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이나 자립준비청년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고 사회에서 함께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이하 일하는학교)가 지난 29일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이한 일하는학교는 지난 2월, 건물 재건축으로 오래 지내온 보금자리를 떠나 성남시 태평동에 새롭게 자리를 잡았다. 팬데믹으로 4년 만에 대면으로 진행된 이번 정기총회는 청년들의 다양한 활동으로 엄숙함과 무거움은 덜고, 시종 즐겁고 밝게 진행됐다.
총회진행 전에는 새로운 공간을 소개하듯, 이곳저곳에서 다양한 체험과 볼거리‧먹거리가 마련됐다. 청년의 작품 전시와 타로카드, 캐리커처 그리기, 카페 음료 및 음식 제공으로 작은 축제가 펼쳐졌다. 오랜만에 일하는학교를 찾은 조합원들에게 그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 알리기에 충분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신임 정일부 이사장이 선출됐다. 정 이사장은 "청년들이 스스로 열심히 원하는 것을 찾고 있기에, 이사장의 역할이 크지는 않다. 지금 하는 일들을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선배 역할을 잘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는 지금까지 진행해온 사업에 더해서 ▲공간을 이전하면서 필요한 비용 모금 ▲모임 활성화로 조합원 참여 확대 ▲고립‧은둔 청년을 발굴하는 신규사업에 힘쓸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작년 사업 보고에서 학교 밖 청소년 교육지원 사업 참가자들이 '프로그램 참여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모두가 끝까지 완주한 점'을 의미 있는 성장으로 꼽은 것이 인상 깊었다.
이는 일하는학교의 운영 철학과 연결된다. 10주년 성과보고서에서 이정현 사무국장은 "청년에게는 오래 만나는 관계가 필요하다. 다양한 지원 정책이 있지만 학교 밖 청소년이나 비진학 청년들은 이런 정책을 잘 알지 못한다. 학원에 다녀본 적이 없어 낯설고 다녀봐도 따라가기 어려워 그만두곤 한다. 여러 고민이 있지만 모델이 될만한 또래, 선배, 가족이 없는 경우가 많다. 어렵게 취업하더라도 직업 생활에 대한 의미 부여가 지속되지 않으면 취업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기 쉽다. 결국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시적으로 이용할 프로그램이 아니라, 언제든 찾아가 하소연하고 의논할 수 있는 '비빌 언덕'이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같은 보고서에서 '행복이 낯설어 행복감을 느끼면 글을 쓰기 어려워진다'는 한 청년은 본인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나를 미워할 수 있다. 너무 철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득하니 들어줄 일이 생긴다면, 나를 아껴줄 거라고 믿는다. 그런 확신을 가르쳐준 곳이 일하는학교다"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마치고 헤어지는 게 아니라 자립한 청년이 조합원이 되기도 하고, 교육이 더 필요하면 다른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렇게 '오래오래' 만나면서 일하는학교는 청년 자립 공동체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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