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뉴노멀④] 뉴로컬 모델 독법(讀法) "성공모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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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의 뉴노멀④] 뉴로컬 모델 독법(讀法) "성공모델은 없다"
  • 2021.06.18 11:06
  • by 전영수 교수(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전 국토에서 수도권 면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다. 이 좁은 지역에 전체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고 있다. 서울에서는 주택난 등 각종 도시문제로 과밀화 해소를 이야기할 때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인구 감소로 인한 소멸 위기를 현실로 맞닥뜨리고 있다. 이러한 지역 격차는 인구문제만이 아니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문제다. 수도권에 자원과 인프라가 쏠리니 사람들이 몰리고, 사람이 몰리니 또 자원이 쏠린다. 이 과정에서 경제는 물론 복지, 의료,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부문에서 격차가 생긴다. 이와 같은 지역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오랜 시간 균형발전을 논의하고 정책화해왔지만 여전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의 삶은 불균형하다. 이제는 지역활성화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때다. 지역활성화의 '뉴노멀'이 필요하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가 지역활성화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제언을 전한다. [편집자 주]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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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는 없다. 애타게 찾아 나서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있음 직해도 들춰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입소문이 나 발품을 팔아봐도 기대 이하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혹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그저 그런 발걸음이 되기도 한다. 허탕까진 아니라고 의미 부여를 해보지만, 닿기 힘든 신기루임은 분명하다. 와중에 파랑새를 좇는 행렬은 끊이질 않는다. 유명할수록 수많은 언론·학자·기관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오죽하면 전담인력까지 배치해 대응할 정도다.

지역활성화와 연결하면 파랑새는 성공적인 결과로 이끄는 모델 혹은 시스템을 비유한다. 사견이지만, 정답이 안내된 추억 속의 '표준전과'일 듯해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파랑새는 없다. 최소한 힌트라도 얻어내면 다행이다. 그래도 이를 축적하고 분석하면 범용적인 가이드라인 정도는 만들 수 있기에 고무적이다. 그만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지역활성화를 거창한 타이틀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일부만 관심을 갖는 파랑새 찾기로 폄하할 이유도 없다. 한국 사회의 큰 화두이자 개개인의 삶과 직결되는 생활 이슈인 까닭이다. 어떤 정책 과제든 어떤 개인의 인생이든 최종적인 지향점, 목적지는 행복 증진으로 요약된다. 또, 그 실현 무대는 지역으로 불리는 공간일 수밖에 없다. 살아가는 곳이 재미나고 건강하며 보람찰 때 사람은 행복을 느낀다. 지역활성화는 이를 실현하는 다양한 사업을 총칭한다. 결국 지역활성화는 내 삶의 문제이며, 내 가족의 미래를 결정할 중차대한 이슈다. 그만큼 지역활성화의 표준전과는 직접적이고 긍정적인 바로미터로 이해된다. 적은 수업료로 많은 성과물을 내주는 지름길로 여겨지는 셈이다. 파랑새를 좇는 숱한 동기가 여기에 있다.

소문난 성공모델? 밑그림은 배워도 채색은 스스로!

개인적으로 지역활성화의 파랑새를 찾고자 많은 곳을 노크했다. 특히 선행 경험이 많은 일본 곳곳의 지역현장을 두루 찾아다녔다. 한국 상황과 판박이처럼 꼭 닮은 제도·현실이 많아 꽤 유의미한 경험으로 여긴다. 물론 다른 점이 더 많기에 정밀한 비교·적용은 필수다. 그럼에도 성공 현장에는 뭔가 강력한 공통 에너지가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절반의 성과였다. 공통조건만큼 차별되는 지점이 많았다. 무게중심과 우선순위는 제각각이었다. 동원된 공통변수는 있었으나 기여한 비중과 수준은 달랐다. 상관관계는 있었지만,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았다. 지역마다 기저에 깔린 조건과 배경이 달랐던 탓이다. 따라서 범용화나 일반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중요한 것은 파랑새가 아닌 파랑새를 찾는 여정과 그 길을 알려주는 힌트다. 없는 표준전과를 찾을 게 아니라 종착지에 닿도록 안내하는 나침반을 구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실효적이다. 일종의 범용화된 설계도를 구축해 이를 고도화하는 식이다. 처음엔 성글더라도 갈수록 완성도를 높이면 반면교사이든 벤치마킹이든 선행 경험의 존재 이유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가성비를 높이고 취지를 더 입증해내는 보다 수월한 사업 방식도 추출된다. 비유하자면 수많은 부품으로 구성된 장난감을 조립도에 따라 완성해가는 과정과 닮았다. 부품마다 부여된 번호를 따라 순서대로 조립하며 난해하고 복잡한 결과물을 손쉽게 마무리지은 경험을 지역활성화에도 적용해보자는 이야기다.  

당연한 말이겠으나 그 설계도 역시 완성본은 아니다. 설계도가 기본 골격에 해당하는 순서나 방식은 알려줄 수 있어도 세부조건은 지역마다 달라질 수밖에 없다. 총론은 비슷해도 각론은 달라야 하는 것이 지역활성화다. 따라서 설계도의 범용화를 시도하되 세세한 실행방식은 저마다의 지역색채를 덧대는 것이 바람직하다. 범용적으로 차용할 표준화는 중앙정부, 연구자가 하더라도, 펼쳐놓고 하나하나 적용하며 강점은 키우고 한계는 줄이는 방식의 수정은 지역현장의 몫이다. 그 속에서 지역만의 차별화되고 착근적인 실현모델이 도출된다. 동시에 설계도는 범용적이라도 사업순서, 세부사항이 반영될 시방서(사양서)는 사업마다 모두 달라진다. 지역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의 숫자만큼 시방서는 다양화되고 고도화되어야 한다. 단년사업이 아닌 장기과제라면 매년 업그레이드를 위한 수정은 필수다. 유사사업은 물론 결이 다르더라도 지역활성화 취지에 연결되는 프로젝트라면 시너지 창출을 위한 연대·협력 지점도 설계도 및 시방서에 포함하면 좋다.

"서류는 있는데 주민은 없다?"…정말 '활성화'에 성공했을까?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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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활성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펼쳐진다. 중요하고 시급할뿐더러 거액의 예산까지 투입됐거나 예고돼 굳이 지역균형뉴딜을 언급하지 않아도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큰 이슈다. 그럼에도 아직 시방서는커녕 설계도조차 없거나 마뜩잖은 게 지역현장의 현실이다. 해서 관성적인 공모 절차에 따른 정부주도형 프로젝트가 '행정적'으로 내려오고, 이런 정보에 밝거나 '문서적'인 참여 조건을 갖춘 일부 조직이 독점하는 사례가 많다. 이후엔 사업 취지보다 행정 편의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며 명목상의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물론 공모부터 심사까지 외부평가 및 사후검증 과정이 있으나, 예산·기간상 한계로 엄밀한 성과 평가는 힘들다. 여느 수많은 정부 사업처럼 기계적인 행정공정에 맞춰 문서상으로만 잘(?) 마무리된다. 지역 행복을 위한 사업임에도 서류만 남고 주민은 없는 프로젝트가 되는 괴이한 현실이다.

혹은 무분별한 벤치마킹에만 의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어느 지역에서 성공했다는 말이 들리면 무조건 베껴보는 식의 접근방식이다. 선행 사례에서 힌트를 얻자는 취지는 좋으나, 배울 것과 버릴 것의 엄밀한 구분 없이 무작정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동일한 주제인데 지역만 다른 닮은꼴 지역축제가 난무하는 것처럼 되기 쉬우니 신중할 필요가 있다. 지역성 없는 그저 그런 사업은 되레 경계대상이다. 아쉽게도 범용의 밑그림인 설계도를 자체화하지 않는 것은 물론, 달라야 하고 다를 수밖에 없는 시방서까지 '복사 후 붙여넣기'에 익숙한 현장이 많다. 호평을 받는 선행 사례의 벤치마킹은 전략적일 때 성공한다. 일반화된 설계도는 배우되 차별화될 시방서는 내재화해 적용해야 유의미하다. 한 곳에서 성공했다고 다른 곳까지 성공할 수는 없다. 베껴왔으니 혁신성과 지역성은 희석될 수밖에 없다. 손쉽게 차용할 수는 있으나,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는 자충수에 가깝다.

더 우려되는 점은 알려진 성공모델이 정말 성공적일지에 관한 문제다. 즉 성공모델을 볼 경우에는 유의해야 할 자세·지점이 존재한다. 요컨대 추종하기 쉬운 모델은 사실상 양날의 칼이다. 언론·행정·연구자가 사례 분석을 통해 혹은 그 과정에서 지역이 설명하기 좋은 개념을 이리저리 엮어내 만들어낸 이미지일 수 있다. 물론 틀리진 않겠으나, 정밀한 평가로 공감대를 획득한 모델은 아닐 수 있다. 외부에 알려지는 중에 독창적인 성과 홍보에 치중해 한계는 축소되고 장점은 과장될 수 있다. 무의식중에 주관성과 작위성이 개입해 받아들여지는 측면도 있다. 특정한 목적성과 의도성을 지닌 평가 결과는 더 그렇다. 가령 외부에 알리고픈 동기가 있을 수밖에 없는 해당 지자체발 자화자찬 혐의는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직접적으로는 장기집권과 중앙도약을 원하는 정치 세력에 활용될 위험이 내재한다. 더욱이 한번 텍스트화되면 그 이후에는 면밀한 추가 조사나 새로운 시선반영 없이 자동항법처럼 '○○모델'로 불리며 자가발전하는 경우마저 적지 않다. 막상 현장조사를 가보면 알려진 것과 달라 실망스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표준모델 없는 지역활성화, 동네마다 달라야 성공해

▲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본인 제공.
▲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본인 제공.

그럼에도 '○○모델'로 호평받는 선행 사례는 수많은 주목을 한 몸에 받는다. 지역소멸의 위기감이 짙어질수록, 사업 추진의 필요성이 높아질수록 검토 단계의 첫 단추부터 외부에서 유명한 성공사례를 찾아 따르고자 열심이다. 다만 아쉽게도 성공모델의 이식 실험은 의외로 상당한 도전과 위협에 직면한다. 지역마다 기반조건이 다른데 한쪽에서 성공했다고 그대로 차용하는 건 오판일 수 있다. 실행 체계를 비슷하게 갖춰도 사업 결과는 달라진다. 동일조건이 아닌 만큼 동일한 성과를 나타낼 수 있는 지역활성화도 없기 때문이다. 지역마다 부활모델은 모두 다르고, 또 달라야 한다.

성공사례에서 뭔가를 얻으려면 면밀한 분석과 꾸준한 조사가 필요하다. 보여진 겉과 가려진 속을 함께 봐야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추출하고 적용할 수 있다. 가능하면 준비 단계부터 자주 벤치마킹한 현장에 가는 것이 좋다. 여럿이 팀을 이룬 단체 시찰보다는 소수가 긴밀하게 접촉하는 게 본질을 읽는 데 유효하다. 실질적인 키맨을 직접 만나 서로 질의응답 하면서 필요한 걸 챙기면 좋다. 벤치마킹을 위한 결정적인 힌트는 행간에 있기에 최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만나 내밀한 정보까지 획득할 필요가 있다. 행정공무원과 사업실행자만 겪어서는 곤란하다. 사업 경계의 밖에 서 있는 정보, 평가까지 듣는 것은 기본이다. 또 외부 지역의 선행 분석과 함께 지역 내부의 공간 특성을 동시에 반영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가령 필요한 인재가 해당 공간에 없을 경우 외부조달이 쉽게 떠오르겠지만, 최대한 자체적인 인재육성으로 지속가능한 공급 체계를 갖추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대개 지역활성화는 긴 호흡이라 사업 진행과 맞물려 지역 내부에서 인재를 키우는 것도 현실적이다.

지역활성화의 표준모델은 없다. 어디에서든 먹힘직한 표준적인 성공모델은 없다. 지역은 같은 듯해도 서로 다른 부분이 더 많다. 겉보기에는 비슷해도 속꺼풀은 천양지차다. 호평의 성공모델을 들고 와도 이식 과정에서 거부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더 많다. 지역활성화는 대단히 복잡하고 긴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라 시행착오는 반드시 발생한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기에 짧은 호흡과 단기성과에 함몰되어선 곤란하다. 지향점은 동네마다 모두 다른 활성화다. 벤치마킹, 반면교사를 위한 선행 사례 분석과 차용은 필요해도 기본적으로는 그들만의 동네모델이 권유된다. 없는 표준전과에 시간낭비를 하기보단 표준힌트를 알려주는 설계도를 깔고 지역색이 반영된 시방서를 갖추는 일이 먼저다. 일단은 조립품을 순서별로 알려주는 가이드라인 정도면 족하다. 의외로 지역현장에서는 일의 순서와 일련의 매뉴얼이 없어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다. 기획부터 실행은 물론이고 사후관리까지 아우르는 작동 체계의 설계도면 된다. 어차피 어디에서든 먹힐 만고불변의 성공사례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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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교수(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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