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돌봄과 사회적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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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돌봄과 사회적경제
  • 2021.05.17 17:58
  • by 김연아 성공회대 사회적기업연구센터 연구교수

서울시의 돌봄은 어떠한 방식으로 발전해나가고 있을까? 돌봄 문제의 실행 모델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있다. 서울시 우리동네나눔반장 표준 실행 연구에 참여한 성공회대 사회적기업연구센터 김연아 연구교수가 돌봄 연구에 대한 기고를 보내왔다. 김 교수는 "돌봄 정책의 진짜 동력은 사회적경제의 연대와 협력"이라고 강조했다. [편집자 주]

 

▲ 김연아 교수.
▲ 김연아 교수.

우리나라는 이슈가 많지만, 요즘처럼 돌봄이 사회적 의제로 등장하여 오랫동안 논의된 적은 없던 것 같다.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지만 그전에 우리나라가 2017년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가시화되기 시작한 정책 환경의 변화 탓이다. 포용적 복지국가를 선언한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맞물려 한동안 상당한 정책 변화가 예고되기도 했고, 그만큼 많은 사업과 정책이 연이어 발표되기도 했다. 

늘어나는 돌봄 수요에 대한 대응으로 사회서비스 확충 방안이 모색된 가운데, 온종일 돌봄 생태계 구축 선도사업(2018. 6),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2019. 3), 사회서비스 분야 사회적경제 육성지원 시범사업(2019. 4),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2019. 6), 지역아동센터 공공성 강화 선도모델 시범사업(2020. 9) 등 다양한 정책사업이 시작됐다. 지난해 말에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사회서비스 혁신방안', '사회서비스 분야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 등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모두 공통적으로 '돌봄의 공공성 강화'와 '사회서비스 일자리 내실화'라는 핵심가치·전략의 기반 위에서 사회적경제를 사회서비스 제공의 주요 주체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어린이집과 지역아동센터, 지역자활센터의 사회적 협동조합 전환이 추진되는가 하면, 주민참여형 돌봄조합 양성 등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농협을 활용한 방문요양 확대 방안과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창업지원 방안까지 나왔다. 

정부가 사회적경제의 공공성을 인정하고, 사회적경제를 기존 사회서비스 제공체계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여기는 등 문서에 공식화된 정책의 기본 방향이 반갑지 않을 리 없다. 그러나 일련의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사회적경제 영역의 평가는 오히려 기대보다 우려가 높다. 

협동조합의 옷을 입는다고 사회적경제가 활성화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첫째, 기존 조직의 사회적협동조합 전환, 사회적경제기업 창업지원 등 양적 확대에 치중한 정책에 대한 걱정이 있고, 둘째, 같은 맥락에서 사회적경제를 단순히 '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인식한다는 비판 또한 존재한다. 사회적경제의 공공서비스 조달 과정 참여는 민간위탁이나 협약이 아닌 주민의 자치활동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이는 사회적경제조직 등 지역 돌봄주체들의 민관거버넌스 참여가 공공서비스 조달의 전제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돌봄 정책에 주민자치회,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도시재생 등 지역의 혁신주체들의 참여가 별개일 이유도 없다. 그러나 "돌봄의 주체로서 지역사회서비스 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정부 의지는 문서에 박제되어 있을 뿐 좀처럼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과 서울시 돌봄SOS센터

대부분의 사업이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까닭에 지역마다 정책에 대한 체감도가 다르긴 하지만, 사업 추진 지역의 경우 사회적경제 주체에게 쌓인 경험치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는 서울이라고 다르지 않다. 사회서비스 분야의 제한된 범위에 머물러 있던 사회적경제기업이 공공서비스 조달과정에 적극 참여하면서 사회적경제와 공공경제의 관계를, 사회적경제의 현실을 지역의 정책 추진 현장에서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물론 정부와 서울시의 정책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성인 돌봄의 영역에서 정부의 지역사회 통합돌봄과 서울시 돌봄SOS센터 사업을 비교해보자. 정부가 커뮤니티케어를 기초자치단체 중심의 지역주도형 사업으로 추진한 반면 서울시 돌봄SOS센터 사업은 본청이 사업을 설계하고 예산을 전액 지원하는 광역주도형 사업이다. 두 유형 모두 장단이 있다. 대표적으로 정부안의 경우 지역 간 편차 극복이 주요한 과제로 남는다면, 서울시 안은 광역자치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사업의 범위와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무엇보다 서울시 정책의 가장 큰 특성은 '공공이 직접 서비스를 공급'한다는 데 있다. 정부가 시설과 병원 중심의 사회서비스 공급체계를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공급주체의 다원화를 추구한 반면 서울시는 425개 동 자치센터 내에 돌봄SOS센터를 두어 공공이 직접 주민에게 필요한 8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즉 정부가 기존의 복지체계와의 융합을 전제로 새로운 돌봄 인프라의 구축을 도모한 것과 달리 서울시는 행정전달체계 내에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로 탑재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이는 애초 서울시가 건강돌봄 통합브랜드로 '서울케어'를 기획할 당시 지역사회 통합돌봄과는 다른 출발점에 서 있었음을 의미한다. 정부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급증하는 돌봄 수요와 복지재정부담에 대한 대응을 위해 새로운 공급체계 구축을 모색한 반면 서울시는 민선 6, 7기 정책의 연장선에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 2.0 완성, 공공서비스 확대를 강조했다. 즉 장례인구추계에 따른 지역사회 돌봄인프라 확충과 사회복지재정부담 문제가 서울시 정책에서는 고려되지 않았다. 이러한 차이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의료와 돌봄, 주거의 통합연계를 모색하며 탈시설과 지역사회 정착지원을 골자로 하는 선도모델 개발에 나서면서 더욱 선명해지기도 했다. 

물론 서울시의 8대 서비스가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어르신의 재가서비스를 확충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커뮤니티케어와 일면 맞닿는 지점이 있다. 또한 늘어나는 돌봄 수요에 대해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할 공적공급체계를 정비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기도 하다. 차츰 서울시도 전반적인 정책 환경과 인구구조의 변화에 조응하면서 노인주거지원주택을 운영하는 등 관련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지역사회 중심의 공급체계 구축으로까지 고민이 확장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사회서비스 공급에 있어 공공의 책임을 강조해 온 서울시 돌봄 정책이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어떻게 변화할지 그 향방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 돌봄서비스가 사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아이돌봄서비스 홈페이지 갈무리
▲ 돌봄서비스가 사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아이돌봄서비스 홈페이지 갈무리

지역사회의 필요를 연대와 협력을 통해 조달하는 사회적경제

돌봄 정책의 변화에 대한 서울 사회적경제의 전략은 큰 틀에서 볼 때 서울시 돌봄SOS센터 사업에 대한 대응에서 사회적경제 통합돌봄 체계 구축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이런 모호한 표현은 서울의 사회적경제가 단일한 형태를 띠지 않고 지역의 특성과 역량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돌봄SOS센터 일상편의서비스 제공을 계기로 돌봄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시작한 자치구가 있는가 하면, 돌봄SOS센터 사업을 넘어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 구축을 위해 자체적인 사업 모델 개발에서 나선 곳도 적지 않다. 서울시 정책에 대응하면서 돌봄SOS센터 일상편의서비스 제공기관의 통합창구 역할을 수행했던 '우리동네 나눔반장'도 지역에 따라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중요한 점은 사회적경제가 행정과의 협약에 따라 서비스를 공급하는 서비스 제공기관에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주체로서 다양한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지역의 필요를 확인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어떻게 하면 식사지원서비스 제공 과정을 어르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를 확인하는 시스템으로 구조화할 수 있을까, 치매어르신의 생활 반경을 집에서 지역사회로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까. 주민들의 일상적인 서로돌봄 체계는 어떻게 실현가능한가.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돌봄체계 구축을 위해 어떻게 자립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것인가. 당장에 서비스의 공급력을 갖춰야 하는 기업부터 사업 모델 확장에 나선 조직까지 다양한 수준의 사회적경제조직이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실천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사회서비스 분야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지역을 중심으로 돌봄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등 다양한 사업연합 모델 구축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수준과 상관없이 주목할 지점이다. 

햇수로 3년, 정책의 변화를 이해하고 따라잡기도 버거웠던 시간을 지나고, 사회적경제가 전통적인 사회복지 부문에 왜 끼어드느냐는 시선과 경계를 허물고, 공공서비스 조달로는 해결할 수 없는 자립적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는 등 사회적경제에 주어진 과제가 적지 않다. 

오늘도 서울의 스물다섯 개 자치구에서는 스물다섯 가지 이상의 사회적경제 돌봄체계 구축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을 전제로 서울의 사회적경제는 지난해 1월 사회적경제 돌봄광역추진단을 구성했는가 하면, 최근에는 매월 사회적경제 돌봄 모델 개발을 위한 정례 포럼을 통해 각 지역의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를 갖기 시작했다. 우리 마을은 어떤 통합돌봄 모델을 고민하고 있는지, 어느 시점에 어떤 고비를 만나는지, 시기별 이슈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각기 다른 속도를 가진 지역의 돌봄 주체들이 여과 없이 경험을 나누고 연대를 모색하자는 취지다. 앞서 서울형 커뮤니티케어를 고민하기 시작한 주체들이 그간의 경험을 모아 《커뮤니티케어를 위한 안내서》를 공동발간하기도 했다. 지난 2년간 고군분투해온 사회적경제의 가장 큰 성과란, 작지만 이렇게 공동으로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숙의의 장이 마련되었다는 사실이 아닌가 싶다. 

사실 서울 사회적경제의 경험을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많은 사업이 선도모델을 개발하여 타 시도에 확산시킨다는 목표로 추진되고 있지만, 지난 수년간의 경험으로 볼 때 사회적경제는 쉽게 이식되지 않는다. 물론 선행 사업단의 숱한 경험과 시행착오가 후발 조직에 많은 시사점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씨앗을 받아도 결국 뿌리를 내리는 것은 땅을 뒤집고 퇴비를 뿌리고 물을 주는 농부의 손길과 발길이 다져진 다음의 일이다. 아무리 정책이 호들갑을 떨어도 지역의 돌봄 주체들이 스스로 필요를 느끼고 연대하지 않는 이상 사회적경제 방식이란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서울의 지난 2년, 아니 10년의 경험이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 지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돌봄 정책에 대한 많은 요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짜 동력인 사회적경제의 연대와 협력이다. 서울의 사회적경제는 숱한 경험을 통해 혁신이란 협동조합과 협동조합이, 마을공동체와 사회적경제가, 조직과 조직이 만나고 협동할 때 비로소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불안과 갈등, 불편한 변화와 과제는 길목마다 존재한다. 그것이 다른 지역이라고 다를까.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함께 할 수 있는지 만나고 논의하는 과정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연대와 협력을 통해 우리는 우리보다 더 큰 답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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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성공회대 사회적기업연구센터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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