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환경‧노동 운동, 사회적경제 흐름의 한 줄기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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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환경‧노동 운동, 사회적경제 흐름의 한 줄기가 되다
낸시 님탄 저, '사회적경제, 풀뿌리로부터의 혁신' 소개
  • 2023.03.10 16:59
  • by 정화령 기자

지난 8일은 세계 여성의 날로, '빵과 장미' 언뜻 어울리지 않는 이 두 가지가 지난 100년 이상 여성운동을 대표해왔다. 1908년 뉴욕에서 여성 노동운동가들이 처음으로 '생존'과 '권리'에 비유한 빵과 장미는 1995년 캐나다 퀘벡에서 다시 '빵과 장미의 행진'으로 부활했다. 당시 퀘벡지역에서는 심각한 빈곤과 실업에 맞서 여러 투쟁이 일어났다. 그중 퀘벡 여성연맹에서 '빈곤과 폭력에 맞서는 여성 대행진'을 조직하여 많은 지지와 공감을 얻었고, 여성 단체들이 빵과 장미를 요구하는 깃발을 들고 지역 구석구석을 행진하여 주의회 건물로 모였다. 그 중심에 선 사람 중 하나가 퀘벡의 사회적경제 플랫폼 샹티에사회적경제(Chantier de l'économie sociale)의 전 이사장 낸시 님탄(Nancy Neamtan)이다.
 

▲ 캐나다 퀘벡에서 일어난 빵과 장미의 행진
▲ 캐나다 퀘벡에서 일어난 빵과 장미의 행진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퀘벡 모델'은 국제적으로 유명하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정부와 보조를 맞춰 사회적경제 전반을 견인하는 넓은 협의체인 '샹티에'가 있다. 지난해 아시아미래포럼에서 베이트리스 알랭 대표는 "여성‧환경‧노동 운동 등 다양한 조직과의 연대가 사회적경제의 우군을 늘렸다"라며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성공 요인을 이야기했다. 이렇게 여성운동은 퀘벡지역 사회적경제 태동에서 지금까지 함께하며 지원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22년 6월 출간된 '사회적경제, 풀뿌리로부터의 혁신'은 80년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퀘벡 사회적경제의 태동과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사회적경제와 여성운동 '따로 또 같이' 지속해서 연대하며 함께 지향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여러 여성 리더들이 사회경제적 위기와 변화에 맞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성공을 이룬 이야기를 담고 있어, 여성의 날 주간을 맞아 소개하고자 한다. 

▲ 사회적경제, 풀뿌리로부터의 혁신. 낸시 님탄 저 홍기빈 옮김,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이 책은 '샹티에사회적경제'를 중심으로 퀘벡에서 지난 30년 동안 사회적경제 운동가들이 실천한 다양한 사회혁신을 다룬다. 1995년 '여성 대행진'이 내걸었던 8개의 요구 중 하나는 '사회 인프라에 대한 투자 확장'이었다. 그리고 이 요구가 이후 사회적경제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토대를 만들었다고 기록한다. 그 후 퀘벡의 사회적경제가 국제적으로 자리를 잡기까지 다양한 행동과 도전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연대와 협력이다. 그리고 빈곤한 이들의 대안에 멈추지 않고 경제 발전의 주체로 인정받기 위해 정부를 설득하고 협상해온 역사도 그대로 담겨 있다. 

30년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퀘벡 역시 사회적경제 분야에 호의적이거나 그렇지 않은 정권을 모두 경험했다. 1996년부터 2003년까지는 사회적경제에 우호적인 퀘벡당이 집권했으나 2003년 정권이 교체됐다. 저자는 이 시기를 '사회적경제의 현실을 직시해야 할 진실의 순간'이었다고 표현한다. 잠재성과 대중의 지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품고있는 다양한 가치를 증명하여 영리기업과의 차별화를 했다. 비록 마을 단위 경제 개발에서 권한을 완전히 내어주는 등 여러 후퇴가 있었지만,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스스로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증명하는 시기였다.
 

ⓒ샹티에
ⓒ샹티에

하지만 퀘벡의 범사회적경제영역이 역사의 상황들에서 무조건 연대와 평화를 외친 것은 아니다. 위기의 순간에 단합하여 성숙한 생태계를 만들면 다시 새롭게 혁신하기 위해 도전했다.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역량과 조직적 힘을 갖추는 제도와 기관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제도화되면 관행이 똬리를 틀어 혁신의 역량을 약화하기 때문에 초기의 대담함과 열띤 토론은 사라진다. 샹티에도 2012년 '샹티에가 샹티에를 성찰한다'는 슬로건으로 내부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거버넌스 쇄신을 끊임없이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주목할 지점은 무엇일까? 책을 번역한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책 끝부분에 해제(解題: 책 설명)를 통해 "사회적경제는 기능을 우선하지 않고 집단의 '좋은 삶'을 이루는 데 목적이 있다. 그 무게중심은 풀뿌리 참여에 있고, 특정 정당에 치우쳐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것은 지금까지 양적으로 폭풍 성장한 한국의 사회적경제가 앞으로 겪을 성장통에 퀘벡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2018년 인터뷰 당시 낸시 님탄. ⓒ라이프인
▲ 2018년 인터뷰 당시 낸시 님탄. ⓒ라이프인

저자인 낸시 님탄은 2018년 라이프인과의 인터뷰에서 "미약한 주체가 모여 행동하면 어느 순간 집단적 변동의 힘을 느끼는 극적 전환점이 온다. 각자 따로 운동할 때는 힘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시민사회, 노동자, 여성 등이 모여 샹티에라는 '네트워크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스스로 가진 힘이 대단히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라며 여러 조직이 연대하여 스스로 전환점을 만들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는 과거의 지혜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닥친 기후, 불평등과 같은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키워드이다. 어려운 시기에 잠시 쉬어가거나, 마음을 다잡고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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