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옷을 입어야 할 때"... 생협법 전면개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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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옷을 입어야 할 때"... 생협법 전면개정 시급
생협법 전면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 개최
  • 2019.12.06 23:59
  • by 이진백 기자
▲ 아이쿱생협연합회는 지난 4일 국회도서관에서 국회사회적경제포럼(대표의원 박광온)을 비롯해 추혜선 의원(정의당), 전해철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생협법 전면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해(2018년) 기준, 한국의 4개 생협연합회에 속한 회원조합은 163개 조합이며 조합원(가구)수는 119만5천 가구, 사업액은 1조1,434억 원에 달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당시 생협중앙회 회원현황을 살펴보면 조합은 68개, 조합원은 6만1,967가구, 사업액은 약 336억원을 기록했다. 두 시점을 비교해 보면 지난 30여 년간 한국의 생협은 조합 수는 2.6배로 증가하였고, 조합원 수는 21배 늘었으며, 사업액은 41배 성장했다.

지난 20년 사이에 사회적기업육성법과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었고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 사회적경제가 크게 성장했다. 1998년 제정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하 생협법)은 2010년 전부개정을 통해 지금의 틀을 갖게 됐다. 이후 지금까지 큰 변화가 없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성장한 사회적경제에 발맞춰 생협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생협법 전면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이쿱생협연합회는 지난 4일 국회도서관에서 국회사회적경제포럼(대표의원 박광온)을 비롯해 추혜선 의원(정의당), 전해철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생협법 전면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생협법 제정 20년이 지나고 또 생협법 전부개정 10년을 맞이하면서 새롭게 제기되는 생협법 개정의 필요성과 과제를 함께 살펴보고 이후 보다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하고자 마련됐다. 

▲ 박인자 아이쿱생협연합회 회장.

박인자 아이쿱생협연합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처음 생협법 제정(1998년 12월) 후 10여 년이 지난 2010년에 이르러서야 생협법의 한계를 대폭 보완한 생협법 전부개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후 10년 동안 비약적인 성장을 한 생협의 현실을 현재 생협법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생협의 성장과 법적 안정성을 위해 생협법 전면개정이 필요하다. 오늘 이 토론회는 생협법 전면개정을 요청하는 첫 포문을 여는 자리다. 소비자 후생복지, 친환경농업 경쟁력 향상, 또 지역사회 생협 활동가들의 운동을 보장할 수 있도록 지금에 맞는 새옷을 입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 추혜선 국회의원(정의당).

이어 추혜선 의원은 축사를 통해 "생협이 새옷을 입을 때가 됐다는 박 회장님의 말에 공감한다. 지난 법안소위 때 6220명의 서명지를 들고 가서 이 법안 통과를 촉구했는데 아직도 법안소위에서 계류 중이어서 마음이 무겁고 큰 죄인인 것 같아 이곳에 오는 길도 발길이 무거웠다"며 "20대 국회가 가기 전에 반드시 법안을 통과시켜 생협이 우리 공동체의 풍성하고 따뜻함을 더해줄 수 있는 플랫폼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전부개정의 필요성과 정비방향'이란 주제로 발제에 나선 김대훈 세이프넷지원센터 센터장은 생협법 개정 필요성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 생협운동의 현황 및 주요 특징 ▲생협법의 제정과 개정경과 ▲한국 생협 관련 법제도 상의 장애요인과 미비사항 ▲한국 생협법 전부개정의 기본 방향과 주요 과제 등에 관해 설명했다. 

▲ 생협법 전면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김대훈 세이프넷지원센터 센터장.

◆ 한국 생협운동의 발전요인 및 사회 기여

김 센터장은 한국 생협의 발전요인으로 3가지를 꼽았다. 그는 "①한국 생협은 정부 주도의 특성이 강한 한국 협동조합운동의 토양 속에서 신협과 함께 자생적이고 자립적인 협동조합운동의 특성을 견지하며 발전해 왔다. ②한국 생협운동의 기초에는 과거에서 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계승, 재생산되어 온 수많은 협동조합 운동가와 조합원 활동가의 헌신, 열성적이고 자발적인 참여가 있었다. ③한국의 생협은 사업적 측면에서 상업자본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함께 태동한 유럽의 협동조합과 달리 자영업 및 상업자본에 의해 소매유통시장이 선점된 상황에서 시장에 진입해야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 생협이 안착할 수 있었던 요인은 소비자가 필요로 하지만 시장에는 없는 상품(친환경 농산물)을 취급(희소성)하고 생산자와 소비자 간 긴밀한 협력과 상호유대를 기반으로 물품에 대한 신뢰기반을 확고히 구축(신뢰성)한 것이 주요한 요인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친환경 농식품의 생산공급 뿐 아니라 식생활 및 생활습관의 변화를 통한 국민의 건강 및 복리 증진에 기여 ▲지속가능한 생산과 윤리적 소비를 실천해 사회 공익을 실현 ▲한국 협동조합운동, 사회적경제의 활성화와 민주주의에 대한 기여 등 3가지를 한국 생협운동의 사회 기여 요인으로 꼽았다.

 생협법의 제정과 개정 경과

생협법은 1998년 12월에 제정되어 생협이 법인격을 갖추고 활동하는데 있어 제도적인 뒷받침을 했다. 사단법인, 개인사업자 형태로 운영되던 생협이 법적인 형태를 가질 수 있었다. 생협법의 제정은 법,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근거가 되었고 이를 계기로 생협은 협동조합의 꼴을 갖췄고 공조직으로서의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게 됐다. 그러나 총 23조로만 구성되는 등 특별법적 지위 외에 내용이 없고 규제 조항이 많아서 법 제정 이후 생협들은 10여 년이 넘게 계속해서 개정을 추진해 왔다. 23개 조항에 불과하던 법령이 88개로 늘고 제대로 된 체계를 갖춘 것은 2010년 전부개정 때다. 2010년 개정 생협법은 생협이 생활에 필요한 물품까지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 범위의 확대', '공제사업 가능', '유사명칭의 사용금지', '국가 및 공공단체의 생협에 대한 지원 명시', '연합회와 전국연합회의 법적 근거 마련' 등의 내용을 골자로 했다. 

◆ 법제도 상의 장애요인과 전부개정의 기본 방향 

김 센터장은 "지난 10년간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함께 조합원 가입이 급증하고 생협의 대중화가 빠르게 진전됐다"며 "그러나 법 체계는 과거 10년 전에 머물러 현재 생협의 사업구조와 정책적 필요를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공제사업 시행 근거는 마련됐지만 인가 기준 설정 등 절차가 갖춰지지 않아 조합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공식적인 공제사업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개정이 필요한 이유로 들었다. 김 센터장은 "이 때문에 매우 초보적인 수준의 상호부조 사업 정도를 비공식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주무부처와 생협 간 거버넌스 부재 ▲조합원 차입 등 자본확충 및 자본조달 수단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 부재 ▲협동조합 간 협동을 촉진하기 위한 조직체계, 제도적 뒷받침 부재 ▲생협의 과도한 상호성 기준과 차별적 규제 등을 법 제도상의 장애요인으로 거론하며 생협법 전부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센터장은 생협법 전부개정의 기본 방향으로 3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생협과 주무부처 간 정책거버넌스의 구축과 중장기 발전계획의 수립체계 구축, 협동조합의 자본확충 및 자금조달 수단의 확충, 협동조합 간 협동을 촉진하는 조직체계의 도입근거 마련, 협동조합 간 공동행동을 제한하는 공정거래 및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 적용제외 근거 명시 등 ▲생협운동의 생태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공동기반을 공고하게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과도하게 엄격한 생협에 대한 상호성 기준을 타 법률과 동등한 수준으로 정비, 상호성의 충족여부에 기준해 세제지원의 여부와 연계 등 ▲협동조합의 상호성의 원리에 기초해 생협의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생협운동의 입장에서도 여러 층위가 있는 법적, 제도적 수요를 포용하고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제도개선, 생협법 개정을 위한 논의를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 생협운동의 다양한 양상을 생협법이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조제희 변호사.

이어진 발표에서 조제희 변호사는 '생협법 전부개정 과제별 세부검토'란 주제로 현행 생협법 문제조항들을 협동조합기본법, 농·수산업협동조합법, 신협법 등과 비교 검토하면서 대안을 제시했다.

조 변호사는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 강화를 위해서는 '정의', '목적', '법인격' 조항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비조합원 이용의 기준과 원칙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생협의 주체가 되는 '소비자'의 개념 정의가 없고 생협의 개념에 대해서도 추상적, 동어 반복적으로 정의되었다"며 "협동조합의 개념에 부합하는 생협의 법적 정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행 법에는 생협의 법인격에 대한 명시 규정이 없는바 생협의 법인격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조합원 이용에 대해서는 "국내 개별법, 기본법 등 협동조합 관계법에 공동된 사항으로 검토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조합원의 이용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원칙적 허용하되 비조합원 이용 부분에 대해 비영리법인 조세 혜택을 제외하거나 조합원 이용비율이 50%를 초과할 경우에만 세제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전국연합회 설립요건 개선, 공동사업법인의 설립근거 마련, 자회사 설립의 법적 근거 마련, 공정거래법 예외 명문화 등 생협의 조직 생태계 기반 조성에 관해 이야기 했다. 조 변호사는 "현재 전국연합회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전체 인가된 생협의 1/2 이상이 참여해야 하는데 이는 현재 유사의료생협 등의 난립으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한 기준이며, 물품공급을 주 업무로 하는 생협과 의료생협의 사업 내용과 조건이 상이한 상태에서 부적절한 기준"이라며 "전국연합회를 주된 업종별로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다. 즉, 개정안과 같이 물품 공급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생협과 보건의료생협으로 구별하는 것이 적절할 것"같다고 전했다.  

그는 ▲생협채권(조합원 차입) 도입 ▲우선출자제도 도입 ▲출자전환·회전출자 도입 등 생협의 자본확충을 위한 금융생태계 기반 조성 수단 확보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조 변호사는 "두레생협, 한살림연합 등 주요 5개 생협연합회는 연 1조2000억원 가량 매출을 올리는 대규모 사업을 운영하는 경제단체임에도 현재 생협법은 출자금 외에 아무런 자금 조달수단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주식회사의 경우 상법 및 자본시장법에 따라 불특정 다수인에게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농협·수협 역시 조합채 발행이 허용된다. 또한 농협·수협은 우선출자제도와 배당금의 출자전환제도 등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생협의 경우에는 이러한 제도적 수단이 없어서 현재의 경영 규모에 걸맞는 자금 조달의 제약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이쿱생협의 경우 조합원을 대상으로 차입을 실시해 수매자금이나 친환경 농식품 클러스터 조성 등 대규모 자금 수요에 대응해 왔으나, 이에 대해 일각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몰이해에 근거한 '유사수신행위' 의혹을 제기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타 생협의 경우에도 매장개설, 물류센터 건립을 위해 조합원으로부터 차입을 받아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다수 있다"며 제도를 정비해 유사수신 시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변호사는 "생협의 경우 농협, 수협과 달리 금융업이 허용되지 않는 점을 감안, 조합원에게 생협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연합회가 회원과 회원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의안번호 제2021079호)이 발의되어 있다.

조 변호사는 "생협의 협동조합적 성격, 다른 협동조합들과의 협력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기획재정부가 생협 주무부처가 되는 것이 타당하고, 협동조합기본법 등을 참고해 주무부처가 정기 실태조사 및 중장기 발전전략을 수립토록 하고 생협 당사자(연합회, 전국연합회 등)가 참여하는 정책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생협계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생협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와 각급 학교의 지원 근거 마련  ▲생협 운영의 자율성 제고와 외부 이사제 도입 ▲법인 조합원 허용 ▲협동조합기본법 준용 등 개선되어야 할 운영 과제들도 살펴봤다.  

주제발표에 이어 종합토론은 '생협법 전면개정 방향과 내용'이란 주제로 김형미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소장이 좌장을 맡고, 토론 패널로는 최현호 두레생협연합회 상무,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기획위원장, 김용진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정지영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과 사무관이 참여했다. 토론자들은 한 목소리로 생협법 전면개정 필요성에 힘을 보탰다. 

첫 토론자로 나선 최현호 상무는 5개 생협연합회(대학생협, 두레생협, 아이쿱생협, 한살림생협, 행복중심생협)가 조율하고 합의한 9가지의 생협법 개정 과제를 확인하고 추가 논의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 언급했다.

최 상무는 "생협법 개정은 기본적으로 생활협동조합 진영 내의 협의와 합의의 산물이 되어야 된다"며 "생협진영들이 모여 추가로 논의를 통해 의견을 모으는 자리를 만들어 지혜를 모으고 토론회도 함께 진행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협법의 개정은 조항에 따라서는 생활협동조합의 방향을 법이 재규정할 수도 있다. 정부나 정치권 주도나 일부 생협 만의 교섭에 의해 개정되어서는 곤란하다"며 "현 시기의 생협진영의 방향을 함께 의논하고, 협의와 합의를 통해 법개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민수 정책기획위원장은 협동조합기본법 또는 사회적경제기본법 등 전체를 고려한 생협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생협법을 옷에 비유하며 "이제 옷을 갈아입을 때가 되었다. 다만 예쁘게 갈아 입을 생각을 하지 말고 조금 안맞는 것 같더라도 (생협들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크게 갈아입으라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협동조합이 영리도 비영리도 아닌 사업을 하는 기업조직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금의 구조를 두고 장기적으로 생협법과 협동조합기본법을 동시에 개정해 사업조직으로서의 협동조합의 본질을 기업하려는 사람들에게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며 "협동조합이 자신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사업적으로 성장 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으며 주식회사 기업에 비해 자금조달이 어렵도록 되어있는 차별적 요소에 대해서는 반드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조합원 차입(생협채권)의 근거 마련, 우선출자제도의 도입, 공제사업의 조속한 시행 과제에 대해서는 시급한 개정, 제정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생협법 뿐만 아니라 협동조합 전체와 조응(일례로 이종간협동조합이 가능하도록 기본법 개정 작업이 추진 중에 있음)하면서 향후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이라는 과제를 포함하여 제도(법률, 규칙, 행정, 절차, 관행, 계약)를 개정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말로 (발언을) 끝맺었다.

김용진 변호사는 생협법을 전면개정해야 한다는 두 발제자의 주장에 대부분 동의하면서 그 논거에 보완이 필요한 사항과 일부 이견이 있는 사항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김 변호사는 연합회의 공제사업 허용에 관해 "현행 생협법상 연합회와 전국연합회의 공제사업은 명백히 허용되는 것이다(생협법 제66조 제1항). 법개정이 이루어진 지 10년이 다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공제규정에 담겨야 할 구체적인 내용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여전히 정하지 않고 있어 생협연합회도 공제사업을 본격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가 일정한 사항의 규율을 행정부에 위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부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권력분립의 원칙과 법치국가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 지적하며 "이러한 '행정입법부작위'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주무관청에서도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협동조합의 자금조달 방안인 '우선출자제도'는 이미 다수의 개별법상에 마련된 제도이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많은 국가의 협동조합법제에서도 다양한 모습으로 채택하고 있는 제도라며 이는 큰 위험부담 없이 신속히 도입할 수 있는 제도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자금조달 방안인 조합원 차입에 관해서는 일정한 절차규정을 생협법에 둠으로써 유사수신행위 규제법의 적용을 명확하게 배제시킬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 변호사는 생협법에 협동조합현장의 목소리가 담기지 못하고 있는 것은 상당부분 주무관청의 지나친 보수적인 태도 때문인데 장기적으로 '협동조합기본법'과의 체계정합성을 고려한 입법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협동조합기본법'의 주무관청인 기획재정부가 생협법까지 소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설립된 소비자협동조합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현행 법제 하에서는 그 실질이 동일한 조직이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설립될 수도 있고 생협법에 따라 설립될 수도 있다. 생협법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며 "만약 생협법이 전면개정된다면 기본법과의 관계를 염두에 둔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조합원의 이용은 협동조합의 사업 규모를 적정하게 유지할 수 있게 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데 직간접적인 기여를 한다. 따라서 생협법이 비조합원 이용을 규율함에 있어서도 다른 개별법과의 균형을 고려해 비조합원의 이용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그 범위를 일정하게 제한하는 방식의 입법을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패널 참여자인 정지영 사무관은 주무부처 이관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와중에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지만 지금은 담당자이니 큰 틀에서 몇 가지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정 사무관은 "협동조합의 정체성과 조합원의 통제력을 강화하고 또 온전히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 적극 공감하고 또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생협은 협동조합 중에서도 소비자들의 자주, 자립적인 협동조합 운동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합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협의 조합원의 자격이 되는 '소비자'의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법인격'에 대해 명시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공감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특히 '법인격'에 관해서는 "실무에서 일을 하다보면 '생협이 비영리 법인입니까?'라는 질의가 많이 들어오기도 한다"며 "이러한 부분에서는 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 실제로 이와 관련된 법안(이학영 의안)이 발의되었을 때 공정위도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소비자의 개념 정의에 앞서 '소비자'의 범위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정 사무관은 "조 변호사님께서는 현행 소비자기본법 제2조 소비자의 개념을 인용해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해 주었는데 기본적으로는 좋은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현재 소비자기본법 상의 소비자 개념 역시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과 이에 대한 개정요구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현재법에서 자연인 외에 법인을 소비자의 범위에 포함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 이에 대해서 유럽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법인을 제외한 자연인 만을 소비자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점도 충분히 고려해서 개념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사무관은 "공동사업법인, 자회사, 채권발행, 출자전환·회전출자 도입 등 국가 주도로 육성해 온 농·수협의 제도를 많이 제시해 주셨는데 그것들을 생협에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특히 채권발행이나 자회사 설립과 관련된 많은 과제들이 농·수협법에서만 있고 협동조합기본법 등 기타 법령에서도 아직 시행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농·수협은 타 협동조합과는 달리 특수성이 있다. 농·수협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 변호사는 많은 부분에서 개정안을 농·수협의 사례를 예로 들었는데 농·수협의 성격이 생협과 매우 다르다는 것은 인식을 하고 있다. 농·수협은 금융기관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는 분명히 있다. 농·수협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조항들을 그대로 따올 수는 없지만 분명히 참고를 하고 생협의 조건에서 도입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를 하시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정사무관은 "제도개선 과정을 제시해 주셨는데 하나 하나가 크고 고민이 많은 과제들이다. 공정위에서 기재부로의 소관부처 이전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소관부처 이전과 생협법 전면개정과 같은 큰 과제를 같이 진행할 수 있는지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며 "어쨋든 (공정위는) 시급한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도록 하겠다. 많은 도움을 부탁드린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새로운 생협법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야 할까? 이날 토론회의 참석자들은 생협법 개정과 관련된 여러 과제들을 협동조합기본법 등 사회적경제 전체 차원에서 바라보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데 모두가 공감했다. 

생협은 친환경유기농식품의 조직화된 거래를 통해 안전한 식품의 생산과 소비, 적정한 농업과 환경의 보전 등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조직에서의 안정적인 일자리의 창출이라고 하는 역할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생협은 지역에서의 다양한 시민사회세력과 더불어 공정무역, 도농교류, 의료, 교육문제 해결 등 다양한 생활문화 서비스의 제공 등을 통해 지역공동체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2010년 생협법 전면 개정 이후 10년이 지났다. 생협 규모와 사업 범위, 경제 상황, 정치 및 법제도에 그동안 큰 변화들이 있어왔기에 새로운 10년을 위한 생협법 전면개정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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