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 사회적경제를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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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 사회적경제를 위한 제언
[연말연시 기획 파트Ⅱ] 송경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 인터뷰
  • 2020.01.04 22:25
  • by 노윤정 기자

2019년 한 해 동안 사회적경제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사회적경제 활성화'가 국정과제로 채택되면서 사회적경제는 민간과 공공부문에서 빠르게 양적 성장을 이뤄가고 있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사회적경제의 시대'라는 표현할 정도다(2019-73호: 사회적경제, 금융생활경제연구소 굿랩). 그만큼 공공과 민간부문,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사회적경제와 사회적 가치가 논의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라이프인은 2019년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경제와 관련하여 어떤 논의가 얼마나 이루어지고, 얼마나 실제적 현상으로 연결되었으며, 어떻게 2020년도로 이어질 것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지난 일 년간의 성과와 남아 있는 과제를 짚어보고 새해 사회적경제를 전망해본다. [편집자 주]

① 2019 사회적경제, 결정적 순간들 - 상반기
② 2019 사회적경제, 결정적 순간들 - 하반기
③ 물들어온 사회적경제, 바다로 나갈 준비됐나요?
④ 2019 사회적경제 트렌드 키워드 'Value'(가치)
⑤ 통계로 보는 2019 사회적경제 현황
⑥ 2020 사회적경제 주요행사 & 일정 미리보기
​​​​​⑦ 2020년대 사회적경제를 위한 제언

 

▲ 송경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 ⓒ라이프인

2020년 경자년(庚子年)이 밝았다. 연말연시는 지나간 한 해를 되돌아보고 다가오는 일 년을 위한 희망찬 다짐을 하는 시기다. 더욱이 2020년은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해이기에 새해를 맞는 감상이 조금 더 특별하다. 이는 사회적경제 분야도 마찬가지. 새로운 10년을 맞이하며 사회적경제가 지나온 길과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고 성찰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다. 2010년대는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이후 사회적경제 개념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한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경제 논의는 어떤 모습으로 이루어졌고, 어떤 성과를 남겼을까. '한국 사회적경제의 대부' 송경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과 만나 사회적경제의 지난 10년을 회고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검토해보는 자리를 가졌다. 

"많은 갈등이 수반될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사회적경제의 외연을 넓히고 내실을 다지는 과정이다. 이견과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 없이는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다."

ⓒ라이프인

민간에서는 생활협동조합(생협)의 비약적인 성장이 괄목할 만하며, 육성법 제정 후 12년여 동안 사회적기업의 양적 성장도 눈에 띈다. 현재 활동 중인 사회적기업은 총 2,435개이며 사회적기업이 고용한 근로자 수는 47,322명에 달한다(2019년 12월 기준). 더욱 고무적인 점은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으로 창업한 기업의 5년 생존율(52.2%)이 일반 창업 기업(28.5%)보다 약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2019년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실태조사, 고용노동부).

물론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부 지원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도 없지는 않다. 사회적기업의 비즈니스 역량이 성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중간지원조직들만 점차 비대해지며, 투입되는 비용 대비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가 기대만큼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시각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송 이사장은 '과도기적인 현상'이라고 일축하며 "어떤 정책을 성공시키려면 처음에는 문을 활짝 열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적경제 정책도 마찬가지다. 또, 아직 우리 사회의 (사회적경제 분야) 역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은 여전히 필요하다. 이 상태로 짧게는 10년, 길게는 한 세대 정도 더 지나야 사회적경제 전반이 안정될 것이다. 어느 분야든 독자적인 힘만으로 성장하고 발전하기는 쉽지 않다. 사회적인 여건이 받쳐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괜찮은 일자리' 논쟁에 대해서, "좋은 일자리 하나 만들기가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사회적경제가 좋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다는 논리도 일부를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논리로써 우리 사회의 다른 부분과 비교해볼 때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부 현상과 선입견을 품고 비판하기보다는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과 자본이 창출되도록 더 과감하게 지원하고 투자해야 한다. 사회적경제 각 부분, 이해당사자들도 힘을 모아서 스스로의 역량 강화를 고민하고 성장과 발전을 위한 대안을 내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비판과 논쟁도 모두 사회 발전과정의 하나다. 사회적경제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어느 위치,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점검하고 분석하면서 목표를 향해 계속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 사회적경제의 저변이 튼튼해지면 이런 논쟁도 잦아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시장이 생기는 데 당연히 갈등과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친환경 먹거리를 원했던 소비자들, 특히 젊은 엄마들의 개인적인 욕망과 필요를 보편적 가치와 연결해 사업화하는 데에 성공한 생협 운동 같은, 사회적 요구와 필요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사업 모델이 많이 나와주어야 한다. 지금의 논란과 갈등은 새로운 무엇인가가 만들어질 때 발생하는 과도기적인 현상이다.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게 생기는데 사회적 갈등, 논쟁이 없다면 그게 오히려 건강하지 않은 사회라는 방증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송 이사장은 사회적기업이 '기업'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장기적으로 사업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적기업이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로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송 이사장은 "사회적기업이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가져야 멀리, 오래갈 수 있다. 그 체계를 빨리 구축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금, 적절한 사업 아이템, 시장 환경, 훈련된 사람 등이 필요하다. 단시간 내에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회적기업육성법을 만들 당시, 고용노동부가 관련 법 제정을 주도하면서 사회적기업을 취약계층의 취업 및 창업 수단으로 정의했고, 이후 사회적 인식이나 정부의 각종 관련 프로그램도 그쪽으로 초점이 맞춰졌다. 이런 문제의식은 사회적 상황에 비추어 여전히 안고 가야 하나 사회적기업이 새로운 대안적 경제, 사회혁신의 동력으로서의 자기 모습을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송 이사장은 "지난 10년은 사회적경제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서고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였다. 사회적경제가 사회전반에 스며들고 경제체제에 녹아들어갈 수 있도록 포지셔닝(Positioning)하기 위해 노력한 기간이었다. 그런 노력 끝에 사회적경제 비서관실까지 생기지 않았나.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그래도 사회적경제가 각종 사회적 현안에 능동적이고 조직적으로 대응하면서 사회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작지만, 대안적 경제의 하나로서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부족한 것도 많지만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경제의 위상과 역할을 만들어낸 것에서는 성공적이었다"라고 2010년대를 총평했다.

향후 10년을 위한 과제

ⓒ라이프인

그렇다면 다가오는 2020년대를 사회적경제 분야 활동가들은 어떤 자세로 맞이해야 할까. 2010년대에 사회적경제의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면 2020년대에는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할 터. 송 이사장은 향후 10년을 위한 과제로 ▲내실화 ▲규모화 ▲지역화 세 가지를 제시했다. 내실화는 사회적경제 각 부분의 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느냐를 묻는 것이다. 규모화는 더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도록 사업의 규모를 키우는 일, 더 낳은 사회를 위해 더 넓은 범위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회적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양적, 질적인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송 이사장은 사회가 중앙 집중·세계화 등을 추구해온 결과 공동체가 파괴되고 지역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역화를 강조했다. 지역화란 가장 안정적인 삶터로서 작은 마을(Community)과 인간의 존엄과 특성을 보존할 수 있는, 자기 고유성을 가진 '작은 자들의 연합'이라는 뜻을 내포한다. 곧, 공동체성이 살아있음으로써 사람이 상품화되지 않고 거대한 체제의 부속품이 되지 않을 수 있도록 지켜주는 터전으로서의 사회라는 의미이다.

또한 송 이사장은 향후 사회적경제가 관심을 가져야 할 영역으로 ▲(시민·노동이 참여하는) 첨단기술 ▲도시 ▲환경·에너지 ▲고령화 ▲불평등·양극화 ▲문화·예술 등 여섯 가지를 설명했다.

"우리는 노동과 시민이 배제되지 않고 소수에게 독점되지 않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 플랫폼 노동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도 결국 소수에 의한 독점 구조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첨단기술의 발전과 적용에 시민과 노동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함께 연구해야 한다. 도시와 환경 문제 역시 사회적경제가 보다 보편적인 문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들에 연결되고 관여해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산업화 시대의 도시는 대체로 사람 중심이 아니라 높은 생산성을 추구하는 자본의 욕구에 맞추어 디자인되었다. 그러다 보니 도시가 점점 사람이 살기 힘든 환경으로 바뀌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또, 고령화는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정년퇴직이라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이 더는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이 들고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람이 사회에서 배제되면 안 되지 않겠나. 불평등과 양극화는 사회를 가장 불안하게 하는 요인들이다.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문화와 예술도 자본 논리에 지배를 받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이런 문제들에 어떻게 대응하고 해결해나갈 것인가를 주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또한 송 이사장은 사회적경제 분야 활동가들이 철학과 목표를 명확하게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왜 존재하고,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철학과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단순한 기능인으로만 남게 되고, 개인적으로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며, 사회적 영향력도 약화한"다는 것이다. 존재 이유와 비전, 목표에 대한 철학적 기반을 공유하면 서로 다른 부문과 활동가들 사이의 협력과 연대가 더욱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고, 소모적인 논쟁과 내부 경쟁도 줄여나갈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송 이사장은 사회적경제와 노동과의 협력과 연계도 중시했다. 상호 이해가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송 이사장은 "지금 당장은 갈등이 괴로울 수 있지만, 이것 역시 겪어야 할 과정이고 이를 계기로 상호 더 공부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동과 사회적경제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여러 차원에서 학습과 연구, 공동의 실천이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라이프인

송 이사장은 2010년대 사회적경제를 반추하며 '모두가 함께 열심히 했다. 이만하면 잘 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2020년대 사회적경제는 우리 사회와 인류가 보편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다가가고 그 안에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렇다면 과연 10년 뒤의 사회적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2030년이 되어 2020년대를 회고할 때 사회적경제 분야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10년쯤 지나면 지금보다 분명히 더 나아져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제가 있다. 사회적경제가 사회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기후위기, 불평등이나 불안한 노동의 미래와 같이 당면한 사회 문제와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 여기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본다. 특별히 소위 사회적 약자들이 가지고 있는 환경과 조건에 대한 사려 깊은 배려와 성찰이 필요하고 상황을 개선해갈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을 내어놓을 수 있어야 한다.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공정무역, 자활기업 등 모든 사회적경제의 시작이 이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명심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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