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통신] 코로나19 위기에 스페인 사회적경제 분야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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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통신] 코로나19 위기에 스페인 사회적경제 분야의 대응
사회적경제부터 연대경제까지 : 스페인으로 부터
작성자 : 히로타 야스유키(廣田 裕之). 발렌시아대학교 사회적경제 박사이자 스페인 사회적화폐 연구소 공동창설자
  • 2020.05.20 12:25
  • by 히로타 야스유키(廣田 裕之)

중국 우한시에서 올 초부터 만연한 코로나19는 스페인을 포함한 유럽 전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으며, 한국과 거의 비슷한 수(약 4,700만 명)의 인구와 경제규모인 스페인에서는 5월 19일 현재 231,606명의 감염자와 27,70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특히 피해가 큰 곳은 마드리드, 카스티야라만차 지방과 카스티야이레온지역 그리고 카탈루냐 지방으로 특히 마드리드 지역에서는 환자 급증에 따른 병상 부족으로 한때 큰 전시장인 IFEMA(일산 KINTEX와 유사)를 임시 병원으로 개조하여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기도 했다.
 

▲ IFEMA가 병원으로 사용될 당시의 영상 : 엘 파이스(EL PAÍS)지


이곳 스페인은 3월 15일부터 경계령이 발동되어 기본적으로 음식, 쇼핑, 반려견 산책, 병원 방문 등 꼭 필요한 경우로만 외출이 제한되었기에 많은 협동조합 활동이 일시 정지해 있었다. 5월부터는 짧은 산책이나 자전거 타기 등은 가능해져서 앞으로 경제 활동도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는 코로나19와 관련해서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경제 분야 단체가 이바지하는 바는 크지 않은 실정이다.

참고로 스페인과 한국은 사회적경제의 정의가 다르다. 2011년에 통과한 사회경제법에 따르면 협동조합, 시민단체(NPO), 재단, 공제조합 그리고 스페인 고유의 노동자 지주회사(법인격으로는 유한회사와 주식회사지만, 자본의 과반을 노동자가 가지고 있으며, 사실상 노동자 협동조합처럼 노동자의 경영 참여가 가능한 조직을 말함), 사회적 포섭기업(한국의 사회적기업과는 다르게 장기 실업자나 중퇴자 등 사회에서 소외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1년 내외로 고용·교육하고 훈련이 종료되면 일반 기업에 취직시키는 곳), 장애인 작업장 그리고 특별 범위로 스페인 적십자사와 카리타스(Cáritas 카톨릭 교회 계열 자선단체), 스페인 시각장애인 협회(약칭 ONCE, 복권기금으로 사회사업을 하는 단체)가 포함된다. 

하지만 스페인의 사회적경제 전체가 코로나19와 관련해서 수수방관하고 있는 건 아니다. 협동조합 중에도 식품의 생산·가공과 유통을 하는 곳과 식품을 취급하는 소비자 생협은 당연히 경계령이 내려진 중에도 시민들이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경제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스페인 적십자사는 마스크 등 각종 물자 지원과 사회적 약자에 생필품의 배급 및 시민들에게 코로나19에 대한 안내(정보발신)를 하고 있다. 또 한국에서도 유명한 몬드라곤 그룹의 벡센 메디컬(Bexen Medical)은 월 천 만개의 마스크 대량생산을 시작하여 의료 종사자 등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 마스크 대량생산 관련 안내화면. ⓒ백센메디컬 홈페이지
▲ 마스크 대량생산 관련 안내화면. ⓒ백센메디컬 홈페이지

스페인에서 사회적경제의 진가가 발현되는 건 오히려 경계령이 완화되고 어느 정도 경제활동이 가능해지는 시점이라 생각된다. 스페인은 지난해 8,4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입국하여 GDP의 12%를 벌어들일 정도로 관광이 국가 경제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국경이 폐쇄되어, EU 안에서도 스페인 국외로부터의 입국은 극히 제한적이라 관광 관련 산업(항공, 버스, 호텔, 관광객 대상 음식점, 여행가이드 등)은 큰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스페인 관광객의 대부분은 인근 유럽 국가에서 오는 사람들이었으나 유럽 전역에 코로나19가 만연하고 있는 가운데 관광객 수용을 재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매년 여름에는 휴양객으로 비치 리조트가 붐볐으나, 국경폐쇄가 길어지면 관광 산업 종사자가 대량실직하여 스페인 경제도 빠르게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그러나 관광객이 줄어든다는 게 스페인 시민에게 나쁜 영향만 끼치는 것은 아니다. 스페인 대도시에서는 최근 몇 년간 지역민을 위한 임대 주택인 아파트를 관광객 대상으로 임대하여 큰 이익을 내는 사람들이 늘어나, 임대주택의 공급이 줄고 임대료가 크게 뛰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특히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와 같은 대도시에는 임대료를 지불할 수 없어서 정든 지역을 떠나 꽤 먼 외곽지역으로 이주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국경이 폐쇄되고 입국 시 14일간 검역 의무 기간으로 관광객 격감이 장기화되면서 관광객을 위한 아파트가 다시 임대주택으로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는 임대주택 검색 사이트에서 실제 공급이 증가하는 것으로 입증된다. 지금은 임대료 상승에 제동이 한 차례 걸린 상황일 뿐이지만 앞으로도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 임대료가 조금씩 하락하여 더 적절한 시장가격이 실현될 것이라 기대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XES (셰스, 카탈루냐 연대 경제 네트워크)는 4월에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대한 사회적 연대 경제 활용법을 책자로 정리했다. 여기서는 먼저 사회적 연대 경제를 '생명을 중심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새로운 경제모델 구축을 위한 핵심 부품'이라고 정리하며 그 필요성을 강조하고, 그 핵심으로 다음의 다섯 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 XES 팜플렛 표지.
▲ XES 팜플렛 표지.

첫째, 시장에 결함이 있는 경우, 사람들의 생활조건을 실제로 보장하는 공공재로서의 중요성 : 특허나 지적 재산권 등을 독점하지 않고 공유하여, 민주적이고 평등하게 연대하고 지속 가능하도록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는 경제활동을 사회적 연대 경제가 추진함
둘째, 사람들이 상호 의존하고 많은 이들이 서로 돌보는 것이 활동의 핵심일 것 : 육아나 돌봄을 중심으로 한 경제구조의 구축
셋째,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최대한 억제하는 많은 연대 활동을 수행 : 1970년대 프랑스와 1980년대 중남미 국가에서 일어났던 상호부조의 노력이 연대경제의 원점
넷째, 가장 취약한 집단 중 하나이고 상호지원을 실천하며 우리가 배워야 하는 이민자에 대한 대처 : 연대 경제로 다문화주의를 실현한다. 참고로 카탈루냐 지방의 인구 중 15%가량이 외국인이며(스페인 전체의 10%) 그 외에도 스페인 외 모국을 가지는(이중 국적을 인정하는 중남미 국가) 사람을 포함하면 상당수가 외국인임
다섯째, 내부 연대와 우리의 실천을 통합하는 의식의 결과물로 사회적 연대 경제의 리질리언스(resilience) : 내부연대 즉, 서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고 환경을 연대하여 지역의 생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함으로 리질리언스를 강화

또한, 카탈루냐 지방에서 '이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에는 주의를 요한다. 보통 국내 다른 지역에서 이주한 사람들(한국을 예로 들면, 호남이나 경북에서 서울로 이주한 사람들)을 '이민'이라 이야기하지 않지만, 카탈루냐의 경우는 스페인의 다른 지역, 특히 안달루시아와 에스트레마두라 지방에서 온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민'이라는 단어가 사용된다. (앞의 15%라는 수치는 스페인 국내 이민이 포함되지 않았으나, 만일 그들을 포함하면 카탈루냐 인구의 40% 이상이 이민자라 추정할 수 있음)
그리고 리질리언스라는 단어는 최근 영미권에서 자주 사용되는데, 예를 들어 산불로 숲을 소실했을 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전 생태계를 회복하는 능력을 일컫지만, 이곳의 사회 연대 경제에서는 코로나19로 받은 큰 타격에도 조만간 이전의 생산능력을 되찾을 것이라는 의미를 나타낸다.

이런 기본 철학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단기·중기 조치가 제안되었으며, 한국 독자들에게 설명이 필요하다 생각되는 내용을 덧붙였다.

▲ 필자가 제작한 바르셀로나 연대 경제 소개 동영상 : 한국어 자막판

■ 단기적인 조치

1. 조정기구 설치 : 사회적 연대 경제를 수행하는 조직과 행정 담당자들 사이에서 이번 위기에 대한 관리를 조정함.
2. 사회적 연대 경제 대표 단체의 인식 : 자치단체나 지역 단위에서 행정의 대표 단체 간 사회·경제적 대화를 진행. 광역 단위에서는 XES가, 시군구 단위에서는 XES의 지역 네트워크가 대응.
3. 수주 대금과 보조금은 행정에서 즉시 결제 : 스페인에서는 행정이 대금 지불을 지연하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즉시 결제하여 사회적 연대 경제 단체를 재정적으로 지원.
4. 사회적 연대 경제 사업에 직접 자금을 투입 : 사회적 연대 경제의 핵심 분야에서 공적 보조금이나 분야별로 준비금을 조성.
5. 특정 대출 분야 조성 : 윤리은행(연대 경제계열 금융 기관) 등을 통해 사회적 연대 경제 단체를 보호. 윤리은행은 사회적 연대 경제 관계자들에 의해 설립된 은행을 의미하며, 기본적으로 상환능력 외에도 사회적이나 환경적인 심사를 통과한 안건에 대해 융자가 가능하다. 대형 은행에 예금한 경우는 사회나 환경에 유해한 사업에 대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으나, 윤리은행에 예금하면 그러한 문제 예방과 사회 및 환경 친화적 사업을 하는 은행을 지원하는 것이 가능하다. 스페인에는 이러한 곳이 몇 군데 있는데, 그 중에도 유명한 곳은 이탈리아 윤리은행에서 스페인 지부로 발전한 프아레(FIARE. 본부는 바르크 지방 최대 도시인 빌바오 시내에 위치. https://www.fiarebancaetica.coop/)와 바르셀로나의 한 출판사의 직원들이 퇴직금으로 조성한 COOP57이 있음.
6. 임대료나 대출 상환을 유예 : 위기로 매출이 급감한 사회적 연대 경제 단체 지원을 위함.
7. ERTE(에르테. 고용 임시조정 보증)를 이용한 사회적 연대 경제 기업에 대한 보조금 유지 : ERTE는 경영상 부득이한 이유로 직원을 임시 휴직하게 한 기업에 스페인 정부가 임금을 보장하는 제도이나, 이를 활용한 기업이 그로 인해 다른 보조금의 권리를 박탈당하지 않도록 하는 요구.
8. 사회적 연대 경제 기업은 고용에 따른 사회보장 비용 면제 : 고용을 계속 유지하는 경우.
9. 자영업자로서 사회적 연대 경제에 참여하는 근로자는 사업을 중단할 경우 다른 자영업자와 마찬가지로 각종 보호의 대상이 됨.
10. 비정규 이민의 합법화 : 각종 사회보장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함.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카탈루냐 지방에는 이민자가 매우 많으며, 그들의 사회통합도 연대 경제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6월에는 이민 관련 연대 경제 전문 박람회도 개최되었음.
11. 각종 감염 예방 물품을 제공.
12. 문화활동에 있어서 부가가치세(21%) 면제 : 하지만 부가가치세는 카탈루냐 지방정부가 아닌 스페인 정부 관할이므로, 지방정부에 요청하는 의미가 있을지는 의문임.
 

▲ 이민 관련 연대 경제 무역 박람회 보고 동영상 (필자제작. 2019년 6월)


■ 중기적인 조치 (자본주의에 치우친 지금의 경제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

1. 카탈루냐를 중심으로 연대 경제 강화를 위해 조정된 프로세스의 연속성 보장 : 사회 연대 경제에 관한 카탈루냐 법 심의 및 아터네우 코퍼라티우(Ateneu Cooperatiu)라는 지방 정부의 사회적 연대 경제 인큐베이팅 사업 등을 유지.
2. 도산한 기업을 협동조합으로 다시 살리도록 지원 : 스페인 법에서는 도산한 기업의 직원이 실업 보험을 한 번에 수급하여 그 기업을 매입, 노동자 협동조합이나 노동조 지주회사로 집산화(collectivization) 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지원에 충실하도록 할 것.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에서는 이런 사례가 적지 않으며 회복기업이나 회복공장이라 부른다. 또한, 카탈루냐에서는 스페인 내전(1936~1939)기간 동안 수많은 공장이나 농장과 전차 등이 집산되어 협동조합 역사 연구자들의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3. 개인 및 기업의 사회적 연대 경제 상품이나 서비스 판매 촉진 : 유통망 및 박람회 개최를 지원
4. 전략적으로 중요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회 연대 경제 기업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준비금 마련 : 리먼사태 때 600억 유로(현재 환율로 약 80.3조 원)의 자금이 은행 구제에 사용된 반면, 실물경제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았음. 은행이 아닌 실물경제를 지원하고 상환이 필요없는 자금을 지원해야 함.
5. 사회 연대 경제 기업에 입찰 우선권을 주고 공공조달을 일반화 : 한국에도 사회적기업 대상으로 같은 조치가 취해지고 있으나, 카탈루냐 지방 등 스페인은 ‘사회적 균형 시트’라는 방식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경영을 하는 단체의 재화로 공공조달을 우선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있음.
6. 사회 연대 경제 유지와 강화를 위한 새로운 보조금 설립 : 사회적 연대 경제는 개업자금이나 업무확장을 위한 자금확보가 어렵기에, 행정에서 보조금 제도를 강화하자는 것.
7. 사회 연대 경제 대상 융자나 독자적인 금융 접근방법을 강화
8. 사회 연대 경제조직의 운영이나 전략 상 평가툴을 제공하여 위기 극복에 응용하도록 함 : 페미니즘이나 (인종, 성, 종교 등의) 다양성, 프리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경영 컨설팅을 제공
9. 지역사회 활동과 지역의 사회 연대 경제 단체들 간 연대 및 상호부조를 촉진하고 자원을 제공 : 호혜성과 상부상조에 기초한 지역 사회를 지원하기 위해 행정이 유휴 토지와 각종 장비를 제공할 수 있음.
10. 사회 연대 경제의 생산활동을 위해 현재 사용하지 않는 자원과 인프라를 활용 : 행정이 가지고 있는 IT 기술자 및 업무공간, 시설 등 유휴 자원을 연대 경제 단체용으로 개방함.
11. 사회 연대 경제 단체에 유리한 세제혜택 : 협동조합의 경우 일반 기업에 비해 세제혜택이 있으나 그것을 더 강화하자는 것.
12. 생산활동 전환으로 전략적 산업에 사회 연대 경제를 합쳐서 재산업화 : 이번 위기를 계기로 임금이 저렴한 외국으로 생산활동을 이전하는 것에 대한 취약함이 드러났다. 따라서 식량·의료·에너지·통신 등 핵심 산업을 카탈루냐 지방으로 다시 옮기자는 전략.

 ▲ 2018년 카탈루냐 연대 경제 박람회 동영상 : XES

카탈루냐는 연대 경제 분야에서 스페인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매우 선진적인 활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 현지 정치 상황을 감안하면 카탈루냐 지방정부보다 바르셀로나 등 일부 행정에서 이런 정책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나, 이런 정책이 얼마나 실현될지 앞으로 카탈루냐를 주목해야 한다.

* 후기: 원고 집필 후, 몬드라곤과 스페인 사회적 경제 기업 연합 (CEPES) 그리고 스페인노동자협동조합 총연합회(COCETA)가 함께, 도산 기업을 종사하던 종업원들이 협동조합이나 노동자 주식회사로 전환하여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스페인 정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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