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이후④] 전염병과 기후위기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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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이후④] 전염병과 기후위기의 상관관계
또 다른 '코로나19' 막으려면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 2020.04.03 18:22
  • by 노윤정 기자

코로나19의 공포는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우리는 전문가들의 제안에 따라 모두 '잠시멈춤'하고 있지만, 새로운 위협에 대한 대비까지 '잠시멈춤'이어서는 곤란하다. 감염병은 공포스러운 존재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필요한 변화, 이미 변화하고 있는 것들을 그대로 드러내 주는 바로미터의 역할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사스, 메르스처럼 코로나19를 극복한 이후 그 기억을 점차 잃어갈 것이다. 세계적인 바이러스 전문가 네이선 울프는 자신의 책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에서 "사람들은 바이러스의 위협에 금세 무관심해진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하면 그것이 처음 인지됐을 때만큼이나 인간에게 엄청난 위협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리는 결국 이번 감염병을 극복하겠지만, 언제라도 이 위협은 다시 닥쳐올 수 있고, 그때는 이번에 드러났던 문제들을 개선한 상태에서 새로운 위협과 맞서야 한다. 이는 방역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라이프인은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새로운 변화와 변화가 필요한 곳을 들여다보고,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는 어떤 것인지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편집자 주]

 

▲ 영화 '컨테이젼' 스틸컷. ⓒ워너브라더스코리아
▲ 영화 '컨테이젼' 스틸컷. ⓒ워너브라더스코리아

※본 기사에는 영화 <컨테이전>(Contagion)의 결말 부분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 2011년 개봉한 <컨테이젼>은 무서운 전염성을 가진 원인불명의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퍼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혼란이 초래되는 내용을 담은 재난영화다. 코로나19를 예견한 듯한 내용으로 개봉 9년만에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 작품은 바이러스가 발생한 원인을 보여주면서 끝난다. 공장을 짓기 위해 숲을 파괴하는 다국적 기업, 이로 인하여 서식지를 잃고 인근 돼지 축사로 날아드는 박쥐들, 박쥐에게서 바이러스가 옮은 상태로 도축된 돼지, 감염된 돼지고기를 요리하던 손을 씻지 않은 채 최초 감염자와 악수하는 요리사. 영화상에서 끝내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았던 바이러스는 박쥐에게서 돼지로,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전파된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현재 전 세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도 박쥐 등 야생동물을 매개로 사람에게 전파됐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즉, 동물과 사람 간에 전파되는 병원체로 인하여 발생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것이다. 1940년부터 2004년 사이에 발생한 감염병 유행 가운데 60%(신종 감염병 중에서는 75%)가 인수공통감염병이라고 하니,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인수공통감염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환경변화이다.

■ 기후위기, 환경의 역습

ⓒ픽사베이
ⓒ픽사베이

다시 영화 <컨테이젼>을 떠올려보자. 영화 속에서 바이러스는 박쥐로부터 시작됐다. 그런데 그렇다고 하여 극 중 바이러스로 인한 재난이 박쥐 때문에 발생했는가? 아니다. 영화에서 박쥐와 돼지를 매개로 인간에게 전파된 감염병은 결국 박쥐의 서식지를 파괴한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에서 기인했다.

현실에서도 밀림개발이나 삼림파괴 등으로 인한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 그에 따른 동물과 인간의 접촉 증가는 인수공통감염병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더불어, 환경파괴로 발생한 기온상승 등의 기후변화 역시 신종 감염병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온도, 강수량, 습도 등의 변화는 감염병 매개체의 생존기간과 성장, 병원균의 발달, 숙주의 분포와 개체수, 매개체의 서식지 등에 영향을 주고, 그로 인해 전염병의 전파 시기 및 강도, 질병 분포의 변화를 초래하는 것이다(기후변화에 따른 전염병관리 분야 적응대책, 김동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기후변화와 염병 질병부담'에서는 "2005~2007년 3년 동안의 전염병 발생을 기준으로 온도변화에 따른 전염병 발생을 예측한 결과 우리나라의 온도가 섭씨 1도 상승할 경우 5가지 전염병의 평균 발생률은 4.27%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야말로 '환경의 역습'이다.

이처럼 코로나19의 원인도 기후위기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이 말은 곧 코로나19 극복 방안에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도 필연적으로 포함돼야 함을 의미한다. 혹자에게는 '재난'이라고 할 만한 이런 비상시국에 환경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상황에 맞지 않는 소리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많은 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이 경고하듯이 기후위기 역시 코로나19만큼이나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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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하여 1도 상승했으며, 만약 상승 분이 1.5도를 넘어서면 지구온난화의 위협이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선 탄소 배출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로 줄여야 한다. 또한, IPCC는 전 세계가 현재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2028년이면 지구에 남아있는 탄소예산(IPCC가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도 이하로 막기 위해 정한 이산화탄소 배출허용 총량)을 모두 소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예산이 단 8년 분밖에 남아있지 않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1월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8월부터 2019년 7월까지 파괴된 아마존 열대우림의 면적은 9762㎢에 달한다. 서울 면적(605㎢)의 16배에 달하는 열대우림이 1년 사이에 파괴됐다는 뜻이다. 영국 왕립통계학회(RSS)는 '2010년대의 통계'(Statistic of the Decade)를 발표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개발을 위한 벌목 등으로 사라진 숲의 규모가 6만2160㎢이며, 이는 축구장 840만 개에 이르는 면적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사라져가는 극지방의 빙하나 매해 여름 전 세계에서 반복되는 폭염을 굳이 더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당면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는 기후위기가 초래한 또 다른 문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 왜 그린뉴딜인가? 경제·산업 시스템의 근본적 전환 필요

▲ 환경부 2020년도 업무계획 중 일부. ⓒ환경부
▲ 환경부 2020년도 업무계획 중 일부. ⓒ환경부

기후위기에 대한 위기의식이 전 세계적으로 커지면서 주목을 받는 개념이 있다. 바로 '그린뉴딜'(Green New Deal)이다. 그린뉴딜 정책은 1930년대 발생한 세계 대공황 당시 시행한 대규모 경기 부양 정책인 '뉴딜'에 친환경을 의미하는 '그린'을 더한 표현으로, 환경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말한다. 그린뉴딜은 기후위기와 불평등에 대한 대응책으로 떠오르고 있는바, 미국에서는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그린뉴딜 결의안'이 하원을 통과했고, 유럽연합(EU)은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 총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유럽 그린 딜'(European Green Deal)을 발표했다.

이처럼 많은 나라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그린뉴딜에 관심을 가지면서, 국내에서도 그린 뉴딜이 주목받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물론,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총선)을 앞두고는 정당들에서도 그린뉴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상황은 어떨까. 정부는 저탄소 순환경제 실현을 올해 정책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온실가스 감축 이행에 돌입한다. 이를 위해 환경부에서는 '범부처 온실가스 감축정책 이행점검·평가'(8개 분야, 78개 지표)를 처음으로 시행하여 그 결과를 올해 안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제3차 계획기간(2021~2025)' 시행을 위한 배출권 할당계획을 올해 상반기 중에 확정하고, 업체별·사업장별 할당도 연내 완료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이행과 국내 산업의 저탄소 혁신을 지원한다. 아울러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협약 당사국들에 올해까지 수립을 요청한 '2050 장기 저탄소 발전 전략'(LEDS)을 연내에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폭염, 가뭄 등의 기후변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2021~2025)'도 수립한다. 여기에는 국토·연안, 물관리, 생태계, 농수산, 건강 등 5대 부문의 기후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추진과제뿐만 아니라 취약계층 보호방안, 적응산업 육성방안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다만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EU 가입국 등과 비교했을 때 국내 정책이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크게 다섯 가지 안으로 이루어진 정부의 LEDS 검토안에는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넷 제로(Net-zero) 실행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 정부의 검토안에 담긴 다섯 가지 안은 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40~75%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검토안을 토대로 여론조사, 이해관계자 심층 간담회, 국민정책참여단 토의 등 폭넓은 사회적 논의를 실시하고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안을 올해 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그린딜을 의결한 EU의 경우를 보자. EU는 폴란드를 제외한 회원국이 탄소중립 목표에 모두 합의해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 계획이다. 개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15개 국가가 탈(脫) 석탄을 공식 선언해, 다수 유럽국가들이 빠르면 2021년에서 늦어도 2030년까지 석탄발전소 운영을 중단할 예정이다. 또한 영국은 2019년 영국 기후변화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기후변화법을 개정해 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1990년 대비 100%로 수정했다. 기존 80%에서 상향 조정된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9년 9월 열린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파리기후협정에 서명하지 않은 국가들과는 무역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세계 최대 갈탄 소비국인 독일도 갈탄 화력발전을 단계적으로 줄여 2038년 완전히 중단하는 동시에 2030년까지 자국 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수준까지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 하원을 통과한 '그린뉴딜 결의안'에는 203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목표와 함께, 목표 달성을 위해서 전력수요를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화석연료를 이용한 직군에서 일자리가 줄게 될 것을 감안하여 근로자들에게 취업 교육을 제공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등 전반적인 산업 인프라 전환을 상정하고 있다.

▲ '2050 저탄소 사회 비전 포럼'이 제출한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 검토안 중 일부. ⓒ환경부
▲ '2050 저탄소 사회 비전 포럼'이 제출한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 검토안 중 일부. ⓒ환경부

이처럼 그린뉴딜 정책은 단순히 온실가스를 줄이자거나 무조건 산업에 우선해 환경을 보호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린뉴딜은 화석연료 중심·양적 성장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경제·산업 시스템의 근본적인 전환을 의미한다. 자꾸만 빨라지는 지구종말시계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한 방안이기도 하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확진자가 폭증하던 국내에서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듯이 시간이 지나면서 코로나19 확산세는 점차 잠잠해질 것이다. 하지만 근본 원인이 이윤 추구와 양적 성장을 우선하는 사회·경제 체제에 있다면, 지금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다고 해도 곧 또 다른 전염병이 인류와 사회를 위협할 것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현재 무엇보다 방역과 시민들의 생계 유지를 위한 지원이 중요하겠지만, 이후에는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하고 자연과 인간이 상생할 수 있는 사회·경제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모두가 어려움에 신음하는 이 사태를 다시 겪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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