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생각하는 자원봉사는 어떤 모습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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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각하는 자원봉사는 어떤 모습인가요?
  • 2022.12.31 03:15
  • by 노윤정 기자
07:12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자원봉사의 이미지는 호혜성에 기반하여 어려운 이웃을 돕는 선한 활동이다. 그런데 최근 자원봉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자원봉사가 '선한 활동'의 차원을 넘어 우리 일상과 사회를 바꾸어 가는 '운동'으로서 주목받는 것이다. 이에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도 사회문제를 발견하고 함께 변화를 만들어 가는 주체로서 '자원봉사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한다. 특히, 현재 우리 삶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기후위기에 주목하고, 자원봉사 활동을 탄소 중립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자원봉사는 어떻게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리고 자원봉사가 어떻게 '일상'이 될 수 있을까?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와 라이프인은 자원봉사 패러다임의 전환 및 자원봉사 일상화에 대한 담론과 일상 속에서 우리 사회를 바꾸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다섯 차례에 걸쳐 전한다. [편집자 주]

 

① "자원봉사 패러다임 전환, '사회문제 해결하는 봉사활동'이 일상에 스며들도록"
② 여행과 자원봉사가 만나다? 여행길에 플로깅 한번 해볼까
③ 플로깅 봉사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우리 이야기 한번 들어 볼래?
④ 위기의 시대, 우리는 자원봉사를 이렇게 바꿨다
⑤ 당신이 생각하는 자원봉사는 어떤 모습인가요?

 

▲ 김가연 씨. 본인 제공.
▲ 김가연 씨. 본인 제공.

"환경을 지키고, 지구를 지키는 것, 결국 모든 사람에게 이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모두 자원봉사였다."('범국민 플로깅 캠페인'에 참여한 김가연 씨)

재난이 발생한 지역에 달려가는 사람들이나 취약계층을 위해 도시락을 배달하고 연탄을 나르는 사람들. 자원봉사라는 말에서 흔히들 떠올리는 모습이다. 혹자는 대중매체에서 종종 접하는 해외 구호활동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며, 누군가는 학창시절 점수를 따기 위해 했던 자원봉사를 연상하기도 할 것이다. 이렇듯 제각각 다른 장면을 그리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원봉사는 '대면 방식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선한 활동'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올 한 해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이하 중앙센터)와 지역 자원봉사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동네에서 쓰레기를 줍고, 종이팩 수거에 참여하고. 우리가 오늘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이 모든 일이 봉사활동이에요!"

어쩌면 그동안 자원봉사 활동을 '호혜성에 기반한 돕는 행위'라는 좁은 정의 안에 가두며 자원봉사의 가능성을 오히려 축소해 온 것은 아닐까. 지금 우리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자원봉사가 할 수 있는 역할, 자원봉사에 기대할 수 있는 역할을 보다 다양하게 상상해야 한다. 자원봉사를 보는 시각, 패러다임을 전환할 때다.
 

▲ 전국 자원봉사센터는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2050 탄소중립 자원봉사 실행을 위한 공동행동 선언'을 진행했다. ⓒ라이프인
▲ 전국 자원봉사센터는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2050 탄소중립 자원봉사 실행을 위한 공동행동 선언'을 진행했다. ⓒ라이프인

이를 위해 중앙센터는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공동체 안의 문제를 발견하고 발굴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서, 즉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운동'으로서 자원봉사의 개념을 확장하고자 했다. 인류의 일상과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위기에 주목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우리 일상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문제를 자원봉사로 대응함으로써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봉사활동이 자연스럽게 일상의 영역에 스며들도록 한 것이다.

중앙센터는 자원봉사와 기후위기 대응 행동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시민들에게 기후위기 대응 자원봉사 사례와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안녕 함께할게' 플랫폼을 개설하여 사례와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장(場)을 만들었다. 지난 4월에는 전국 자원봉사센터와 함께 사회적 관계 회복과 탄소 중립 사회 실현을 위한 '자원봉사 공동행동 선언'을 진행하기도 했다. 더불어 기존에 진행했던 사업들도 탄소 중립 관점에서 재검토했다. 봉사활동 과정에서 사용하는 일회용품을 다회용품으로 바꾸는 식이다.

또한 중앙센터는 5~6월 두 달간 지역 자원봉사센터와 함께 10개 지역의 플로깅 코스를 설계하여 '2022 범국민 플로깅 캠페인'을 시행했다. 걷거나 뛰면서 환경 정화 활동(쓰레기 줍기)을 하는 플로깅은 기후위기가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어느 순간 우리에게 익숙해진 단어다. 중앙센터는 이처럼 친숙한 행위도 '자원봉사'임을 알리며 봉사활동과 시민의 거리를 좁히고자 했다.

해당 캠페인은 한국관광공사, SK이노베이션 등 외부 조직과 연계하여 다양한 리워드를 포함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아울러 지역의 문화해설사를 전문 봉사단으로 모집해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참여자들이 지역을 소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과 상생하는 방식으로 여행하도록 유도했다.

뿐만 아니라 (사)이타서울에서 개발·운영 중인 '데이터플로깅' 웹앱을 통해 참여자들의 활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해당 캠페인이 창출한 환경적 성과를 측정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로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던 시기, 물리적으로 단절된 자원봉사자들은 데이터플로깅 서비스를 통해 다시 '연결'되고 자신이 만든 임팩트를 수치로 확인하며 서로의 성취를 공유할 수 있었다. 이타서울 한유사랑 대표는 이에 관해 "주체들에게 권한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더 나은 환경 임팩트 창출을 도모했다"며 "데이터플로깅은 중앙센터의 지원과 업무협약을 통해 지난 2년간 총 46개 사회책임이행 기업과 단체의 협업을 견인하여 1만 2000명의 활동가가 166만 개의 쓰레기를 공동 수거하는 임팩트를 만들어 냈다. 이를 통해 24톤(t) 내외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했다"고 전한 바 있다.
 

▲ '범국민 플로깅 캠페인'에 참여한 유현석 씨 제공.
▲ '범국민 플로깅 캠페인'에 참여한 유현석 씨 제공.

올해 플로깅 캠페인은 11월로 마무리됐다. 캠페인 참여자들은 플로깅 봉사에 참여하며 자원봉사가 하고자 마음먹기만 한다면 결코 어려운 활동이 아니라는 점을 느꼈다고 전했다.

"'필요한 준비물은 없다. 몸과 마음가짐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시작하면 높았던 장벽이 그저 나 자신이 가지고 있던 '마음의 벽'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범국민 플로깅 캠페인에 참여한 유현석 씨)

산책하듯이 동네를 다니면서 쓰레기를 줍고, 여행을 떠나 경치를 감상하며 주변을 깨끗하게 치우고. 이 모든 활동이 봉사활동이자 우리 사회를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실천들이다. 범국민 플로깅 캠페인은 참여자들이 자원봉사 활동에 가지고 있던 마음의 장벽을 낮추었다.
 

▲ 종이팩 수거 분리배출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어린이집 원아 모습. ⓒ아산시자원봉사센터
▲ 종이팩 수거 분리배출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어린이집 원아 모습. ⓒ아산시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담론을 현장에서 구체적 사업으로 풀어낸 참여 기관들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변화한 자원봉사 환경과 기후위기 시대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실버학교(울산광역시동구자원봉사센터), 종이팩 수거 분리배출 캠페인(아산시자원봉사센터)과 같은 사업들을 설계하여 운영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공동체 안의 사회적 잠재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기후위기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에 대한 시민의식을 높였다.

"캠페인에 참여한 어린이집 중 캠페인 종료 후에도 종이팩을 분리 배출하는 전 과정이 아이들에게 습관화되도록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곳들도 많았다. 그런 모습을 볼 때 사업 담당자로서 보람을 느꼈다."(전지연 아산시자원봉사센터 팀장)

이처럼 자원봉사는 정책이 일상에 스며들게 하고, 일상의 요구를 정책의 단위로 끌어내는 매개가 되기도 했다.
 

우리는 다층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기후위기에 따른 재난은 점점 일상화되고 장기화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역대 최장기간 지속되며 큰 피해를 남긴 산불과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부권 폭우 등을 겪으며 '기후재난'의 심각성을 절감했다. 사회적으로도 취약한 사람들에게 점점 더 가혹해지는 환경이다. 그 안에서 자원봉사는 평범한 시민들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힘을 응집시키고 연대를 회복하는 수단이 된다. 특히 자원봉사 형태가 물리적 단절을 극복하고 다시 '연결'을 꾀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자원봉사자들은 온라인 플랫폼 등의 수단을 통해 서로의 문제의식과 실천 행동에 공감과 지지를 보내며 사회적 신뢰를 쌓아 왔다.

이처럼 자원봉사는 사회적 자본을 확보하는 강력한 매개가 되고, 이렇게 확보한 사회적 자본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올해 자원봉사 현장에서는 다양한 기관의 노력과 시민들의 실천을 통해 자원봉사 패러다임의 전환 방향을 모색했다. 그 성과를 밑거름 삼아 내년에도 플로깅 캠페인을 비롯하여 다양한 사업들을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 1년 우리는 일상의 영역에서 사회를 바꾸는 주체로서 자원봉사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제 이 가능성을 키워나가야 한다. 가능성을 키우기 위한 양분, 그건 바로 우리의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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