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미국 대사관 앞으로 간 이유는?
상태바
그들이 미국 대사관 앞으로 간 이유는?
[강찬호의 옥시아웃현장스토리(24)] 광화문 미국 대사관 앞 항의행동...규제완화 요구하는 미국 정부는 각성하라.
  • 2017.10.19 15:50
  • by 강찬호 기자
10월15일 환경단체와 소비자단체 활동가와 회원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광화문 미국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정부를 규탄했다. 가습기살균제 원인물질인 cmit/mit 규제를 풀라는 미국 정부의 요구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서였다.(사진 강홍구)

2011년8월말,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 환경보건시민센터를 쫓아 피해대책 및 구제 활동을 하면서 많은 세상을 만났다. 지난 6년간 만난 몇몇의 일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경우도 많았다. 막강한 다국적기업을 상대로 영국에 항의 방문을 가고, 더욱이 그 현장에서 국회 특위의 조사 활동에 동참하고, 옥시레킷벤키저 씨이오의 사과를 받는 일들은 당초 상상했던 일들이 아니었다. 대표적인 경우였다.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그간 정부를 대신해 책임 인정과 사과를 받는 일 역시, 그러했다. 스치는 생각들 속에 잠시 그런저런 일들이 상상력의 언저리에서 지나갈 수는 있었겠지만 구체적인 생각, 상상으로 자리 잡은 일들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일어났고. 가습기살균제 피해문제 해결의 과정으로 진행됐다. 대통령 사과와 피해구제법이 제정되고, 개정안이 준비되면서 어느 정도 문제 해결이 궤도에 올랐다고 생각했다. 이제 낯선 일들이 발생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쩌면 조금은 안심했고, 안심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또 상상초월(?)의 일이 발생했다. ‘아, 끝은 없는 거구나. 아는 세상이 너무 좁구나’하는 푸념이 들 정도였다.

지난 10월16일(월) 낮 12시, 미국 대사관 앞에 섰다. 항의행동과 기자회견의 주 장소는 광화문 사거리 횡단보도 앞, 혹은 이순신 동상 앞이어서 습관적으로 그곳에서 발을 멈췄다. 그런데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아무도 없어 순간 당황했다. 미국 대사관 앞이라는 공지를 알고 있으면서도 멍 때리고 있었고, 몸은 습관적으로 특정 장소에서 멈췄다. 당황하다, 다시 장소를 확인하고, 미 대사관 앞으로 이동했다. 미국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었다. 왜 우리는 이곳으로 향하게 된 것이었을까. 미국의 통상압력 때문이다. 국정조사를 앞두고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미국이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원인물질 중 하나인 CMIT/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 물질 규제에 대해 부당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정부, 국내 화학물질 규제에 이의제기 지속 중...가습기살균제 물질인 ‘CMIT/MIT' 규제마저 풀라...환경단체 등, 국민안전 보호가 최우선...미국 정부 규탄

해당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정부가 한국정부의 화학물질 규제에 대해 지난 3월 세계무역기구(WTO) 무역기술장벽위원회(TBT) 회의에서 이의를 제기했고, 이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정부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등 잇따른 화학물질 참사를 겪으면서 화학물질에 대한 기업의 영업비밀주의를 완화시키고 있고, 오는 2030년까지 1톤 이상 모든 기존 화학물질에 대해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기업의 비밀주의 규제 완화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살생물제 도입과 관련해 안전표시 기준을 강화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화학물질 기업들의 로비가 작용하고 있는 사안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국정부가 CMIT/MIT 물질이 보존제 용도로 사용되는 것은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후속대책으로 지난해 12월30일부터 해당 물질이 모든 스프레이, 방향제 제품에 사용되는 것을 금지하는 ‘위해우려제품 지정 및 표시·안전기준’을 시행(2016.12.30)하고 있다. 미국의 요구에 대해 환경부는 CMIT/MIT에 대한 위해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고, 최소한의 국민건강권 보호 차원에서 해당 물질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에 대한 미국 측의 압력이 행사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대책활동을 해온 시민 환경단체들은 즉각 분노했다. 가습기살균제참서전국네트워크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이 16일에 미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게 된 이유였다.
참석자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도 가로막는 미국정부를 규탄한다’‘가습기살균제 참사 살인물질(CMIT/MIT) 규제완화 요구하는 미국정부와 WTO를 규탄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기자회견문을 통해 ‘문재인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재발방지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강력히 대응하라’고 요구했다. 또 CMIT/MIT로 만든 가습기살균제 재품을 판매한 제조·판매사들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피해대책을 마련하고 촉구했다. CMIT/MIT는 가습기살균제 원인물질 중에서 PHMG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사용된 살균제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판매량 998만개 중에서 259만개(26%)가 판매됐다. SK/유공/애경의 가습기메이트, 이마트/GS/다이소의 PB상품 그리고 헨켈제품 등 7종이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가습기살균제 살균물질 사용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기초적인 조치이다. 가습기살균제 원인물질 외에도 모든 스프레이제품에 대해 호흡독성시험을 의무화해야 하지만, 정부는 일부만 규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미국의 요구에 대해 “최소한의 국민생명 보호조치에 대해 기업활동에 방해된다며 규제를 풀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트럼프와 미국정부 관료들에게 가습기살균제 사용하게 하라.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요구다”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참가자들은 “미국정부의 행위는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이며, 한미양국의 자유무역협정(FTA)에 있는 ‘국민건강보호를 위한 규제’라는 기본사항을 무시하는 막무가내식 행동이라며, 더욱 강력한 안전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한국정부에게 촉구했다.

가습기살균제 항의행동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까. 

라이프인 열린인터뷰 독점기사는 후원독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분들은 로그인을 하시면 독점기사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가 아닌 분들은 이번 기회에 라이프인에 후원을 해보세요.
독립언론을 함께 만드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요기사
인기기사
  • (07317)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등포로62길 1, 1층
  • 제호 : 라이프인
  • 법인명 : 라이프인 사회적협동조합
  • 사업자등록번호 : 544-82-00132
  • 대표자 : 김찬호
  • 대표메일 : lifein7070@gmail.com
  • 대표전화 : 070-4705-7070
  • 팩스 : 070-4705-7077
  • 등록번호 : 서울 아 04445
  • 등록일 : 2017-04-03
  • 발행일 : 2017-04-24
  • 발행인 : 김찬호
  • 편집인 : 이진백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소연
  • 라이프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라이프인.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