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한 문제"…農 기본소득, 왜 필요하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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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실한 문제"…農 기본소득, 왜 필요하냐면
  • 2021.03.05 08:30
  • by 노윤정 기자
▲ 제2회 농촌기본소득 정책포럼.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제2회 농촌기본소득 정책포럼. 온라인 화면 갈무리.

경기도는 오는 7월 '농촌기본소득 사회실험'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해당 사회실험은 기본소득 주요 요건으로 일컬어지는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정기성, 현금성을 충족하도록 설계하여 ▲이주자 및 외국인을 포함하여 대상 지역의 모든 실거주자에게 ▲개인을 대상으로 ▲무조건적으로 ▲2년간 정기적으로 ▲지역화폐(현금)로 기본소득을 지급할 예정이다.

경기도는 이와 같은 사회실험 시행을 앞두고 정책포럼을 진행하고 있는바, 3일 오후 '제2회 농촌기본소득 정책포럼-기후위기 시대의 농촌과 농촌기본소득의 역할'을 개최했다. 두 번째 정책포럼에서는 기후 변화로 인해 노동·소득의 불안정성이 심화된 농업과 농민, 농촌의 위기를 극복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농업으로 전환하는 데 기본소득 논의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살펴봤다.

※이후 내용에서 농민기본소득과 농촌기본소득을 함께 언급할 때는 농(農) 기본소득으로 통칭한다.

▲ 최재관 농어업정책포럼 이사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최재관 농어업정책포럼 이사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 "농업·농촌, 기후위기 시대에 새로운 대안 가지고 있다"

이날 기조발제는 최재관 농어업정책포럼 이사장(前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이 맡아 '저탄소·지역뉴딜 정책과 농촌소득 및 일자리'라는 주제로, 기후위기가 농촌·농업에 가져온 변화와 그에 대한 대응에 대해 이야기했다.

최 이사장은 기후위기가 농촌·농업에 가져온 변화를 ▲식량 위기 ▲에너지 위기 ▲일자리 위기 ▲환경의 위기 등 네 가지로 정리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와 같은 위기에 대처할 수 있을까? 우선 최 이사장은 기후 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농업 생산량에 대하여 다섯 가지 전략 작물(밀·옥수수·김치·쌀·콩)의 자급체계 구축, 로컬푸드 전면화, 공유 농지 확보 및 청년농부 유인 등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또한, 에너지 전환을 위한 핵심 키워드로 탄소중립 에너지원인 '목재'를 꼽았으며, 지금까지 국내에서 강조되지 않았던 음식물쓰레기·가축 분뇨 등을 이용한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화석연료 폐지 정책에 의해서 사라지게 되는 일자리를 새로운 '녹색 일자리', '산림뉴딜 일자리'로 전환하는 정의로운 전환의 과정들을 준비"하여 일자리 위기에 대응할 것을 이야기했고, 축산분뇨와 논에서 메탄, 화학비료에서 아산화질소가 많이 발생한다는 점을 짚으며 "(산업화한) 농업을 어떻게 바꾸느냐가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 최 이사장은 지금의 위기를 농업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한편, "소득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농민들에게만 친환경을 추구하라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공익직불제의 확대, 농민들에 대한 기본소득 보장 등을 통해서 이런 생태적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고 부연했다.

 
▲ 김미경 전(前) 전국여성농민회 총연합 부회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 김미경 전(前) 전국여성농민회 총연합 부회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지속가능한 미래, 농업·농민 없이 가능한가"

이어 김미경 전(前) 전국여성농민회 총연합 부회장이 농정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과 농민수당을 중심으로 농 기본소득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히 김 전 부회장은 실제 농사를 짓는 농민의 입장에서 농민들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을 알렸다.

단순한 소득지원 개념으로 출발했던 농민수당은 논의가 이어지면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농정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인식과, 현재의 농정으로는 농촌을 지속시킬 수 없으며 지속가능한 농촌의 중심에는 '농민'이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더해졌다.

김 전 부회장은 이러한 논의들을 담고 있는 농민수당의 의의를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농정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에 대한 화두 제시 ▲'농민'의 개념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면서 농촌·농업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고찰하는 계기 제공 ▲여성·청년농민을 비롯하여 농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이 소외되어서는 안된다는 인식 제공 ▲농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이자 자긍심을 고취하는 국민적 보상 등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이러한 농민수당에 제기되는 문제들도 있다. 첫 번째는 예산 문제로, 김 전 부회장은 농업 예산 증대와 농민수당이라는 목적형 사업비 도입을 강조했다. 또한 비농업인이 소유한 농지에서 농사를 짓는 실 경작자와 가계소득을 위해 농 외 노동을 하며 4대보험 적용을 받는 이들이 '농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농민등록제’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공익직불제와의 차이를 명확히 하여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농민 직접지원으로서 농업수당 성격을 규정할 필요가 있으며,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 과제를 제시했다.

이와 같은 과제 해결과 함께 농업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전환도 필요하다. 김 전 부회장은 "우리나라 정부는 농업을 보호·육성하기 보다 시장 방임적인 농정을 시행하고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으며, 식량주권과 국민의 먹거리 안정성, 생태를 살리는 농업을 위해서는 농정 전환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농정 전환의 방향으로는 공공이 농업을 관리하는 공공농업으로의 전환, 국가 정책 전반에서 배제되었던 농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농 기본소득 지급 등을 제시했다.

특히 농민이 느끼는 농민수당, 농 기본소득 논의의 절실함을 강조하며 "농민들이 마지막으로 붙잡을 수 있는 동아줄 같은 제도"라고 호소했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온라인 화면 갈무리.
▲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우리는 농업·농촌 현실을 얼마나 알고 있나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농업·농촌의 실태를 진단하여 전하고 농촌 지역 활성화를 위한 과제를 논의했다.

우선 농가의 가장 큰 문제는 농업 쇠퇴와 빈곤화다. 김 연구위원은 농가소득 조사에서 중간값에 해당하는 농가의 소득수준을 살펴보면 연 소득이 약 3,000만 원이며 그 중 농업소득은 1,000만 원 미만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농업만으로는 생계 유지가 어려우니 농사 외 다른 일을 하여 소득을 올리고(농외노동소득) 공익직불금·농민수당·가족들이 보내주는 용돈 등(이전소득)으로 소득을 올리는 형태로 농가소득이 구성된다. 이렇게 농외노동소득과 이전소득을 더하여도 평균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 가구소득의 2/3 정도 수준으로, 1990년대 이후 한국 농가들은 빈곤화의 길을 걸어왔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농촌 인구가 줄어 시장이 쇠퇴하고 시장이 쇠퇴하여 일자리가 없어지자 다시 인구가 떠나는 악순환, 즉 저밀도·과소화 문제 역시 심각하다. 이러한 농촌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며 김 연구위원은 "농촌은 지금 필요한 것은 많은데 공급이 안 되는 상태다. 필요한 것이 많다는 것은 할 일이 굉장히 많다는 것"이라며 '일거리'를 '일자리'로, 특히 자생적 동력을 갖추는 사회적인 일자리로 바꾸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연구위원은 ▲산업화한 농업에서 벗어나 농민 중심 농업 지향 ▲농가의 빈곤과 농업 열화·규모화 해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현금성 소득지원제도 ▲농촌 환경 보존 및 기후위기 해소에 기여하는 '녹색일자리' 지원 등을 제안했으며, 특히 에너지 전환 논의 중 농촌지역 태양광 활성화 논의에 대해서는 "땅에 탄소를 잡아두는 방식으로 농업 형태를 바꿔서 농지를 활용하는 전략과, 농지를 포기하고 태양광 발전을 대규모로 하자는 전략, 이 둘 사이에 비용편익을 우리는 제대로 계산해 본 적이 없다"며 "농지는 농사에 쓰고 그 농사 방식이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되도록 농업 정책을 근본에서부터 바꾸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다"고 강조했다.

▲ 송원규 녀름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부소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송원규 녀름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부소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 기본소득, 산업 아닌 사람에 대한 투자

송원규 녀름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부소장 역시 현재 농업·농촌·농민이 당면한 위기가 기존 농정의 실패에서 비롯한 것임을 지적하며 한국의 생산주의 농정과 공익형 직불제의 개편, 농민수당과 농민기본소득의 갈등, 농촌기본소득 제기의 배경과 의미 등에 대해 설명했다.

송 부소장은 기존 농정에 대해 "지난 30여년간 소위 신자유주의 개방 농정이 시행됐고, 이러한 농정은 농업·농촌·농민의 위기를 심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 왔다"고 비판하며, 농업 경영의 규모화와 전문화에 중점을 둔 농정과 자원 재상산에 대한 투자 관점이 부재한 하드웨어 중심의 농촌개발 투자를 지적했다. 농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이러한 농정의 실패 속에서 농민과 농촌 지역 주민들이 지역자원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지속가능한 생활을 영위할 방안을 고민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송 부소장은 농업·농촌을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 논의되는 다양한 의제 중 직접 지원의 성격을 담고 있는 공익직불제, 농민기본소득, 농촌기본소득을 비교하여 설명했다.

국내 농산물 시장 개방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공익형 직불제는 농산물 수입 개방을 반대한 농민·시민단체와 시장개방을 추진한 정부가 대립 끝에 찾은 일종의 타협점이다. 하지만 공익직불제가 도입된 후에도 갈등 양상을 보였다. 공익직불제를 중소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소득지원정책으로 바라보는 농민·시민단체와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규모화·전문화한 농업경영체를 육성해야 하는 데 기여하는 제도여야 한다는 정부 입장이 상충했기 때문이다. 현재 공익직불제(기본형)는 경작 면적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면접직불금)이 직불금의 상층 집중 현상을 야기했다는 비판에 따라 경작 면적 0.5ha 이하의 농가에는 120만 원을 정액 지급하는 기본소득적 성격의 소농직불금을 도입한 상태다.

농민수당의 경우 2007년 대선 기간 때 전국농민회총연맹에서 농민원급제를 제안하며 등장했고 현재는 많은 지자체에서 조례를 제정해 제도화했으며 지난해 총 지급액이 3180억 원에 이를 정도로 상당히 자리잡은 제도가 됐다. 농민운동 관점에서 이러한 농민수당은 ▲농업의 가치를 인정하고 국가적 보상 의무화 ▲중·소농 육성 및 마을공동체 복원을 위한 동력 ▲경제개발 과정에서 희생당한 농민들에 대한 보상 ▲도농간, 농민간 소득격차 완화 등의 의의를 갖고 있다.

농민기본소득은 이러한 농민수당과 큰 구분 없이 논의되어 왔으나 현재는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송 부소장은 "현금성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공익직불제와 농민수당, 농민기본소득이 결국 유사한 제도가 아니냐고 하는 문제제기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농촌기본소득은 공익직불제, 농민기본소득과는 맥락을 달리 한다고 볼 수 있다. 송 부소장은 농촌기본소득 논의를 "농촌이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보편적 기본소득으로의 전환을 위한 사회실험"으로 파악했다. 농촌이라는 공간에서 시행되지만 '인간 삶의 존엄을 위한 보편적 기본소득으로의 확장'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도시와 농촌 사이의 격차를 줄이고 지역균형발전을 꾀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송 부소장은 향후 농촌기본소득에서 농촌·농민에 대한 지원이라는 특수성과 보편적 기본소득으로의 확장성의 접점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 공익직불제과 농 기본소득이라는 현금성 지원 제도를 어떻게 하나의 제로도 설계해서 농민에게 적정한 지원이 이루어지게 할 것인지 등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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