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봉 人사이드] 프로 자원봉사자 된 할매 이야기 들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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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봉 人사이드] 프로 자원봉사자 된 할매 이야기 들어볼래?
김금자 안녕우리마을회관 자원봉사캠프 캠프장 인터뷰
'코로나 블루' 이겨내게 해준 봉사 활동 "이번 주에는 무엇을 할지 기대돼"
"나이 많은 사람도 봉사 활동 할 수 있단 사실 알게 됐다"
  • 2023.12.29 11:28
  • by 노윤정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의 교수 존 나일스(John D. Niles)는 자신의 저서 '호모나랜스'(Homo Narrans)를 통해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은 이야기하려는 본능이 있고, 이야기를 통해 사회를 이해한다." 이 말은 곧 우리가 정보를 전달하고, 자신이 속한 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이야기가 큰 힘을 갖는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이에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와 라이프인은 자원봉사자들이 가진 '이야기'에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그들의 봉사 경험, 그 과정에서 경험한 자기효능감과 성취에 대해 듣고, 자원봉사자가 사회에 기여하는 힘을 들여다봅니다. '자봉 人사이드' 첫 번째 편에서는 '교육'에 관심을 두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꾸준히 자원봉사 활동을 해 온 김태은 씨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편집자 주]

① "너는 너의 쓰레기통을 들여다본 적 있니?"
② "남을 돕는 일, 힘든 시기 보내는 '전략'이 될 수 있어요"
③ "파키스탄 문화에서 중요한 자선…타인 돕기 위해 필요한 건 계기와 기회"
④ "누구나 갖고 있는 자원봉사 자격증, '장롱 자격증' 되면 아깝잖아요"
⑤ 프로 자원봉사자 된 할매 이야기 들어볼래?

 

ⓒ부산진구자원봉사센터
ⓒ부산진구자원봉사센터

부산 부산진구 전포2동에는 특별한 공간이 하나 있다. 마을 어르신들이 모여 '안녕한 마을'을 위한 활동을 하는 곳, 바로 '안녕우리마을회관'이다.

안녕우리마을회관이 개소한 것은 지난 2020년 9월. 부산진구자원봉사센터(이하 센터)는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의 '지역맞춤형 안녕캠페인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전포2동 주민들과 함께 해당 공간을 조성했다. 집주인은 오래 방치돼 있던 빈집을 무상으로 임대했고, 다양한 단체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공간을 개보수하여 마을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유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다가 지난 3월 자원봉사캠프(행정복지센터 등에 설치하여 주민들이 자원봉사 활동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종의 자원봉사센터 분소)로 등록해 운영하면서, 안녕우리마을회관(이하 회관)은 평균 연령 80세의 주민 봉사자들이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

■ "여서는 뭐합니꺼."…잘 몰랐던 봉사 활동, 하다 보니 재미있더라

ⓒ부산진구자원봉사센터
ⓒ부산진구자원봉사센터

처음에는 회관을 찾는 주민들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다중이용시설 이용이 제한되면서 경로당 등 고령의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문을 닫았고, 집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던 주민들은 회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김금자 안녕우리마을회관 자원봉사캠프 캠프장(79) 역시 코로나19로 집에서만 머무르던 중 적적함을 이기지 못해 회관을 찾았다. 김 캠프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처음에는 회관에 나가는 사람이 몇 명 없었다. 그런데 경로당에도 갈 수 없게 되니 '우리도 한번 저 회관에 가보자'며 친구들과 찾아갔다. 선생님들(센터 직원들)이 엄청 반겨주더라"고 말했다.

회관은 주민 주도의 자원봉사 문화를 확산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김 캠프장을 비롯해 회관을 찾은 주민들 대부분이 자원봉사를 해본 경험이 없었다. 익숙하지 않다 보니 처음에는 자원봉사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참여하지 않겠다는 주민들도 다수였다. 결국 센터 직원들이 한 명 한 명 직접 찾아가서 참여하기를 설득했다. 김 캠프장은 "자원봉사 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자원봉사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고, 젊은 사람들이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나이 많은 사람들도 이런 활동, 저런 활동을 할 수 있다며 자세하게 설명해 줬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재미있겠더라"고 당시의 이야기를 전했다.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한 주민들은 독거노인을 위해 반찬을 만들어서 나누고, 마을 환경 정화 활동도 하고, 지역 축제에서 커피박을 새활용한 열쇠고리를 선보이는 등 탄소중립을 주제로 체험 부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자원봉사를 처음 하는 사람도, 나이가 많은 사람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활동들이었다. 김 캠프장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더라"고 말하며 "코로나19 때 집에만 들어앉아 있으니 우울해지고 별생각이 다 들었다. 그런데 동네 청소도 하고, 언니들과 모여서 얼굴 보고 이야기도 하고, 반찬도 만들어서 나누어 주다 보니 우울한 마음이 사라지고 흥미가 붙어 재미있더라"고 말했다.

ⓒ부산진구자원봉사센터
ⓒ부산진구자원봉사센터

그렇게 자원봉사에 참여한 지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김 캠프장은 그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8월 진행된 자원봉사 우수사례 발표대회인 '2023 세상을 바꾸는 시간 V x 부산' 무대에도 오를 수 있었다.

"선생님이 발표를 해보라고 하는데, 80살 먹은 할매가 뭘 그런 걸 하나 싶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할 수 있다고 계속 자신감을 줬다. 그래서 하게 됐다. 자원봉사를 하면서 더 넓은 세상도 구경하고, 큰 무대에 서서 발표도 하고, 상도 탔다. 되든 안 되든 집에만 있을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말 그래도 자원봉사를 시작한 후에는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새로운 활동을 하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 이는 김 캠프장의 일상을 바꾸어 놓았다. 자원봉사를 하면서 일상에는 즐거운 일들이 많아지고 성격도 더 밝아졌다.

"잡생각이 없어지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요번 주에는 뭘 할랑꼬' 이런 생각이 드니 한 주 한 주가 기대된다. 봉사 활동을 하는 젊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좋다. 처음에는 '나만 할매라 부끄럽다'는 마음도 있었는데, 젊은 사람들이 잘한다고 칭찬해 주니까 억수로 좋고, 나도 대우를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회관 프로그램은 주민 봉사자들이 직접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건강한 마을공동체를 회복하는 데 기여하는 것은 물론, 자원봉사 수혜자라고만 인식됐던 마을 어르신들이 주체적 자원봉사자로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회관에서 활동하는 주민 봉사자들은 전포2동 장기 거주 주민으로, 지역에 무엇이 필요하며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누구보다 잘 파악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다만 봉사자들이 고령이다 보니 체력과 건강 문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김 캠프장에게 체력적으로 힘든 점은 없는지를 물으니 "힘들다는 생각은 안 든다"고 단언하는 답이 돌아왔다. 회관에서 봉사자들의 연령대와 건강을 고려하여 프로그램을 기획한 만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러니까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김 캠프장은 노년층에 자원봉사를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그는 "힘을 모아서 열심히 해보자고 말하고 싶다"고 참여를 독려하며 "할매들 데리고 하려니 선생님이 욕본다. 그래도 나는 봉사 활동이 재미있고, 선생님에게 계속 물어보면서 끝까지 하려고 한다. (안녕우리마을회관 사업이)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또한 김 캠프장은 청년들이 시간을 내어 자원봉사에 참여하길 바란다는 내심도 밝혔다. 그는 "봉사 활동이 힘들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나도 처음에는 못하겠다고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까 괜찮다. 젊은 사람들은 힘이 있으니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는데, 그러면서도 "젊은 사람들은 살림 꾸리고 아이 키우고 하려면 봉사 활동 할 시간이 있겠나. 그래도 젊은 사람들이 같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캠프장은 "젊은 사람들에게 배울 것이 많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시간을 내서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나이 많은 사람들하고도 함께 모여봤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부산진구자원봉사센터
ⓒ부산진구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가 낯설게만 느껴져서 "봉사고 뭐고 내는 절대로 안 한다"고 했던 김 캠프장은 이제는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려고 마음을 먹고 있다. 새해에도 열심히 해야지"라고 말한다. 자원봉사를 하며 매일이 즐겁다고 말하는 목소리는 더할 나위 없이 밝아 보였다.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노인 인구는 점점 늘어나고 사회는 고령화되고 있는데, 노인을 위한 여가 활동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노인이 사람들과 모여 시간을 보낼 곳이라고는 경로당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원봉사는 삶의 활력을 주는 건강하고 적절한 여가 활동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김 캠프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원봉사가 대상자뿐 아니라 봉사자의 일상 또한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며,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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