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면역력②] 재난심리학자 이윤호 소장 "상실의 시대, 대비하고 맞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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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면역력②] 재난심리학자 이윤호 소장 "상실의 시대, 대비하고 맞아야한다"
  • 2020.08.21 10:05
  • by 김정란 기자

한국재난심리연구소 이윤호 소장은 사회복지학과 심리학을 전공하고 박사과정에서 위기관리학을 연구했다. 이후  위기사건스트레스관리(CISM; Critical Incident Stress Management) 연구를 통해 크고 작은 사건들로 인해 마음을 다친 사람들을 심리적으로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주로 자살 위험군을 상담하던 이 소장은, 가족이나 지인 등의 자살로 인한 충격으로 힘들어하는 유가족의 트라우마도 크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연구와 상담도 진행해왔다. 2017년 포항 지진 당시 이재민 심리 지원을 위해 일하기도 했던 이 소장은,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는 한국심리학회에서 운영하는 코로나19대책위원회에서 심리적 지원을 하고 있다. 이 소장은 "재난 초기에는 루머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정확한 정보를 잘 판단하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코로나19 위기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상실감으로 인한 지역커뮤니티 붕괴 등이 따라올 수 있다.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인터뷰를 요청할 때만 해도 코로나19 재확산이 시작되던 시기는 아니었다. 다만 길어지는 감염병 위기 상황으로 지친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어떻게 하면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을지 소개해보자던 것이 라이프인의 기획의도였다. 하지만 인터뷰가 예정된 17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인터뷰하던 중 한국재난심리연구소가 위치한 서울혁신파크가 폐쇄됐다. 근근이 버티고 있던 마음의 안정이 더 무너지는 것을 경험한 사람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이다. 이 기사가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는 않았더라도, 지쳐가고 있는 우리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방법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편집자 주]

①에서 이어집니다.

▲ 이윤호 소장
▲ 이윤호 소장

■ 가치에 대한 갈등은 감정 앞서게 돼

오랜 기간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걱정도 많다.

아이들의 경우 구조를 유지해주는 것이 좋다. 그 패턴을 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나이를 불문하고, 보호자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은 구조를 유지해주는 게 필요하다. 일상생활을 유지하라는 흔한 가이드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패턴이 깨질 경우 몸이 적응하기 어려워지는데 대한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생기기 때문이다.

어린이의 경우 양육자가 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설명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재난, 사망 등 모든 사안에 대해서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설명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어린이는 괜찮은데 어른들이 긴장해있다면, 그 불안감이 전염될 수 있다. 그 때문에 양육자의 태도도 중요하다.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 때문인지, 서로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는 가족 간 갈등에 대한 호소도 많은 것 같다. 

가족 간 갈등은 정보보다는 가치가 부딪히는 것이라고 본다. 정치와 종교에 대해 명절 모임에서 절대 이야기하지 말라고 하지 않나? 이것은 그 두 가지가 가치와 연결된 얘기이기 때문이다. 정서적으로 연결된 부분이어서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정에 많이 앞서게 된다.
가까운 가족과도 이런 일이 일어나다 보니, 남을 원망하는 마음이 많이 생기고 그로 인한 갈등도 많아지는 것 같다.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재난 및 감염병 초기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 중 하나다. 어떤 사안이 발생하면 그 일에 대한 책임을 묻거나 화, 억울함 등을 표출할 대상을 찾으려는 심리가 생겨난다. 실제로 자살이 발생하면, 가족 안에서 암묵적으로 자살에 대한 책임자 찾기의 역동이 발생해 가족 간에 이차적인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재난도 마찬가지로 특히 사회 재난의 경우 책임자(집단)를 찾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고, 그 사람 또는 집단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도 초기에 신천지, 대구·경북지역에 대한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나 원망하는 마음들은 그 사람들을 위축되게 만들고, 더 숨어들게 해서 도움을 받는 것에 주저하거나 검사 거부 등으로 이어져 잠재적으로는 대중을 더 위험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된다.
원망하는 마음, 화, 불안 등은 스트레스를 유발해 개인의 면역력을 낮추게 된다. 지금과 같은 감염병 상황에서 면역력 저하는 개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원망하는 마음보다는 본인을 즐겁게 하는 활동을 지속해서 답답함을 해소하거나, 어떻게 하면 본인을 더 안전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초기 대구·경북의 경우라면, "그런 잠재적인 위험군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어떻게 할까? 해당 지역 방문을 하지 않는다. 할 일이 있다면 동선을 어떻게 한다. 이동수단을 어떻게 한다" 등의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좋다.
■재난 이후 찾아올 상실감에 대비해야 한다
지금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무엇인가? 
가장 염려되는 부분은 재난과 연결되는 상실감으로 인한 갈등이다. 특히 코로나19의 경우 국내에서만 3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또 이분들이 사망할 때 가족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다. 누군가를 원망하게 될 수 있다.
홍수나 화재도 상실과 연결된다. 특히 재산보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미가 상실되는 경우도 많다. 코로나로 인해 직업을 상실한 분들, 관계가 단절된 분들이 많다. 평생 만들어놓은 내 가게가 사라진 경우 등에서 오는 상실감이 염려스럽다.
재난 위기가 오면, 초기에는 이를 극복하자고 독려하고, 이겨내는 이야기로 에너지가 고양된다. 시간이 지나면 에너지가 떨어지면서 침체기가 오게 된다. 그 침체기에서 보상 문제 등을 이유로 초기에 똘똘 뭉쳤던 사람들이 갈라지거나 2차적 갈등을 겪게 된다. 지금 당면해 있는 활동 제한에 대한 어려움이, 이후 하나씩 다가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람은 다 자기 기준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괜찮은데 쟤는 왜 아직도 저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거기서 오는 2차적인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상실에 대한 준비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준비해야 하고, 이에 대해 모르는 분들에게 이런 감정이 올 수 있으니 어떻게 할지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애도를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한 교육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상실의 감정들이 파도처럼 왔다 갔다 할 텐데 왔을 때는 어떻게 하고, 갔을 때는 어떻게 할지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 준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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