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Climate] 식품 과잉생산과 음식물 쓰레기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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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Climate] 식품 과잉생산과 음식물 쓰레기의 경계
  • 2021.04.02 09:00
  • by 이미옥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이사)

지구온난화의 대략 3분의 1은 전세계 농업과 식품 생산·유통·소비 등 푸드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진다. 지구의 얼어붙지 않은 땅 중 4분의 1 이상이 가축방목에 사용되고 있고, 경작지 중 3분의 1이 농장동물을 먹이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 식생활의 중심이 육식으로 바뀌면서 더 많은 양의 고기를 더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한 시스템들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심각한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자리 잡았다. 라이프인에서 농업과 식품시스템이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에 대한 솔루션으로서 채식 위주의 식단, 지구환경을 되살리는 농업방식, 그리고 식료품 과잉생산에 따른 음식물 쓰레기 이슈 해결을 위한 시도들과 같은 몇 가지 대안과 움직임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생산된 식품의 3분의 1이 버려진다.

전세계 식량 생산의 50%가 식탁에 오르기도 전에 폐기된다. "들판에서 포크까지(From Field to Fork)"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농작물 재배부터 내가 먹는 음식 한 접시까지 식품의 과잉생산과 폐기 관련한 이슈를 다룬다. 농부들이 수확한 4,600kcal의 농작물 중 절반이 유통으로 넘어오기도 전에 손실되는데, 농장 차원에서 토지나 물 관리, 수확에 대한 노하우, 저장시설과 1차 운송 등 문제로 13%의 식량 손실(Loss)이 발생하며, 수확된 농작물이 다른 식품들과 운반되고 저장, 가공, 포장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손상(Spoilage)이 생겨난다. 또한, 인류의 식량이 될 수도 있는 각종 곡물 1,700kcal가 동물사료로 사용되고 육류와 유제품 500kcal로 전환(Conversion)되는 분량 역시 37%에 해당하는 식량 손실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식품회사와 도·소매, 가정에 이르는 동안 상품화되기에 적합한 여러 기준과 맞지 않는 농작물과 식품들이 버려지고, 유통기한이나 과잉 구매 등의 이유로 17%가 폐기(Wastage)된다.

▲ 음식사슬에서 에너지 손실과 낭비 (출처 : Lundqvist, J. et al. (2008) 참고 필자 재작성)
▲ 음식사슬에서 에너지 손실과 낭비 (출처 : Lundqvist, J. et al. (2008) 참고 필자 재작성)

FAO(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 : 유엔식량농업기구)를 비롯해 최근 발표된 자료를 살펴보아도 우리들 인간의 소비를 위해 재배한 식량과 조리된 음식의 3분의 1이 생산자에서 소비자까지의 공급망을 통과하면서 손실되거나 쓰레기로 버려진다. 이미 생산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버려지는 식량을 위해 전세계 농경지의 30%가 사용되며, 엄청난 양의 물 낭비를 비롯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8%가 배출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농작물 재배와 목축에 투입되는 질소 및 인산비료, 각종 살충제 등의 사용으로 인한 전지구적인 환경오염과 인간을 포함한 생물들에 끼치는 영향은 또 어떠한가? 버려지고 낭비되는 음식물의 양은 1일 2,100kcal 식단 기준으로 매년 20억 명을 먹여 살릴 만한 수치이다. 

바다의 상황은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FAO는 1994년에 이미 매년 2,700만 톤의 물고기가 아무런 쓰임새도 없이 바다로 던져져 쓰레기가 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사람들이 먹는 양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실제로 어획량의 절반 정도만 섭취되고 나머지는 버려진다. 영국기자 찰스 클로버(Charles Clover)는 충격적이게도 다시 바다로 버린 물고기, 어분 생산, 상한 제품, 먹지 못하는 부위, 부엌에서 나오는 쓰레기까지 모두 계산에 포함시킨다면 우리가 실제로 먹는 생선 단백질은 어획량의 고작 10%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해양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실비아 얼S(ylvia Earle)에 따르면, 90% 이상의 큰 물고기들과 50%의 산호초가 이미 바다속에서 사라졌다. 2014년 기준으로 태평양 블루핀 참치 5%, 상어 10%, 북대서양 대구 5% 만이 살아있다. "어류 남획은 놀라울 정도다. 인간이 이렇게 효율적으로 이렇게 효과적으로 이렇게 강력하게 어획을 한다는 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참치, 상어, 대구, 광어, 멸치, 청어, 정어리 등도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인간의 입맛에 맞는 어류는 모두 희생됐다고 볼 수 있다." 그녀는 인간이 바다를 이용하되 축내지 않을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전환을 해야 미래의 바다와 바닷속 생명, 무수한 자원들이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국립공원을 보호하듯이 바다의 보호구역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과 부의 상관관계

음식물 쓰레기와 낭비는 산업화된 선진국일수록 심각하다. 미국은 소비자 단계에서 약 26%의 식품이 없어지거나 버려지며, 1인당 일평균 에너지의 29%인 795~840kcal를 낭비하고 있다. 2007~2014년 데이터 분석 결과, 미국 소비자는 8년 동안 매일 1인당 422g의 음식을 버려왔으며, 이 중 과일·채소가 39%, 유제품 17%, 육류 14%, 곡물류 12%, 기타 스낵 및 음료, 양념류가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의 경우 특히 극단적으로 많이 버리는 음식은 주식인 빵이다. 빵집은 매일 만드는 빵의 평균 10~20%를 버린다. 이 중 잘해봐야 일부를 무료급식소나 동물 사료 생산자들에게 전달하고 있을 뿐이다. 가장 인구가 많은 독일에서만 매년 50만 톤의 빵이 폐기되며 유럽 전체적으로 매년 300만 톤의 빵이 폐기된다. 소득이 낮은 나라의 경우 식량의 손실은 수확 직후와 공급망 초기 및 중간단계에서 발생하며, 재정적으로나 기술적인 한계, 사회간접자본의 부족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소득이 중간이거나 높은 나라들에서는 주로 공급망의 마지막 단계인 소매와 소비자에게서 나타나며, 그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과잉생산, 그리고 규정으로 정해진 품질 표준과 비계획적인 구매습관 등이다. 자연자원인 땅과 물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서유럽과 동아시아처럼 개발된 농업국가에서는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10년 전부터 언급할 만한 수확의 증대가 없으며, 중국과 브라질 등에서도 이미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버려지는 식품과 음식물 쓰레기

오늘날 식품에 대한 공공연한 낭비와 폐기의 주요 원인은 대형 슈퍼마켓을 경유하는 전국적이고 전세계적인 식품유통채널이다. 1988년 유럽연합은 농업 관련 로비스트들의 요구에 따라 길이와 모양, 색깔이 동일한 규격화된 채소, 과일, 곡물, 넛트류 등만 유통이 되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제품이 규격에 맞지 않으면 어차피 공급이 어렵기 때문에 생산자들은 들판에서 미리 솎아내고 버리거나 땅에 다시 묻어버리게 된다.

이러한 규격화로 인해 식재료 및 지역의 다양성과 취향은 희생되고 식품의 품질, 감미료, 내용물은 관심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 혼란스러운 규정으로 20년 넘게 많은 농산물이 낭비되다가, 2009년에야 다시 구불구불한 오이와 마디가 있는 당근 등이 슈퍼마켓의 진열장에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굳어진 슈퍼마켓이나 소비자들의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으며, 사과, 감귤류, 키위, 샐러드용 채소, 복숭아, 딸기, 파프리카, 포도, 토마토 등 유럽 내 상거래의 75%를 차지하는 주요 식품에 대해서는 여전히 통일된 품질규정이 유지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한국을 비롯해 많은 선진국들이 유사하다.

유통 업체와 슈퍼마켓들이 1+1이나 할인 마케팅으로 자주 활용하는 '유통기한(Sell by)' 역시 소비자들로 하여금 과잉 구매를 부추김과 동시에 여전히 섭취가능한 식품을 쓰레기통에 폐기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는다. '부패기한·소비기한(Use By, Expiration Date) 처럼 실제로 제품이 변질될 수 있는 기한과 유통기한이 큰 혼동을 주고 있는 것이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프리건(freegan)'들이 슈퍼마켓과 농장에서 버려지는 식료품들을 수집하여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준다든가 '못생긴' 채소를 이용한 음식을 요리하여 무료로 나눠주는 등 여러 활동을 통해 음식물의 낭비를 이슈화한다. 식품유통업체들이 사용하고 있는 날짜 마케팅은 제로웨이스트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와 완전히 다른 길을 가는 것이다. 소비자들을 혼동시키는 날짜 표기를 없애고 대신 '품질유지기한(Best Before)'이나 '소비기한(Use by)'을 명확히 하려는 움직임이 국내에서도 시작되고 있다.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는, 2030년까지 1인당 세계 식량 낭비를 소매업과 소비자 수준에서 절반으로 줄이고, 수확 후 발생하는 손실을 포함해 생산과 공급량에 따라 식량 손실을 줄일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산업화 이전에는 지구상에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먹을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음식을 버리지 않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써서 재활용했다. 이런 이유로 인기 있는 요리 중에는 남은 음식으로 요리한 것이 많고, 여러 세기가 지나면서 남은 음식의 다양한 활용법은 거의 진짜 예술이 되었다. 명절에 남은 전과 나물을 넣고 끓여먹는 우리네 전찌개 처럼, 남은 고기와 여러 재료들을 모아 만든 미트볼, 말린 과일로 단 맛을 낸 딱딱한 빵, 생선, 고기, 야채 등 남은 음식에 쌀을 더하여 만드는 쌀요리(리조토) 등은 모두 남은 음식으로 만든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큼직한 냉장고 덕분에 여유롭게 쇼핑하여 먹음직한 식재료들을 쟁여놓고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은 유통기한 지난 재료들이나 전날 먹고 남은 음식들을 쉽게 쓰레기 취급하며 버린다. 21세기 말 100억으로 예상되는 지구의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다양한 식량 증가 및 푸드테크 방법들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100억 인구가 먹을 식량을 생산하면서 20억 인구의 식량을 쓰레기로 만든다. 무조건적인 식량 증가 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식품 생산과 유통, 소비 전반에 걸쳐 발생하고 있는 손실과 낭비의 요소들을 촘촘하고 세심하게 개선하고 혁신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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