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연결·연대·성장을 이야기하는 'SOVAC 2023 OFFLINE'이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15일 열렸다. 
 

세션 'ESG는 이제 기본, 그런데 다양성은 준비하셨나요?'에서는 ESG 중 S에 해당하는 '사회'에 집중하며, 국내 소셜벤처의 다양성과 포용에 대해 논의했다. 

사회를 맡은 구효정 서울소셜벤처허브 메니저는 "기업의 ESG 실무자를 대상으로 올해 가장 중요시한 키워드를 설문 조사한 결과 E(환경)는 82%에 달하나 S(사회)는 9%에 그쳤다. S(사회)는  평가 관리가 까다롭기 때문"이라며 S(사회) 관련 응답이 저조한 원인을 규명했다. 

"그러나 작년 EU가 '소셜 택소노미(Social Taxonomy)'를 발표하고, ISSB가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공개 초안'을 발표함에 따라 기업들이 공급망과 인권 영역의 ESG 세부내용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 가운데 글로벌 기업 다수가 'DEI(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를 기업의 핵심 가치를 내걸고 있다"고 현 상황을 공유했다.

이어 "다양성과 포용을 추구하는 것이 기업의 생존과 성장 필수과정이라는 합의는 이뤄졌지만 각 기업이 곧바로 실행에 옮기기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를 실천하고 있는 국내 기업 사례를 공유하겠다"라며 연사를 소개했다.
 

첫 번째 연사인 안정권 (주)노을 CSO는 "DEI 가치가 조직 건강성과 비즈니스 경쟁력을 동시에 높여줄 거라고 믿는다"라며 DEI 실천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로 진정성을 꼽았다. 그는 "대표나 임원 한 명의 발언으로 다양성을 추구하는 기업 내부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고, 구성원 모두가 예외 없이 따라야 한다"라고 말했다.
 

(주)노을의 입사지원서 양식에는 세계인권선언 2조와 국제노동기구(ILO) 제111호 협약을 언급하며 '채용과정에서 부당하게 차별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또한 (주)노을은 인권 INGO(국제 비정부 기구) 출신의 인사책임자를 채용했다. 안 CSO는 "인권을 위해 일했던 인사책임자 덕분에 성희롱 예방교육,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 등 기업 법정 의무교육이 형식적이지 않고, 그 교육을 기업 구성원들이 '마음에 울림이 있는 교육'으로 받고 있다"라고 자부했다.  

(주)노을은 매년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축제를 연다. 그는 "축제의 기조발제를 CEO에게 부탁했는데 CEO가 흔쾌히 수락하고 인권에 대해 공부하고 연설했다", "젠더 관점을 강조하다 보니 일부 남성 직원이 '역(逆)차별 아니냐'고 해서 '왜 성평등은 여성과 남성, 그리고 회사 모두에 좋은가?'를 주제로 기념토크를 열었다", "보라색 장미를 준비해 기업 남성 구성원에게 주며 집에 있는 여성에게 드리라며 전달했다"며 "이런 실천들이 우리 기업이 DEI를 내재화하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두 번째 연설자 배지수 테스트웍스 임팩트플랫폼팀장은 다양성을 선호하고 존중하는 테스트웍스의 조직문화를 자신의 경험담을 빗대어 설명했다. 배 팀장은 과학고에 진학했지만 물리보다 국어를, 화학보다 국사를 더 좋아했고, 과학고 졸업 후엔 대학에서 경영학과 통계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엔  화장품 분야 홍보마케팅에 지원했으며 이후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로 재취업을 준비하고 면접을 봤다.  

배 팀장은 학창시절부터 취업면접시절을 회상하면서 "나는 어딜 가도 이상한 돌연변이였다. 나는 내가 다양성을 추구하고 경험한 것이 장점인 줄 알았는데, 남들은 내가 능력이 없고 변덕이 많은 사람으로 여겼다. 그러나 테스트웍스 면접에서 나의 다양한 경험을 이야기했더니 '재밌었겠다. 너의 모든 것이 자산이다'라고 다양성을 인정해 줬다"며 테스트웍스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조직임을 밝혔다. 
 

배 팀장에 이어 등장한 이은비 테스트웍스 자율주행팀 파트장은 스스로를 청각장애인이라 소개했다. 이 파트장은 10년 동안 애견미용사로 일했지만 손목을 다친 후로 새 직업을 찾기 시작했다. 구화(口話, 상대의 말을 입술의 움직임과 얼굴표정으로 이해하는 의사소통방법)로 소통하던 그는 청각장애인들과 사회를 연결해 주겠다는 생각으로 수어 통역사가 되기 위해 수어를 배웠다. 

이후 지원한 회사에 번번이 탈락했으나 테스트웍스는 그를 채용했다. 이 파트장은 "테스트웍스는 내가 수어가 가능하다는 점과 사회복지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높게 샀다. 나의 과거 이력보다는 현재의 나에 대해 집중했다"며 테스트웍스의 인재 채용 포인트를 설명했다. 이 파트장은 현재 테스트웍스에서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서 수어·구화로 통역하며, 인공지능 데이터를 수집하는 일을 하고 있다. 
 

마지막 연설은 심현보 아립앤위립 대표가 맡았다. 아립앤위립은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들에게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노인들의 그림과 글씨를 스티커, 공책, 달력, 화투 등에 삽입한 독특한 제품을 만들어 '신이어마켙'에서 판매한다. 
 

심 대표는 "제품 내의 그림과 글씨는 노인이 그리고 쓴 것이기 때문에 '맞춤법이 틀렸다'는 고객 불만에 '우린 다 돼도 (제품내용)수정은 못 해 드린다'고 응대한다. 우리 브랜드에 대해 이해하시는 분들과만 파트너 관계로 일한다. 틀렸어도 그대로 쓰는 게 어르신을 존중하는 것이며 우리 회사의 존재 목적"이라며 사회적기업 대표로서 노인의 창작활동을 보호·옹호했다.  

그는 타 기업과의 협업 사례로 'SK텔링크'는 휴대전화 배송박스에, '스킨푸드'는 당근을 재료로 한 화장품 홍보물에 노인들의 글·그림을 삽입했고, '에어로케이'는 항공기 안내 방송에 노인의 목소리를 사용한 사례를 공유했다. 

덧붙여, 독거노인의 낮은 자존감은 소속감의 문제라고 생각해 노인 직원들에게 사원증을 제작 및 발급한 일과 강옥자 사원의 "이제 죽으나 사나 함께 하는 거야! 여기가 내 마지막 직장이야!"라는 유쾌한 발언도 함께 나눠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