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적 기본소득, 여성 해방을 불러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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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적 기본소득, 여성 해방을 불러올 것인가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박람회' 
29일, 기본소득과 젠더, 돌봄, 사회적 재생산 섹션 진행
  • 2021.04.30 12:49
  • by 전윤서 기자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한 기본소득 정책축제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박람회'가 30일까지 개최된다.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연구원,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킨텍스가 공동주관한 이번 행사는 '내 삶 속의 기본소득'이라는 주제로 고양 킨텍스에서 온․오프라인을 병행해 열린다. 

29일에는 '기본소득과 젠더, 돌봄, 사회적 재생산' 특별 섹션이 마련됐다. 김교성 중앙대학교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알마즈 젤레케 뉴욕대학교 상하이 캠퍼스 교수 ▲홀리오 리나레스 독일 Circles UBI 연구원 및 커뮤니티 코디네이터가 발표를 맡았다. 

알마즈 젤레케 뉴욕대학교 상하이캠퍼스 교수는 '가사노동 임금: 돌봄 경제를 위한 기본 자본으로써 기본소득'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교수는 인간 상호작용의 두 가지 영역인 무조건적인 돌봄 노동과 시장영역의 조건부 임금 노동의 관계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탈리아의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타(Mariarosa Dalla Costa)와 실비아 페데리치(Silvia Federici)를 중심으로 일어난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운동 '국제가사노동임금운동'을 설명하며, 이들이 말한 '가사노동과 공장노동은 자본주의의 숨겨진 착취다'라는 주장에 동의했다. 알마즈 젤레케 교수는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은 여성해방은 물론 남성을 포함한 임금 노동자의 무급가사, 재생산 노동에 대한 인정에 여부가 달려있다"라며 서문을 열었다. 

▲ 알마즈 젤레케 교수는 '국제가사노동임금운동'의 발족은 초기 기본소득의 요구와 맞닿아 있는 지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viewpoint magazine
▲ 알마즈 젤레케 교수는 '국제가사노동임금운동'의 발족은 초기 기본소득의 요구와 맞닿아 있는 지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viewpoint magazine

자본주의는 생산을 담보로 가부장제와 공장제도를 견고히 했고 생산과 재생산이 가능한 노동자를 분리했다. 이때 생산과 재생산을 할 수 없는 노인과 아이들은 병원과 학교로 쫓겨나게 됐다. 자본주의는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 핵가족의 형태를 만든다. 남성은 생산에 몰두하고 잉여 가치 생산에 필수적인 여성은 가정에서 무임금 노동을 하도록 말이다. 이때 여성, 아동, 노인은 남성 의존성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 두 리더는 모든 여성이 가정주부로 취급받는 상황에서 '노동계급 여성의 해방은 여성이 가정 밖에서 일을 찾을 때 얻어진다'라는 서구 중산층 여성 운동가들의 주장이 틀렸다는 점을 꼬집었다. 특히, 델라 코스타는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 여부가 자본주의에 대한 개혁이며, 동시에 자본주의에 반하는 개혁이라고 그의 저서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알마즈 젤레케 교수는 '국제가사노동임금운동'의 발족은 초기 기본소득의 요구와 맞닿아 있는 지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의 성 분업 개념을 확대해 비노동에 대한 근본적인 저항으로 연결했다. 자유복지국가의 경우 비노동 하층계급은 그들에게 제공되는 사회복지 혜택은 임금노동자들에 부과되는 세금에 의존하기 때문에 노동계급의 노동에 기생하는 존재로 그려졌다"라며, "기본소득을 기본적인 자본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임금노동자의 소득 재분배가 아니라, 자본의 재분배/자본을 통한 자본가의 권력 재분배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러한 권력의 재분배는 무조건적 기본소득이 가지는 혁명적 가능성이고 기본소득을 생산노동에 부족한 임금에 대한 보조금이 아니라 재생산적인 노동에 대한 무조건적 임금으로 천명함으로써 혁명의 가능성을 명확히 할 수 있었다"며 발표를 마쳤다. 

▲ 발표를 진행하는 홀리오 리나레스 독일 Circles UBI(독일 분산형 디지털 통화) 연구원 및 커뮤니티 코디네이터. 온라인 화면 갈무리
▲ 발표를 진행하는 홀리오 리나레스 독일 Circles UBI(독일 분산형 디지털 통화) 연구원 및 커뮤니티 코디네이터. 온라인 화면 갈무리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경제인류학자인 홀리오 리나레스 독일 Circles UBI(독일 분산형 디지털 통화) 연구원 및 커뮤니티 코디네이터는 '기본소득과 돌봄 계급의 반란'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발표에서 홀리오 리나레스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노동력과 자본력을 지탱하는 것이 필수노동자들이라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았다며, 이로써 여성, 이민자, 유색인종의 위계질서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또한 세계화의 공급망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서 2천 400만 명의 사람들이 집을 잃었다. 부의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여성에 대한 가정 내에서의 폭력과 압박은 증가했다. 경제를 관리하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economy)의 어원은 가정을 뜻하는 'oikos'에서 유래했다. "경제는 우리가 사는 가정 안에서 시작된다. 가정을 넘어 상호의존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넓게는 경제를 우리가 돌봐야 하는 전 지구적 가정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라고 홀리오 리나레스는 말했다. 

그는 민주적인 관점에서 기본소득을 이루기 위해 가장 필요한 돌봄 노동, 재생산 노동(즉, 필수노동자)이 저평가되는 상황에서 이들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돈을 생산하고 부채를 만드는 은행과 화폐를 민주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사물을 중시하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고, 또한 '돌봄의 생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주변과 주변 밖의 사람들을 보살펴야 하며, 돈의 생성 방식을 재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경제를 측정하는 방식, 경제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논리를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 코로나 이후의 도전 과제에 빨리 적응할 수 없을 것이다. 진정으로 삶을 민주화하고 사람들에게 존엄성 있는 삶을 살 힘을 주려면 기본적 생계가 보장되어야 하고, 이때 보편적, 무조건적 기본소득이 이를 실천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라며 발표는 마무리했다. 

▲ "자본주의가 역사적으로 오랜 시간 가부장적인 사회를 구축했다. 동시에 남성들의 돌봄 노동에 대한 무임승차를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에 대한 변혁을 진행해야 한다." ⓒ경기도
▲ "자본주의가 역사적으로 오랜 시간 가부장적인 사회를 구축했다. 동시에 남성들의 돌봄 노동에 대한 무임승차를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에 대한 변혁을 진행해야 한다." ⓒ경기도

좌장을 맡은 김교성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본주의가 역사적으로 오랜 시간 가부장적인 사회를 구축했다. 동시에 남성들의 돌봄 노동에 대한 무임승차를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에 대한 변혁을 진행해야 한다."라며 토론을 이끌었다. 이어서 △이주희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윤자영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서정희 군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토론을 진행했다. 

이주희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기본소득이 성 평등을 자동적으로 가져다주진 않는다. 그러나 여성이 유급 노동을 할지, 가사노동을 할지 그 선택을 늘려줄 수 있다. 따라서 어떠한 사회적 맥락에서 자본주의가 실시되는지가 중요하다"라며 연대와 평등의 가치를 핵심으로 하는 정책들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돌봄에 기반한 복지, 노동시장의 개혁, 사회적금융의 활성화 등이 교수가 제안한 정책이다. 

윤자영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돌봄 노동을 남녀 모두 시민적 역할로 재분배하는 데 있어 기본소득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책임을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임금 노동의 기회를 선택하지 않고 돌봄을 선택할 것인가는 미지수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서정희 군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의 가사노동에 대한 인정이 기본소득의 무조건성에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기본소득이 젠더 불평등을 줄인다는 사실과 무급노동에 대한 보상이라는 측면은 서로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에 알마즈 젤레케 교수는 "기본소득을 돌봄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 간주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기본소득은 여성을 가사노동에 머무르게 한다는 비판도 있다"라며,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남성도 책임 있는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시민으로서 돌봄을 인식하게끔 말이다. (기본소득으로) 소득의 재분배가 일어나면 여성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홀리오 리나레스는 "기본소득을 통해 남성의 돌봄 노동 참여를 증진하고자 한다면 노동에 대한 의미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유급노동에 대한 관점, 그리고 돌봄 노동의 정의도 바뀌어야 한다. 힘의 위계질서가 다 바뀌게 될 것이다. 기본소득은 사회 전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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