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이후③] '플랫폼 노동' 관심 일으킨 코로나19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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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이후③] '플랫폼 노동' 관심 일으킨 코로나19의 가르침
플랫폼 노동자도 엄연한 노동자다
코로나19 사태 위험에 시달리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 누가 돌봐주나?
  • 2020.03.29 09:00
  • by 이진백 기자

코로나19의 공포는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우리는 전문가들의 제안에 따라 모두 '잠시멈춤'하고 있지만, 새로운 위협에 대한 대비까지 '잠시멈춤'이어서는 곤란하다. 감염병은 공포스러운 존재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필요한 변화, 이미 변화하고 있는 것들을 그대로 드러내 주는 바로미터의 역할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사스, 메르스처럼 코로나19를 극복한 이후 그 기억을 점차 잃어갈 것이다. 세계적인 바이러스 전문가 네이선 울프는 자신의 책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에서 "사람들은 바이러스의 위협에 금세 무관심해진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하면 그것이 처음 인지됐을 때만큼이나 인간에게 엄청난 위협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리는 결국 이번 감염병을 극복하겠지만, 언제라도 이 위협은 다시 닥쳐올 수 있고, 그때는 이번에 드러났던 문제들을 개선한 상태에서 새로운 위협과 맞서야 한다. 이는 방역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라이프인은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새로운 변화와 변화가 필요한 곳을 들여다보고,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는 어떤 것인지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편집자 주]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헌법 제34조 제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재해'의 사전적 의미는 지진·태풍·홍수·전염병 등에 의해 피해를 포함한다.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을 예방하고 그 전염병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헌법에서 정한 국가의 책무인 것이다.

또 헌법 제36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한다. 헌법재판소는 "모든 국민은 국가에 대하여 건강한 생활을 침해하지 않도록 요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건을 유지하도록 국가에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96헌마246).

재난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욱 가혹하다. 코로나19로 인해 당장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의 삶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고용이 안정된 정규직은 원격 근무나 유급휴가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택배 노동자는 물량에 치여도 일을 멈출 수 없고, 일부 플랫폼 노동자는 일거리를 원해도 잡을 수가 없다.

새벽 배송에 투입됐던 '쿠팡맨'이 숨졌다. 이커머스업체 쿠팡 소속 40대 노동자 김OO씨가 지난 12일 새벽 2시경 경기도 안산의 한 빌라 계단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 빌라 건물을 계속 오르내리는 배송 업무를 하다 쓰러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북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 환자를 돌보던 간병인 임OO씨는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을 모른 채 6일간 간병하다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지난 13일 사망했다. 그의 시급은 4200원. 간병인은 일부를 제외하면 노동자도 자영업자도 아닌 '특수고용 노동자'다. 개인사업자 신분이기에 최저임금 등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쿠팡맨과 간병인의 죽음은 코로나19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배송·배달·돌봄·가사서비스 등 플랫폼 노동자들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좁은 공간 콜센터 직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 임차료를 내지 못해 쿠팡플렉서(Coupang Flexer)가 된 개인사업자, 지친 몸으로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의 고단함 등등. 코로나19는 우리 사회 특수고용 노동자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코로나19는 공식적으로 저임금, 노동법 사각지대라는 '기저질환'을 앓는 특수형태 근로자,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 번 크게 불러일으켰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 국민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중국 우한지역에서 시작한 코로나19가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전파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더 나아가 지역 봉쇄, 국가 봉쇄가 일반화 되고 있다. 

결국 거리두기, 봉쇄의 결과는 경제적 침체의 확산과 그에 따른 고통임에 틀림없다. 이는 단순한 심리적 불안감을 떠나서 생계 위기와 직결된다. 

ILO "코로나19로 일자리 2470만개 사라질 것"

지금의 상황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에 비교된다. 그러나 금융 위기였던 당시에 비해 이번은 전 세계 실물경제 붕괴로 더 큰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으로 전 세계적으로 최대 2470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실업자가 최소 530만 명에서 최대 2470만 명까지 나올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자료(COVID-19 and the world of work: Impact and policy responses)를 공개했다.

ILO는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이 2% 감소하는 경우를 '저위(low)', 4% 감소하는 경우를 '중위(mid)', 8% 감소하는 경우를 '고위(high)' 시나리오로 각각 가정하고 분석모델을 이용해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 세계 GDP 성장률이 2% 감소하는 시나리오에선 530만개, 4% 감소하는 시나리오에선 1300만개, 8%가 감소하는 시나리오에선 247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 국제노동기구(ILO)는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실업자가 최소 530만명에서 최대 2470만명까지 나올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자료(COVID-19 and the world of work: Impact and policy responses)를 공개했다. ⓒILO
▲ 국제노동기구(ILO)는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실업자가 최소 530만명에서 최대 2470만명까지 나올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자료(COVID-19 and the world of work: Impact and policy responses)를 공개했다. ⓒILO

ILO는 코로나19에 의한 노동분야의 타격은 바이러스 확산이나 진정 정도에 따라 매우 유동적이지만 2019년 기준 1억8800만 명에서 최소 530만 명, 많으면 2470만 명까지 실업자가 증가할 것이고 이는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실업자 수 2200만 명보다 더 증가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러스 대유행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노동시간과 임금 감소로 인해 불완전 취업이 대대적으로 증가할 것이라 예상된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종종 자영업자가 변화의 타격을 흡수하는 쿠션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서비스 제공자(사람)나 물건이 이동하는데 제한이 있는 이번 경우에는 그걸 기대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가이 라이더(Guy Ryder) ILO 사무총장은 "이것은 이미 세계적인 보건의 위기일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노동과 경제의 위기"라며 "2008년 단결해서 세계 금융위기에 대응하여 최악의 사태를 벗어난 것을 되새기고 지금 필요한 것은 그런 종류의 리더십과 결의"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지금 같은 위기에 손해를 완화하고 대중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하나는 사회적 대화이다. 위기극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에 대해 공공의 신뢰와 지지를 구축하기 위해서 노동자, 사용자 및 각 단위의 대표가 참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두 번째는 국제 노동 기준이다. 이는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회복에 초점을 맞추어 효과가 확인되었기에 신뢰할 수 있는 정책대응의 기반을 제공한다. 이 어려운 시기에 사람들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노동의 현실과 사회적 과제

최근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잠시 멈춤', '사회적 거리두기' 등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이 외부로 나오지 않을수록 일이 많아지는 라이더(배달대행)와 전염 불안을 안고 출근하는 돌봄 노동자에게는 먼 나라 이이야기다. 

코로나 경보로 외출을 자제하라는 재난문자가 날아오더라도 일을 쉬면 생계를 위협받게 되니 일을 나갈 수밖에 없다.

시간을 다투는 배달업은 사고 위험에 노출돼도 이들을 보호할 장치도, 책임을 물을 사용자도 없다. 게다가 돌봄 노동자의 경우 감염병에 취약한 노인 등과의 밀착 접촉이 불가피하다. 마스크나 손소독제를 충분히 지원받지도 못한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와 전국사회복지유니온이 4~9일 전국의 요양보호사와 장애인활동지원사 2184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돌봄 노동자 안전대책 및 서비스 실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9.2%가 재가 방문 때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지원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해마다 온라인 노동은 26% 이상 성장하고 있다. 유럽연합이나 미국, 영국에서 플랫폼노동 규모는 취업자의 0.5%~4.0%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도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서비스 종사자는 약 53.7만 명, O2O 플랫폼에 서비스를 공급하는 업체는 약 34.2만 개로 추정된다. 플랫폼 노동자로 분류되는 외부 서비스 인력은 약 52.1만 명으로 전체 인력의 97%를 차지하고 있고, 내부 고용 인력은 약 1.6만 명(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12월 기준 전체 취업자(2715.4만 명)의 1.98%에 해당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사회 변화 중 단연 플랫폼 노동 수요 급증이 눈에 띈다. 배달·배송과 같은 비대면 플랫폼 노동시장이 증가 추세에 있다. 모두 조심스런 일상을 보내는 가운데 플랫폼 노동자만은 일의 특성상 그럴 수 없다. 플랫폼 노동은 플랫폼이 중개하여 행해지는 서비스의 종류에 따라 일하는 방식의 유연성을 확대하여 일하는 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고용 지위가 은폐되거나 명확하지 않아 적절한 권리 향상과 근로조건 보호를 위한 적절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불안정한 일자리만 양산될 수 있다. 

플랫폼 노동산업은 명확한 사용자가 없어 고용 없는 성장이라고도 한다. 플랫폼 노동자 다수가 근로계약이 아닌 개인사업자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최저임금이나 휴일 휴가, 퇴직금, 사회보험 등을 적용받지 못하는 것이다. 취약한 노동자일수록 법의 보호가 필요함에도 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플랫폼 노동자가 우리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무엇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최저임금제, 실업보험, 산재보험과 같은 사회적 보호에서 제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법처럼 전통적인 임금노동자에게 당연하게 적용되는 법적 권리로부터도 배제되는 등 노동시장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기존의 전통적 고용관계와 전혀 다른 플랫폼 노동자의 확산은 사회안전망의 정비를 포함해 다양한 고용노동정책 과제를 우리에게 제기하고 있다. 

OECD(2019)에서는 사회적 대화는 적절한 대표적 노동자의 조직이 없는 경우 종사자들의 권리와 보호 마련을 위해 보충적인 역할을 할 수 있고, 새로운 고용형태의 플랫폼 노동의 경우 기존 노사 단체, 정부 단체를 포괄하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적절한 규범과 규칙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독일(자율규범), 덴마크(단체협약), 이탈리아(사회협약)에서는 플랫폼 노동자들에게도 임금 노동자들과 동등한 권리를 부여한 사례도 있다.  

독일 금속노조(IG Metal)는 2017년에 플랫폼 기업, 독일 크라우드소싱 협회와 함께 자율준수 규범을 만들고, 플랫폼 노동자와 플랫폼 간의 분쟁을 해소를 위한 옴부즈만 오피스를 설립했고,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를 평가하는 온라인 사이트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또한, 덴마크 노동조합인 3F는 2018년 4월에 플랫폼 기업과 단체교섭을 맺고, 일정 시간을 플랫폼을 통해 일하게 될 때 최저임금, 연금, 휴가, 병가 급여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협약을 맺었다.

2018년 5월 이탈리아에서는 디지털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 향상을 위해 배달유니온, 이탈리아 노동조합, 이탈리아 일반노동조합총연맹이 플랫폼 기업과 협약을 맺고, 고정급 최저 시급, 초과근무 보상, 휴일 제도, 날씨 보상금, 산업재해 보상, 재활 보상 등 근로조건 향상 방안이 담긴 사회 협약을 맺었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국제사무직노조연합 한국협의회(UNI-KLC) 주최 포럼에서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디지털 시대 노동진영의 대응 과제로 ▲비고용 기간 사회적 보호 접근법 구체화 ▲사회적 재생산을 위한 소득 안정성과 교육훈련 제공 ▲고용 위계구조 속 공정한 대우확보 ▲차별받지 않을 권리 ▲노동자 발언 및 대표 권리 확보 등을 꼽았다. 그는 "지난 100년의 노동이 핵심부 정규직 고용자만 사회적으로 보호하는 것에 힘을 썼다면 미래의 노동은 비고용자도 사회적 보호가 가능한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종 플랫폼노동연대 위원장은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우선 건강권·생존권 보장이 가능하도록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을 적용하고 통상 노동자가 누리고 있는 최저임금과 유급휴가도 주어져야 한다"며 "이해관계당사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법·제도 개선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월 1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고용노동부·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2월 1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고용노동부·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고용노동부, 환경부, 농립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특수고용 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에도 각별한 관심을 당부했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업무보고에서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적용을 확대하고, 15개 직종의 표준계약서를 보급하는 등 특수형태 고용종사자 및 플랫폼 노동종사자의 노무 제공조건이 안정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노동하는 사람은 있지만 노동자는 없는 세상. 플랫폼 노동자들도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와 함께 법·제도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재난기본소득·노동 시간 준수·유급 휴무에 이르기까지 실질적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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