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 습격'에 저항한 494명의 용기있는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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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호르몬 습격'에 저항한 494명의 용기있는 행동
[바디버든프로젝트따라잡기] 아이쿱생협, '바디버든 줄이기 캠페인' 결과보고회...환경호르몬 감소치 확인은 소중한 결과..사회적 캠페인으로 확대되어야
  • 2017.09.14 17:57
  • by 강찬호
'노바디버든토크쇼' 행사장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행사 참가자들이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 이상미.
494명이 2주일간 환경호르몬과 싸웠다. 내 몸안에 축적된 환경호르몬의 양이 얼마인지 미리 측정했고, 2주일간의 노력을 통해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 확인했다. 일명 '바디버든 줄이기 캠페인'을 통해서다. 바디버든(Body Burden)은 환경호르몬 물질 등 몸안에 축적된 독소물질의 총량을 의미한다.
 
2주간의 캠페인 결과에 대해 참가한 당사자들도, 캠페인을 제안하고 운영했던 주체들도, 시료를 채취해 검사한 기관의 관계자들도 궁금해했다. 의미있는 자료를 얻을 수 있을까. 결과는 놀라웠다. 한계는 있지만 개인이 노력함으로서 몸 안에 있는 특정 환경호르몬 물질들을 배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494명이 어디에서 무엇을 했고, 왜 그렇게 한 것일까. 캠페인은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전국 각지에서 진행됐다. 아이쿱생협이 제안하고 진행했다. 조합원과 일반인이 참가 대상이었다. 제안 당시 3천여명이 참여를 희망했다. 495명이 시작해 1명 탈락했고, 494명이 2주일간 캠페인 일정을 완주했다.
 
참가자들은 2주간 일정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들의 소변을 미리 채취해 제출했다. 2주일 간 일정을 종료한 후 한 번 더 소변 시료를 제출했다. 검사를 해야 할 샘풀 시료만 1천여건에 다다랐다. 검사는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진행했다.
 
이러한 실험결과를 얻기 위해 참가자들이 거친 실험 과정은 어땠을까. 참가자들은 2주 기간 동안에 23종의 화장품, 14종의 세제와 세척류, 샴푸 등 20종의 개인위생용품 사용을 자제했다. 육류 및 유제품 등 음식 자제, 음식물 보관 등 7가지 생활습관 등을 지켜야 했다.
 
노바디버든 토크쇼에는 전문가와 캠페인 참가자들이 패널로 참여했다. 버디버든 줄이기 캠페인의 의미와 참가자들의 체험담이 유쾌하게 전달됐다. 사진 이상미.

 캠페인 결과와 참가자들의 경험담은 9월13일(수) 오전 11시 공개됐다. '노바디버든토크쇼'를 통해. 토크쇼는 대전 서구문화원에서 진행됐다. 캠페인 참가자들, 결과가 궁금한 각 지역의 조합 관계자들 200여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28종 환경호르몬 물질 변화 분석...페놀류 23-82퍼센트 감소...프탈레이트류 7-28퍼센트 감소...2주간 회피노력으로 감소 확인은 유의미한 성과...개인 습관변화와 함께 사회적 노력 병행돼야

분석대상은 환경호르몬 물질 28종(환경성페놀 17종, 프탈레이트 대산산물 11종)이었다. 분석결과 페놀류는 23-82% 감소했다. 프탈레이트류는 7-28% 감소했다.

프탈레이트 중 DEP의 대사산물인 MEP는 생활화학용품 변경 또는 사용빈도 감소(트린트먼트, 바디워시, 바디로션 등의 개인위생용품, 로션, 에센스, 크림 등의 화장품 및 향수)를 통해 유의하게 감소하였으며, DEHP 대사산물은 플라스틱 식기 사용을 줄임에 따라 감소하였다.

페놀류의 경우 개인위생용품 및 화장품 사용빈도 감소로 프로필파라벤 그리고 외식 빈도 감소로 에틸파라벤 농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하였다. 파라벤류는 주로 방부제 성분으로 사용된다. 참가자 67%의 산화손상지표(외부 스트레스로 발생한 체내 산화물질 정도)가 체험 후 감소해 몸의 건강도가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검사결과를 발표한 노동건강연구소 김원 박사는 "참가자들이 낮은 수준에서 출발했지만 2주간의 회피 노력으로 더욱 낮아지는 결과를 얻은 것은 고무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반면 "노력을 통해 줄이지 못한 물질은 다른 오염원이 있을 수 있다. 추가적인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캠페인 결과가 시사하는 점에 대해서는 "개인들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회피가 가능하지만,  제도 개선 등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실험 참가자들은 아이쿱생협 차원에서 조합원들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만큼 95% 이상이 여성 참가자들이었고, 50% 가량이 30-40대였다. 인구 분포도에 따른 고른 연구결과를 얻기 위해 실시된 실험과는 연구 성격이 달랐다.

미국 여성의 환경호르몬 평균수치는 한국 여성의 3분의 1 수준에서 관리...미국, 전국민건강영향조사 통해 300여개 물질 관리해와...사회적, 국가적 차원에서 환경호르몬 물질 관리해가야 

한편 이번 실험 참가자들로부터 특징적인 것은 2주간 실험 참가 전에 비교한 환경호르몬 수치 결과에서 참가자들의 수치가 한국 평균 여성들보다 낮았고, 미국 여성 평균치와는 비슷했다. 이는 실험 참가자들이 한국평균 여성들에 비해 환경호르몬 노출이 적었다는 것이고,  미국 여성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비교 가능한 환경호르몬 물질의 수치값에 대해서 나타난 결과였다. 즉 이번 실험 대상물질 28종 중 환경부가 매년 조사하는 한국 시민의 체내 환경호르몬은 7종(환경성페놀 2종, 프탈레이트 대사산물 5종)이었다. 반면 미국 시민들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되는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는 환경호르몬 20종(환경성페놀 9종, 프탈레이트 대사산물 11종)을 포함하고 있다. 실험 참가자들, 한국 여성의 평균, 미국 여성의 평균치를 비교하기에는 한국에서 조사하는 대상물질이 협소한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실험결과는 국가 차원에서 국민들에 대한 바이오모니터링 결과가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실험 참가자들의 경우 환경호르몬 체내 수치가 낮게 출발한 것은 다수가 생협 조합원들로 안전한 먹거리나 생활습관에서 건강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집단으로 추정할 수 있다. 반면 미국 여성의 경우 국가 차원에서 국민건강영양조사와 그 결과를 정책에 반영함으로서 환경호르몬 물질 노출 등 시민들의 건강수준을 관리한 결과로 해석된다.

바이오모니터링 결과는 실제 체내에 잔존하는 화학물질의 종류와 그 양을 확인함으로써 해당 화학물질의 사용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기 위한 제도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지표이다. 지속적인 바이오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와 체내 환경호르몬 모니터링 종류가 매우 적어 그 원인과의 상관관계, 저감을 위한 사회적 과제를 확인하기에 매우 부족한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김원 박사는 "참가자들이 미국 여성들과 유사한 수치를 보인 것은 미국의 경우 전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통해 300여개의 물질을 관리하고 있고, 이러한 노력을 이미 50년전부터 시작해 오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30여개 항목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고 그 역사도 짧다"며, "한국에서도 적극적인 바이오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크쇼 끝 행사로 참가자들이 객석에서 바디버든 줄이기 캠페인 손팻말을 들고 전체 사진을 찍었다. 사진 이상미.
바디버든 줄이기 캠페인은 환경호르몬 수치를 낮춘 결과 외에도 캠페인 방식에서 눈길을 끌었다. 바디버든 캠페인을 실시한 것도 이례적이고, 대규모로 진행된 것도 이례적이다.
 
노바디버든 토크쇼를 통해 캠페인 운영의 전모가 드러났다. 김동희 아이쿱생협 활동연합회 캠페인 국장은 "캠페인을 제안하고 시작할 당시에만 해도 전국을 돌며 494명의 소변 냄새,색깔을 볼 것이라고 상상을 하지 못했다. 무모하고 대담한 체험이었고 시도였다"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3천여명이 캠페인 참여를 희망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고, 494명 참가자들이 높은 의지를 갖고 임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참가자들의 노력을 지지하고 자극한 '캠페인 서포터즈'를 배치한 것도 주효했다고 말했다.
 
비조합원으로 캠페인에 참가한 서윤경씨는 "직장 동료로부터 생협을 알게됐고 임신이 안 돼 자궁내막증 수술을 앞두고 있다가 이번 캠페인을 알게 돼 참가했다"며, 바디버든 참가 후 많은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번 캠페인에 참가하면서 7킬로그램을 줄일 수 있었고, 남편도 10킬로그램을 줄였다. 생협 사과를 섭취하면서 변비에 탈출하는 효과도 경험했다"며, 캠페인 이후 달라진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캠페인에 서포터즈로 참여했던 수원미래아이쿱생협 김지현 조합원은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캠페인에 참여한 참가자들과 유대가 두터워졌고, 남편들도 서로 알게 되면서 좋은 모임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캠페인의 부수적인 효과들이 많다고 말했다.

토크쇼 참가자들은 바디버든 캠페인에 대해 "버리면 이기는 '우노게임'이다. 평생 같이 가야할 친구이다. 바디버든은 호랑이로부터 나를 살려주는 금 동화줄이다."라면서, 저마다의 소중한 경험을 나눴다.
 
김원 박사는 "2주간의 노력을 유지 하지 않으면 원래대로 돌아가게 된다. 지속적으로 생활습관을 개선해가야 한다. 한국 여성들은 참가자들보다 3배 이상 바디버든이 높다. 사회에서 바디버든 줄이기 캠페인을 운동으로서 더욱 확장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크쇼 패널 참가자들이 사전 질문을 미리 뽑고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갔다. 사진 이상미.
한편 토크쇼에서는 달걀 살충제 파동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했다. 신신일 아이쿱인증센터 사무국장은 달걀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지난해부터 예상했다며 아이쿱은 자체 인증시스템을 통해 미리 예방하고 관리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쿱생협은 법적 기준 외에도 품목마다 리스크가 있는 만큼 자체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으며, 인증기관의 공신력을 위해 국제인증기구에도 가입하는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김원 박사는 "유럽의 화학물질관리제도처럼 화학물질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럽은 '노 데이터, 노 마켓'을 원칙으로 검증된 화학물질에 한해 시장에 나오도록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화학물질평가및등록에관한법(화평법)이 도입되었지만 구멍이 있었다"고 말했다. 달걀 살충제 파동과 관련해서는 "DDT 사태는 생산 농가 입장에서 억울한 측면이 있다. 해당 농약은 79년부터 사용이 중단돼 유통될 수 없는 물질로 토양오염을 관리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캠페인을 진행한 아이쿱생협 협동조합지원센터 김영미 파트장은 "시민 불안을 해소할 첫걸음은 생활화학용품 전성분 표시제를 포함한 ‘정보 공개’이다. 더불어 화학독성물질이 제품에 사용되기 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바이오 모니터링 대상 물질 확대를 통한 현황 파악, 정부 차원의 독성 물질 데이터베이스 구축, 제품 생산 기준 재설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이쿱생협은 바디버든줄이기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1차 캠페인단 모집과 진행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2차 캠페인 참가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독해!독해!해독해!'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생활 속 바디버든 줄이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유해물질 노출 줄이기, 유해물질 적극 배출하기, 유해물질 꼼꼼하게 살피기를 바디버든 줄이기 3대 생활습관으로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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