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의 바이소셜, 'Social'을 고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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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의 바이소셜, 'Social'을 고민하다
2월 17~18일, 2021년도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제1차 정책워크숍 개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사회적경제 운동의 공동전략 수립 및 바이소셜(Buy Social) 캠페인 전개를 위한 실무자 협의
  • 2021.02.19 17:46
  • by 노윤정 기자
▲ 2월 17~18일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2021년 제1차 정책워크숍'이 개최됐다. ⓒ라이프인
▲ 2월 17~18일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2021년 제1차 정책워크숍'이 개최됐다. ⓒ라이프인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유행병, 경제 불황, 그리고 기후위기. 이처럼 중첩되어 나타난 세 가지 위기에 전 세계가 신음하고 있다. 특히 많은 사례가 증명하듯 위기는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이들에게 더욱 가혹하다. 현재의 삼중고는 불평등을 초래하고 사회·경제 체계를 뒤흔들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 시기에 사회적경제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는 전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기후위기와 사회적경제 운동의 접점을 조명하기 위한 자리로서 17일과 18일 양일간 제주 휘슬락 호텔에서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2021년 제1차 정책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번 정책워크숍에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사회적경제 운동의 전략을 수립하고 바이소셜(Buy Social) 캠페인의 방향성을 기후위기라는 시대적 과제 안에서 찾기 위한 강연과 질의응답, 간담회가 이루어졌다.

■ 탈탄소사회로의 전환, 사회적경제는 무엇을 할 것인가.

▲ 강연 중인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 ⓒ라이프인
▲ 강연 중인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 ⓒ라이프인

17일 진행된 첫 번째 강연에서는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사회적경제 운동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기후위기와 탈탄소사회에 관해 이야기했다. "탄소시대가 탈탄소시대로 바뀔 수 있을까?" 오 상임이사는 이와 같은 질문에 "내가 내린 결론은 이미 탈탄소시대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고 말하며 금융회사들의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투자 회수, 새로운 석유·가스 개발을 중단하고 화석연료 보조금을 삭감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미국 바이든 정부의 행정명령 등을 예로 들었다.

오 상임이사는 탈탄소사회를 만들어갈 방법으로서 '자본의 길'과 '공동체의 길'을 이야기했다. 그는 자본이 청정에너지를 '재발견'했다고 표현하며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정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은 '자본이 있는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자유'라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자본의 길'이다. 이어 오 상임이사는 에볼라 바이러스를 '커뮤니티 전략'으로 막은 국경없는 의사회의 피터 클레멘트 박사, '에너지 자립 마을' 서울 석관동 두산아파트, 주민들이 사막화된 마을에 나무를 심으며 숲을 이룰 수 있게 지원한 푸른아시아, 그린뉴딜 예산 중 40%를 시민공동체에 지원하고 있는 미국 뉴욕주 사례 등을 소개하며, 기후위기 문제를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은 '공동체의 길'이다.

'공동체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공동체에 투자하고 공동체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오 상임이사는 최근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뜻하는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의 약자)에 대해서도 "온실가스 감축도 중요하지만 커뮤니티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프랑스의 기후변화 대응 시민협의회를 사례로 들어 "시민 워킹그룹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하며,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구체적인 제안과 인식 및 공감대 확산을 위한 '입소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바이소셜 캠페인, '소셜'은 무엇인가

▲ 김경민 사회적경제활성화 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장. ⓒ라이프인
▲ 김경민 사회적경제활성화 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장. ⓒ라이프인

두 번째 강연에서는 김경민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장(바이소셜 추진위원회 위원장)이 '기후변화 대응과 바이소셜 국민 캠페인'이라는 주제로 바이소셜 캠페인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와 내용을 규명하고자 했다.

바이소셜 캠페인은 지난 2012년 영국에서 영국사회적기업협의회(SEUK)가 사회적경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시작했으며, 시민과 기업, 공공이 사회적기업 제품을 적극적으로 소비함으로써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내용의 실천 캠페인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7월 고용노동부가 바이소셜 선언식을 개최하며 본격적으로 캠페인을 진행했다.

코로나19로 가속되고 수면 위로 드러난 사회·경제적 위기 속에 유럽 국가들과 미국에서는 '뉴딜'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 역시 시대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방책으로 '한국판 뉴딜'을 발표했다. 김 운영위원장은 "한국판 뉴딜은 한국 사회에서 뉴딜 정책을 중심 정책으로 끌고 나왔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평하면서도 "시민적 합의 과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탈탄소사회로의 전환은 전혀 다른 문명 형태로의 전환이다"며 "강도 높은 사회적 책임과 부담을 수반하는 이행일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 이행에 대한 부담을 모두 시민이 지면서 삶의 질이 극단적으로 피폐해지는 상황이 된다면 반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사회가 광범위하게 연대의 틀을 형성해서 사회적 합의를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소셜 캠페인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시작됐다. 이렇게 위기와 전환의 기회가 혼재한 시기, 바이소셜 캠페인에서 '소셜', 즉 사회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김 운영위원장은 '사회적경제'를 의미했던 초기 영국 캠페인에서와 달리, 국내 바이소셜 캠페인에서 소셜은 '사회적 가치'로 해석된다며 "바이소셜 운동을 사회적경제조직과 시민이 함께 사회적 가치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전개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대목에서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사회적 가치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김 운영위원장은 사회적 가치를 국제연합(UN)이 2030년까지 이행해야 할 인류 공동의 목표를 17개 의제로 정리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기준으로 구체화하자고 제안했다. 사회적경제 주체, 시민사회가 스스로의 활동을 SDGs라는 글로벌 기준에 맞추어 정체화하고 명시함으로써 사회적 가치 생산 양태와 성과를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바이소셜 캠페인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사회적경제조직의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실천한다'는 명제를 시민들에게 설득하고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작업으로 김 운영위원장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을 중심으로 매년 사회적기업이 제출하는 사업보고서를 SDGs에 맞추어 정리하여 활동을 형상화할 것을 제안했고, "'우리가 보건안전, 기후위기 해소, 사회안전망 복원 등을 위해 이러한 사회적 활동들을 하고 있으니 사회적경제조직의 재화, 서비스를 구매함으로써 함께 사회를 재건하자'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캠페인의 방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 운영위원장은 바이소셜 캠페인 실천 의제로 ▲한국판 뉴딜과의 거버넌스 체계 구축 ▲기후변화 대응 지역기반 운동 체계 구축 ▲기후변화 대응 지역협동과 지자체와의 거버넌스 체계 구축 ▲사회적경제 주체들의 기후변화 대응 적합형 사업·조직으로의 전환 등을 제안했다.

■ 바이소셜 캠페인을 이끌 동력,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까

▲ 간담회에 참석한 김인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원장. ⓒ라이프인
▲ 간담회에 참석한 김인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원장. ⓒ라이프인

18일 오전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바이소셜 캠페인의 취지와 추진 경과를 공유하고 바이소셜 캠페인 전개를 위한 실무자들의 논의가 이루어졌다.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캠페인 추진력을 얻기 위한 인프라 확장의 필요성 ▲당사자조직들은 사회적 가치에 대한 합의를 가지고 있는가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라는 조직의 재구성 혹은 의제 전환 등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토의했다. 또한 사회적 가치 활성화 기본조례안을 제정한 경기 지역, 코로나19 초기 가장 큰 타격을 받았으나 사회적경제인들이 지역사회와 연대하고 협력하며 위기를 극복해간 대구 지역 등 지역네트워크의 운동 사례를 공유했다.

이틀간의 강연과 간담회를 통해 참석자들은 바이소셜 캠페인이 담지(擔持)해야 할 구체적인 가치와 지침을 고민하고, SDGs 등 구체적 가치 지표로 사회적경제조직을 설명하는 데서 시작하여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자신들의 활동과 사업을 정체화하고 그것으로 시민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데 공감을 나누었다.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를 비롯한 바이소셜 캠페인 관계자들은 이와 같은 논의를 발전시켜 사회적경제 영역이 시민과 함께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기후위기 대응,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도록 노력할 전망이다.

한편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는 지난 2011년 설립된 민관협의체로, 전국 단위로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YMCA, YWCA 등 3개의 시민단체가 협력하고 있다. 정부와의 정책 협력 및 지역사회와의 연계성 제고를 위한 거버넌스 기구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경제조직이 자생적이고 지속가능하게 성장하기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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