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들어온 2019 사회적경제, 바다로 나갈 준비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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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들어온 2019 사회적경제, 바다로 나갈 준비됐나요?
[연말연시 기획 파트Ⅰ] 확장 시작된 사회적경제 생태계, 현실 앞에 서다
  • 2019.12.13 15:57
  • by 김정란 기자

2019년 한 해 동안 사회적경제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사회적경제 활성화'가 국정과제로 채택되면서 사회적경제는 민간과 공공부문에서 빠르게 양적 성장을 이뤄가고 있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사회적경제의 시대'라는 표현할 정도다(2019-73호: 사회적경제, 금융생활경제연구소 굿랩). 그만큼 공공과 민간부문,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사회적경제와 사회적 가치가 논의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라이프인은 올 한 해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경제와 관련하여 어떤 논의가 얼마나 이루어지고, 얼마나 실제적 현상으로 연결되었으며, 어떻게 내년도로 이어질 것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일 년간의 성과와 남아 있는 과제를 짚어보고 내년도 사회적경제를 전망해본다. [편집자 주]

① 2019 사회적경제, 결정적 순간들 - 상반기
② 2019 사회적경제, 결정적 순간들 - 하반기
③ 물들어온 사회적경제, 바다로 나갈 준비됐나요?

 

라이프인이 만난 사회적경제 관계자들의 올해 사업에 대한 평가는 각각 달랐지만, 누구도 올해가 '물이 들어온 한 해'라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중 최초로 사회적경제 박람회에 참석했고, 서울시가 시민이 체감하는 사회적경제를 내세운 '서울 사회적경제 활성화 2.0 추진계획(2019~2022)'을 내놓는 등 지역에서도 지역활성화, 일자리 대책으로 사회적경제를 대안으로 내세운 곳이 많았다. 그야말로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한 해였다. 사회적경제 정부 정책 10년차가 되었고, 영리기업, 금융 등 각계 지원도 활성화되면서 사회적경제 생태계는 태동기에서 성장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태동기를 무사히 지나왔다는 안도감도 잠시, 성장기에 들어선 사회적경제는 이제 '지속가능성'과 '자생'이라는 과제에 진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다양한 노력 속에서 잔잔히 노를 저어 앞으로 가던 사회적경제는 바다로 나아가 격랑과 맞설 준비가 된 것일까? 라이프인이 올해의 사회적경제 움직임을 되돌아보고 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 현직 대통령이 최초로 사회적경제 박람회에 참석하는 등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큰 한해였다. ⓒ청와대

■ 정부의 적극적 지원 속 안개 낀 사회적경제 3법

정부가 사회적경제 발전을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할 만큼 관심을 기울이면서, 정책적 지원이 확대됐다. 무엇보다 공공기관 평가에 사회적 가치 부분의 비중을 크게 높인 것이 공공의 사회적경제조직 지원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국유재산법 시행령 일부 개정으로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적은 비용으로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게 됐고,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사회적기업 육성 및 지원책을 내놓는 등 사회적경제에 대한 직·간접 지원책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사회적경제 3법이 여전히 국회 계류 상태라는 점은 아쉽다. '사회적경제 기본법(2014년 발의)'은 물론, '사회적경제 기업 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 지원에 관한 특별법(2013년 발의)',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 실현에 대한 기본법(2014년 발의)' 등이 모두 계류돼 있다. 지난 8월 '사회적기업육성법 개정안' 중 사회적기업의 인증제에서 등록제로의 개편안이 법제처 심사를 통해 확정되기도 했지만, 이 역시 국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계속되는 요구에도 결국 올해를 넘긴 제도 개편은 (정치권의 당리당략 때문에) 내년 국회 통과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향후 정부나 국회 구성의 변화에도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사회적경제의 기반 조성을 위한 (사회적경제 3법 등) 제도 확립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 신용보증기금이 발표한 '사회적경제기업 평가시스템'은 사회적경제기업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평가지표를 통해 보다 정교한 평가등급을 산출한다. ⓒ라이프인

■ 돈이 모이는 사회적경제, 훈풍 분 투자와 지원

그럼에도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 지원은 크게 확대됐다. 지난 1월 민간 주도로 설립된 사회적 금융 도매기금인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이 3000억원 규모의 재원을 조성할 계획으로 출범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자금들을 투자할 사회적경제조직을 선정하고, 직접 투자하는 임팩트금융의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공공과 민간 부문에서 4000억원의 자금이 사회적기업에 공급된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은행이 투자조합 형태로 사회적기업에 자금을 지원할 500억원 규모 펀드를 결성하는 등 일반 금융의 지원도 이전에 비해 활발하다. 특히 신용보증기금이 사회적기업의 보증을 대체하면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일반 은행의 대출도 이전에 비해 수월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공부문의 사회적경제 자금 지원도 규모가 커졌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공공부문에서 상반기에만 이전 해 1937억원이었던 규모를 넘어 사회적경제에 2102억원의 자금을 공급했다. 인천시가 참여하는 250억 소셜임팩트창업펀드가 조성되고, 서울 은평구가 15억원 규모 사회적경제 융자사업에 나서는 등 지자체들도 크고 작은 지원 자금을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경제 성장의 마중물이 된 이 자금들이 앞으로 지속가능하게 회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과, 다양한 사회적경제 분야에 고르게 투자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 SK는 올해 SOVAC을 연례행사로 진행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사회적 가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 ⓒSK

■ 기업의 사회적경제 참여, 관건은 지속성

사회적기업이 아닌 영리 기업들의 사회적경제 참여도 사회적경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SK는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한 첫 민간 축제 SOVAC(Social Value Connect)을 연례 행사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전사적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천명해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삼성전자도 2030년까지 SDGs(지속가능개발목표) 달성 노력을 하겠다고 선언했고, 카카오의 기업재단인 카카오임팩트는 문제정의 협업 플랫폼 '100up(백업)'을 오픈하는 등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영리 기업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영부인이 사회공헌에 힘쓰는 기업들을 청와대로 초청하는 등 정부와 기업이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목표를 위해 발을 맞추는 모습이 여러 번 노출됐다. 사회적경제 생태계에서는 영리기업의 참여가 대중의 인식을 제고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이런 흐름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차원의 접근인지, 정부 정책 발맞추기인지 다소 의심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결국 관건은 영리기업의 사회적경제 참여 노력이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인가다.

▲ 12월 11일 진행된 'LH 사회적 가치 어워드'의 장면. LH 는 공공 부문 최초로 공기업의 경영활동을 통해 발생되는 사회적 가치 창출 효과(사회성과)를 계량화하여 측정하고 그 결과를 산출했다. ⓒ라이프인

■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라-가치평가지표 필요성 대두

투자, 지원이 확대되면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이를 이용하기 위해 영리목적 사업에 단순히 사회적 가치 실현 효과를 얹은 위장 사회적기업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진정성 있는 사회적경제조직인지 평가할 수 있는 정성적 평가가 좀 더 세심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연스럽게 투자 및 지원 대상을 심사할 지표가 요구되고 있다. 현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개발한 SVI(Social Value Index), 해외인증 비콥 등의 가치 지표가 이미 사용되고 있고, 중소벤처기업부도 '소셜벤처기업 판별기준과 가치평가모형'을 마련했다. SK그룹은 자체 지표인 '사회성과인센티브(SPC)'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성과에 반영하고 있다. 공공기관 중 LH가 최초로 사회적 가치 창출 효과를 측정하고 결과를 산출하는 등 지표는 다양한 층위에서 개발, 이용 중이다. 사회적기업 측에서는 사회가치지표를 집계하는데 지나치게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도록 통일된 사회적 가치 지표를 만들어달라는 의견도 있지만, 다양한 사회적 가치 지표가 생태계 속에서 필요에 따라 선택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대중에게 사회적경제 제품과 서비스를 인식시키려는 노력이 계속됐다. 사진은 지난 9월 열린 인서울마켓. ⓒ서울시

■ 바이 소셜! 사회적경제 판로 확대를 위한 노력

사회적경제 관련 법적인 토대 마련이 미흡한 부분은 아쉽지만, 사회적경제의 판로 확대에 대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7월 대전에서 열린 사회적경제 박람회 등을 통해 사회적기업이 대거 소개됐고, 서울시는 지난 9월 '인서울마켓'을 열어 사회적기업에 대한 민간의 관심을 높이는 등 사회적기업 마케팅에 힘을 쏟은 한 해였다. 양적 확대는 확실하지만, 이 역시 질적 확대가 과제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경제 판로에서 큰 비중을 담당하고 있는 공공구매 등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조달연구원은 지난 해 말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사회적기업 및 사회적협동조합 공공기관 우선구매 활성화 방안 연구'에서 사회적경제 우선구매 실적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단순 구매실적 증가비율이라는 평가 지표와 단년지원에 그치는 계약에 의한 방법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사회적기업의 제품과 서비스가 제대로된 품질을 갖추지 않으면, 지원 당위성을 유지할 수 없어, 공공구매에 대한 비중을 줄일 수 있도록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상품 및 서비스의 질 향상에 역점을 두어야한다는 목소리가 생태계 내부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경제 상품 및 서비스 소비를 공공이 아니라 대중이 주도하도록 돕는, 바이 소셜(Buy Social), 착한 구매 등의 캠페인의 중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 민이 끌고, 관이 밀고-균형 맞아야 생태계도 성장해요

우리나라 사회적경제는 아직 시민 주도보다는 공공이 이끄는 부분이 크다는 우려가 이어지면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국토교통부가 도시 취약지역 민관협력사업을 진행하는 등 관 주도가 아닌 민간의 힘으로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지원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들어가는 조세비용을 민간의 선투자로 해결하고 사업성과를 정부가 구매해 성과에 따라 투자자에게 원금과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새로운 민관협력 방식인 사회성과보상(Social Impact Bond)을 도입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도 민관 협력 강화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4월 광주광역시가 광주 사회적경제 민관거버넌스 협의회 발족식을 개최했고, 6월에 전라북도 사회적경제 통합 거버넌스, 7월에는 경남 지역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관거버넌스가 본격 출범하는 등 지역별 민관거버넌스가 대거 출범했다. 사회적경제 관계자들은 이러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지만, 민관의 제대로 된 관계 수립은 아직 과제로 남겨두고 있다. 아직은 민과 관의 힘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다. 서로의 역량과 권한을 마음껏 교환할 수 있는 신뢰관계가 형성돼야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 올해 들어 전국협동조합협의회 등 사회적경제조직의 협의체들이 대거 출범했다. 지역별 업종별로 나뉘어져 있던 협동조합 조직들을 연합한 전국단위 협동조합 조직이 탄생했다. ⓒ라이프인

■ 우리가 사회적경제다! 연대를 통한 협의체 결성

민관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민민거버넌스가 먼저 원활해져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사회적경제가 확장되면서 종사자들도 많아지고, 이들의 연대가 사회적경제 생태계 성장에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아지면서 각종 협의체가 속속 결성됐다. 그간 기능별, 개별적 협의회 중심이었던 것에서 이를 아우르는 협의체의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 9월 국내 최초 소셜벤처 협의체 임팩트 얼라이언스가 창립됐고, 전국협동조합협의회가 4월 발족했다. 11월 경남 예천군, 12월 경북 의성 등도 사회적경제협의회 등을 출범시키며 지역별 협의체가 구성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진짜 연대'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만, 흩어져있던 작은 단위의 협의체들이 덩치를 키우기 시작하다보니, 협의체들 사이에서 당사자성, 대표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는 경우도 있다. 큰 단위의 사회적경제의 연대는 이제 시작 단계다. 생태계 내부 연대를 위한 갈등해결 방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 프랜차이즈, 부동산, 농·어업 모두 사회적경제로? 모든 사회 문제의 대안화

사회적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회적경제는 비단 사회적기업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프랜차이즈의 갑을 관계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이 제시됐고, 사회적서비스는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는 사회적기업에서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사립유치원 비리가 사회문제가 되자 부모협동형 유치원이 대안으로 제시됐고, 부동산 가격 상승이 문제가 되자 사회주택 등이 주거 안정 대책으로 제시됐다. 최근에는 농림식품축산부가 농··어촌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사회적경제와의 연계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사회적경제가 모든 사회 문제의 대안 격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 이는 사회적경제의 가치에 대한 공공과 대중의 관심이 크고,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룬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생태계 확장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이런 관심과 지원을 유지할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숙제도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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