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디 온나, 부산] "이게 정말 국수야?" 눈과 입이 즐거운 구포국수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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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디 온나, 부산] "이게 정말 국수야?" 눈과 입이 즐거운 구포국수의 변신
오승현 베리베리굿수 대표 인터뷰
  • 2021.08.16 13:48
  • by 노윤정 기자

푹푹 찌는 더위. 내리쬐는 뙤약볕. 한여름이 찾아왔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가 지속될 때면 떠오르는 곳이 하나 있다. 바로 매년 여름 더위를 피해 바다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떠올리는 도시, 부산. 국내 대표적인 여행지인 만큼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다. 하지만 라이프인에서는 조금은 색다른 부산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부산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경제조직과 로컬크리에이터가 운영하는 공간에서 그동안 잘 몰랐던 부산의 매력을 느껴보자. 올해도 계속되는 전염병 유행의 여파가 발길을 붙들지만, 다시 마음 편히 여행 떠날 수 있는 시기를 기약하며, 단디 가보자 부산. [편집자 주]

※'단디'는 '꼼꼼하게, 제대로, 정확하게'라는 뜻을 가진 경상도 방언이다.

 

▲ 부산 구포역 인근에 위치한 베리베리굿수 매장. ⓒ라이프인
▲ 부산 구포역 인근에 위치한 베리베리굿수 매장. ⓒ라이프인

볼거리, 놀거리가 많은 부산에는 먹을거리도 다양하다. 당장 '부산'에서 연상되는 음식을 잠깐만 생각해봐도 밀면, 돼지국밥, 어묵 등 여러 군침 돌게 하는 음식들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그런데 부산에 구포국수라는 특산품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6·25전쟁 당시 부산은 많은 피난민이 정착한 지역이다. 전쟁 직전 인구 47만여 명이었던 도시는 전쟁을 피해 몰려든 사람들로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대도시가 되었다. 전쟁으로 물자는 부족한데 사람은 몰리니, 이들이 지낼 곳은 물론 먹을 것도 문제가 되었다. 그때, 일제강점기 당시 밀 집산지였던 부산 북구 구포에서는 밀을 이용하여 국수를 만들어 사람들의 주린 배를 채웠다. 그렇게 구포 지역은 국수로 이름이 났고 '구포국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부산 대표 음식 중 하나로 구포국수가 손꼽혔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구포국수에 대한 관심은 차치하고,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다수일 것이다. 베리베리굿수의 오승현 대표는 이렇게 끊기다시피 한 구포국수의 명맥을 다시 잇고자 도전하고 있다.

■ 잊혔던 구포국수의 새로운 변신

▲ 오승현 베리베리굿수 대표. ⓒ라이프인
▲ 오승현 베리베리굿수 대표. ⓒ라이프인

구포역 맞은편에 자리한 베리베리굿수는 부산 북구에서 진행하는 도시재생 사업인 '구포 밀:당(堂)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한 1호 가게다. 요식업 분야에서 10년 넘게 경력을 쌓아온 오 대표가 메뉴를 개발하고 북구청에서 창업을 지원했다.

"부산을 찾아온 타지 분들이나 외국인 관광객들은 구포국수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6·25전쟁 당시 사람들이 부산으로 많이 몰리다 보니 먹을 음식이 부족했고, 고민하다가 찾아낸 것이 국수였다. 그러다 보니까 구포 지역에서 국수가 유명해졌다. 그런데 지금은 구포국수를 잘 모르거나 구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젊고 캐주얼한 느낌을 더해서 구포국수를 리브랜딩하고자 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오 대표는 구포 지역에서 학교를 다녔다. 학창시절을 보낸 곳이기 때문일까, 갈수록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는 구포 지역에 마음이 쓰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구포 지역이 깔끔하게 정돈되긴 했는데 예전의 매력은 사라졌다. 사람들에게는 계속 외면 받았다. 이런 점들이 도전정신을 자극하더라"는 것이다. 오 대표는 그 자신이 요식업계에 몸담고 있으니 구포 지역 특산품인 구포국수의 명맥을 잇는 것으로 지역이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받도록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따라서 베리베리굿수는 구포국수를 사람들에게 새롭게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특히, 오 대표는 많은 소비자가 국수를 '흔하고 일상적이기에 특별하게 여겨지지 않는 음식'으로 인식한다고 봤다. 그러므로 필요한 것은 바로 '파괴적인 도전'이었다.

"소비자들이 '이게 국수야? 국수에서 이런 맛이 나?'라는 생각을 하길 바랐다. 익숙함을 기본으로 깔더라도 새로움을 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존 한식 재료, 조리법을 따르지만 소비자들에게 완성된 국수가 나갈 때는 우리에게 친숙한 국수가 아니라 새로운 메뉴처럼 보이도록 했다. 그래서 면도 일부러 소면이 아니라 칼국수면을 사용하여 파스타면 중에 링귀니면처럼 보이도록 했다. 비주얼이 낯설어 맛을 상상하기 어렵다 보니, 쉽게 시도하기 어려운 부분도 물론 있다. 하지만 크게 호불호가 갈리지 않고 누구나 먹어도 납득할 수 있을 맛을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베리베리굿수는 국수 면으로 칼국수면을 사용하여 비주얼적인 부분에서 궁금증을 유발한다. 뿐만 아니라 돼지고기와 된장으로 만든 '밥 잼'(BOB JAM), 김치 시즈닝 등 기존에는 국수에 사용하지 않던 맛을 가미하여 색다른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파괴적인 시도'들이 소비자, 특히 젊은 세대의 취향과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때 구포국수의 매력을 알린다는 소기의 목적도 달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오 대표는 "사실 이곳 상권에는 이미 국수를 파는 곳들이 많다. 그러니까 우리까지 여기에서 익숙한 국수를 판다는 것이 의미 있을까 싶었다. 쉽게 대체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된다면 과연 우리 국수를 통해서 소비자들이 구포라는 지역에 와보고 싶게 만들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 로컬에서 청년 창업가로 살아남기

▲ 돼지된장쨈국수. ⓒ베리베리굿수
▲ 돼지된장쨈국수. ⓒ베리베리굿수

물론 로컬 창업, 특히 상권이 침체된 지역에서 창업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베리베리굿수 역시 지난 11월 문을 연 후 여러 가지 고충을 겪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역시 창업은 쉽지 않다고 말하니 오 대표는 "이게 청년 창업의 진짜 현실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강조한 것이 지속가능성, 유지성이다. 오 대표는 "어떻게든 창업 단계까지는 갈 수 있다. 그런데 사업이라는 것은 '시작'보다 '유지'가 더 어렵다. 특히 베리베리굿수처럼 도시재생 사업으로 시작한 경우에는 일단 사업적으로 봤을 때 입지 조건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구포의 경우에도 구포역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되어 있긴 하나 상권이 활성화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지역이라는 의미다. 상권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유동인구 파악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가게를 차리기에 구포의 입지는 그리 좋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젊은 창업가가 신선한 아이디어로 지역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그런 이들이 모여서 시너지가 발생하면 조금씩 사람들의 발길을 구포로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북구청에서도 도시재생 사업 중 하나로 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특히 '구포 밀:당(堂)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구포 지역을 활성화시킬 청사진을 그렸다. 베리베리굿수의 경우 구포국수를 재해석한 메뉴로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베리베리굿수의 대표 메뉴인 돼지된장쨈국수는 한식진흥원에서 주최한 대회에서 수상한 메뉴로, 퓨전음식 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된장, 깻잎 등의 재료가 들어가 전통 한식의 맛을 살려 호평을 받는 메뉴이기도 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코로나19 유행의 여파로 사업에 많은 제약이 걸렸다는 점이다. 오 대표는 "북구청에서도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멈춘 것들이 많다. 특히 이쪽은 도심지에서 벗어난 상권이니 사람들이 방문하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제한이 생겼다"며 "행정이 움직이는 방향은 시민들이 바라는 형태와 다를 때가 많다. 그래서 요즘에는 행정이 진행하고자 하는 사업 안에서 젊은 창업가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밀어주고 있다. 북구청도 다양한 프로젝트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청년들이 지역에서 창업하도록 지원하면서 사람들의 방문을 유도했다. 그런데 이런 부분들이 작년부터 많이 정체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 밥 잼(BOB JAM). ⓒ베리베리굿수
▲ 밥 잼(BOB JAM). ⓒ베리베리굿수

오 대표는 오프라인 매장 방문이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일단 소비자들이 제품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온라인 판매를 강화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시장이 더욱 커지는 것을 보면서 밀키트(Meal-kit) 상품도 개발했다. 다만 오 대표는 "대중에게 밀키트가 익숙한 문화로 바뀌긴 했는데 그만큼 경쟁사들이 늘어나면서 그 안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더 쉽지 않아졌다"라고 고충을 이야기했다.

이러한 과정을 겪어온 오 대표가 지역에서 창업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어찌 보면 아주 기본적인 사항이다. 바로 '상품성'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

"로컬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도전'이다. 어떻게 보면 중심상권에서 벗어난 시장을 공략하는 것 아닌가.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지역 특색을 살리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게 억지스럽지는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소비자들이 궁금해하고 관심 가질 만한 요소를 찾아야 한다.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가게들 중 많은 경우가 유지성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부분과 소비자들이 원하는 부분의 합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가치 있는 제품을 원하는 동시에 상품성 있는 제품을 원한다. 맛있는 음식을 원한다."

베리베리굿수 역시 지역성과 함께 상품성, 시장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는 온라인 쪽으로 사업을 더 확장할 계획. 오 대표는 "그동안 매장을 운영해본 결과, 온라인 판매를 조금 더 강화할 필요성을 느꼈다. 처음에는 방문을 유도하기에 급급했다면 이제 방향을 조금 틀어서 일단 온라인으로 소비자들에게 우리 제품을 알려 흥미를 유발하고, 그 흥미가 2차 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게끔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부산에 갈 때 '가서 뭐 먹지. 아 그래, 부산에 구포국수도 있지. 구포역 앞에 있는 그 집 국수가 맛있다고 하던데.' 사람들이 이 정도만 떠올려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오 대표는 구포국수의 명맥을 잇는다는 목표를 가지고 베리베리굿수 운영을 시작했다. 그렇기에 베리베리굿수를 통해 타지 사람들에게 구포국수가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고 부산을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특산물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래도 뜻을 같이하는 청년들이 하나둘 구포에 모여 새롭고 흥미로운 일들을 함께 벌인다면, 구포를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늘어나고 지역에 활력도 생겨날 것이다. 다음에 부산에 간다면 구포국수 한번 맛보고 오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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