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망가진 사회적 서비스를 고치는 방법 '래디컬 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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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망가진 사회적 서비스를 고치는 방법 '래디컬 헬프'
지역사회와 관계 중심의 복지를 향한 근본적 변화로의 초대 
  • 2020.11.30 15:30
  • by 송소연 기자
▲ 래디컬 헬프 ⓒ협동조합 착한책가게 

"단도직입적으로 진실을 말하자면, 전후 체제의 서비스와 기관들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복지 체제는 오늘날의 문제들, 현대인의 삶, 그리고 대중의 여론과 어긋나 있다. 새로운 시대를 위해 고안되었던 일련의 기관과 서비스는 이제 낡은 것이 되었고 개선이 불가능하다. 우리가 이 시스템을 고칠 수는 없지만, 본래의 의도를 되살려서 우리 시대에 맞추어 재창조할 수는 있다고 본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고, 사실 이미 재창조는 일어나고 있다."

이 책은 이 새로움에 대한 것이다. 어떻게 하면 모두에게 좋은 삶을 일구도록 할 것인가, 어떻게 이 시대에 다 함께 풍요롭게 살 수 있는가에 대한 책이다.

복지는 시민들의 삶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과연 복지국가에서 복지는 시민들의 삶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이 책은 우리가 가고자 하는 복지국가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사회활동가이자 사회적기업가, 혁신가로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저자 힐러리 코텀(Hilary Cottam)은 복지가 시민의 삶을 어떻게 지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목 그대로 매우 급진적인(radical) 대안을 내놓고 있다.

이 대안이 급진적인 이유는, 처음에는 베버리지에 의해 복지국가의 원조가 되었지만, 반세기의 역사를 거치면서 페이비안주의와 대처주의, 그리고 제3의 길 등 복지국가 이념의 냉온탕을 거치는 동안 만신창이가 된 영국 복지국가의 복지 서비스 현장을 근본적으로 뒤집어놓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대상화와 관료화로 인한 소외를 넘어 '관계'와 '협업'에 기반을 둔 실천으로,
오늘날의 복지 현실을 타파하기 위한 새로운 실험과 비전

관료제에 의해 가로막힌 복지행정, 늘 부족한 복지재정, 성과 도출에 쫓기는 복지기관의 경직된 운영, 일상화된 업무 과잉으로 관성적으로 움직이는 사회복지사, 협업에 부정적인 전문가들, 결국 더 이상 제도와 사회복지사를 믿지 않고 그들과의 소통을 경멸하는 클라이언트와 불행의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수많은 사각지대의 희망 잃은 시민들…. 이것이 현재 복지선진국이라 불리는 영국의 복지 서비스 현장에서 목도되는 현실이다.

저자는 이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기존의 제도가 이끌어주던 지도를 과감히 벗어 던졌다. 그리고 복지 혜택을 받는 당사자와 그 주위에 늘 존재해온 수많은 '사람들'에서 해법을 찾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도의 중심에 깔린 전제는 문제가 생긴 뒤에 사람들을 집단화해서 그들의 욕구를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기존의 행태로부터 근본적으로(radical) 돌아서는 것이었다. 그 대신 개인, 가족, 지역사회가 배우고 일하고 건강하게 서로 맞닿으며 살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지원하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어떤 자원이 필요한지 탐구했다. 

힐러리 코텀은 다섯 가지 핵심적인 실험(가족의 삶, 성장과 인생의 전환기, 좋은 일(직업), 건강하게 살기, 잘 늙어가기)을 했고, 그 경험과 실천을 바탕으로 새로운 접근법의 중심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맞닿음, 즉 '연결'이 있으며 이는 새로운 삶과 일과 돌봄의 방식에 대한 비전을 보여준다.

정부 '커뮤니티 케어' 정책과 코로나 이후 사회적 돌봄의 관심 증대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이들의 사례와 그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독거노인, 한부모, 고달프고 불안정한 삶에 내몰린 청년들, 가까이 있는 가정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또한 남다른 소명의식을 갖고 현장에 뛰어들었으나 과잉 업무로 인해 정작 수혜자 당사자나 그 가족들과는 충분히 대화조차 나누지 못하는 영국 사회복지사의 모습은 우리의 사회복지 현장에서도 수없이 목격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분절적이고 중복된 서비스 전달 체계, 사각지대, 영리화의 폐단과 만족스럽지 못한 서비스 질, 부족한 복지 재정 등이 문제가 되어 왔다. 특히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하여 이러한 문제들은 머지않아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집단 감염 사례를 경험하며 지역사회의 관계를 중심으로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돌봄의 필요성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고자 '커뮤니티 케어'라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을 마련하여 광범위한 돌봄 불안을 해소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리고 2018년 11월에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일부 지역의 선도사업을 거쳐 2026년에 전국으로 확대 실시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사회복지 실천은 사람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 사람의 관계를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고용, 주거, 건강과 보건,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복지의 패러다임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저자의 구체적인 실험 사례들이 그동안 산업주의적 관료주의의 병폐가 케케묵은 녹처럼 자리 잡은 기존 사회복지 제도와 실천에 대안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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