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 사회적경제 이야기] 퀘벡의 정부와 시민사회, 투쟁과 협력으로 사회적주택 운동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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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 사회적경제 이야기] 퀘벡의 정부와 시민사회, 투쟁과 협력으로 사회적주택 운동을 만들다
  • 2021.10.04 15:00
  • by 김진환 (퀘벡사회적경제 연구회, HEC 몬트리올 경영학과 박사과정)

퀘벡의 '사회적주택'의 가장 큰 특징은 사회적주택 운동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부와 시민사회의 독특한 관계에 있다. 이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주택을 운영하는 협동조합과 비영리 법인들뿐 아니라 ▲주거권 어드보커시 활동(캐나다 연방 정부와 퀘벡 정부의 주택 정책, 주거권 보장을 위해 입법 및 정책 제안, 캠페인 등)을 해 왔던 단체, ▲연방 및 주 정부, ▲사회적주택 관련 시민사회 이렇게 세 가지 주체들의 정책과 전략이 서로 간에 충돌과 협력을 거듭하면 발전해 왔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한국에서 사회적주택은 비영리 법인이나 사회적경제 주체가 공급하고 운영하는 주택을 의미한다. 캐나다에서 사회적주택이라는 용어는 저소득계층을 위해 건축한 공공임대주택에서부터 비영리 임대주택 운영법인, 소득을 구별하지 않는 협동조합 주택 운영 법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형태의 주택들을 포괄하며, 비영리법인과 사회적경제 주체가 운영하는 주택들은 별도로 커뮤니티 하우징이라고 부른다. 한국에서의 용례와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이글에서는 캐나다의 용례를 따른다. 

캐나다 연방정부의 사회적주택 정책 변화

캐나다의 복지국가 모델에서 케인즈주의적 직접 개입 정책이 지배했던 기간은 전쟁 중었던  1940년대에서부터 재정 긴축과 복지 축소 경향이 시작되는 70년대 중반까지이다. 2차 대전의 종전 이후 캐나다 정부의 주택 정책은 큰 틀에서  케인즈주의적 경제활성화 정책의 일부로 간주되었으며, 전후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이 정책 결정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정책결정자들은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적주택 공급 정책이 공급 측면을 활성화함으로써 경제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전쟁에서 복귀한 전역병들이나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하는 가정 등, 일시적  주거 취약 계층 또는 홈리스 등 장기적 주거 취약계층에 적절한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경제 활성화의 선순환을 촉발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정책 방향에 근거, 1946년에 설립된 캐나다 모기지 및 주택공사(Canada Mortgage and Housing Corporation: CMHC)가 설립되어 1970년대까지 공공주택을 공급했으나, 1) 공공주택 입주자들에 대한 낙인효과, 2) 공공주택 운영자들이 입주자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 대한 문제제기, 3) 그리고 공공주택 건설 및 운영의 고비용 등에 대한 비판이 동기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에 캐나다 전역에서 공공주택 문제에 대한 비판 및 개선 운동에 앞장선 단체 중 하나가 캐나다 전국 협동조합 주택 연맹이었다. 

▲ 캐나다 전국 협동조합 주택 연맹의 포스터
▲ 캐나다 전국 협동조합 주택 연맹의 포스터

70년대 중반부터 비판을 수용하여, 정책방향을 공공주택을 직접 건설하여 운영하는 방식에서 협동조합 및 비영리 주택 법인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꾸게 된다. 1973년의 주택법 (National Housing Act) 개정은 정부의 주택 정책에서 협동조합 및 비영리 주택 법인의 비중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1980년 말 캐나다 전국 통계에 따르면, 취약계층을 위한 신축 주택 중 협동조합 및 비영리 주택법인의 비중이 80%에 달했다고 한다. 한편, 90년대에 이르러서는 20%까지 치솟은 이자율의 영향으로, 비영리 주택법인 및 협동조합 주택을 통한 주택 건설 또한 비용부담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다가 연방정부가 주택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과거와 달라져서, '주택'정책을 통한 공급 측면 자극’이라는 종전 직후의 경제관에서 시작한 주택 정책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중심을 차지한 연방정부의 경제관과도 더 이상 맞지 않았다. 

이런 사유들로 캐나다 중앙정부는 이미 건축이 완료된 기존의 공공주택 운영을 포함한 취약계층 대상 주택 정책의 책임을 각 주정부로 이양할 것을 발표하고, 1980년대 말, 1990년대에 걸쳐 점진적으로 개입을 줄여나가서 결국에는 직접 개입정책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연방정부의 주택 정책으로서는 생애 첫 주택 자금 대출 등 대출, 보조금과 관련한 정책들이 남아 있다.

퀘벡 주정부의 사정

연방정부가 '사회적주택' 정책에서 철수하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퀘벡 주정부는 연방정부의 결정을 받아들일 것인가 저항할 것인가, 그 공백을 채울 것인가 말 것인가, 공백을 채운다면 어떤 정책으로 채워야 할 것인가, 등의 결정에 직면하게 된다. 초기에 주정부는 연방정부의 결정에 반대하면서 사회적주택 운영 책임 등을 인수할 것을 거부했으나, 연방정부의 철수 결정이 사회적주택 분야에 주는 타격이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하고 시민사회의 압력이 거세짐에 따라 마침내 1986년에 준 공공기관인 퀘벡 주거협회가 사회적주택의 공급과 운영을 완전히 책임지고 정책의 공백을 메운다는 결정이 내려지게 된다. 

캐나다 정부가 경제 구조조정, 긴축 재정의 필요성 등 여러 가지 시대적 위기에 직면하여 복지국가 정책의 여러 분야를 점진적으로 줄여가는 상황에서, 주정부라고 그 어려움이 크게 다를 수 없었다. 주정부가 사회적주택 정책 집행의 책임 인수를 고민한 것도 현실적 어려움이 큰 몫을 했다. 그러나 위기가 종종 혁신의 계기가 되는 것처럼, 퀘벡의 사회적주택 섹터는 이 시기를 거치면서 정부와 시민사회의 협력이라는 혁신의 모델을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시기를 거쳐 만들어진 퀘벡 사회적주택 정책의 특징을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하자면, 첫째로 공영 임대주택의 운영에 있어 협동조합 및 비영리 사회적주택 법인에 운영 및 입주자 서비스를 위탁하는 방법을 도입한 점, 둘째로 협동조합과 비영리 법인 형태의 커뮤니티 하우징이 운영하는 주택 공급량을 늘릴 수 있도록 지원을 집중하는 점, 셋째로 사회적 주택분야의 네트워크와 공동으로 정책을 설계한다는 점이다. 

캐나다 연방정부가 공공 임대주택의 직접 운영을 포기한 데에 공무원으로 구성된 조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관리할 때 발생하는 운영비 문제가 작지 않았는데, 퀘벡주 정부 또한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80년대 말부터 협동조합/비영리 주택법인과의 계약을 통해 공공이 소유한 임대주택의 운영 및 입주자에 대한 복지 서비스 제공을 하는 계약-위탁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 퀘벡 사회적주택의 중요한 특징을 만든 바탕이 되었다. 

특히 노숙자, 촉법소년이나 몸이 불편한 어르신을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나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 단체들이 공동생활 주택을 무료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명백한 취약 계층에 대한 사회 서비스에서 공공 부문과 시민사회의 협력이 두드러졌다. 

이와 같은 방식의 성공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준공공기관인 몬트리올 주거/개발협회 (Société d’habitation et de développement de Montréal : SHDM) 과 시민사회단체인 몬트리올 동부 민중 주택 협회 (Société d’habitation populaire de l’Est de Montréal : SHAPEM)의 협력 사례다. SHDM 이 매입하여 만든 공공임대주택을 SHAPEM이 운영하면서 지역의 커뮤니티 운동 단체들이 입주자들의 공동체 형성, 취약 가구를 위한 도시락 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입주자들 자신들의 삶의 질 뿐 아니라 우범지역으로 취급받던 동네 분위기도 좋아져서 이와 같은 사회적 주택의 민관 협력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퀘벡에는 1960년부터 집계하면 약 5만 가구 이상의 협동조합/비영리 법인 사회적 주택이 공급되었다. 이중 약 3만 7천 가구는 연방 정부의 프로그램 예산으로, 나머지 가구는 퀘벡 주정부가 각 시대별로 운영한 LOGIPOP; AccèessLogis; PARCO프로그램들의 예산으로, 사회적 주택의 신축 또는 매입-리노베이션 지원을 통해 사회적주택을 공급했다. 

1996년 노-사-정-시민사회 대표자 회의의 결과로 만들어진 퀘벡 커뮤니티 하우징 기금 (Fonds québécois d’habitation communautaire : FQHC)는 특히 이와 같은 사회적주택에 대한 지원 정책을 집행하면서 사회적주택을 둘러싼 여러 이해 당사자들이 기금의 사용에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역 공동체, 지방자치 단체, 사회적금융 및 주 정부의 대표가 골고루 참여할 수 있도록 정관이 만들어져 있다. 

특히 이 기금의 이사회를 통해 사회적주택 관련 시민사회가 주 정부의 사회적주택 관련 프로그램의 설계를 공동으로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사회적 주택분야에서 퀘벡 사회적경제의 가장 큰 특징인 공동기획(Co-construction)이라는 개념을 구현하고 있는 제도적 장치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같은 퀘벡 주정부의 정책 방향이 자리를 잡게 된 것은, 사실 시민사회와 주 정부 사이의 끊임없는 투쟁, 긴장과 갈등 속에서도 계속해서 대화를 유지해 온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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