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의 가능성 ①] 보험을 협동조합으로 운영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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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의 가능성 ①] 보험을 협동조합으로 운영한다면?
  • 2021.08.01 16:32
  • by 송소연 기자

공제(控除)는 항목에서 차감한다는 뜻이다. 공제(共濟)는 협동조합방식의 보험을 의미한다. 그런데 생협법에서 공제(共濟)가 공제(控除)된 듯 추진되지 않고 있다. 2010년 생협법 개정으로 생협은 공제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지만,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본격적으로 공제사업을 운영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라이프인은 생협 3.0시대가 오기를 희망하며 복지 사각지대의 사회안전망을 만들고,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을 확장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공제(共濟)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세계적인 석학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Sapiens)'를 통해 호모 사이엔스가 세상을 지배하게 된 특징으로 협동을 꼽았다. 인간은 불리한 신체 조건을 가졌지만, 협동의 힘 덕분에 거대 동물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지배자가 됐다. 하지만 아무리 지배자가 인간이라도 늙거나 아프고, 장애와 실업을 당할 수 있다. 이러한 예기치 못한 위험에도 인간은 협동을 통해 이를 대비하고 극복한다. 

보험은 많은 사람들이 적은 금액으로 공동의 재산을 만들어 서로의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제도로 상부상조(相扶相助)의 정신이 깃든 제도다. 운영 주체에 따라 국가 운영하는 사회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기업에서 운영하는 민영보험, 그리고 협동조합 방식의 보험인 공제(共濟)가 있다. 

■ 보험은 영리, 공제는 비영리

보험과 공제는 가입해 매달 일정액을 납부하고, 일을 당했을 때 목돈을 받는 방식이기 때문에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 일반보험은 영리사업, 공제는 비영리사업이라는 점이다.

일반보험은 주주의 영리 추구를 위해 운영되며, 일방적으로 보험회사가 만든 보험 상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공제(共濟)는 함께 건넌다는 뜻이 담겨있는데 지역, 직장에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인 필요를 협동으로 해결하기 위해 연대해서 만든 조직을 기반으로, 적은 갹출금을 공동으로 모아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보험회사의 지급률은 2017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순보험료 기준 45% 정도이다. 반면 일본 전국생활협동조합연합회의 대표적 상품인 현민공제는 97%의 지급률을 보인다. 보험 지급률은 보험 가입자들이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청구한 보험금 가운데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비율이다.

ⓒfreepik

■ 사회안전망을 만드는 공제

한편, 한국에서는 사회적경제를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소셜벤처 등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사회적경제 역사가 200년 정도 된 유럽에서는 협동조합 이외에도 공제조합, 민간단체, 재단도 사회적경제로 본다. 

유럽의 경우 공제가 전체 보험 시장 중 4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한다. 유럽 사회에서 사회적경제 영역인 공제는 협동 자치와 연대를 촉진하면서 자주적 관리에 의한 경영을 통해 시민사회의 공익성을 강화하고, 조합원의 생활 개선과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실현하며 사회안전망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캐나다 퀘벡도 약 3,300개 협동조합과 공제조합에 약 880만 명의 조합원이 가입해 약 70%의 퀘벡인이 소속되어 있다. 퀘벡은 이를 바탕으로 약 10만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1,730억 캐나다 달러(약 160조)의 자산을 형성했다.

■ 국내 공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이에 반해 현재 국내에서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는 공제회는 약 100여 개 정도로 추정된다. 한국의 공제는 특별법상에 설립근거가 있는 공제와 민법(제32조) 근거한 공제로 구분하는데, 대부분 주무부서의 행정지도와 지휘·감독을 받아 그 현황 파악이 어렵다. 

국내 협동조합에서 공제사업을 하는 곳은 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신협 등이 있지만, 가장 크게 공제사업을 했던 농협은 2012년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로 분리ㆍ운영되면서 보험업법의 적용을 받게 됐다. 

생협의 경우 2010년 생협법 개정을 통해 전국연합회와 연합회의 공제사업 추진의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공제사업을 본격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공제 규정에 담겨야 할 구체적인 내용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여전히 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법 제도가 과거 10년 전에 머물러 있는 동안 2019년 기준 생협은 ▲조합원 140만 가구 ▲사업 규모 1조 4천억 원 ▲고용인원 1만 명 등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며, 건강한 먹거리 확대, 친환경농업의 확산, 소비자의 복리 증진,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발전을 이끌었다.

생협의 성장을 바탕으로 공제사업이 추진된다면 소비자의 힘으로 사회안전망을 만드는 대안운동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공제는 인센티브 구조를 통해 지급률을 높여서 경제적 편익을 제공하고, 조합원을 기반으로 한 상호부조 사업으로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조합원의 필요와 욕구에 맞는 상품을 조합원이 스스로 상품을 만들고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이제 공제에 대한 우려의 관점보다는 자율적인 성장을 위한 발판 마련을 고민해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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