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이후①] 기본소득, 공유부인가 포퓰리즘인가(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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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이후①] 기본소득, 공유부인가 포퓰리즘인가(下)
  • 2020.03.12 01:31
  • by 김정란 기자

코로나19의 공포는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우리는 전문가들의 제안에 따라 모두 '잠시멈춤'하고 있지만, 새로운 위협에 대한 대비까지 '잠시멈춤'이어서는 곤란하다. 감염병은 공포스러운 존재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필요한 변화, 이미 변화하고 있는 것들을 그대로 드러내 주는 바로미터의 역할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사스, 메르스처럼 코로나19를 극복한 이후 그 기억을 점차 잃어갈 것이다. 세계적인 바이러스 전문가 네이선 울프는 자신의 책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에서 "사람들은 바이러스의 위협에 금세 무관심해진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하면 그것이 처음 인지됐을 때만큼이나 인간에게 엄청난 위협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리는 결국 이번 감염병을 극복하겠지만, 언제라도 이 위협은 다시 닥쳐올 수 있고, 그때는 이번에 드러났던 문제들을 개선한 상태에서 새로운 위협과 맞서야 한다. 이는 방역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라이프인은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새로운 변화와 변화가 필요한 곳을 들여다보고,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는 어떤 것인지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편집자 주]

 

▲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유튜브 강의를 통해 기본소득의 역사와 논쟁 등을 소개하고 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코로나이후①] 기본소득, 공유부인가 포퓰리즘인가(상)에 이어

■ 게을러진다 vs 안전망에 대한 긍정적 인식 부른다

기본소득 찬성론자들은 이 정책이 사회안전망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기도 산하 경기연구원은 청년기본소득 지급에 대한 만족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6%P)에서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수급자(3만2687명)와 경기도 외 지역 청년(만 24세 900명)을 대상으로 패널조사를 한 결과, 경기도 청년들의 '행복함 정도'는 63.5점으로 경기도 외 비교집단(59.0점)보다 높았다는 결과를 얻었다.

재난과 같은 비상상황에서 소요 등 민심의 동요를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기본소득당 관계자는 "대다수 노동자가 원활하게 유급휴가를 사용하거나 안정적으로 쉬어 가며 예방수칙을 지키기란 매우 어렵다. 대부분 감염에 대한 공포 속에서도 어쩔 수 없이 감염에 노출되기 쉬운 장소에 드나들어야 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힘들다. 또 감염에 대한 공포가 심화되면서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적대적이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며 "한시적으로 주어지는 기본소득은 모두가 생계에 대한 걱정과 전염에 대한 공포를 동시에 떠안고 살아가는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적어도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줌으로써 보다 '예방수칙'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유도하여 감염확산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 측면을 강조했다.

기본소득 지급 시 사람들이 일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대답은 어떨까? 근로 의욕에 대한 실험은 계속 진행 중이다. 핀란드의 경우 직업이 없는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했지만, 근로 의욕이 눈에 띄게 상승하지는 않았다는 면에서 실패라고 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기본소득을 근로 의욕 고취를 위해 지급해야 하는 것이냐는 것에서는 연구자들마다 차이가 있다. 특히 공유부를 주장하는 경우, 근로를 하지 않더라도 인간은 공동의 기여로 창출한 부를 나누어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근로 의욕 고취가 기본소득 지급의 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 증세에 민감한 여론, 표에 민감한 관료들은 변할까?

논의는 이제 시작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논의해야 할까? 기본소득에 대한 여론조사가 최근 들어 진행되고 있지만, 학자들은 "단순 조사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정보 없는 단순 조사는 단순히 이미지에 대한 호불호 선택에 그치기 때문이다.

일부 연령에 대한 기본소득이라고 볼 수 있는 청년기본소득을 시행하는 경기도는 정책 시행을 앞두고 숙의토론회를 진행한 바 있다. 기본소득 관련 여론조사에 참여한 사람 2,549명 중 선정된 표본 165명과 1박 2일 마라톤 토의를 진행한 것. 백승호 교수는 '숙의토론회'가 기본소득 등 복지 정책에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기본소득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은 참여자들은 토론회 전과 다른 선택을 내놓은 경우가 많았다. 기본소득의 필요성에 대한 긍정적 응답은 29.7% 포인트(46.1→75.8), 추가세금 납부 의향은 35.7% 포인트(39.4→79.1)증가한 것. 이 사례는 정책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이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정책 실현 가능성에 더 큰 장벽이 경제관료들의 보수성이라고 보고 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최근 활발한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질문을 받고 "현재 공부 중인데 세계적으로 아직 효과가 있다는 사례가 없다"며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로봇세'에 대한 빌게이츠에 주장에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2017년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정부는 혁신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금을 지원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 경기도는 청년배당 정책 실행에 앞서 시민과 함께하는 정책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 실현 가능성보다 중요한 것은 왜! 라고 묻는 것

기본소득에 대한 논쟁은 이제 시작단계다. 이 정책이 과연 실행될지, 실행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 것인지 우리는 더 공부해야 한다.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는 것이 사실인 만큼 충분한 토론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섣부른 정책 실행은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왜 지금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소득 감소에 대한 불안함이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을 불러왔다.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양극화와 플랫폼 노동자의 증가, 자동화시스템의 확대는 결국 노동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노동을 원해도 그를 통해 소득을 얻을 수 없을지 모르는 상황을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임시로 경험한 것이다. 

기본소득은 복지정책의 정답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변화하는 산업환경 속에서 어떻게 연대를 유지하며, 어우러져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고려하고 있는 한 가지 대책일 뿐이다. 지난해 한 포럼에서 만난 복지 전문가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복지정책의 대부분이 예전에는 말도 안 된다, 시혜적이다라는 비난을 받았던 것들이라는 점에서 생각해볼 때, 기본소득도 말도 안 된다는 관점보다는 어떤 효과가 예상되고 왜 필요한지를 제대로 들여다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이 아니라면, 어떤 정책으로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 대비할 수 있을까? 그것을 알기 위해서라도 당분간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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