해외협동조합 연구동향 <기후위기시대의 푸드솔루션> 시리즈의 요약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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