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통신] 주택협동조합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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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통신] 주택협동조합의 가능성
사회적경제부터 연대경제까지 : 스페인으로 부터
작성자 : 히로타 야스유키(廣田 裕之). 발렌시아대학교 사회적경제 박사이자 스페인 사회적화폐 연구소 공동창설자
  • 2020.10.12 16:50
  • by 히로타 야스유키(廣田 裕之)

최근 한국에서는 주택난이 꽤 심각한 사회문제인듯한데, 스페인에는 주택협동조합 제도가 있어 이 문제에 대해 사회연대경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회차에는 한국의 상황 개선과도 연관되는 주택협동조합을 소개하고자 한다. (스페인과 일본의 일부 사례 소개)

주택에 관한 권리는 스페인 헌법(1978년 제정) 제47조 '모든 스페인 국민은 존엄하며 적절한 주거환경을 누릴 권리가 있다. 공권력은 이를 유효하게 하기 위한 필요조건을 추진하고 관련 규칙을 제정하여 투기를 방지하고, 일반적인 이익에 기반하도록 토지이용을 규제한다.'라는 조항이 있다. 실제로 이 헌법 조문이 스페인 사회에서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이와 같은 이념이 헌법으로 제정된 이상, 시민사회는 주택난을 정부에 호소할 권리를 가지며 정부는 그 문제에 성실하게 대처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협동조합법에서는 주택협동조합을 농협이나 소비자생협과 같이 다양한 협동조합 중 하나로 인정하여, 전국법 제89조~92조까지는 주택협동조합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스페인의 협동조합법은 전국법 외에도 17개 지방 중 16개 지방에서 지방법을 제정하였으나, 이 글에서는 전국법만을 설명함) 주택협동조합에서 공동주택의 소유권은 조합이 가지는 경우와 조합원이 가지는 경우가 있으며, 그 외에도 비조합원에 대여할 수도 있는데 어느 경우에라도 부동산의 투기목적 구매는 규제한다.

소유권을 조합이 가지는 경우 조합원은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개념이지만, 조합 자체가 비영리 성격을 띠므로 초기 건설비용과 건물 노화로 유지보수를 하는 수리비 정도를 마련하면 충분하다. (당연히 수익을 낼 필요도 없으므로) 임대료를 최소화 할 수 있다. 또한 공동주택의 일부를 점포나 사무실로 사업자에게 임대 가능하니, 그 수익으로 조합원의 임대료를 낮출 수 있다.

협동조합의 초기 조합원에게 주택 소유권이 양도되는 경우에도 설립 후 5~10년(구체적으로는 조합 정관에서 결정)이 경과하지 않으면 타인에게 소유권을 양도할 수 없으며, 이때도 가입 신청을 한 미입주 예비조합원이 우선 양도대상이 된다. (기본적으로 신청순)

또한 예비조합원에 양도하는 금액은 ‘권리를 양도하는 조합원이 지불한 금액의 분할결제일과 부동산 권리양도 의도를 통지한 날 사이의 소비자 물가지수 변동에 따라 재평가한 증가액이 동일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조합원이 투기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판매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물가지수가 100이었던 2000년 10월에 2억 원으로 주택을 구매하여 물가지수가 105가 된 2020년 10월에 이 주택을 양도할 경우, 2억×105÷100=2억 1,000만 원인 셈이다. 그 기간 동안 부동산 거품으로 가격이 뛰어 주변 부동산이 3~4억에 매매되어도 이 주택은 2억 1,000만 원 이상으로 양도할 수 없다.

스페인에서 연대경제가 가장 왕성한 카탈루냐 이야기는 지난달에도 실었는데, 2017년에 발표된 연구보고서 '바르셀로나의 사회연대경제'(카탈루냐어로 L’Economia Social i Solidària a Barcelona)의 주택협동조합 기사를 소개하고자 한다.

 

▲ 연구보고서 「바르셀로나의 사회연대경제」 표지
▲ 연구보고서 「바르셀로나의 사회연대경제」 표지

바르셀로나에서는 이미 1910년대에 최초의 주택협동조합 사례가 등장했다. 또한, 고도성장으로 인해 지방에서 많은 사람들이 바르셀로나로 유입된 1950년대 말 이후에 주택난 문제가 발생하면서 이 시기에 소비자생협 등에 의해 다수의 주택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1958년 바르셀로나 시내 중산층이 거주하는 그라시아(Gràcia) 지구의 주택협동조합(Gravi)을 시작으로 각지에서 잇따라 설립하였다. 1988년에는 카탈루냐 지방 전체에 16만 건으로, 별장을 제외한 주택 중 10%를 차지하였는데(참고로 1990년 카탈루냐 총인구는 617만 명) 그 중 건설회사에서 만든 위장 협동조합도 많은 것으로 보이며 이후에는 대부분이 해산했다.

지금과 같이 투기 대책으로, 또 지역주민에 의한 운동으로 주택협동조합이 주목받은 것은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열린 1990년대부터이다. 1989년에 설립된 Habitatge Entorn(어비타처 언토른)은 시장가격을 밑도는 저렴한 가격에 노동자들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활동하며 1993년부터 2014년까지 6,647건의 주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스페인에는 2000년대 초반의 주택버블로 인한 호황기와 그 버블이 2007년에 붕괴하며 경제위기가 찾아왔는데 급여 수준이 주택가격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며 주택난이 발생했다. 그 후 에어비앤비 등이 일반화되면서 거주를 위해서가 아닌, 관광객을 위한 주택임대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주택 임대가격은 더욱 상승하였다. 이런 상황이기에 소유권은 조합이 가지되 거주권을 조합원에게 제공하여 부동산 투기를 방지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거주할 수 있는 모델이 많이 보급되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 가을 다큐멘터리 '바르셀로나의 연대경제'를 제작하여, 그 안에서 퍼르비우러(Perviure, 다큐멘터리에서는 스페인어 발음 페르비우레를 사용함)를 소개했다. 이 조합은 기존에 있던 세 협동조합의 합작투자로 만들어졌으며 ▲건축 기준과 실현 가능성 조사 ▲법제도와 주택협동조합 운영에 관한 컨설팅 업무 ▲주택협동조합에 필요한 주택용지 확보를 담당한다. 외주가 필요한 경우에는 가능한 다른 협동조합에 의뢰하여 협동조합 제 6원칙 '협동조합 간 협동'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노력한다.
 

▲ 다큐멘터리 '바르셀로나의 연대경제'
 

카탈루냐에서는 카탈루냐어와 스페인어가 모두 사용되는데, 두 언어 사이에 지명이나 인명 발음에는 큰 차이가 있다. (실제로 카탈루냐어 중에도 방언에 따라 발음 차이가 큰 경우가 있지만 여기에서는 바르셀로나의 일반적인 발음을 채용함) 예를 들어 한국에서 흔히 쓰이는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어 발음이며, 카탈루냐어 발음에 충실하게 한글로 적으면 '버르설로너'가 된다. 또한 바르셀로나 시내의 축구팀 Sant Andreu는 한국에서 스페인어 발음인 '산트 안드레우'가 친숙한 모양이지만, 카탈루냐어에 충실한 발음은 '산 턴드레우'이다. 현지에서 카탈루냐인의 정체성과 카탈루냐어는 굉장히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으므로, 어느 발음을 차용할지 판단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카탈루냐의 사회연대경제 분야와 교류할 때는 카탈루냐어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겠다.

또한, 필자가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발렌시아대학에서 사회적경제 석사과정을 밟는 중에 당시 발렌시아 교외의 리리아(Llíria)애서 고령자 대상 주택협동조합을 준비하는 사례를 소개받았다. 어르신들이 쾌적하게 생활하기 위해서는 계단을 경사로로 바꾸고 저층주택에도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여 단차를 없애는 등 여러 가지 개선이 필요한데, 이런 (협동조합)방식으로 고령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주택을 저렴한 임대료로 입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일본의 고령자 협동조합 사례를 스페인어권에 소개하기 위해 개최한 웨비나에서 소개한 사례로, 아이치현의 고령자 협동조합에서 어르신을 위한 주택을 건설·제공하고 있었다.
 

▲ 필자가 진행한 아이치현 고령자 협동조합 웨비나(일본어, 스페인어)

대한민국 헌법 제35조 제3항에도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스페인 헌법에 비해서는 짧지만 비슷한 이념을 지닌다 할 수 있다. 지금 한국의 상황에서 주택협동조합이 얼마나 유효할지에 대해서는 필자의 이해 범위를 넘어서지만, 이 글이 한국의 사회연대경제 관계자분들께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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