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는 ‘GMO라면’의 대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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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는 ‘GMO라면’의 대변자(?)
식약처 대변인실, ‘'GMO A to Z' 동영상 제작 홍보...GMO 안전성 일방통행 ‘우려’
  • 2017.07.27 13:46
  • by 이진백

 

"어찌됐건 간에 섭취할 수밖에 없는 GMO에 대해서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한 내용으로 영상 제작의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무슨 말이고, 누구의 말인가?

 

최근 MBC 피디수첩에서 국내에 유통되는 일부 라면에서 GMO 성분이 검출됐다며 그 경위를 추적해 보도하면서 사회적 파장을 낳고 있다. 즐겨 먹는 식품에서 안전 논란이 있는 GMO 성분이 검출됐다는 것 자체로, 소비자들은 불안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해당 언론사는 소비자의 불안을 조장한 경우일까. 아니면 소비자의 알권리에 응답한 것일까. 정보 제공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장한 경우로 봐야하지 않을까.

 

그런데 위 발언의 내용은 전자인 소비자의 불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비자 불안 불식. 그렇다면 GMO 불안을 불식시키고자 영상을 제작한 이는 누구인가. ‘GMO라면’을 생산하고 판매한 업체일까. 라면에서 GMO 성분이 검출되어 소비자 불안이 야기된다면 우선 피해를 입을 이해당사자는 해당 업체이니, 업체의 반발과 반박이 예상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데 이 발언과 영상의 진원지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였다. 식약처는 지난 7월17일 'GMO A to Z'라는 영상을 유튜브 상에 공개했다. 이 영상은 외주 제작이 아니라 식약처 대변인실에서 자체적으로 직접 제작했다. 이 영상은 1편이고, 후속편도 등장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최근) MBC PD수첩 방송으로 정보들이 불안감 쪽으로 가고 있어서 거기에 대해서 GMO가 안전하다는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GMO의 기술이나 필요성을 설명한 영상을 제작하게 됐다. 1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편이 8월 중에 정부정책을 포함한 내용으로 제작(형식은 Q&A형식으로 제작하는 것을 고민 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상에서는 바나나 마름병에 의해 멸종된 '그로스미셀'과 곧 종(種)의 위기를 맞이한 '캐번디시' 바나나 사례를 들며 GMO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병충해와 가뭄 등에 취약한 바나나를 유전적으로 변형시켜 우수한 형질을 심는 조치 없이는 캐번디시 바나나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노벨상 수상자 123명이 밝힌 GMO에 대한 입장과 세계보건기구(WHO), 미국과학한림원(NAS), 미국의사협회(AMA) 등 단체의 긍정적 시선도 반영했다.

 

식약처 측은 동영상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늘어날 식량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GMO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의 국제기준에 따라 안전성 심사를 하며, 안전성이 입증된 유전자변형식품만 수입ㆍ판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GMO 안전성에 대해서는 지난 20여년 간 갑론을박 논란이 제기되어 오고 있다. 안전기준치를 더욱 강화해서 GMO에 대한 소비자 불안을 불식시켜야 한다는 시민사회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표시기준 강화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영상에서는 GMO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전문가나 시민사회의 반대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GMO인 제품과 아닌 식품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저는 꼼꼼히 따져서 우선 (GMO가) 아닌 제품을 선택해서 섭취를 하는 편이거든요." 경남 진주에 사는 소비자 정은경(30)씨의 인터뷰만 형식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인터뷰를 한 해당 소비자는 이 영상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식약처 등 정부기관은 MBC 피디수첩이 GMO 불안을 지나치게 가중 시키고 있기 때문에 급한 불을 끄고,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안전 정보를 제공한 것이라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식약처가 GMO 안전성에 대한 입장만을 다룬 것은 GMO 홍보 동영상으로, 특정 입장을 옹호하는 ‘대변자’ 역할을 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감춰진 사실에 대한 불안이 야기되고 있다면, 그에 대한 찬반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면, 양측에 대한 충실한 정보제공을 통해 우려를 불식시켜가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 아닐까.

 

GMO반대전국공동행동 오세영 상임집행위원장은 7월26일 본지와 통화에서 “아직 해당 동영상을 직접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만약 식약처가 GMO 안전성에 대한 입장을 일방적으로 내보내는 동영상을 올렸다면 심각하게 우려가 된다. 조직 차원에서 검토하고 입장을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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