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일상을 잡아먹는 '노란 공룡', 공룡을 더는 키우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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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일상을 잡아먹는 '노란 공룡', 공룡을 더는 키우지 않으려면
  • 2021.10.07 14:24
  • by 노윤정 기자
▲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이러다 장례 때 운구차도 카카오로 부르겠다." 지인들과 만나 이야기하다 나온 말이다. 속뜻은 가볍지 않으나 당시에는 가볍게 웃고 지나간 우스갯소리였다. 저 우스갯소리가 다시 떠오른 건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 '라이언'이 그려진 '라이언 상조 서비스' 설명문을 봤을 때다. 누리꾼이 제작한 가짜 설명문이었지만, 해당 게시글은 온라인상에서 제법 화제가 됐다. 카카오가 상조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이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있을 법한 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최근 카카오와 네이버, 배달의 민족 등을 위시한 플랫폼 기업들의 사업 확장과 시장 독점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래서일까, 이번 달 시작한 2021 국정감사(국감)의 화두 중 하나도 '플랫폼'이다. '플랫폼 국감'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역시 5일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끊임없이 지적받은 독과점 논란,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에 대해 해명하고 답변하고 사과했다.

플랫폼은 기술의 혁신성과 효율성, 편리성을 무기로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았다. 문제는 플랫폼 기업들이 각자 분야에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의 계열사는 올해 상반기 기준 총 118개, 해외 법인까지 더하면 158개다. 산업의 곳곳에, 우리 일상의 곳곳에 손을 뻗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플랫폼 기업들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를 강요하고, 소비자와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미진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혁신과 성장의 상징'과 같았던 카카오였으나, 지금은 과거 대기업들이 이윤만을 추구하여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모습과 무엇이 다르냐는 말까지 나온다.

기자의 가족 중에도 직간접적으로 플랫폼 노동에 종사하는 구성원들이 있다. 대리운전기사인 가족은 카카오에서 대리운전 서비스(카카오T 대리)를 론칭한 후, 젊은 승객들의 이용률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해당 서비스에 가입했다. "카카오를 이용하는 승객들도 많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하니까 기사들이 많이 가입했지." 그리고 2년여가 지난 후, 카카오T 대리는 기사들이 가입할 수 있는 유료 서비스 '프로 서비스'를 도입했다. 물론 가입 여부는 전적으로 기사들의 선택에 달렸다. 그러나 정말 기사들에게 선택권이 있을까? "멤버십에 가입해야 단독 배정권을 주는데(매일 2회), 가입하지 않은 기사들은 안 좋은(요금이 낮은) 콜만 받는 거지." 사실상 기사들은 콜을 우선적으로 받기 위해, 요금이 높은 콜을 받기 위해 유료 서비스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

승객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 카카오T 대리를 이용해본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승객은 이코노미, 스탠다드, 프리미엄으로 나누어진 요금제 중 선택하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가장 저렴한 이코노미는 기사와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빠르게 연결되길 원한다면 더 높은 요금제를 이용해야 한다. 기사와 승객들은 상황이 이렇더라도 카카오T 서비스를 이용한다. 다른 선택지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기에 가능한 현상이다. 이러한 독점적 지위는 플랫폼의 영향력을 더욱 키운다.

그리고 또 하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라면 접종 전후로 행정안전부의 알림 서비스인 '구삐' 메시지를 받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알림 메시지를 무엇을 통해 받았는가? 아마 네이버와 카카오톡 등의 플랫폼을 통해서 받았을 것이다. 구삐는 하나의 예지만, 최근의 경향을 보면 정부 기관의 민간 플랫폼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개인들의 신상정보까지 자원으로 삼은 플랫폼 기업의 사회·경제적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플랫폼은 점점 더 막대한 이윤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플랫폼을 통해 발생한 이윤이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에게 돌아가느냐, 그렇지 않다. 플랫폼 노동을 통해 발생한 이익은 플랫폼을 소유한 소수에게만 돌아간다. 플랫폼이 표방하는 '공유경제'라는 말과 달리 실상 몇몇의 소수가 이익을 독점한다. 가뜩이나 보호 제도와 정책이 부족한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익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술혁신', '경영혁신'이라는 이름 앞에 소외된다.
 

ⓒEva
ⓒEva

그러나 무조건 플랫폼 기업을 비난하고 배척하기에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플랫폼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플랫폼 노동, 플랫폼 경제가 우리 일상에서 배제하기 어려울 만큼 깊숙이 침투해 있다. 그렇다면 플랫폼이 가진 기술적인 장점은 유지하면서 열악한 노동환경, 시장 독점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플랫폼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의 특징은 공통의 목적을 위해 조직하여 구성원들이 조직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인 방식을 통해 운영한다는 것이다. 플랫폼이 만들어내는 이익이 소유자에게 돌아간다면 모든 구성원이 그 플랫폼을 소유하는 형태로 전환하면 된다.

지난해 국내에서 간담회를 진행한 에바(EVA)의 사례에서도 플랫폼 협동조합 모델을 살펴볼 수 있다. (관련 기사: 플랫폼 협동조합, 한국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상상하다) 에바는 승차 공유 서비스 플랫폼 우버(Uber)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만들어진 택시 플랫폼 협동조합이다. 캐나다 퀘백 지역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2019년 정식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에바의 핵심은 블록체인 기술과 협동조합 지배구조의 결합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사람들의 데이터 통제권을 보장하여 정보가 독점되는 현상을 막고, 기사와 승객이 직접 조합원으로 참여해 권익을 보호하고 수익은 공정하게 배분한다. 에바의 사례는 플랫폼 협동조합이 기존 플랫폼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카카오는 '계열사'라는 표현 대신 '공동체'라는 표현을 쓴다. 더불어, 자신들의 사업을 설명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기술을 연결하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기 위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카카오 홈페이지 갈무리)라고 말한다. 카카오의 '공동체'라는 표현과 사업 이념 설명에서 읽을 수 있는 이미지는 더불어 사는 삶이다. 그러나 카카오를 비롯하여 지금의 플랫폼 산업이 그러한 이미지에 부합하는가? 아마 많은 사람이 이 질문에 고개를 저을 것이다. 그렇다면 플랫폼 산업 생태계는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까. 플랫폼 협동조합의 운영 원리에 담긴 진정한 연대와 상생의 관점에서 플랫폼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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