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봉 人사이드] "파키스탄 문화에서 중요한 자선…타인 돕기 위해 필요한 건 계기와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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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봉 人사이드] "파키스탄 문화에서 중요한 자선…타인 돕기 위해 필요한 건 계기와 기회"
기후 행동·문화 다양성 인식 제고…한국 사회 발전에 봉사로 기여하는 자히드 후세인 씨 인터뷰
"삶에 여유가 생겼다면 주변 돌아보길…사회를 돌보는 일은 결국 나를 돌보는 일"
  • 2023.12.12 12:50
  • by 노윤정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의 교수 존 나일스(John D. Niles)는 자신의 저서 '호모나랜스'(Homo Narrans)를 통해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은 이야기하려는 본능이 있고, 이야기를 통해 사회를 이해한다." 이 말은 곧 우리가 정보를 전달하고, 자신이 속한 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이야기가 큰 힘을 갖는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이에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와 라이프인은 자원봉사자들이 가진 '이야기'에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그들의 봉사 경험, 그 과정에서 경험한 자기효능감과 성취에 대해 듣고, 자원봉사자가 사회에 기여하는 힘을 들여다봅니다. '자봉 人사이드' 세 번째 편에서는 봉사와 기부를 통해 기후위기, 문화 다양성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송인 자히드 후세인 씨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① "너는 너의 쓰레기통을 들여다본 적 있니?"
② "남을 돕는 일, 힘든 시기 보내는 '전략'이 될 수 있어요"
③ "파키스탄 문화에서 중요한 자선…타인 돕기 위해 필요한 건 계기와 기회"
④ "누구나 갖고 있는 자원봉사 자격증, '장롱 자격증' 되면 아깝잖아요"
⑤ 프로 자원봉사자 된 할매 이야기 들어볼래?

 

▲ 플로깅 중인 자히드 후세인 씨. ⓒ웨이브엔터테인먼트
▲ 플로깅 중인 자히드 후세인 씨. ⓒ웨이브엔터테인먼트

자히드 후세인 씨와의 만남은 겨울 초입에 들어선 어느 주말 저녁 서울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이루어졌다. 오전에도 다른 일정을 소화하고 왔다는 그에게 '하는 일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농담 섞인 말을 건네자, 조금 충혈된 눈으로 "너무 피곤해요"라는 웃음기 어린 답을 돌려준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곳 '카페 다바' 역시 자히드 씨가 운영하는 곳이니, 그가 하는 일을 한 손으로는 다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자히드 씨는 JTBC의 종영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출연하여 얼굴을 알렸다. 이후에는 방송 출연뿐 아니라 강연, 사업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며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그가 소홀하게 여기지 않는 한 가지가 바로 기부와 봉사다. 봉사 활동은 의무가 아니다. 그렇다 보니 바쁘다는 핑계 앞에서는 쉽게 우선순위에서 밀리곤 한다. 그래서 꾸준히 봉사 활동을 이어 가고 있는 자히드 씨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자원봉사란 어떤 의미를 갖나요?"

■ 파키스탄 학생들, 자원봉사로 한국 문화를 만나다

ⓒ웨이브엔터테인먼트
ⓒ웨이브엔터테인먼트

파키스탄 태생인 자히드 씨는 지난 2008년 정부초청외국인장학생(이하 GKS)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한국에 방문했다. 선문대학교 외국어교육원 학생으로 왔던 그는 이후 고려대학교 전기전자전파공학부(現 전기전자공학부), 성균관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에 진학하며 한국에서 학업을 이어 갔고, 태양광 회사에 취업하는 등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그중 파키스탄학생연합회(이하 PSAK)를 공동 설립했다는 이력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에 간다고 하니까 한 지인이 '전쟁 중인 곳에 왜 가려고 하느냐'고 질문한 적이 있다. 생각해 보니까 그 사람이 알고 있는 한국은 핵실험 이야기와 함께 언급되는 '북한'이었다. 파키스탄 사람에게 남한보다 북한이 더 친숙하던 시절이었다. 또, 한국에 와 보니 한국 사람들도 파키스탄에 대해 잘 모르더라. 한국과 파키스탄이 서로 잘 몰라서 가까워지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한국과 파키스탄에 서로를 알리는 역할을 해보자. 이런 마음으로 친구, 선배들과 모여서 PSAK를 만들었다."

PSAK는 파키스탄 학생들이 한국에 와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한국의 교육 체계, 한국 대학교와 프로그램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나아가 한국에 온 파키스탄 학생들이 낯선 타지에서 잘 적응하여 살 수 있도록 지원했다. PSAK에서 봉사 활동을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파키스탄 학생들이 한국 문화를 배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 특히 대학원 연구실에서는 연구가 주로 영어로 이루어지니까 학생들의 한국어가 늘지 않았고, 언어를 모르니 문화를 익히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PSAK 회장이 됐을 때 학생들을 연구실에서 빼내자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때 활용한 수단이 자원봉사다. 파키스탄 사람들은 누군가를 돕는 행위가 익숙한 사람들이다. 그 점을 활용했다."

그래서 PSAK 회원들은 주말마다 보육원, 양로원 등으로 봉사 활동을 나갔다. 자원봉사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으나, 파키스탄 학생들은 봉사 활동을 통해 한국 사람들과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며 이곳의 문화를 배우고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한국 사람들도 파키스탄 사람들을 낯선 이방인이 아니라 생김새는 다르나 다정한 이웃으로 여기게 됐다.

■ "파키스탄에서 기부와 봉사는 종교·문화적으로 중요한 요소"

▲ '할랄 문화'에 대해 강연하는 자히드 후세인 씨. ⓒ웨이브엔터테인먼트
▲ '할랄 문화'에 대해 강연하는 자히드 후세인 씨. ⓒ웨이브엔터테인먼트

파키스탄은 이슬람교를 국교로 삼는 국가로, 파키스탄 인구의 대다수는 무슬림(이슬람교도)이다. 그들은 '이슬람의 다섯 기둥'이라고 말하는 샤하다(신앙고백), 살라트(기도), 자카트(자선의 의무로서 종교세를 일컬음), 사움(단식), 하즈(성지순례)를 지키며 살아간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무슬림에게 자선, 즉 남을 돕는 행위는 종교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연중 2회 열리는 이슬람교 축제인 '이드' 역시 자선 행위를 포함하고 있는데, 자히드 씨는 "라마단(이슬람력의 아홉 번째 달로 이 기간에는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먹고 마시는 행위를 금한다)이 끝났음을 기념하는 이드 알 피트르 때는 한 사람이 밥을 사 먹을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을 사원이나 자선단체,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한다. 이드 알 아드하(이슬람력 12월 10일 열리는 이슬람 희생제) 때는 제물로 바친 고기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서 한 부분은 자신의 가족들과 먹고, 다른 한 부분은 친척이나 친구들에게 주고, 나머지 한 부분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준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파키스탄 문화에서 기부와 자원봉사는 일상에 깊숙하게 녹아 있다. 자히드 씨의 설명에 따르면 파키스탄 사람들은 기부나 봉사 활동 프로그램이 있으면 기꺼이 참여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말을 듣다 보니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자원봉사가 일상의 한 부분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는 아쉬움이 찾아왔다. 이를 이야기하니 자히드 씨는 "요즘 사람들과 함께 플로깅을 종종 하고 있다. 그때 보면 먼 지역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에 봉사 문화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자히드 씨는 주한외국인자원봉사센터(Volunteer Korea) 이사로서 센터 프로그램에도 자주 참여하고 있는데, 최근 청년들이 기후와 동물 보호 쪽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해당 분야와 관련한 자원봉사 프로그램이 생기면 더 많은 사람이 쉽게 봉사 활동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 자원봉사, 내가 발견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한 방법

ⓒ웨이브엔터테인먼트
ⓒ웨이브엔터테인먼트

자히드 씨는 최근 어린이환경센터가 개최한 '청소년기후테크포럼'이나 충청남도 아산시가 주최한 '탄소중립 실천·확산 대회'에 참여하는 등 기후위기 대응과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왔다. 또한 이주배경을 가진 당사자인 만큼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강연과 같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후위기와 문화 다양성 인식 부족, 말하자면 이 두 가지 문제는 자히드 씨가 한국 사회에서 발견한 사회 문제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적으로도 노력하고 있었고, 관련 자원봉사 활동에도 꾸준하게 참여하는 중이다.

"한국에서 오래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한국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있다. 사람들이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더 깊이 있게 느끼도록 환경 관련 봉사 활동을 하고 있고, 다양한 배경에서 온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그는 다양한 문화가 서로 교류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문화 다양성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소위 '단일민족 신화'가 뿌리깊은 한국 사회에서는 외국인 이주민에 대한 차별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자히드 씨는 "다양성을 인지하고 존중하지 않으면 갈등이 발생하고, 이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갈등이 생기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자원을 사용해야 하는데, 너무 소모적이지 않나"라며 "차별과 갈등이 생기지 않게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자히드 씨는 "이주배경 가정의 아이들은 부모 양쪽의 문화와 언어를 모두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나는 이 아이들이 세계화 시대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엘리트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차별당하지 않고 잘 자라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면, 대한민국이 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엄청나게 큰 자원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다문화박물관에서 몇 년간 봉사 활동으로 아이들에게 이슬람 문화, 무슬림, 할랄 식품 등에 대해 가르치고 파키스탄 의상과 음식을 함께 체험하기도 했다. 또, GKS 동문회 회장으로서 회원들과 플로깅, 교육 봉사 등을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가 한국 사회에 녹아들도록 기여하고 있다.

■ 세상을 바꾸는 일의 시작, 우리가 서로를 돌볼 작은 '계기'를 만드는 것

ⓒ웨이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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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30대는 삶에 여유가 생기는 시기라고 말한다. 일반화하여 말할 수는 없으나, 20대는 진로를 고민하고 구직 활동을 하며 직장 생활에 적응하느라 불안정하고 치열하게 보내게 된다. 30대에 여유가 생긴다는 말은 치열한 20대를 지나 비로소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한숨을 돌리게 되는 시기가 바로 30대라는 의미일 것이다. 자히드 씨는 누구보다 바쁘게 30대를 보내고 있었으나, 그럼에도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여유'가 생겼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돌보는 데 쓰길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어떤 면에서 보면 30대는 정말 바쁜 시기다. 그런데 또 다른 면에서 보면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시기이기도 하다. 여유를 갖고 쉬는 것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그 여유를 주변을 돌아보는 데 써보면 어떨까."

그가 꾸준히 사람을 만나고 사람들을 모으는 데 관심을 두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 더 나은 사회가 되도록 힘쓰는 일은 결국 그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 나 자신을 돕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기후 문제와 같은 전 지구적인 문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모두가 함께해야 하고, 사람들이 하나로 모이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경계와 장벽을 무너뜨려야 한다.

"'차이'는 '배울 기회'라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상대를 알아가고 이해할 때 환경 문제와 같은 거대한 문제와도 싸울 수 있고, 더 효율적으로 사회를 돌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함께 뭉치는 것을 좋아한다."

자히드 씨는 GKS 동문회 등의 사람들과 함께 모금하여 전기 공급이 불안정한 파키스탄 학교에 태양 패널을 설치하거나, 여성들이 식수를 구하느라 교육 기회를 침해받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학교에 우물을 만들기도 했다. 해당 일화를 전하며 그는 "파키스탄에서는 큰 문제지만, 한국에서 다 같이 마음을 모으면 크게 부담되지 않는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이런 문제들을 찾아 해결하고자 한다. 우리가 세상을 한 번에 바꿀 수는 없다. 그래도 내 주변의 작은 문제들은 바꿀 수 있다. 내가 만든 작은 변화와 다른 사람이 만든 작은 변화가 합쳐진다면 결국 우리는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며 뿌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히드 씨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여러 번 "사람은 서로 도와주는 일을 좋아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직 서로 돕는 그 '맛'을 보지 못했을 뿐, 기회가 생긴다면 우리는 서로를 돕는 일을 기껍게 여길 것이라는 말이다. 자히드 씨의 말대로 우리가 기회만 있다면 기꺼이 타인을 돌보고 돕는 존재라고 할 때, 그가 하는 일련의 일들이 결국 그 기회와 계기를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잘 수행함으로써 사람들이 서로를 돕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그 환경을 잘 활용한다면 우리 사회에 있는 많은 문제도 언젠가는 해결되지 않을까,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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