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 사회적경제 이야기] 심각한 학생 주거 문제, 학생들이 사회적주택을 직접 만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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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 사회적경제 이야기] 심각한 학생 주거 문제, 학생들이 사회적주택을 직접 만든다면?
주거 문제 해법을 주택협동조합에서 찾은 학생들, '우드노트 협동조합'을 만들다
  • 2022.08.03 12:00
  • by 김진환 (퀘벡사회적경제 연구회, HEC 몬트리올 경영학과 박사과정)
11:42
▲ 우드노트 협동조합 주택 전경. ⓒUTILE
▲ 우드노트 협동조합 주택 전경. ⓒUTILE

대학생들의 주거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기숙사는 부족하고, 학생들의 빠듯한 예산으로 구할 수 있는 방도 부족할뿐더러, 학생들이 운 좋게 방을 구한다고 해도 가격에 비해 처참한 환경에 맞닥뜨리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2020년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발표에 따르면 전국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22%, 그나마 서울은 18.2%밖에 되지 않는다. 기숙사가 아닌 일반 주택을 임대하는 경우, 생전 처음 큰 계약을 해야 하는 학생들이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여 피해를 입는 경우도 흔하고, 주택에 문제가 생겨서 수리를 요청해도 감감무소식인 경우도 있다. 몇 년 전에는 기숙사 신축을 반대하는 주변 임대 건물주들의 목소리에 곤란을 겪는 대학교의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주거난으로 고생하는 학생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역마다 그 심각성의 정도나 처한 맥락은 다르지만, 주거가 학생들의 가장 중요한 고민 중 하나라는 점은 보편적이다. 

■ 임대주에 시달리는 대신 협동조합을 만들기로 한 캐나다 퀘벡의 학생들

▲ 우드노트 협동조합 유닛 내부. ⓒUTILE
▲ 우드노트 협동조합 유닛 내부. ⓒUTILE

캐나다 몬트리올에는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학생용 주택협동조합에 주목하고 몇 년간의 노력을 통해 주택협동조합 설립과 사업 운영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바로 콩코르디아 학생회가 설립한 우드노트 주택협동조합이다. 지난 2019년 착공한 주택협동조합은 2021년 입주를 시작했으며, 다양한 크기의 유닛 90개에 총 144명이 입주할 수 있다. 협동조합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할 뿐만 아니라, 콩코르디아 대학까지의 이동 거리도 적당하며, 무엇보다 임대주와의 갈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회적주택 운영 경험이 많은 샤펨(SHAPEM)이라는 사회적주택 전문 운영기관이 당분간 주택의 관리를 맡아 협동조합이 자체적으로 운영할 역량을 쌓을 때까지 임시로 운영을 맡아 입주 학생들의 요구사항에 대응하고 있다.

학교가 운영하는 기숙사는 학교가 관리 감독의 책임과 권한을 갖지만, 협동조합 주택은 조합원들이 합의한 규칙에 의해 운영된다. 주변 주택들의 임대료가 급변하더라도 협동조합 주택의 임대료에는 갑작스러운 인상이 없다. 조합원 소유 주택으로서, 시세 변동에 따른 이득을 취하려는 소유주가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들의 혜택은 더욱 커질 것이며, 동시에 주변 임대료 시세가 급등하지 않도록 하는 완충 역할 또한 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협동조합에 누적되는 이익은 또 다른 학생 협동조합 주택을 만드는 출자금으로 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 학생들이 주택협동조합을 만드는 일이 가능했을까? 이 주택협동조합의 기획부터 완공, 입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콩코르디아 대학 학생회 산하에는 학생회가 운영하는 주거 및 취업정보 센터(Housing and Job Resources Centre, HOJO)가 오랜 기간 활동하면서 주거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돕고 있다. 이 센터는 학생들이 세 들어 살 집과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집의 임대주 또는 고용주와 문제를 겪을 때 학생들의 편에서 해결책을 찾는 역할을 해 왔다. 학생 주거권 문제와 관련해 해당 센터와 협력해 오던 '우틸'(UTILE, Unité de travail pour l'implantation de logement étudiant, 학생 주거 추진 연대)은 학생 주거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고, 그동안 축적한 학생회 기금을 시초 자금으로 해서 아예 학생들이 주인이 되는 학생 주택협동조합을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를 학생회에 제안했다. 이 제안을 토대로 하여, 누적된 학생회 기금의 용처에 학생 주택협동조합 설립을 추가하자는 안건을 학생 투표에 부쳤고, 2015년 투표 결과에 의거하여 마침내 주택협동조합 설립 기금이 만들어졌다. 이 기금의 이름이 PUSH Fund, 불어로 Fonds CLÉ이다.

▲ PUSH 기금 설립 및 첫 입금 행사 장면. 다큐멘터리 'Le printemps UTILE' 화면 갈무리.
▲ PUSH 기금 설립 및 첫 입금 행사 장면. 다큐멘터리 'Le printemps UTILE' 화면 갈무리.

물론 대지의 매입, 추가 자금의 확보, 시공사 선정 등 부동산 개발과 관련된 일들을 학생들이 직접 수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학생회는 투표로 안건이 가결된 후, 학생 주택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파트너로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우틸을 선정하여 주택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우틸은 학생회가 출자한 최초 자금 185만 달러(CAD)에 더하여 추가로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사회적금융 업계의 문을 두드렸다. 사회적경제의 장기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위해 만들어진 샹티에 신탁기금(Fiducie du Chantier de l’économie sociale)은 우틸의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학생들의 결정과 아이디어를 듣고, 학생회 출자 자금을 관리하는 법인인 기금 운용단체 설립을 돕는 것부터 시작하여 150만 달러의 기금을 대출했다. 이후에는 우드노트 협동조합뿐 아니라 유사한 학생 주택협동조합 설립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별도 조직인 학생주거를 위한 투자재단(Fonds d’investissement pour logement étudiant, FILE)의 설립을 위한 기금 모집을 주도했다. 이 재단에서 우드노트 협동조합에도 추가로  300만 달러를 제공했다.

그 외에 데자르댕 연대경제금고(Caisse d'économie solidaire Desjardins)가 700만 달러, 살 만한 집을 위한 혁신 재단(Fonds d'innovation pour logement abordable)이 300만 달러를 제공하는 등 사회적금융기관 및 관련 재단법인이 자금을 대출해 주었고, 노동계에서는 퀘벡 노동자 연맹이 설립한 부동산 기금(Fonds immobilier de solidarite FTQ), 마지막으로 공공자금으로서는 몬트리올시(市) 기금이 자금을 지원했다. 학생회에서 출자한 씨앗자금 185만 달러에 더해 사회적경제, 노동계, 공공자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금 지원을 이끌어 냄으로써 협동조합 주택 건립 기금에 필요한 최종 예산 1,920만 달러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금융기관들과 노동 기반의 기금, 그리고 정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체들이 학생 주택협동조합의 설립을 지원한 것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우선, 누적된 거액의 학생회 기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결정할 수 있는 제도가 정착돼 있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만약 투표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누적된 학생회 기금의 사용이 투명하게 사용될 것이라는 신뢰가 없었다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된 학생회의 기금 출자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둘째로, 프로젝트를 주도한 학생들과 협력자들이 참고할 만한 협동조합 및 비영리 주택 법인, 즉 사회적주택의 사례가 퀘벡에 보편적으로 정착돼 있었다는 점도 중요한 배경이자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양한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주택의 기획부터 시공, 주택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문업자가 아닌 주거권 운동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주택 단체들의 성공 경험 및 다양한 사회적금융기관과의 협력 경험 또한 학생 주택 프로젝트의 중요한 성공기반으로 봐야 한다. 중요한 자금원 중 하나였던 캐나다 모기지 주택공사(Canada Mortgage and Housing Corporation, CMHC)가 사회적주택에서 경험을 쌓은 샤펨이 초기 협동조합의 운영을 맡을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던 것을 봐도 기존의 사회적주택이 쌓아온 신뢰를 확인할 수 있다. 우드노트 협동조합에 단일 기관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제공한 연대경제금고는 대출금액의 60%를 사회적주택에 제공할 정도로 사회적주택을 중시하고 있어 사회적주택 모델을 잘 알고 있었다. 몬트리올 및 퀘벡 주 사회적주택의 역사를 통해, 사회적주택 섹터에서 활동하는 조직들이 위험성 적은 대출처라는 점은 사회적금융기관들뿐 아니라 다른 금융기관들도 익히 알고 있는 터였다. 이런 점이 최초의 학생 주택 협동조합에 대한 지원을 더욱 용이하게 만들어 준 것으로 보인다.

셋째로 사회적금융 섹터의 혁신에 열려 있는 자세 및 사회적금융기관 간 상호 협업 문화도 중요한 요소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다양한 사회적경제 영역의 혁신적인 시도를 지원해왔던 샹티에 신탁기금이나 퀘벡사회투자네트워크(RISQ) 같은 조직들은 자금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경제조직들과 동반자적인 입장에서, 기존의 관행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설득력 있게 사업 타당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조건을 검증하는 혁신적인 상품들을 설계하는 역량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사회적금융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해 사업 타당성 보완을 마친 사회적경제조직들은 다른 금융기관들 입장에서 적은 노력으로 리스크를 측정할 수 있어, 사회적경제조직이 사회적금융기관에서 받는 최초의 대출은 다른 금융기관에서의 대출도 보다 용이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사업성을 한 기관에서 검증하면 여러 사회적금융기관이 자금조달을 함께 지원하는 사회적금융업계의 협업 모델 또한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볼 수 있다.

■ 우드노트 협동조합 성공의 의의

▲ 몬트리올시와 쏘시에테 앵거스가 추가적인 학생 주택협동조합 프로젝트 지원을 결정했다. 왼쪽부터 UTILE 상임이사 로랑 레벡(첫 번째), 몬트리올 시장 발레리 플랑트(세 번째), 쏘시에테 앵거스 CEO 크리스티앙 야카리니(네 번째). ⓒUTILE
▲ 몬트리올시와 쏘시에테 앵거스가 추가적인 학생 주택협동조합 프로젝트 지원을 결정했다. 왼쪽부터 UTILE 상임이사 로랑 레벡(첫 번째), 몬트리올 시장 발레리 플랑트(세 번째), 쏘시에테 앵거스 CEO 크리스티앙 야카리니(네 번째). ⓒUTILE

우드노트 협동조합의 성공적인 준공 및 입주를 이끌어 온 우틸은 학생 주택협동조합 모델에 관심을 갖게 된 각 대학교의 학생회 및 지방정부와 협력하여 또 다른 4개 학생 협동조합 주택의 건축을 추진 중이다. 우드노트 협동조합의 성공적인 출범은 단순히 1개 협동조합이 성공적으로 출범한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드노트 협동조합을 준비하면서 정부와 시민사회에 학생 주택협동조합 모델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여, 결과적으로 중요한 제도적 변화를 일구어낼 수 있었다.

먼저 첫 번째 성과는 시, 주, 연방정부에 이르기까지 각급 정부에 학생 주거 문제가 정부의 관심이 필요한 중요한 의제라는 점을 설득한 것이다.

우드노트 프로젝트 전에는 주거 약자들에 대한 지원에 학생이 포함된 적은 없었다. 기존 사회적주택에 대한 각급 정부의 지원은 약물 중독자, 저소득층, 노인 등 명백하게 도움이 필요한 소외계층을 위한 주택에 집중됐으며, 학생은 도움이 필요한 소외계층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정부의 지원 대상이 된 적도 당연히 없었다. 시민사회에서도 학생 주거권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았다. 그러나 우드노트 협동조합의 실현을 위한 지원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노동계, 시민사회에 학생 주거권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환기했다. 그 결과, 주거권 관련 정부의 기금들이 대출 또는 지원금의 형태로 우드노트 협동조합의 설립을 지원했을 뿐 아니라, 우드노트 협동조합 이후에 새로 준비하고 있는 학생 주택협동조합들의 자금 조달 과정에 각급 정부의 참여가 늘었다. 학생 주택협동조합이 학생 본인에게는 교육의 기회를 보다 공평하게 제공할 뿐 아니라, 교육 비용을 감당하는 가계 부담을 줄여주어 전체적인 경제 흐름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고, 장기적으로 적정 이익을 발생시켜 자체적으로 모델을 확산시킬 수 있는 자가발전의 동력을 가진 모델이라는 점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한편, 시민사회에서는 학생 주택협동조합 모델이 확산될 수 있도록 학생 주거를 위한 투자재단(FILE)이 설립되어 향후 학생 주택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는 점 또한 눈여겨볼 부분이다. 이 기금은 주택협동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사회적경제 및 노동계 관련 기관 투자자들이 연대하여 설립한 순환투자펀드(Rotating Investment Fund) 형태의 기금이다. 순환투자펀드란, 특정 목적의 투자 대상에 투자한 기금에서 수익이 발생할 경우 같은 목적에 재투자하도록 설계한 펀드를 뜻한다. 이 기금은 학생 주거권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또한 사회적경제조직을 위한 인내자본을 제공하는 샹티에 신탁기금 외에 퀘벡의 양대 노총이 설립한 기금들, 즉 퀘벡 노동자 총연맹(FTQ)에서 설립한 연금 펀드인 퐁 드 솔리다리떼(Fonds de solidarité)퀘벡 전국 노동조합 연합회(CSN)가 설립한 퐁닥시옹(Fondaction)이 참여했다는 점이다. 이 외에도 사회적경제에 호의적인 민간 공익재단인 맥코넬 파운데이션이 파트너로 기금을 출연했다.

특히 노동자들의 퇴직 연금을 관리하며 적정한 이윤을 유지해야 하는 노동조합 기반의 양대 펀드가 이 기금에 참여한 것은, 학생 주택협동조합이 새로운 사회적경제 모델로서 공감을 얻고 있을 뿐 아니라, 안정적인 저위험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가졌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드노트 협동조합의 사례는 사회적주택 분야뿐 아니라 사회적금융의 접근방식, 사회적경제 섹터 전체로서의 발전 방향을 생각해 보는 데에도 적지 않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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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 (퀘벡사회적경제 연구회, HEC 몬트리올 경영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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