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뉴노멀③] 뉴로컬 위한 '착화제'를 찾다 "청년·외지인·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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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의 뉴노멀③] 뉴로컬 위한 '착화제'를 찾다 "청년·외지인·바보"
  • 2021.05.27 08:00
  • by 전영수 교수(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전 국토에서 수도권 면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다. 이 좁은 지역에 전체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고 있다. 서울에서는 주택난 등 각종 도시문제로 과밀화 해소를 이야기할 때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인구 감소로 인한 소멸 위기를 현실로 맞닥뜨리고 있다. 이러한 지역 격차는 인구문제만이 아니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문제다. 수도권에 자원과 인프라가 쏠리니 사람들이 몰리고, 사람이 몰리니 또 자원이 쏠린다. 이 과정에서 경제는 물론 복지, 의료,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부문에서 격차가 생긴다. 이와 같은 지역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오랜 시간 균형발전을 논의하고 정책화해왔지만 여전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의 삶은 불균형하다. 이제는 지역활성화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때다. 지역활성화의 '뉴노멀'이 필요하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가 지역활성화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제언을 전한다. [편집자 주]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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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안 풀리면 방법을 바꾸는 것이 좋다. 새로운 방식일 때 얽힌 실타래도 하나둘 풀리곤 한다. 문제를 풀어내는 새로운 방법을 혁신이라고 부른다. 변화로 힌트를 읽고 실행으로 해법을 찾는 과정이다. 사회문제는 산적한 상태다. 해묵은 숙제만큼 새로운 과제도 많다. 혁신이 절실한 이유다. 지역활성화도 그렇다. 그간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건만 활성은커녕 붕괴된다면 원점으로 되돌려 방식과 체계를 재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이 혁신의 첫걸음이다. 문제를 정확히 이해해야 정밀한 진단과 처방이 나오듯 귀찮고 싫어도 꼭 필요한 수순이다.

이때 필요한 게 외부인의 시선이다. 나무는 숲을 보지 못한다. 숲 안에 있으니 주변은 봐도 전체는 못 본다. 숲을 보자면 거리를 두어야 한다. 아니면 숲을 보는 이들에게 묻거나 청하는 수뿐이다. 그래야 전체 조망과 부분 진단이 가능해진다. 둘을 아울러 바라보는 객관·중립적인 위치일 때 아름다운 숲과 건강한 나무를 발견하고 평가할 수 있다. 부분에만 집중하면 전체에 소홀할 수 있다. 지역은 숲이다. 다종다양한 개별나무가 따로 또 함께 엮이고 섞여 지역이라 불리는 숲을 이룬다. 따라서 지역활성화는 현미경만큼 망원경이 중요하다. 세부사업에 깊게 천착하는 것만큼 지역 전체를 넓게 조율하는 것도 관건이다. 낯선 시선과 조언이 불편하고 성가셔도 개방성을 품어낼 때 숲은 건강해진다. 열린 마음으로 숲을 바라보는 이들을 팔 벌려 받아들이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숲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지역문제를 객관적이고 중도적으로 정확히 읽어내고, 공정성이 전제된 균형감각과 조정능력으로 최대한의 성과 창출을 유도할 인적자원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은 문제다. 나무를 읽는 것도 어려운데 숲까지 그려내는 심미안을 찾기란 어렵다. 다만 몇몇의 후보군은 있다. 이들이 합류한다고 반드시 이전보다 나은 성과를 낸다는 보장은 없으나, 적어도 지역활성화의 개념과 필요 및 지향을 재검토하는 기회란 점에서는 시도해봄 직하다. 새 피가 수혈되면 관성에서 벗어나 긴장을 유지하고 새로운 논의도 활발해진다. 기본적으로 후보군은 그간의 지역활성화로부터 비켜서거나 벗어난 경우로 압축된다.

뉴로컬의 성공 주체는 '젊고 대담하며 기발한 인재'

▲ 일본 시와쵸 개방형 도서관 모습. 3대 인적자원 중 지역 청년의 발굴과 참여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거론된다. 필자 제공.
▲ 일본 시와쵸 개방형 도서관 모습. 3대 인적자원 중 지역 청년의 발굴과 참여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거론된다. 필자 제공.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선행경험이 있다. 지역활성화에 공을 들이는 일본의 사례다. 2014년 자연증감만을 파악한 공식 추계의 한계를 지적하고 사회이동을 반영해 지역소멸이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주장한 마츠다(増田) 보고서의 좌장 마츠다 히로야의 의견이다. 그에 따르면 지역을 되살릴 새로운 주역은 3대 항목으로 규정된다. 바로 청년(若者), 외지인(よそ者), 바보(馬鹿者)다. 원래 셋을 혁신 주체로 공론화한 이는 마카베 아키오(真壁昭夫, 『若者 よそ者 馬鹿者: イノベーションは彼らから始まる!』 저자)다. 경제학자답게 기업의 혁신 주체로 이들을 적극적으로 내재화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는 논지를 펼쳤다. 마츠다를 비롯한 지역활성화 전문그룹이 그의 입을 빌려 지역활성화에도 3대 인적자원이 필수일 수밖에 없다고 동의하며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마츠다의 존재감과 코멘트가 파워풀하기도 했으나, 성공 샘플의 공통조건에 이들이 빠지지 않았다는 현장 경험도 한몫했다. 지금은 바이블처럼 여겨지며 3대 인적자원을 지역별로 엮어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혁신인재가 지역 운명을 가르는 관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사업 공식 1호점인 화수헌 한옥게스트하우스 전경. ⓒ경상북도
▲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사업 공식 1호점인 화수헌 한옥게스트하우스 전경. ⓒ경상북도

먼저 청년이다. 청년과 지역이 뭉치면 미래를 그려내는 훌륭한 에너지가 된다. 상식을 고집하지 않는 데다 실천력까지 겸비한 신세대적인 특장점은 자칫 '고인물'로 전락하기 쉬운 기존 방식에 변화의 씨앗을 뿌릴 수 있다. 중요한 건 연령 기준이 아니다. 청년 특유의 감각을 지녔느냐가 관건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실행력과 전향적인 판단력의 문제다. 청년 참여는 선행제도도 많다. 일본의 지역이전협력대(지역부흥협력대)나 한국의 도시청년 시골파견제가 그렇다. 도시청년 시골파견제의 경우 만 15~39세 누구에게나 문호가 개방돼 있다. 시골 자원을 활용한 청년창업 유도가 취지로, 1인당 3,000만 원의 지원금을 제공한다. 이 밖에도 외지청년을 대상으로 보조금 기반 이주촉진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다만 외지청년 유입을 위한 예산보다 지역청년의 유출 방지를 위한 내부투자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바보는 그 뉘앙스 탓에 선입견이 생기기 쉽지만, 엉뚱하고 기발한 발상을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내걸고 또 스스로 해보려는 용기와 행동력을 가졌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바보처럼 사고하는 건 의외로 효과적이다. 정해진 길이 아니기에 부정되기 쉽지만, 그런 경험이 쌓여 의외의 활성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한계와 약점뿐인 공간이라며 자포자기한 동네조차 바보가 투입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흔하디흔할뿐더러 거추장스럽게 여겨지던 유휴자원조차 바보 같은 역발상과 터무니없는 제안이 반영되면 훌륭한 지역자원으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감춰진 자원의 재발굴인 셈이다. 보통 사람의 눈엔 안 보이는 것조차 바보는 다른 차원에서 인식한다. 결국 지역활성화에 필요한 바보의 자질은 아이디어에서 갈린다. 상식 타파의 아이디어와 애정을 갖춘 대담한 기획력이 전제된다. 무책임한 기존 질서의 파괴자와는 다르다.

외부·외지인은 숲을 바라보는 능력에 주목한다. 외부적인 시선으로 중립적인 기획력을 발휘하자면 당장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거나 한발 벗어난 외부인재가 필요하다. 제3자적인 냉정한 시점과 객관적 분석이 그렇다. 다양한 통계 등 객관적인 정보에서 지역의 강점·약점을 읽어내고 활용하는 능력은 내부자보단 외부자가 더 낫다. 외부 시선은 반드시 필요한 인적자원이라는 평가가 많다. 외부인재를 사실상 필수요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외지인 후보는 많다. 단순한 지역이주민부터 숙련의 프로·전문가까지 항목에 포함된다. 넓히면 사업에서 빠졌던 원주민의 신규 참여도 취지상 유사 효과가 기대된다. 자주 인용되는 건 외부 경험을 쌓은 후 귀향한 사례다. 적절한 균형감각으로 내·외부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외지인을 둘러싼 공급시장까지 형성돼 있다. 지역별 맞춤식 인재수급을 내걸고 행정과 협업하며 외지인의 지역공급을 중개해주는 형태다. 관련한 컨설팅·프로젝트는 수두룩하다.

이들 3대 인적자원은 하나같이 지역활성화를 위한 착화점이란 공통 특징을 갖는다. 셋을 각각 품을 수 없다면 적어도 제반 조건을 두루 갖춘 우수인재가 필수 불가결하다. 이들이 지역활성화의 프로나 리더에 위치하며 지역주민과 함께할 때 성과도출이 기대된다. 다행스러운 사실은 외지인 중 일부는 나머지 둘의 특장점을 두루 갖췄을 수 있다는 점이다. 소멸보고서를 쓴 마츠다 히로야는 한 인터뷰(President Online, 地方創生の切り札は「よそ者」「馬鹿者」そして「若者」)에서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 그중에서도 특히 젊거나 무모한 사람이 지역활성화의 성공을 위한 변화를 이끈다"고 했다. 때문에 외부 시선의 평가와 조언을 곱씹어보라고 권한다. 그에 따르면 한 명을 불러와 별 성과가 없다면, 또 다른 사람을 불러오면 된다. 그러자면 끈질긴 의지와 반복된 노력이 필수다. 마츠다는 "1,000번 불러오면 그중 2~3번은 도움이 되는데, 그래도 아주 행운인 경우"라며 "원석은 좀체 드러나지 않을뿐더러 연마하는 것도 힘들다"고 했다.

실제 상당수 한계마을에서는 지역활성화를 위해 외부에 도움과 조언을 적극적으로 청한다. 지역을 되살릴 영웅을 찾아 나서는 게 붐일 정도다. 한국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일본을 비롯해 미국·유럽 등 선행경험을 지닌 곳에선 성공한 지역활성화의 노하우를 비즈니스 모델(BM)로 내세워 곳곳을 누비는 외부인 역할 주체가 적지 않다. 비단 지역활성화에만 3대 인적자원이 통하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역사 속에서 소외·외부인재의 차별화된 기획력, 발상력, 실천력은 놀라운 혁신 성과의 토대라는 사실이 증명된다. 반대로 경로를 벗어나지 않는 익숙함은 혁신의 방해물이다. 내부의 폐쇄성과 불투명성이 만들어낸 익숙한 관행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혁신의 출발이란 점에서 3대 인적자원의 공통자질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외부조언 필요하지만 반드시 성과로 이어지는 것일 수는 없어
3대 인적자원은 착화제, 관건은 지역주민의 발굴·참여

▲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본인 제공.
▲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본인 제공.

물론 반론은 있다. 언젠가부터 3대 인적자원이 지역활성화의 금과옥조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를 경계하는 쪽이다. "이들 없이 활성화가 안 된다"는 말은 쓰기 좋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방관자는 "불러주지 않아 실패했다"라거나, 지역은 "3대 인재가 없어 움직이지 않는다"라는 투의 좋은 핑곗거리란 혐의다. 여기까지 진행되면 곤란하다. 상당한 위화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역으로 3대 인적자원은 얼마든 동원할 수 있다.

동시에 3대 인적자원이 좋은 면만 있는 것도 아니다. 즉 청년이라고 모두 기대자질을 갖춘 건 아니다. 젊은데 더 보수적인 경우도 많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공모정보에 밝아 보조금 사냥에만 천착하는 청년도 있다. 합의형성에만 참여하며 스스로 코디네이터에 머무르는 소극형도 적지 않다. 바보도 비슷한데, 지역사회에서 완전히 벗어난 위치라면 압도적인 존재감이나 설득력 없이 그의 아이디어는 채택되기 어렵다. 일정한 신뢰구축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외지인은 절실함이 적어 무책임하게 참견하고 딴지를 놓는 방해요소가 될 수도 있다. '아니면 말고'가 될 수도 있다는 염려다. 속살이 중요하지 외형이 관건일 수는 없는 것이다.

3대 인적자원론이 통하지 않은 사례가 속출한다는 분석도 있다. 성공했거나 조짐이 보이는 사례의 중심인물에게 물어보니 청년·바보·외지인이 없다는 응답도 많다는 쪽이다. 외지인이 있어도 플러스로 작용한다고 보기 어렵고, 아예 프로젝트와 인간관계를 망치는 실패 사례마저 목격된다. 동시에 바보의 자질인 도전정신과 실행 용기는 사업 리더에겐 필수일 수밖에 없어, 굳이 새로운 바보에게 의존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역주민에게서 외부시선을 얻는 기회도 있다. 프로젝트를 냉정하게 볼 수 있는 기회와 독려가 없을 뿐 중도·객관성을 갖춘 지역인재는 산재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지역주민과 소통·협의하는 것 자체가 3대 인적자원의 정합성을 발굴·적용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3대 인적자원을 내부에서 체계적으로 교육·육성하려는 움직임도 가시적이다. 지역활성화 사업이 장기·연결적이란 점에서 인적자원의 내부공급은 유의미하다.  

3대 인적자원이 없어 활성화가 어렵다는 말은 성립하기 어렵다. 있으면 좋겠으나, 없다고 낭패일 수는 없다. 대체·보완할 여지와 대상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지역활성화를 하자는 의지력과 진정성이다. 비유하자면 지역주민은 석탄이고, 3대 인적자원은 착화제에 가깝다. 착화제가 있어도 석탄이 없으면 곤란하듯 둘은 함께 기능할 때 의미·효과가 배증된다.

특히 스스로 의지를 갖고 지역을 되살리려는 주민이 없다면 불을 붙여도 오래갈 수 없는 노릇이다. 어쩌면 지역활성화에 절실히 필요한 건 사람보다 각오가 아닐까 싶다. 되살리려는 절실한 의지와 진정한 실천이 그렇다. 주민 모두에게 지역을 되살리려는 의지를 키워내고 불을 붙여내는 단계까지가 사업성패의 관건인 셈이다. 처음부터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성공 사례의 결과만 비추며 호평 위주로 부각시키고, 그것만을 따라하면 곤란해진다. 도전 초기부터 프로세스를 살펴보면 필요한 적재적소의 인적자원은 사업 과정에서 발굴되고 육성되며 핵심적인 성공인자로 자리매김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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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교수(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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