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in 한국] 아이들을 덜 행복하게 키우는 나라에서 더 행복하게 키우는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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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in 한국] 아이들을 덜 행복하게 키우는 나라에서 더 행복하게 키우는 나라로
  • 2024.03.15 10:00
  • by 유민상(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 국제적 기준에서 똑똑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우리나라 아동·청소년들은 높은 학업 부담과 낮은 행복도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우리나라 아동·청소년들의 국제학업성취도 조사(PISA) 성적은 최상위권이지만 행복도 수준이 OECD 최하위권이라는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2010년대 초반 이후로 국내에서 방정환 재단, 세이브더칠드런을 중심으로 아동·청소년 행복도를 국제 비교하였는데, 여러 조사에서 일관되게 국제적으로 낮은 수준이 도출되었다. 민간 영역의 아동 NGO들은 우리나라 아동·청소년들의 낮은 행복도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사회정책적 변화를 촉구하였다.

정부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10년대 중반부터 아동정책 기본계획과 청소년정책 기본계획에 아동·청소년의 행복도 증진을 정책의 최상위 목표로 설정하고 정책을 추진하였다. 하지만 그 결과가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다. 아동·청소년들의 행복도 개선을 위한 사회정책적 노력이 공론의 장에서 다루어지는 것만큼 아동·청소년의 일상의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 국제적 기준에서 본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행복 수준 비교.
▲ 국제적 기준에서 본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행복 수준 비교.

출처: 유조안, 유민상(2022). 한국 아동 삶의 질에 관한 종합지수 연구를 통해 본 지난 10년간 아동 삶의 질과 행복 변화. 지표를 통해 본 한국 아동의 삶의 질과 행복 포럼자료집. 서울: 세이브더칠드런,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

우리나라는 높은 교육열로 인해 아동·청소년들에게 높은 학업 성취를 강조하며 현재의 삶의 질(well-being)보다는 미래의 좋은 삶(well-becoming)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더욱이 투표권이 없는 아동·청소년의 삶에 관한 관심은 항상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어서 아동·청소년의 삶이 쉽사리 변화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아동·청소년의 삶은 대부분 아동·청소년들이 다치거나 사고를 당한 이후에나 사후적으로 관심을 받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결국 아동·청소년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사회적 변화는 제한적으로만 나타나고 있다. 

 

■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행복 추이

우리나라 아동·청소년들의 행복도를 측정해 봤을 때, 아동·청소년들은 대부분 자신이 행복한 편이라고 응답하지만, 그 정도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는 삶의 만족도, 긍정적 감정과 같은 긍정적 영역, 우울과 같은 부정적 영역에서 모두 동일하게 나타난다. 

행복을 저해하는 요인은 초, 중, 고등학생이 비슷하다. 행복하지 않다는 아동·청소년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을 때, 초등학생에서부터 고등학생까지 '학업 문제'가 가장 크게 나타난다. '관계'나 '외모' 역시 중요한 요인이 되지만, 고등학교로 갈수록 학업문제와 함께 진로(미래에 대한 불안) 문제의 비중이 높아진다. 현재의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미래의 진로로 인한 불안이 아동·청소년기 행복을 저해하는 것이다. 

학업 부담과 미래 불안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의 입시제도와 같이 타인과 경쟁해야 하는 구조가 그대로인 상태에서는 단순히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자신이 더 나은 위치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동·청소년의 행복은 매우 개인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 배경에는 사회적인 구조가 강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연령에 따른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행복 수준 및 이유.
▲ 연령에 따른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행복 수준 및 이유.

 

■ 코로나19와 아동·청소년 행복 변화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을 둘러싼 환경은 코로나19 이전까지 점진적으로 개선되었다. 2010년대 이후 무상급식 확대, 학교폭력에 대한 개입, 학교 체벌 금지, 가정 내 체벌 금지 등 아동·청소년 친화적인 변화들이 나타났고, 이러한 변화는 아동·청소년의 행복도가 개선되는 데에도 기여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은 상황에서 악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에서 타인과의 거리두기를 일반화시켰지만 그 영향이 모두에게 동일하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코로나19가 불안정 노동시장에 미친 부정적 영향은 부모와 가족을 통해 아동·청소년의 일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학교가 문을 닫았을 때 아동·청소년을 돌봐줄 수 있는 자원에 따라 그 영향이 달라졌을 수 있다. 
 

▲ 코로나19가 자신의 삶에 미친 영향에 대한 아동·청소년의 주관적 인식.
▲ 코로나19가 자신의 삶에 미친 영향에 대한 아동·청소년의 주관적 인식.

출처: 유조안, 이봉주, 유민상, 오수미, 김푸른솔(2021). COVID-19 팬데믹과아동 삶의 질에 관한 연구. 서울: 세이브더칠드런,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

아동·청소년에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동안 자신의 변화가 나타난 부분을 물어보았을 때, 가족과의 관계나 자신의 건강은 더 나아졌다고 응답한 경우가 더 많았던 반면 친구 관계는 긍정적 변화와 부정적 변화를 응답한 비율이 비슷하였고, 학교생활은 더 부정적으로 변화하였다고 응답한 경우가 더 많았다. 코로나19가 미친 영향은 아동과 가족의 배경과 사회경제적 특성에 따라 차등적으로 나타났고, 이후 회복 과정에서도 차등적으로 회복의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 '이유 없이 외로운 적이 있다'에 대한 초중고 학생들의 연도별 추이 변화.
▲ '이유 없이 외로운 적이 있다'에 대한 초중고 학생들의 연도별 추이 변화.

출처: 유민상 외(2023). 아동청소년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 이행연구: 아동청소년 인권실태. 세종: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은 아동·청소년의 사회적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수업 등으로 인해 사회적 관계 맺기뿐만 아니라 사회성 역량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점차 나아지던 '외로움'의 비율이 코로나19 이후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서고, 이것이 초등학생까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해야 할 사항이다. 당연하게 여겨지던 사회적 관계망의 축소는 사회적 고립과 단절뿐만 아니라 사회적 역량 감소로도 이어지고 있고, 사회적 고립의 장기화는 은둔까지 연결될 수 있어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좋은 관계는 행복한 삶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 아동·청소년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 속에서의 행복 증진

그렇다면 현재의 교육제도가 지속되는 환경 속에서 아동·청소년의 행복도를 높이는 정책을 만들 수 있을까? 어렵지만 점진적 개선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거시적 구조를 더디게 변화시켜 나가더라도,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일상의 환경을 바꿀 수 있다. 아동·청소년의 행복은 일상에서의 자율성과 매우 강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아동·청소년이 자신의 삶과 관련한 중요한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사회적 환경을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아동·청소년이 성장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물질적 결핍의 해소, 폭력 노출의 감소 등은 거시적 환경 변화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또한 부정적 경험을 한 아동·청소년들이 그 피해 경험을 고스란히 안고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의 회복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면 아동·청소년의 행복에 가장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폭력 경험 등 부정적 생애경험의 영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아동을 둘러싼 환경에서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환경과 기후변화 등 아동·청소년의 일상과 거시적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디지털 환경에서 아동·청소년을 분리하는 것이 최선이라 여겼지만, 이제 그러한 접근은 디지털 환경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아동·청소년들이 진공 속에서 자라나갈 바라는 것과 같을 수 있다. 기후 위기의 영향 역시 모두가 경험할 수 있는 현재이자 미래가 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미시적, 거시적 변화들이 아동·청소년들의 삶과 행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우리는 아동·청소년의 삶의 질과 행복을 최상위의 목표로 둘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낮은 행복도는 2010년대 반복적인 측정을 통해 사회적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변화를 위한 행동'을 구체화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결국 우리가 이를 측정하는 이유는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러한 변화가 아동·청소년의 비극적인 사고에 대한 사후적 대응이 아닌, 장기적 전망을 통해 예방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으로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사회경제적 환경에 비해 '아이들을 덜 행복하게 키우는 나라'의 모습을 보여왔다. 어떻게 '아이들을 더 행복하게 키우는 나라'로 변화할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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