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인의 책갈피] '원조가 아닌 무역'으로 '품위 있는 빈곤의 경제모델'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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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인의 책갈피] '원조가 아닌 무역'으로 '품위 있는 빈곤의 경제모델'을 만들다
[독자 서평] 가난한 사람들의 선언: 사회연대경제, 아래로부터의 대안
  • 2020.07.07 15:00
  • by 허문경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이사)

사회적경제 미디어 라이프인은 영리광고 없이 후원회원의 회비로만 운영되는 비영리 언론사입니다. 라이프인의 취지에 공감하고 지지해주시는 후원회원께 보답하고자 2020년 연중으로 '라이프인의 책갈피'이벤트를 진행합니다. '라이프인의 책갈피'는 이달의 사회적경제 도서를 추천해 드리고, 후원회원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책을 보내 드리는 이벤트입니다.

6월의 '라이프인의 책갈피'는 공정무역을 대안경제 운동으로 성장시킨 프란시스코 신부의 협동조합 철학과 경험이 담긴 '가난한 사람들의 선언'이었는데요. 라이프인의 후원 회원이자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허문경 전주대학교 연구교수가 책을 읽고 서평을 보내주셨습니다. 이후 진행될 '라이프의 책갈피'와 '독자서평'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책을 통해 성장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場)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편집자 주]

 

근본적인 질문

'가난한 사람들의 선언: 사회연대경제, 아래로부터의 대안(Manifesto of the Poor: Solution Come From Below)'은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집필되었다. 금융위기는 자본주의와 함께 탄생한 식민주의에 의해 야기된 구조적 빈곤의 문제이므로 이를 단기적으로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문제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리고 "함께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길", "아래로부터의 대안"으로써 공정무역을 제안하고 있다.   

저자 프란스 판 더르 호프Frans van der Hoff(약칭)는 네덜란드 출신의 가톨릭 사제이며 최초의 공정무역 인증시스템인 '막스 하벨라르Max Havelaar'의 공동설립자이다. 그는 정치경제학, 신학, 농촌사회학 등의 박사학위를 갖고 있지만 71세가 되던 2010년에 첫 저서를 출간하기까지 칠레의 탄광, 멕시코의 빈민가와 산악지역에서 노동사제(worker-priest)로서의 직무에 충실했다. 144페이지의 비교적 얇은 이 책은 저자가 주장하는 바에 대한 체계적인 이론서라기보다는 공정무역의 선구적인 실천사례집이자 생생한 증언록이다. 

한편, 한국어판 서문과 추천사를 통해서는 캐나다 퀘벡에 위치한 CITIES(사회연대경제의 지식 전수와 혁신의 확산을 위한 국제센터)가 국제교류의 강화를 위해 이 책을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에 전달하여 2020년 4월 번역․출간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더불어 공정무역 운동의 초기, 중남미와 북미의 생산자-소비자 조직 간 교류 양상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노동사제 worker-priest 

노동사제란 교회에 의존하지 않고 세속 직업에 상근 또는 비상근으로 일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로마가톨릭사제를 일컫는다. 1941년 프랑스에서 시작되었으나 사제들이 노동운동에 직접 연관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1954년 교황에 의해 중단되어 현재는 명맥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프란스 판 더르 호프 신부는 노동사제운동에서도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전통적인 베네딕도 수도회의 회칙인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에서 한걸음 나아가 프란스 판 더르 호프 신부는 '노동이 곧 기도가 되는 삶'을 실천해온 셈이다. 

 

▲ (왼쪽부터) 라이프인의 책갈피 추천도서 '가난한 사람들의 선언',  프란스 판 더르 호프 신부, 최초의 공정무역 인증마크 '막스 하벨라르'
▲ (왼쪽부터) 라이프인의 책갈피 추천도서 '가난한 사람들의 선언',  프란스 판 더르 호프 신부, 최초의 공정무역 인증마크 '막스 하벨라르'

68혁명의 교훈

저자는 1939년생 68혁명 세대로서 학생운동의 경험으로부터 믿을만한 대안이나 분명한 제안이 없다면 저항은 무의미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의 대안은 1981년, 자신이 사역하고 있는 멕시코 남부 산악지역에서 커피생산자협동조합UCIR(Union de Comunidadades Indigenas de la Region del Issitmo)결성을 주도하여 '코요테'라 불리는 무역중개상의 착취를 피해 원두를 직접 수출하는 경로를 개척한 것이었다. 이어서 1988년에는 네덜란드의 비영리단체 솔리다리다Solidaridad와 협력하여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생태적으로 건강하며 수익성이 높은 생산자조직에 부여하는 공정무역 인증마크인 '막스 하벨라르'를 개발하여 UCIR에서 생산된 커피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원조가 아닌 무역 Trade Not Aid,
품위 있는 빈곤의 경제 the economy of dignified poverty 

이렇듯 공정무역을 통해 사회적 비용, 환경비용, 생산비용, 노동력 재생산비용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의 일부로 구성되게 된 결과, 생산자들의 소득은 증가되고 삶의 질은 향상되었다. 인증받은 공정무역 생산자가 되기 위해서는 생산자협동조합이 소정의 기준에 따라 운영되어야 하는데, 특히 민주적 의사결정 요건이 포함되어 있어서 이 과정을 통해 조직역량이 강화된다.  

공정무역은 '가난한 사람들과 배제된 사람들의 특수성과 다양성을 존중하고 가치를 인정하는 경제모델'이기도 하다. 국제원조와 같이 기부나 보조금의 형태로 일방적인 선물을 던져주는 것은 그들이 권리를 가진 주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스스로의 역량을 기를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관점은 1960년대부터 공정무역운동의 구호였던 "원조가 아닌 무역Trade Not Aid"에 반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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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경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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