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봉 人사이드] "누구나 갖고 있는 자원봉사 자격증, '장롱 자격증' 되면 아깝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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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봉 人사이드] "누구나 갖고 있는 자원봉사 자격증, '장롱 자격증' 되면 아깝잖아요"
'자원봉사 경력 20년' 김숙자 인제군 남면생활개선회 회장 인터뷰
"자원봉사, 건강한 마을과 행복한 이웃을 만드는 일"
  • 2023.12.26 14:09
  • by 노윤정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의 교수 존 나일스(John D. Niles)는 자신의 저서 '호모나랜스'(Homo Narrans)를 통해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은 이야기하려는 본능이 있고, 이야기를 통해 사회를 이해한다." 이 말은 곧 우리가 정보를 전달하고, 자신이 속한 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이야기가 큰 힘을 갖는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이에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와 라이프인은 자원봉사자들이 가진 '이야기'에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그들의 봉사 경험, 그 과정에서 경험한 자기효능감과 성취에 대해 듣고, 자원봉사자가 사회에 기여하는 힘을 들여다봅니다. '자봉 人사이드' 세 번째 편에서는 봉사와 기부를 통해 기후위기, 문화 다양성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송인 자히드 후세인 씨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① "너는 너의 쓰레기통을 들여다본 적 있니?"
② "남을 돕는 일, 힘든 시기 보내는 '전략'이 될 수 있어요"
③ "파키스탄 문화에서 중요한 자선…타인 돕기 위해 필요한 건 계기와 기회"
④ "누구나 갖고 있는 자원봉사 자격증, '장롱 자격증' 되면 아깝잖아요"
⑤ 프로 자원봉사자 된 할매 이야기 들어볼래?

 

흥미로운 통계가 하나 있다.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1365자원봉사포털'에서 자원봉사자 수를 연령대별로 분석한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자원봉사 참여율이 가장 높은 연령층은 바로 50대다(전체 자원봉사자 수의 21.9%). 60대 참여율(전체 자원봉사자 수의 21.5%)과 호각을 다투기는 하나, 어쨌든 50대는 꾸준히 높은 비율로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연령층이다.

또한, 이런 분석도 있다. 연령이 많을수록 자원봉사 참여빈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누가 자원봉사를 더 많이 하는가?', 이용관, 보건사회연구 35권 1호). 사회 보편적 사례에 비추어 이유를 찾아보자면, 연령이 많아질수록 개인·사회적 위치가 안정되고 경제 활동 등에 따른 시간 제약이 감소하기 때문일 것이다. 강원도 인제군 남면 지역에 거주하는 김숙자 인제군 남면생활개선회 회장(58) 역시 두 아이가 성인이 되고, 온전히 본인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본격적으로 자원봉사 활동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 봉사 활동 시작한 계기? "지역에서 받은 혜택을 다시 지역에 돌려주자는 마음"

▲ 인제군 남면생활개선회 회원들이 참여한 아이스팩 수거 캠페인. 김숙자 회장(우측에서 네 번째). ⓒ인제군자원봉사센터
▲ 인제군 남면생활개선회 회원들이 참여한 아이스팩 수거 캠페인. 김숙자 회장(우측에서 네 번째). ⓒ인제군자원봉사센터

김 회장이 처음 봉사 활동에 참여한 시기는 2000년대 초반. 김 회장은 아이들이 어릴 때 함께 장애인시설에 식사 봉사를 다녀온 것을 계기로 하여, 이후 아이들과 종종 봉사 활동 현장을 찾았다. 아이들이 바른 성품을 함양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원봉사를 함께할 만큼 육아와 아이들 교육에 열과 성을 다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장성하여 독립하자 '내가 할 일이 사라진 기분'이 들었다. 그때부터 김 회장은 봉사 활동에 마음을 쏟았다. 여기에는 지역사회에서 받은 혜택에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내가 아이들을 키울 때만 해도 인제군 교육 환경은 많이 열악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운이 좋게도 인제군장학회에서 장학금도 받고, 미국문화체험학습단에 참가할 기회를 얻기도 했다. 많은 것을 받은 만큼, 우리도 지역사회에 환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 회장이 지역에서 행한 다수의 활동들이 이와 같은 다짐을 증명한다. 김 회장은 인제군 남면생활개선회뿐 아니라 한국농아인협회 인제군지부 초대후원회장, 남면여성의용소방대 대장, 인제군여성의용소방대연합회 회장 등을 지내며 지역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 왔다. 현재는 한국부인회 인제군지회의 지회장직을 맡아, 회원들과 농촌 일손 돕기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인제경찰서 남면파출소 생활안전협의회에 속해 야간 순찰 활동을 하며 마을의 청소년들을 보호하기도 했다.
 

▲ 인제군 남면생활개선회와 청소년 환경동아리가 함께한 환경 캠페인. 김숙자 회장(왼쪽에서 다섯 번째). ⓒ인제군 남면생활개선회
▲ 인제군 남면생활개선회와 청소년 환경동아리가 함께한 환경 캠페인. 김숙자 회장(왼쪽에서 다섯 번째). ⓒ인제군 남면생활개선회

뿐만 아니다. 남면생활개선회 회원들과 아파트 상가 같은 장소에 아이스팩 수거함을 설치하여 버려지는 아이스팩을 모으고, 청소년들을 모아 환경동아리를 결성하고, 소양강 환경 정화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인제 주민 중 다수가 기후위기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농업에 종사하므로, 지역민으로서 환경 문제에 특히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김 회장은 지역과 일상의 문제를 개선하는 방안으로서 자원봉사를 실천하고 있었다.

이처럼 어떠한 행위를 꾸준히 이어 가기 위해서는 지속할 '동력'이 필요하다. 자원봉사를 계속하도록 만드는 동력이라고 한다면 즐거움, 보람, 뿌듯함, 연대감 같은 요소를 꼽을 수 있겠다. 김 회장 역시 "싱크대를 20년 넘게 쓰다 보면 부속 같은 것들이 다 낡고 망가진다. 그런 경우처럼 어르신 댁의 낡고 해진 부분을 교체하고 도움이 필요한 부분들을 챙기면서, 어르신의 생활이 바뀌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데에는 당연히 시간과 노력이 든다. 하지만 '나'의 활동으로 누군가의 삶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보람은 그 이상으로 값졌다. 어르신의 미소 짓는 얼굴은 김 회장에게 자원봉사를 이어 가는 힘이 됐다. 그는 "어르신이 웃는 모습을 볼 때 행복감을 느낀다. 자원봉사를 하면서 오히려 내가 얻는 것이 더 많다"고 말했다.

■ 50대 자원봉사 참여율이 높은 이유는?

▲ 김숙자 인제군 남면생활개선회 회장. 본인 제공.
▲ 김숙자 인제군 남면생활개선회 회장. 본인 제공.

김 회장은 중년, 특히 중년 여성에게 자원봉사가 갖는 의미에 대해 말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자원봉사 참여율이 가장 높은 연령층은 50대다. 조금 더 세밀히 들여다보면 그중 과반이 여성이다(63.6%, 2022년 기준). 40대와 60대 자원봉사 참여자 통계를 봐도 여성 참여자가 남성 참여자보다 2배가량 많다(실상 모든 연령대에서 여성의 자원봉사 참여율이 남성 참여율보다 높게 나타나지만, 다른 연령층의 경우 본 기사에서는 논외로 한다).

중년 여성의 자원봉사 참여율이 높은 이유로는 여성에게 편중된 육아와 돌봄 노동, 상대적으로 낮은 여성의 경제 활동 참가율 등 여러 가지 사회구조적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김 회장은 현 중년 세대, 특히 본인과 마찬가지로 현재 50대를 보내고 있는 세대가 겪어 온 시대·문화적 배경에 주목했다.

"내가 자라온 시대는 동네 사람들이 함께 보릿고개를 넘고, 대가족을 이뤄 살던 시기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이 '공동체'라는 의식을 갖고, 마을과 이웃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 익숙했다. 우리 세대가 자원봉사 참여율이 높다면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 소위 '연륜'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강점도 있었다. 살아온 세월에 따라 자연히 쌓인 소통의 기술은 자원봉사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자원봉사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사람들의 표정이나 눈빛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된다. 저분이 그동안 우울했구나, 어르신께서 지금 뭐가 필요하시구나, 이런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니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내지 않고 다가가기도 더 쉬워진다. 그리고 이런 만남을 통해 얻은 경험은 또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도 도움이 된다."
 

▲ 한국부인회 인제군지회 활동 모습. 본인 제공.
▲ 한국부인회 인제군지회 활동 모습. 본인 제공.

또한 김 회장은 자신이 봉사 활동을 하며 얻은 행복을 다른 사람들도 함께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원봉사에 대한 마음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 김 회장은 일단 한 번 첫발을 떼면 자원봉사가 누구나, 언제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한 번만 봉사 현장에 나와 보면 그 이후부터는 편한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한 일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부연했다.

또한 자원봉사가 낯선 사람들과 함께하여 어색하고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라, 함께이기에 상호보완하며 나아갈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생활개선회에서 행사를 운영해 보면, 지난 행사에는 나오고 이번 행사에는 못 나오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지난 행사에는 불참했는데 이번 행사에는 나오는 사람도 있다"며 "자원봉사 또한 이렇게 톱니바퀴처럼 서로 빈자리를 메꿔주면서 돌아간다. 나 혼자 맡아 돌아가도록 만드는 일이 아니다. 거창한 계획표를 짜서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것이 자원봉사다"고 말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특별한 자격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자원봉사 자격증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그러니 그냥 그 자격증을 사용하기만 하면 된다. 만약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옆에 있는 사람에게 '같이 가 달라', '나도 한번 데려가 달라'고 말해 봐도 좋겠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자격증을 장롱 속에 넣어 놓고 평생 사용하지 않는다면 너무 아깝지 않나."

김 회장의 말대로 자원봉사는 아무리 작은 행위라도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자원봉사를 어려운 이웃을 돕는 선한 행위라고도 말하지 않던가. 하지만 자원봉사는 그저 이웃을 돕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의 결과가 봉사자에게도 남는다. 그렇기에 자원봉사란 봉사자의 삶을 변화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그 사실을 '어르신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김 회장을 보며 또 한 번 깨달았다.

"행복한 이웃을 만들고 건강한 마을을 만드는 것이 우리 자원봉사자들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활동을 통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면, 우리 사회도 건강해지는 것이 아닌가. 그 생각을 하면 나 또한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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