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모두를 위한 경제 '콤무니타스 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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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모두를 위한 경제 '콤무니타스 이코노미'
  • 2020.11.14 10:17
  • by 송소연 기자
▲콤무니타스 이코노미 ⓒ북돋움coop
▲콤무니타스 이코노미 ⓒ북돋움coop

양극화, 불평등, 실업 등과 같이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문제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어두운 그림자다. 이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것은 많은 학자, 정치인들이 고심해왔고 지금도 고민 중인 커다란 숙제다. 저자인 루이지노 브루니 이탈리아 룸사대학 정치경제학과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매우 도발적인 제안을 한다. "만남을 두려워하지 말고 부딪침을 회피하지 않으면 된다" 브루니 교수는 어떤 의미로 이런 이야기를 했을까? 

'콤무니타스 이코노미'는 본래 인간은 더불어 산다는 아주 상식적인 원리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이탈리아의 사례이기도 하지만 국가도 시장도 아닌 삶의 원리에 관한 깊은 이야기이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혹은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에 충실했을 뿐이다"라며 보이지 않는 손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영주와 농노의 관계 속에서 계급상으로 항상 아래에 놓일 수밖에 없었던 인간이, 봉건사회를 떠나 시장에서는 영주도 하나의 개인, 농노도 하나의 개인으로 대등하게 만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자유시장론이 주류 경제학이 되고 시장경제를 자본이 지배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과 그늘이 나타났다. 사회가 점차 낮은 비용과 높은 생산 능력, 경제 발전, 이익의 극대화를 향해 치닫게 되면서 부는 쌓여가지만 나누어지지 않았다. 심각한 빈곤과 기아, 높은 실업률, 생태계 파괴 등 칼 폴라니 같은 경제학자는 이와 같은 문제는 지나친 시장 만능주의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보고 시장과 사회를 서로 대립하는 것으로 보기도 했다.

이 지점에서 루이지노 브루니는 애덤 스미스가 놓친 것을 지적한다. 스미스는 권력 관계에 희생당하지 않는 개인에만 지나치게 주목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화폐 가치로는 셈할 수 없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긍정적인 관계를 놓치고 마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스미스는 중재되지 않은 관계는 비문명적이고 봉건적이고 비대칭적이며 수직적인 관계라는 이유로 시장의 중재를 중시했다. 스미스의 논리대로라면 시장에는 계약 혹은 협약만 있으면 된다. 시장에서 우정, 형제애, 사랑을 논할 하등의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브루니는 애덤 스미스의 이름이 인류의 조상인 '아담'과 같다는 데 착안해서 유머러스하게 이를 '아담의 원죄'라고 부른다. 즉 애덤 스미스의 '원죄'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미개하거나 비대칭적이라고 본 것, 그래서 어떤 관계든 중재된 관계라면 사회를 더 문명화시킨다고 본 것, 그래서 인간관계 전체를 외면한 것이다.

그렇다면 애덤 스미스의 원죄를 딛고, 우리가 다시 보아야 할 시장은 어떤 것인가? 그것은 바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있는 시장,' 콤무니타스 이코노미다.

인간은 사라지고 계약만 남은 싸늘한 시장을 따뜻하게 해줄 온기를 불러오면 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 온기란 다름 아닌 인간과 인간의 만남이다. 서로 부딪칠 일 없이 설계된 아파트 안에서 모니터와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소통하는 스쳐 지나가는 만남이 아니라 얼굴을 마주 보고 웃으며 나의 선의와 상대의 배려가 서로 부딪칠 수 있는 '진짜 만남,' '진정한 관계'를 회복할 때에야 우리는 인류의 공존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번역한 9명의 번역자는 시장경제의 대안을 모색하며 모두를 위한 경제를 꿈꾸는 학자들이다. 한국의 사회적 경제 활동과 협동조합 운동에도 뜻을 두고 오랫동안 지지와 실천을 함께 해온 이들은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같이 글을 읽고 번역문을 다듬으며 공동번역 작업을 해왔다. 한 사람이 꾸면 꿈일 뿐이지만 여럿이 함께 꾸면 현실이 된다고 했던가. 패배자는 설 곳 없는 냉정하기 이를 데 없는 싸움터가 되어버린 시장에 사람을 소환해서 웃고 싸우고 다치고 화해하며 살아보자는 루이지노 브루니의 희망과 격려를 나누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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