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뉴노멀②] 주민 빠진 활성화? 지역발 사람 보물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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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의 뉴노멀②] 주민 빠진 활성화? 지역발 사람 보물을 찾자!
  • 2021.04.23 09:15
  • by 전영수 교수(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전 국토에서 수도권 면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다. 이 좁은 지역에 전체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고 있다. 서울에서는 주택난 등 각종 도시문제로 과밀화 해소를 이야기할 때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인구 감소로 인한 소멸 위기를 현실로 맞닥뜨리고 있다. 이러한 지역 격차는 인구문제만이 아니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문제다. 수도권에 자원과 인프라가 쏠리니 사람들이 몰리고, 사람이 몰리니 또 자원이 쏠린다. 이 과정에서 경제는 물론 복지, 의료,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부문에서 격차가 생긴다. 이와 같은 지역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오랜 시간 균형발전을 논의하고 정책화해왔지만 여전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의 삶은 불균형하다. 이제는 지역활성화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때다. 지역활성화의 '뉴노멀'이 필요하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가 지역활성화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제언을 전한다. [편집자 주]

 

모든 일은 사람에게 달렸다. 지역활성화도 매한가지다. 특히 '사람'이 사업의 목적이란 점에서 최대한 지역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눈높이를 맞추는 작업이 중요하다. 갈수록 지역 단위에서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평가 중 절대다수가 "주민이 제외된다"는 지적으로 요약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행정이 사업을 고지하고, 몇몇이 신청 후 선정되며, 결국엔 그들끼리 진행하던 그간의 관행은 아쉬운 대목이 많다. 복잡하고 방대한 문서 작업을 예로 들 수 있는 높은 허들은 불특정 다수의 지역주민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하게 만드는 제한장치로까지 언급될 정도다. 그러니 행간을 아는 브로커가 개입하고 프로젝트를 위한 프로젝트만 곳곳에서 펼쳐진다.

지역활성화는 단판사업이 아니다. 프로젝트는 단발일지언정 지역을 되살리는 각종 사업은 지역이 존재하는 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진정성은 둘째 치고 실효적인 균형발전이 최대 국책과제로 부각된 이상 자원·예산도 대거 투입될 것이 당연시된다. 그만큼 초기 단계인 지금 개념을 정확히 잡고 시스템을 확실히 안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 즉 지역주민에게 사업의 필요와 방법, 그리고 역할을 계속해 묻고 들으며 구조를 정착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역활성화는 한둘의 주연과 소수의 조연이 엮어내는 단편드라마가 아니라 지역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지역과 소통하며 녹여내는 대하드라마에 가깝다. 즉 지역활성화는 엑스트라가 없는 전원 주연의 인생사라고 할 수 있다. 지역주민은 방관자가 아닌 참여자, 객체가 아닌 주체로 거듭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 NPO가 중심이 되어 열린 일본 재활용 중고시장의 모습. 필자 제공.
▲ NPO가 중심이 되어 열린 일본 재활용 중고시장의 모습. 필자 제공.

지역활성화는 대하드라마 '전원이 주연'

일본의 지역활성화에서 청년(若者)·바보(馬鹿者, 기존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 발상과 행동을 하는 현지인-편집자 주-)·외지인(よそ者)이 3대 핵심 주연으로 꼽힌다는 사실은 중요한 시사점을 안겨준다. 기존 참여 방식의 재구성이 새로운 자질·시선·의지를 갖춘 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 새로운 판을 짜거나 결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때 좋은 성과가 실현된다는 취지에 핵심이 있다. 청년처럼 날렵한 실행력을 갖추고, 바보처럼 독특한 발상력을 발휘하며, 외지인처럼 냉정한 기획력을 발굴·반영해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보자는 이야기다. 밖에서 데려오든 안에서 키워내든 방법은 많다. 지역에 맞게 꾸리면 된다. 그럼에도 순서는 있다. 일단 지역 내부에서 새로운 사업주역이 될 잠재주체를 찾는 것이 좋다. 외부결합과 비교하여 정합성과 가성비가 낫기 때문이다. 익숙한 면면이 아닌 새로운 피를 수혈한다는 점에서 신선함, 긴장감 역시 동반된다.

그렇다면 지역주민인 동시에 3대 인적자원의 공통인자를 두루 갖춘 예비 인재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고민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정답이 있을 수도 없는 물음이다. 지역별로 천양지차이니 일반화는 어렵다. 다만 유력한 것은 3040세대로 갈무리된다. 이들이 3대 인적자원의 주요 특징을 잠재적으로 지닌 내부주민일 확률이 높다. 3040세대를 중심으로 지역활성화 이슈·화두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업의 기초적인 판을 깔아놓은 후 필요하다면 이주자나 전문가와 같은 외부감각을 결합하는 것이 좋다. 초고령화가 진행된 지역이면 50대까지 포함하면 된다. 중요한 점은 지역을 떠받치는 굳건한 허리이자 왕성한 생산·소비의 주력을 지역활성화에 끌어당기려는 시도다. 맞춤식 홍보와 교육을 적절한 인센티브로 엮어내고, 이해관계와 당사자성이 공감·확대되면 훨씬 탄탄해진다.

동시에, 해당 지역에서 생산적인 호구지책을 실현하는 경제주체일수록 유력하다. 회사를 운영하든 점포를 운영하든 해당 지역에서 무엇인가를 해봤거나 하는 경우다. 지역소멸의 충격이 직접적일 뿐만 아니라 지역부활의 수혜도 일차적으로 받게 되는 생산그룹에 주목하는 것이다. 절실한 필요성과 관심도가 이들을 방관자적 입장에서 실천가적 주체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젊은데다 지역과 운명공동체란 점에서 돌파력과 도전정신도 키워낼 수 있다. 지역생태계에서 함께 숨 쉬는 유사한 입장의 네트워크를 지역활성화에 포함할 여지도 충분하다. 이미 연결망을 갖췄을 확률이 높아 효율적인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본인 사업과 프로젝트가 얽힐 경우 객관적인 이해조정이 필요한데, 이때는 대외투명성과 정보공개성을 강화해 해결하면 된다. 사람이 겁나 사업을 포기해서는 곤란하다.

청년·바보·외지인의 자질 주목 '지역 안에서 찾자'

이쯤에서 강조하자면, 지역활성화는 예산사업만 뜻하지 않는다. 차라리 행정사업은 지역활성화를 보조하는 보완제에 가깝지, 그 자체가 전부이거나 목적일 수는 없다. 행정 이외의 다종다양한 역할 주체가 수행하는 각각의 수많은 사업이 모여 궁극적인 지역활성화의 성과를 실현·축적하는 법이다. 민간에서 시작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지역 단위에서 실행되면서 플러스적인 산출 효과를 만들어내면 그 자체가 지역활성화인 셈이다. 지역활성화를 추구미션으로 두는 것도 좋지만, 비즈니스를 내세운 자발적인 민간시도도 폄하할 이유는 없다. 사익 추구가 공익 실현으로 체화되면 어떤 행위·사업이든 빠져서는 안 될 바람직한 지역활성화가 된다. 즉, 지역활성화를 공모사업으로만 한정해서는 곤란하다. 행정발 공모사업은 지역활성화를 위한 물꼬를 트거나 첫 삽을 뜨는 거로 충분하다. 균형적인 지역활성화의 포트폴리오를 위해서는 민간의 자조·내발적인 사업이 더 결정적이다.

가능하면 지역산업 혹은 골목상권이 지역활성화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행정에 의탁·의존하기보단 자생적인 혁신노력을 통해 스스로 살길을 모색하는 방식이 지역활성화로 연결될 때 기대효과가 높아진다. 행정발 프로젝트가 도움이 되면 활용하는 것이 좋지만, 편입·종속되면 효과성은 제한된다. 또 대개의 경우 일부에게만 작은 수혜가 단발로 주어질 뿐이다. 행정의존에 익숙해지면 자생력과 혁신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역활성화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자활(自活)적인 공간 완성이란 점에서 관제사업은 구분해 보는 것이 좋다. 행정과는 거리를 두고 이용하되, 자발·내발적인 민간 중심의 다양한 사업을 개별로 혹은 연대해 키워가는 전략이 중요하다.

일본에 '양키의 호랑이'(ヤンキーの虎)라는 신조어가 있다. 지역활성화와 관련해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존재를 이렇듯 명명한다. '양키'란 사회에 반발적인 기질을 지닌 불량청(소)년을 이른다. 표준경로를 벗어난 비주류라는 인상이 짙다. 다만 지역활성화 무대에서의 양키는 좀 다르다. 지역사회에서 배제·소외된 청년 인구를 뜻하며, 교육·취업을 위해 고향을 떠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지역 내부에서 인정받는 역할의 경제 활동에 종사하는 경우도 드물다. 어릴 적 아웃사이드 경험을 했다는 인상과 특유의 반골기질 탓에 무난한 취업이 쉽지 않은 경우다. 혹은 고향 생활에 만족하며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아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례도 해당된다. 공통점은 지방에서 태어나 도시 생활을 굳이 지향하지는 않는 청년 그룹이라는 점이다.

호랑이는 이들을 장악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지역활성화에서는 지역기업을 이끄는 젊은 경영자나 후대경영인을 뜻한다. 지방·교외에 사는 '양키'에게 일자리를 통해 생산적인 경제 주체가 될 기회를 제공하는 지역기반 사업을 펼치는 이들이 '양키의 호랑이'로 이해된다. 즉 이들은 저학력에 결혼·출산이 이르고 지역에서 살아가려는 양키들을 주로 고용한다. 일본의 경우 지역활성화에 성과를 냈다고 평가받는 곳에는 많든 적든 늘 '양키의 호랑이'들이 있다. 소형 건설사나 주유소, 간병시설, 술집, 휴대폰판매점, 편의점주 등 다양하다. 어느 지역이든 있을 수밖에 없는 업종군이다. 서울 중심의 전국구 거대기업과는 결이 다른데, 장대한 비전보단 눈앞의 사업에 매진한다. 이들이 지역경제의 관건인 고용창출의 일등공신이라는 의미다. 일자리가 생기니 소비·생산·투자의 선순환이 발생, 지역경제를 떠받치게 된다. 어쩌면 지역상권을 지켜내는 최후의 보루이자 재건을 위한 유일한 희망일 수 있다. 

반골적인 '양키의 호랑이'가 지역을 살린다!

▲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본인 제공.
▲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본인 제공.

호랑이는 두 그룹으로 나뉜다. 하나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펼친 선대로부터 사업을 물려받은 후계그룹이다. 대부분 좋은 대학을 졸업한 후 도시생활을 경험한 다음 고향에 돌아와 선대사업을 이어받는다. 이때 구태의연한 과거 경영방식에서 탈피해 새로운 도전·실험으로 사업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수순을 밟는다. 한국으로 치면 부산의 삼진어묵 케이스가 대표적이다. 미국 유학 중이던 3대 후계자가 29세에 대표를 맡아 10년 만에 매출액 1,000억 원을 달성한 유명 사례다.

또 하나는 자수성가 스타일이다. 학교 졸업 후 아르바이트든 계약직이든 취업하여 판매·음식료업 등을 경험한다. 이후 경험을 쌓고 독립해 일정 부분 살아남은 사례가 이 그룹에 속한다. 안정적인 인생경로를 자의로든 타의로든 벗어난 경험이 되레 이들의 강력한 무기다. 나름의 산전수전을 겪으며 근성과 의지를 키워낸 결과다. 이들은 네트워크에 협력적이며 적극적이다. 비슷한 입장의 동료 그룹을 결성해 정보를 공유하거나 협업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네트워크 안에서의 상호거래도 활발하다. 이때 해당 부가가치는 지역 안으로 환류한다. 대기업처럼 본사로 빠져나가지 않는다.

지역활성화에는 이들의 합류가 중요하다. 호랑이들의 손을 빌려 불을 댕기는 게 권유된다. 물론 지역에도 엘리트는 있다. 행정부터 은행, 언론, 교육, 공공기관 등에 근무하는 인재들이 있지만, 이들만으로는 부족하다. 동시에, 이들은 호랑이들을 격하하려는 습관이 있다. 곤란한 편견이나, 횡행하는 현실이다. 엘리트의 안정주의만으로 지역혁신은 불가능하다. 몸에 체득된 호랑이의 위기관리 능력과 위험을 감수하는 방식이 필수불가결하다. 지역 운명을 결정할 의사결정 집단에 호랑이를 초청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위험을 택하더라도 쇠퇴현실을 뒤집을 호랑이적 실천의지가 절실하다. 주춧돌을 놓는 단계부터 기둥·서까래를 얹는 제반과정에 엘리트만의 밀실 결정이 아닌 호랑이의 현실감각과 혁신경험을 녹여넣는 것이 좋다. 그 속에서 공익적이고 균형적인 지역재생 프로젝트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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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교수(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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