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in 한국] 청년의 삶이 '푸르도록', 청년 정책 발전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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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in 한국] 청년의 삶이 '푸르도록', 청년 정책 발전 방향은?
  • 2024.03.15 10:00
  • by 조성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 통계청 유튜브 채널. 온라인 화면 갈무리.
▲ 통계청 유튜브 채널.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청년 담론의 확산과 배경

2020년을 전후로 이른바 'MZ세대'라는 개념이 유행처럼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세대 간 가치의 차이, 일과 생활에 대한 관심과 태도의 차이가 강조된 바 있다. 하지만 MZ세대는 한국에서만 사용되는 개념으로 그 범위가 너무 넓어서 학술적으로 정의되고 구체적으로 연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트렌드MZ 2019』에서 밀레니엄 세대와 Z세대를 묶어 MZ세대로 분류하면서 해당 개념이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사실,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앞 세대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는 세대론은 오래전부터 반복적으로 있어 왔다. 1960~70년대의 '4·19 세대', 1970년대 '청바지 세대', 1990년대 초반의 'X세대'처럼 사회·문화적으로 청년 세대는 앞 세대와 성장기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다르고 문화적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기성세대와의 차이는 불가피하다. 다만 세대론은 문화나 마케팅 영역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강조하는 데 유용할 수는 있으나, 사회 구성원의 특성을 파악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세대 간 차이를 개념화하고 수치화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접근이다. 왜냐하면 동일 세대 구성원들이라고 할지라도 그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경험하고 있는 현실과 지향하는 가치는 매우 다양하고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이 차이를 무시하고 특정 세대는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동일한 '세대'로 정의할 때 '역사성'과 '공간성'이라는 구체성을 추상성에 덧붙여주는 효과(『88만원 세대』, 우석훈·박권일, 2007)가 있기 때문에 자주 활용된다. 지금 한국의 20대라고 하나의 인구집단을 묶으면 한국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21세기 초반에 태어나 성장하며 동일한 사회·역사적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의 집합체로 구체화가 가능한 것이다.

2000년 이후 등장한 세대론 또는 청년 담론의 출발은 『88만원 세대』가 아니었을까 싶다. 당시 저자들은 '88만원 세대'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통해 저성장 시대에 사회에 진출한 청년 세대에 주목했다. 비슷한 시기 이탈리아의 '1,000유로 세대'(Milleuristi), 일본의 '하류 사회' 개념 등에도 반영된 바와 같이 21세기 저성장으로 계층이 고착화되고 계층 상승 가능성이 낮아진 상황에 놓인 청년들의 문제를 개념화한 것이다. 이후 2011년 언론을 중심으로 '삼포세대' 담론이 확산된다. 여기서 삼포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의미로 청년들을 '삼포'하게 만드는 불안정한 사회·경제적 조건을 강조한 표현이다.

기성세대 중 일부는 이전에도 청년기에는 미래가 불투명했으며, 사회·경제적 조건을 잘 갖추고 청년기에 접어들었던 세대는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각 세대들이 성장했던 경로에 따라 주어진 조건을 받아들이고 미래를 전망하는 바는 다를 수밖에 없는데, 2024년 현재 한국의 청년 세대(19세~34세)는 'IMF 사태'라고 불리는 1997년 말의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사회 질서 속에서 성장한 세대다. 한편으로는 경쟁을 수용하면서 조직이나 집단(공동체)보다는 개인의 자유와 일-생활 간 균형이 중요해진 시기에 성장했다. 동시에 전 세계적인 포스트 포디즘으로의 이행과 탈산업화, 디지털화 등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학습과 진로의 측면에서 새로운 시장의 요구에 노출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지금의 청년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늘 청년기는 새로운 미래의 불투명성으로 고민하게 되고, 현재의 앞 세대는 청년들에게 뚜렷한 미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청년들이 불만을 갖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 언스플래시(Unsplash).
▲ 언스플래시(Unsplash).


■ 생애주기에서 '청년기'의 의미

청년을 한자로 쓰면 靑年, 즉 '푸르른 때'이다. 오랫동안 청년이라는 표현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절정에 도달해 무르익은 나이'를 뜻해 왔다. 여전히 청년은 신체 발달상 절정인 시기인 것은 맞지만, 요즘 청년이라고 하면 생애주기 과업을 앞두고 사회적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시기라는 인식이 더 크다. 청소년은 사회의 보호와 관심이 필요한 시기로 받아들여지는 것과 비슷하게 청년 역시 아직 독립적인 성인이라고 보기에는 이른 시기처럼 여겨진다.

1980년대 이전의 생애주기를 보면 대개 청소년기 이후 부모 집을 떠나 경제 활동을 하고, 일정 정도 시간이 지나면 결혼하고 부모가 되어 타인을 책임지는 성인이 됐다. 하지만 산업이 고도화되고 고등 교육이 일반화되면서 10대 후반의 청소년기(adolescence) 이후 독립된 성인기(adulthood)에 이르는 시기가 점점 늦춰졌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다수가 대학 교육을 받고 취업을 준비하면서 독립된 성인으로서의 삶을 준비하기 위한 과업이 늘어났다. 따라서 20세기 중반 이후 발달심리학 등에서는 사람의 생애에서 청년기를 아동기, 성인기와 구별되는 별도의 시기로 이해하기 시작한다. 발달심리학에서는 청년기를 일컬어 '가족과 사회로부터 보호 받으며 교육을 받고 신체 성장을 이루는 청소년기 이후 독립된 성인으로서의 삶을 탐색하는 성인모색기'(Emerging Adulthood, EA)로 정의한다(제프리 아네트). 성인모색기는 미국에서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결혼하여 부모가 되는 성인으로 이행하는 시기가 지연되면서 새롭게 등장한 개념으로, 독립된 성인이 가능성과 불안정성이 내재된 이행기 이후 "어느 순간 비로소 어떤 여유"(김경희 외, 2020, p.234)를 갖고 경제·사회적으로 안정된 삶을 영위하는 단계를 이른다면, 청년은 그 전 단계에 해당한다.

연령에 따른 생애주기에서 청년기는 아동·청소년기와 중·장년기를 잇는 시기로 정의되며, 법적으로 청년은 「청년기본법」 제3조에 따라 19~34세 범위의 사람으로 연령 기준으로 정의된다. 이들 중 일부는 「청소년기본법」상의 청소년(24세 이하)과 중복되는데, 고등학교 졸업 이후의 사람들은 청년이라고 지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연령 중심적 접근이 생물학적 접근이라면, 사회학적 관점에서 청년기는 성인으로의 이행기 교육 이수 이후 경제적 독립, 가족을 형성하는 등 관계 독립, 주거 독립 등 독립된 성인으로의 이행기 과업을 수행해야 하는 시기이다(김성아 외, 2022).

그런데 우리나라 현 세대 청년은 교육 수준이나 경제 활동의 형태 및 시기, 결혼이나 출산 여부, 주거 분리 등 전통적인 이행기 과업을 이행하는 데 사회·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이행기 과업을 완수하는 시기가 다른 나라 청년들에 비해 지연되는 특징이 보이고 있다. 우선 대학 진학률 증가가 영향을 준다. 1980년대까지 40%에 미치지 못한 대학 진학률은 1990년대 대폭 증가하여 2000년대부터는 70%를 웃도는 수준이며, 특히 2010년대부터는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전체 대학 진학률보다 높아지면서 여성과 남성 모두 사회 진출 시기가 늦춰졌다. 여기에 전통적 결혼관의 유지, 높은 주택 구입 비용과 자가 주택 선호 경향, 취업 준비 기간의 증가 등으로 결혼과 출산이 지연되고 있다. 초혼 연령을 보면 1990년 남성의 평균 초혼연령은 27.8세, 여성은 24.8세였지만, 2021년에는 남성이 33.4세, 여성이 31.1세로 약 5~6년 정도 초혼 시기가 늦춰졌다.

혼인 외 출산이 매우 적은 한국의 사회·문화적 분위기로 결혼의 지연은 출산의 지연으로 이어져 부모가 되는 평균 연령도 높아졌다. 첫째 아이를 출산하는 모(母)의 평균 연령이 1993년에는 26.2세였지만 2021년에는 32.6세로 6년 이상 증가했다. 청년기 과업과 수행 연령의 변화는 사회 구조 변화, 사회·문화적 가치관 변화의 결과라고 보아야 한다. 요컨대 청년은 복합적인 사회·구조적인 변화를 체험하는 세대로, 지금 청년들의 선택과 고민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층위의 구조적 문제의 결과다.

이러한 청년들이 사회 정책의 대상으로 주목 받은 것은 최근의 일로, 청년 정책은 2020년 8월 「청년기본법」 제정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새로운 정책 영역이다. 이전까지 청년은 법률에 의해 특정된 지원 대상은 아니었다. 지연된 이행기 등 현 세대 청년이 겪는 복합적인 어려움과 정책 대응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청년기본법」 제정을 통해 19세 이상 34세 이하의 연령 범위를 대상으로, 청년의 권리를 보장하고 민주시민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시작했는데, 법률에 따르면 청년 정책은 현 세대 청년이 성인으로의 이행기 과업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으며 건전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제2조)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청년의 삶의 질을 향상"(제3조)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 한국 청년의 실태

정책 대상으로서 청년층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청년만을 대상으로 한 규모 있는 사회조사도 최근에서야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지난해 발표된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는 전국 17개 시·도 일반가구 내에서 19~34세 가구원이 속한 가구를 모집단으로 14,966 가구와 청년을 조사한 대표적인 청년 대상 사회조사다.

조사 결과를 보면 청년들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대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는데 눈여겨 보아야 할 몇 가지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청년들의 취업 및 일·생활 균형과 관련한 상황을 살펴보면, 조사 대상 청년 중 취업자 비율은 67.4%이고 세금 공제 전 월 임금은 평균 252만원으로 근로자 중 전일제는 78.0%, 시간제는 22.0%이며. 취업한 청년 중 자영업자는 7.5%로 조사됐다. 직장에서의 평균 근속 기간은 31.6개월이며, 1년 미만 근속 기간 비율은 32.7%로 상당수의 청년들이 짧은 근속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청년들이 이직 또는 구직 시 고려하는 사항(1순위)으로는 임금 48.5%, 고용 안정성 12.8%, 본인의 장기적 진로 설계 8.4%, 근로 시간 7.2% 순으로 임금에 대한 관심이 높았으며, 응답자 33.9%가 최근 1년간 번아웃(소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는데, 그 이유로는 진로 불안 37.6%, 업무 과중 21.1%, 일에 대한 회의감 14.0%, 일과 삶의 불균형 12.4% 순으로 나타났다.

여러 조사 항목 중 눈에 띄는 것은 청년들의 사회적 관계가 상대적으로 취약해 보인다는 점과 이것과 연결될 수 있는 정신건강 위험 요소들이 보인다는 점이다. 관계의 취약성이 엿보이는 대표적인 항목으로 최근 1년간 주로 식사를 함께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물었을 때 주로 혼자 식사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20.6%로 나타났다. 물론 이러한 결과가 이른바 '혼밥'이나 '혼술'이 더 이상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기 때문에 부정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일상적인 사회 관계에서 가족이나 학교, 직장 동료와의 식사는 관계 맺기의 가장 기초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향후 추가적인 관찰이 필요해 보인다.

정신건강 측면에서 부정적 요소들을 살펴보면, 우울 증상 유병률은 6.1%(남 4.9%, 여 7.5%), 최근 1년간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경험은 2.4%(남 1.8%, 여 3.1%)로 나타났으며, 약물 사용경험과 관련한 항목에서는 수면제(3.8%), 신경안정제(4.3%), 각성제(1.0%) 순으로 사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해당 항목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수도권 거주자가 비수도권 거주자보다 약물 사용 경험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긍정적인 조사결과들도 있다.

청년들의 현재 삶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0~10점)로 파악한 삶의 만족도는 6.7점으로, 국민 전체 삶의 만족도(5.9점, 2019~2021 평균, 통계청)보다 높게 나타났다. 행복감 6.9점, 자유로운 선택 6.9점, 사회에 대한 신뢰는 5.2점으로, 행복과 자유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내린 반면, 사회에 대한 신뢰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고 있었다. 우리 사회의 갈등에 대한 평가를 보면 세대 간 갈등은 76.5%, 소득 차이 갈등은 79.1%, 지역 간 갈등은 63.4%, 성별 갈등은 72.3%, 국적 간 갈등은 53.0%가 많다고 응답하여 우리 사회를 갈등이 많은 사회로 평가하고 있다. 이 대목은 앞으로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바라는 미래에 대한 실현 가능성에 대해 94.8%는 어느 정도 이상 실현할 수 있다고 응답했으나, 전혀 실현할 수 없다고 응답한 청년의 비율도 5.2%를 차지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해서는 여성과 남성의 생각이 상당히 크게 차이나는 점이 두드러졌다. 미혼 청년의 향후 결혼 계획은 75.3%가 있다고 응답했는데, 남성은 79.8%, 여성은  69.7%가 있다고 대답하여 그 차이가 10.1%에 달했다. 출산 의향에 대해서는 63.3%가 있다고 응답했는데 남성은 70.5%, 여성은 55.3%로 나타나 성별 간 차이가 15.2%로 결혼에 대한 차이보다 더 큰 성별 간 인식 차이를 보였다.

보다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 놓인 청년의 규모를 보면 취약가구원에 대한 돌봄 책임을 맡고 있는 가족돌봄청년은 0.6%, 한부모가구(1.4%) 및 자립준비청년 가구는 전체의 1.7%, 기초생활보장급여 수급 가구는 전체의 0.9% 수준으로 나타났다. 거의 집에만 있는 은둔형 청년의 비율은 2.4%(임신·출산·장애 제외)로 나타났으며, 은둔 이유는 취업 어려움 35.0%, 대인 관계 어려움 10.0%, 학업 중단 7.9% 순으로 나타나 노동시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청년들이 사회로 나오지 못하는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 청년 정책의 도입과 발전 방향

▲ 창원시 공식 블로그. 창원시는 구직활동수당 제공, 교통비 지원, 자격증 시험 응시료 지원 등의 청년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창원시
▲ 창원시 공식 블로그. 창원시는 구직활동수당 제공, 교통비 지원, 자격증 시험 응시료 지원 등의 청년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창원시

청년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중앙정부보다 먼저 관심을 갖고 정책 대상으로 삼았다. 이러한 점에서 중앙정부의 지원이 먼저 시작된 아동, 청소년, 노인층과는 차이가 있다. 지역에서 청년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은 지역의 청년 인구 감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2015년 1월 가장 먼저 청년기본조례를 제정하여 여러 가지 지원 정책을 추진한 서울시의 경우를 보면 2001~2005년, 2010~2013년, 2015년에 청년 인구의 순유출이 있었다. 물론 서울의 경우, 인구 유입을 직접적인 목표로 삼기보다는 청년들의 삶의 질 개선과 권익 증진이 보다 직접적인 목표였지만, 청년 인구가 감소할 만큼 청년들의 서울살이가 힘들었다는 점이 정책 시행의 배경이 된 것은 분명하다.

수도권 외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보다 분명하게 청년 인구 유입을 청년 정책의 목표로 삼고, 일자리 창출 및 정주여건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펼쳐 지역 청년들이 지역에서 일하고 나아가 지역 내에서 혼인과 출산 등 생애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역 인구의 유지를 꾀하기 시작했다. 서울시가 청년기본조례를 제정한 후, 같은 해에 대구, 광주, 경기, 전라남도 등도 청년 관련 조례를 제정했고, 2015~2021년에 걸쳐 17개 시·도에 청년정책책임관 및 전담조직이 설치됐다. 2021년도 기준 전체 243개 지자체 중 63.8%인 153개 지자체가 청년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으며, 2021년 6월 기준 전국에서 185개 지자체 청년센터가 운영될 정도로 청년 정책 시행을 위한 인프라가 빠르게 확대됐다. 지자체는 각 지역 실정에 맞는 맞춤형 청년정책으로 2021년 3,460여 개의 사업에 총 3조 4,000억원 예산을 투입하고 지원하였는데, 정책 성격별로는 취업지원 분야가 1,409개 사업으로 41%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뒤를 지어 창업지원 사업699개(20%), 주거금융 532(15%) 순으로 나타났다(국무조정실, 2022).

중앙정부가 주도한 청년기본법 제정에 따라 수립된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보면 일자리와 주거, 교육, 참여 및 권리와 함께 복지와 문화 분야가 5대 중점 정책 분야로 제시(관계부처 합동, 2020.12.)되는 한편, 취약청년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늘어나면서 별도의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21년 8월에 발표된 '청년특별대책'에서도 청년세대 격차해소를 위해 자산형성 지원과 정신건강 증진 등의 과제가 발표되었는데, 특히 자립준비청년이나 가족돌봄청년에 대한 지원 대책이 각각 발표되는 등 취약한 청년을 위한 정책의 저변 확대(관계부처 합동, 2021.7.13., 관계부처 합동, 2022.2.14., 관계부처 합동, 2022.11.17.)를 꾀하고 있고, 새로운 취약계층이자 복지 사각지대로서 고립․은둔 청년 등 취약 청년 발굴과 지원체계에 대한 정책이 제안된 상황이다(보건복지부 보도참고자료, 2022.11.25.).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청년기는 미성년기이후 독립된 삶으로의 이행을 준비하는 시기로 교육 이수와 경제적 독립, 가족을 형성하는 등의 관계 독립, 주거 독립 등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자신에게 맞는 삶의 방향을 구현해나가는 과정이다. 여기에서는 각각의 선택지가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으며 따라서 청년들에게는 선택한 삶의 다양성이 존재한다. 한편 청년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발달심리학적 특성 및 생애 주기 상 불안정성 때문에 다른 생애주기에 비해 공동체 단위의 사건이나 사회구조적 변화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그리고 가족 등 성장배경에 따라 청년들의 스타트라인의 차이, 필요의 차이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청년들의 상황적 특징을 고려하면 청년정책은 중앙정부의 표준화된 소수의 사업이 아니라 다른 정책 영역보다 유연하고 개방화된 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
 

▲ 한상현 경남도의원. 최근 경남도의회에서는 한상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남도 고립·은둔 청소년 및 청년 지원 조례안'이 통과됐다. ⓒ경남도의회
▲ 한상현 경남도의원. 최근 경남도의회에서는 한상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남도 고립·은둔 청소년 및 청년 지원 조례안'이 통과됐다. ⓒ경남도의회

우선 다차원적이고도 다중적인 취약성에 노출되어 사회경제적 자본이 충분하지 않거나 결핍된 취약 청년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공적 지원이 시급하다. 최근의 여러 연구들을 보면 취약 청년의 경우 취약성의 연쇄적 강화 현상이 발견된다. 예를 들어 가족의 취약성이 일자리, 금융, 사회적 관계, 돌봄의 문제를 동시에 일으키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일자리가 취약한 청년은 고용정책의 관점에서 취약성을 보완해야 하고, 금융의 문제를 가진 청년은 재무상담이나 재무관리, 필요한 경우 회생 등이 필요하며, 가족돌봄청년이나 가족생계부양청년은 가족부양을 지원해야 하고, 사회적 관계가 결핍된 은둔 청년은 활력을 회복하고 또래 집단을 중심으로 관계를 재형성하도록 돕는 등 각각의 필요한 지원내용이 있는데 이러한 필요성이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한 청년에게서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취약 청년들에게도 공적 지지체계가 작동해야 하는데 지원 내용은 청년의 취약성이 다중적인만큼, 배타적이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정책들에 비해 더 유연하고 개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청년정책은 보다 ’지역‘의 역할 중요하다.

지역 기반 청년친화적 정책 전달체계를 재구성하는데 복지혼합(welfare mix)의 관점이 유효할 수 있다. 청년정책은 청년들의 삶이 실현되는 지역적 공간을 기반으로 다(多)주체가 참여했을 때 효과성이 증가한다는 사례들이 최근 여럿 보고되고 있다. 국가, 즉 중앙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는 표준화된 정책 모형을 구현하기 위한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고, 재정지원을 통해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사회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정책이 안정적으로 실현되는 여건 마련에 집중하되 그 집행에 대해서는 지역의 참여를 늘리는 모델이다. 여기에 청년들은 청년정책의 수요자이자 주체로서 각각의 영역에서 의견을 표명하거나 정책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정해야만 청년정책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달체계의 측면에서도 효과적인 정책전달을 위해서는 청년들이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연계기관이 필요하다. 실제로 곤란을 경험하는 당사자는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에 대한 보고들이 있다. 본인이 은둔하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할 수 있고, 힘든 이유가 채무액이 과도해서인지, 사채 등 채무의 질 때문인지, 부모 등 다른 가족을 부양하느라 시간과 여유가 부족해서인지 명확히 인지하지 못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도움이 되는 정책이 존재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정책에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한 청년의 다중적인 복지 욕구는 단일 서비스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에게 적절한 지원을 지역사회에서 발굴, 연계하고, 취약 청년 등 필요한 경우 직접 지원하는 역할을 병행하는 중핵기관이 필요하다.


■ 나가며

한국 사회의 과도한 교육열은 청소년기를 입시에만 매달려 자신의 삶을 향유하기 어렵게 몰아붙이고, 이에 대한 일종의 반대급부로 대학 진학후의 자유로움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20세기 말 IMF 외환위기 이후 보다 경쟁적이고 성과중심적으로 사회·경제 구조가 재편되면서 이제 더 이상 대학도 자유로운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되었다. 자신의 진로를 위해서는 더 치열한 학점관리와 진로를 위한 자격 획득, 의학전문대학원·약학전문대학원·법학전문대학원 진학 등의 준비, 공무원 시험 등 취업 준비 등에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는 시간이 된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보면 한국의 청소년~청년들에게 靑春, 즉 푸르른 날은 생애주기 어떤 시점에도 없어 보이는 안타까움이 있다.

하지만 청년기는 청소년기과 달리 지원대상만이 아니라 주체로서의 역할, 정치적 목소리를 가진 시기이다. 발달심리학적으로 생애주기 상 성인기 이전으로 분류할 수는 있지만, 법·제도의 측면에서 보면 독립적인 의사결정과 법률 행위를 할 수 있는 성인임에는 분명하다. 또한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는 시기이다.

앞으로를 보면 연금과 같이 세대 간 이해관계에서 급속히 확대되는 노년층의 이익과 청년층의 이익이 충돌하는 사례들이 늘게 될 것이다. 정년 연장, 지하철 무임승차 등 지금도 불거지는 사안들이 합의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청년들의 푸르른 삶을 위한 사회의 변화는 요원한 것일까? 청년과 관련한 여러 문제들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의 중층적 결과물이다. 그렇지만 이 문제들을 어떤 방향으로 풀어갈 것인가에 대해서 앞세대들의 해답에만 기대한다면 미래는 청년들이 바라는 방향과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청년담론의 불씨를 지폈던 우석훈·박권일의 책에 있던 부제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기는 것을 권한다.

"20대여, 토플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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