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비행ㆍ탈시설 청소년들이 한 인격체로 성장ㆍ자립하게 지원하는 사회적협동조합 청소년자립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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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기업, 그 생생한 현장을 가다] 비행ㆍ탈시설 청소년들이 한 인격체로 성장ㆍ자립하게 지원하는 사회적협동조합 청소년자립학교
  • 2023.11.11 17:16
  • by 정원각 객원기자

2023년은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11년을 맞는 해로 협동조합 법제화를 비롯하여 각 사회적경제 조직의 제도화를 점검할 시점이다. 지난해 정권이 바뀌면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책이 크게 축소되는 기조 속에 침체국면에 처할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구시 동구 안심마을 ▲전남 영광군 여민동락 ▲전남 목포 건맥1897협동조합 ▲경남 창원시 내서푸른주민회 ▲충북 옥천고래실 등 사회적경제 분야 조직들의 현장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타 사회적경제기업이 참고할 수 있게 모범적인 현장 기업들을 어떻게 활동하고 운영하는지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잼버리 대회에서 난관에 부딪힌 정부와 협력한 사회적경제 

지난여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참석자들 식사 등이 다급해진 정부는 사회적경제에 손을 내밀었다. "잼버리 대회 참석자들에게 하루 2300개의 도시락을 3일 동안 매일 조달했습니다. 더구나 비건, 할랄(이슬람교 교인들이 먹는 식품) 도시락이었습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 비건, 할랄 식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두부류와 나물은 전혀 할 수가 없었어요. 빨리 쉬니까요. 그런데 그 많은 도시락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사회적협동조합 청소년자립학교'와 협력하는 익산시의 민간 자원이 그만큼 풍부하고 다양하다는 것이죠. 신선한 식재료를 공급하는 로컬푸드 생산자, 대학생 자원봉사자, 시민사회단체 회원들, 사회복지사, 대학교수 등등이 밤새 도시락을 쌌습니다."
 

하루 2300개라는 엄청난 규모의 도시락을 공급한 곳은 '사회적협동조합 청소년자립학교(이하 '자립학교')'가 운영하는 '청년식당'이다. 그리고 이 청년식당은 자립학교가 청년들의 일자리를 위해 마련한 사업으로 직접 운영하는데, 직업 훈련도 겸하고 있다. 자립학교는 사각지대에 놓은 위기 청소년들의 자립을 위해 설립되었다. 특히, 비행 청소년들이 시설에 입소했다가 퇴소할 때, 돌아갈 가정이 없는 경우에 자립할 때까지 보호와 교육 등을 지원한다. 지원 내용으로는 주거 지원, 맞춤형 교육 그리고 취업, 창업 등이 있다. 2019년 3월 창립한 자립학교는 2017년부터 2년 동안 <시설보호 비행 청소년의 자립 지원 모형 개발>이라는 연구 사업을 진행한 안윤숙 교수(원광대)가 연구를 하다가 현장에 뛰어들어 창립한 협동조합이다. 자립학교 안윤숙 이사장을 만나서 그 과정을 듣고 정리했다.

가정 붕괴, 사회의 무관심, 무책임으로 위기에 놓 청소년, 청년들을 위한 협동조합

사회복지 연구자로서 만난 33명의 아이들은 한 명 한 명의 사연이 너무 기구하고 가슴 아팠다. 사업에 망해 가정이 해체되거나 부모에게 버림받은 정도가 아니다. 열 살도 되기 전에 아버지가 할아버지를 살해하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던 아이도 있다. 재혼한 아버지가 감옥에 가서 유흥주점을 하는 새엄마에게 갔다가 다시 할머니가 데려갔는데 거기서 친척 남자 어른에게 성폭행을 당한 아이도 만났다. 보호시설에 있다가 퇴소하여 집에 갔는데 엄마와 세 번째 동거하는 남자가 아이와 잠을 자겠다고 하자 남자에게 그러라고 하는 엄마를 보고 도망쳐 나온 아이도 만났다. 막장 드라마 이상으로 도덕이 무너진 가정과 사람들을 겪으면서 기성세대에 대해 분노하고 극한적인 적대감을 가진 청소년들을 만난 것이다. 이렇게 기성세대에 대해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만나서 대화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스스로 드러내지 않고 숨기 때문이다. 그래서 면담에 응한 청(소)년들에게 30만 원의 면접 비용을 준다고 하여 만날 수 있었다.

연구의 과정 속에서 만난 아이들과 현장 속으로 들어간 연구자

2년의 연구 사업은 사실 비행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하는 시장조사의 성격이 되었다. 그리고 연구 결과는 안윤숙 이사장의 논문 경력으로 쓰인 것이 아니라 연구실을 떠나 현장으로 가게 하는 사명서가 되었다. 다행히 주변의 많은 사회복지사, 대학교수,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시설장들이 힘을 보탰다. 2019년 창립할 때, 조합원 8명에 회원 130명이 참여하여 2500만 원의 출자금을 모았다. 그리고 매월 1~3만 원씩 후원하는 사람들도 약 70명으로 한 달에 약 150만 원이 들어온다. 이후 2023년 기준으로 출자금은 4500만 원이고 2022년 매출액은 2억 7000만 원이다. 자립학교가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은 위기의 청년, 청소년들이 스스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방법은 다양한 프로그램과 직업 훈련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사회적협동조합 청소년자립학교는 자립적인 생활을 살 수 있도록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다.

주거지원, 대안교육, 취업 창원 지원 그리고 돌봄 등 네 가지 사업 분야

자립학교는 크게 네 가지 분야의 사업을 한다. 주거지원, 대안교육, 진로와 취업 창업 지원, 돌봄 등이다. 이 네 가지 분야 중에서 주거지원은 위기 청소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비빌 언덕을 만들어 주고 심리적 안정을 주는 출발이다. 자립생활관으로 '블루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는데 그룹홈, 자립생활관을 통해 가족생활 체험을 할 수 있다. 가족생활은 과거 자기들이 겪은 불행했던 가정의 경험을 넘어 가족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다음으로 일상생활 체험을 할 수 있다. 식습관, 에너지 절약, 위생과 청결 그리고 안전과 위기 대처 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립생활관 운영 방식은 5일의 단기 자립 체험과 8개월의 중장기 자립체험이 있다. 2023년 5월부터는 바자울청소년회복지원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6호 처분을 받아 시설에 있던 청소년들이 시설을 나온 다음에 돌아갈 가정이 없는 경우 1호 처분으로 변경하여 입소할 수 있다. 지금까지 주거 지원을 받는 참여자들은 위기 청소년 33명, 바자울 6명 등 39명이다.
 

▲  자립생활관(위 왼쪽), 대안교육(위 오른쪽), 진학지원
▲ 자립생활관(위 왼쪽), 대안교육(위 오른쪽), 진학지원

두 번째, 자립학교에서 대안교육을 하는데 세 가지 방향으로 한다. 사회화 교육, 사회성 향상, 인성과 예절 교육 등이 그것이다. 이는 일반적인 가정과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인문, 사회, 경제, 문화, 예술, 체육 교육과 활동 등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기초 역량에 대한 내용들이다. 사회화 교육은 사람으로서 반드시 배워야 하는 가치관과 행동양식을 교육하고 사회성 향상에서는 다양한 사람과 함께 하는 놀이를 통해 세상과 마주하기 체험 등을 한다. 인성과 예절 교육은 스포츠를 통한 공격성과 충동성 조절, 스포츠 예절 체험 등이다. 이런 내용들은 함께 살면서 생활 속에서 느끼거나 체험 등을 통해서 배운다. 그리고 때로는 개별 상담, 집단 상담을 하기도 한다. 이 대안교육 참여자는 기초학습 44명, 기초체력 20명 등 64명이다.

지속가능한 자립을 위한 창업, 취업을 개인의 능력에 맞게 지원

세 번째는 진로와 창업, 취업 등에서는 각자에 대한 맞춤형으로 진행한다. 검정고시나 대학 진학 그리고 진로와 직업 훈련 등이다. 우선 진로교육은 진로 성숙도와 적성검사를 통해서 자기의 성격에 맞는 적성과 진로를 찾을 수 있게 한다. 검정고시를 원할 때는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와 연계하여 검정고시 학원에 다닐 수 있도록 하고 멘토 지원도 한다. 대학 진학을 하고자 할 때는 자신에게 맞는 학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제과제빵을 배우고 싶어 하는 청년이 있었다. 그런데 몇 달 만나는 동안 음식을 매우 잘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방향을 바꾸어 식품영양학과에 갈 수 있도록 하여 현재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지금까지 사회적기업 3명, 일반 기업 3명 그리고 대학 진학 3명 등 9명이 취업과 진학을 했다. 특히 비행청소년으로 6호 처분(아동복지시설, 기타 소년보호시설에 감호위탁 되는 처분)을 받았던 A 씨는 자립학교를 만나면서 전문대를 졸업하고 청년혁신가가 되고 현재는 바자울청소년회복지원시설 당직 선생으로 근무하고 있다. 
 

▲ 청년식당과 진로 사례.
▲ 청년식당과 진로 사례.

창업과 취업을 위해서는 정부나 자치단체의 직업 훈련과 연계한다. 예를 들어 취업성공패키지, 국민내일배움카드 등이다. 이외에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 직업훈련학교, 자활센터, 청소년쉽터, 한국폴리텍대학 등과도 연계하고 협력한다. 뿐만 아니라 한식 조리사나 바리스타 등에 대한 인턴십과 직업 체험을 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진로와 직업 훈련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청년들의 일자리를 위해 2020년부터 ‘청년식당’을 열었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다. 다행히 매장에서 식사하는 방식과 함께 도시락 배달을 준비하여 코로나의 어려움은 겪지 않았다. 청년식당에서 인턴십을 하기도 한다. 2021년에는 청년식당 2호점을 열었다. 이 과정 속에서 어려움도 겪었다. 경비와 인건비를 위해 안 이사장 개인이 카드와 보험 약관 대출을 약 5천만 원 받기도 했다. 다행히 지금은 많이 갚았다. 

청소년 돌봄, 지역사회 돌봄, 지구 돌봄

마지막으로 하는 사업이 돌봄 사업인데 이 돌봄에는 먹거리 돌봄을 핵심으로 하고 있으며, 그 안에는 청소년 돌봄, 지역사회 돌봄, 지구 돌봄 등이 있다. 특히, 그동안 청소년 중심으로 하던 돌봄을 넘어 지역사회 돌봄까지 확장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진행하는 '다정밥상'이라는 프로그램은 어르신들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지역사회 돌봄의 출발이다. 이는 청소년 먹거리 돌봄 등을 포함하여 지역사회에 '먹거리 돌봄 센터'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어르신들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한다고 해서 완제품의 음식을 제공하는 방법만 하지 않는다. 가령 월요일은 음식을 제공하고 수요일은 비만, 고혈압, 당뇨 등 건강을 위한 식단 관리를 하도록 지도한다. 그리고 금요일은 공유주방의 성격으로 스스로 반찬 등을 조리할 수 있게 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지원하는 비용은 약 15만 원으로 10여 명 식사가 가능한 금액이다. 그런데 실제 식사는 40~50명이 한다. 그만큼 청년식당에서 부담하는 것이 있기에 가능하다. 이렇게 먹거리 돌봄을 할 때,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고 일회용품이 아닌 다회용기를 사용하여 지구를 보전하는 지구 돌봄을 실천하고 있다.
 

▲ 청년고독사 예방 사업.
▲ 청년고독사 예방 사업.

2022년 10월부터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청년고독사 예방을 위한 사회건강안전망 구축사업'을 하고 있다. 20대 청년들이 혼자 살다가 죽는 고독사를 막기 위한 사업이다. 청년 1인 가구를 찾아서 다른 청년들과 식사하고 차를 마시고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청년들의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

청년들이 직접 참여하고 경영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향하여

이제는 내년 2024년 총회 때, 청년 조합원들을 늘리고 청년들이 임원에 많이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기 창업은 대학교수, 사회복지시설이나 청소년 시설의 단체장,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 지역사회의 명망가들이 중심이 되어 시작했다. 이제는 점점 위기의 청소년, 불안한 청년들 당사자들의 사회적협동조합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그래서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있고 이사로 들어와서 의사 결정에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리고 창립 후, 10년 정도가 되면 이사장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회계, 인사, 마케팅 그리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과 연계 등 경영을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 그래야 지속가능한 사회적협동조합 청소년자립학교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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