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통신] 감가하는 화폐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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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통신] 감가하는 화폐의 가능성
사회적경제, 나아가 한국경제를 향해서
작성자 : 히로타 야스유키(廣田 裕之). 발렌시아대학교 사회적경제 박사이자 스페인 사회적화폐 연구소 공동창설자
  • 2020.12.28 18:17
  • by 히로타 야스유키(廣田 裕之)

8월 기고에서 적은 바와 같이 내 전문분야는 지역화폐인데,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지역화폐의 일부 실험적인 사례로 감가하는 화폐가 있다. 이번 기고에서는 감가하는 화폐를 소개한 후 보완화폐 만이 아니라 한국경제를 향한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감가하는 화폐는 독일인 실업가 실비오 게젤(Silvio Gesell, 1862~1930)이 제안한 제도이다. 지금은 벨기에령이지만 제1차 세계대전까지는 독일령이었던 장크트피트(Sankt Vith)에서 9남매 중 일곱 번째 아이로 태어난 실비오는 스물네 살에 형의 사업을 돕기 위해 바다를 건너 먼 남미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이주하여 무역상으로 성공을 거둔다.

▲ 실비오 게젤(출처: 위키피디아)
▲ 실비오 게젤(출처: 위키피디아)

당시 세계는 금본위제가 주류였으나 경제성장에 따라 통화 수요가 높아지고 금의 생산·유통량은 그만큼 늘지 않아 디플레이션이 발생하여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일이 많았다. 한편 금본위제를 멈추고 불환지폐(역주: 금과 태환이 불가능한 지폐)를 도입하면 통화가 과잉 발생하여 인플레이션이 일어나 경제가 혼란스러워졌다. 아르헨티나에서 디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을 둘 다 경험하고 극복했던 게젤은 통화정책 실패로 인한 실물경제의 침체를 피하고자 사업을 가족에게 맡기고 유럽으로 돌아와 책에 파묻혀 연구생활에 몰입, 1916년에 대표작 '자연스러운 경제질서'(독일어 원제, Die Natürliche Wirtscaftsordnung, 한국에서는 '공짜땅 공짜돈'으로 출간)를 발간했다. (내용은 뒤에 설명함)
 

▲공짜땅 공짜돈 표지
▲공짜땅 공짜돈 표지

'자연스러운 경제질서'에서 참신한 제안을 하며 인기를 얻은 게젤은 제1차 세계대전 후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성립한 바이에른 평의회 공화국에서 재무장관에 취임했다(1919년 4월). 공화국 붕괴 후에는 체포되어 유죄 판결의 위기에 봉착했으나 정교한 자기방어로 무죄가 되었다. 그 이후에 아르헨티나를 한 번 방문한 것 외에는 베를린 교외에 살며, 나치스가 등장하기 직전인 1930년 3월 세상을 떠났다. 실비오의 아들인 카를로스 헤셀(Carlos Gesell, 아르헨티나인이므로 스페인어 발음을 차용)은 그 후에 부에노스아이레스주 남부의 사구지대를 개척하여(요즘 이야기하는 퍼머컬처식으로 녹화사업을 함) 그 토지는 후에 휴양지 비샤헤셀(Villa Gesell)이 되었는데, 이 도시의 박물관에는 카를로스뿐 아니라 실비오에 대해서도 전시해놓고 있다.

실업가 출신 게젤은 「자연스러운 경제질서」에서 자신의 경영 경험을 바탕으로 토지제도나 통화 등 경제시스템을 분석하여 다음 두 가지를 제안했다.

▲자유로운 땅 : 토지는 원래 인류의 공용재산이며 사유는 인정하지 않는다. 각 국가 영토 안의 토지는 모두 국유화해서 이용자가 임대료를 지불하고, 국가는 그 임대료를 미래의 노동자와 소비자인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연금으로 분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로운 돈 : 식품이든 주택이든 모든 상품은 늦건 빠르건 가치가 떨어지는데 화폐만 그렇지 않은 것은 불공평하다. 화폐 역시 감가시킴으로 안정된 유통을 보장하고 더 공정한 경제를 지향해야 한다.

자유로운 땅에서 제안한 토지 국유화는 언뜻 보기에는 공산주의로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그 반대로, 자본주의의 아성이라 불리는 홍콩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1997년까지 영국령이던 홍콩은 토지 전체가 영국 왕의 소유이며 주택이나 공장, 상점 등을 건설하려면 홍콩정부에서 토지를 빌려야 했다. 홍콩자체는 1997년 중국에 반환되었지만 토지 소유자가 영국의 홍콩정부에서 중국의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로 바뀌었을 뿐 그 구조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지금도 지대수입은 홍콩정부의 주요 수입원이며 2020~2021년 예산에서 수입인 5725억 홍콩달러 중 1180억 홍콩달러(약 18조 원, 세입의 20.8%)가 지대수입이다. CIA World Factbook에 따르면 홍콩의 15세 미만 인구는 92만 8448명으로 이 1180억 홍콩달러를 15세 미만 인구로 나누면 1인당 연간 약 12만 7100 홍콩달러(약 1984만 원)로, 육아하는 홍콩 거주자에게는 경제적으로 큰 지원임에 틀림없다. (개인적으로는 금액을 줄이고 18세 미만까지 대상을 확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18세 미만 인구 데이터가 없어 15세 미만으로 대체함)
 

▲ 홍콩 정부의 2020~2021년 예산. 이 중 Land Premium이 지대 수입.
▲ 홍콩 정부의 2020~2021년 예산. 이 중 Land Premium이 지대 수입.

게젤은 남성의 경제력에 의존하지 않고 여성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이러한 연금제도를 옹호했다. 이렇게 적으면 게젤은 페미니스트로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그는 아르헨티나에서 여러 여성과 교제하고 그사이에 많은 사생아가 있었다. 만약 엄마 연금이 도입되면 가장 이득을 보는 건 양육비에서 벗어나는 게젤 자신이었을 것이다.

자유로운 돈을 말하기 전에 지금 통화제도의 본질을 먼저 확인하고자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모든 제품은 빠르건 늦건 경제적인 가치를 잃는다. 어제 발행한 신문을 사는 사람은 없으며 1주일 전에 만든 김밥은 썩기 시작해서 먹을 수 없고 보존식품이라 해도 결국엔 먹지 못하게 된다. 또한 철도회사는 어제 운행한 열차 티켓을, 뮤지션은 지난주 라이브공연의 티켓을 판매할 수 없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없다면 통화는 그 가치를 계속 유지하고, 그로 인해 동일한 가치라고 할지라도 상품 판매자보다는 통화를 가진 사람이 더 유리한 상황이 발생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예를 들어 5000원짜리 도시락을 판매하는 사람은 도시락을 최대한 빨리 판매하지 않으면 썩어서 쓸모가 없어지는 반면, 5000원짜리 지폐를 가진 사람은 도시락을 오늘 살수도 있고 내일이나 다음 주, 내년에 살수도 있다. 상품 판매자는 팔아야 할 필요가 있는데 반해 구매자는 구매에 급급하지 않다.

또한,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대출의 금리가 정당화된다.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화폐가 필요한 사람은 어떤 방법이건 그 기한까지 일정 금액의 금전이 필요하지만 화폐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화폐를 사용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므로 화폐를 가진 사람에게 차입하는 경우에는 금리라는 보수를 지불해야 하고 그로 인해 화폐를 가진 사람은 금리를 불로소득으로 얻으며, 화폐가 없는 측은 이자라는 추가 비용의 부담을 진다. 지주가 토지를 빌려주고 지대라는 불로소득을 얻는 반면 토지가 없는 사람은 지대 지급에 쫓기는 것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로써 게젤은 화폐를 서서히 감가 시켜 가치 보존수단으로써 화폐사용(=화폐를 쌓아두는 일)을 줄이고 안정적으로 유통해 경제활동을 촉진하려 했다. 구체적으로는 지폐에 일정 기간을 두고 그 기한 후에 지폐를 사용할 경우에는 일정 금액의 우표를 구입해서 지폐에 부착하도록 했다. 게젤은 매주 0.1% (예를 들어 1000원 지폐는 일주일에 1원, 1만 원 지폐는 매주 10원) 감가를 제안했지만, 이후 세계 각지의 실천사례에서는 더 기간이 길었다.(1개월, 3개월, 6개월에 한 번) 덧붙여 게젤은 지역화폐에는 반대 입장이며 어디까지나 정부의 통화관리국이 책임지도 통화의 공급량을 관리하고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는 경제를 운영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사후에 지역통화로 감가하는 화폐가 실천되었다.

감가하는 화폐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오스트리아의 뵈르글(Wörgl)에서 1932년부터 1933년까지 유통했던 노동증명서의 사례이다. 당시에는 대공황의 정점으로 실업에 고통받는 사람이 속출하는 한편, 오스트리아에도 나치스의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었다. 이 시기에 시장이 된 미햐엘 운터구겐버거(Michael Unterguggenberger)는 시의 예금을 담보로 월 1% 비율로 감가하는 화폐를 도입하여 시청 직원의 급여와 공공사업 대금 지급에 사용했다.

그 통화는 순식간에 시내에 돌아 실업이 줄어들었고 체납한 지방세를 납부하거나 남는 세수를 통해 공공사업을 실행하는 등 경제효과가 나타났다. 오스트리아 중앙은행에 의해서 1년 만에 금지되었지만 지금까지도 널리 전해지고 있다.

덧붙이면 게젤의 신봉자였던 운터구겐버거는 아들에게 실비오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실비오는 이후에 그 감가하는 화폐에 대한 저서를 남겼다. 그리고 법정통화를 담보로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이 모델은 현재 유럽, 미국, 브라질, 한국 등 각지에서 폭넓게 실행되고 있으며, 통화 공급량 자체를 바꾸는 게 아니기 때문에 중앙은행으로부터 금지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 오스트리아 뵈르글에서 사용했던 노동증명서 이미지. 오른쪽에 매월 액면가의 100분의 1(1만 원 지폐라면 100원) 금액의 우표를 붙이는 란이 있다.
▲ 오스트리아 뵈르글에서 사용했던 노동증명서 이미지. 오른쪽에 매월 액면가의 100분의 1(1만 원 지폐라면 100원) 금액의 우표를 붙이는 란이 있다.

현재 감가하는 지역화폐 중에 대표 사례는 8월에 소개한 독일의 킴가우어(Chiemgauer)인데, 이 화폐의 경우에는 6개월에 3% 비율로 감가한다. (이전에는 3개월에 2%) 그리고 그 감가가 지역화폐 융자와 맞물려 사업자에게 매력적인 금융상품이 탄생한다. 킴가우어로 받은 대출을 연체없이 상환하는 경우 이자를 돌려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자 중 부가가치세(독일은 현재 19%)는 상환할 수 없지만 그것을 공제해도 지불한 이자 중 6분의 5가 되돌아오도록 유리하게 설계됐다. 사무국 입장에서는 감가에 의해 다른 형태로 수입이 들어오기 때문에 융자 대상에게 금리라는 방식으로 징수할 필요가 없어 (실제로 지역화폐 운영은 시민단체가, 융자는 협동조합이 하므로 속사정은 복잡하지만) 실질적으로 저금리 대출이 가능한 매우 흥미로운 구조이다.

게다가 감가하는 화폐로 인해 마이너스 금리로 대출도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뵈르글같이 월 1%가 감가하는 경우에 지폐를 쌓아두면 연 12% 비율로 손실을 입는다. 그러므로 자유예금으로 필요한 금액 이상 화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마이너스 금리로 융자를 하게 된다. 예를 들어 1000만 원을 감가하는 화폐로 가진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1년 후에는 880만 원까지 액면가가 줄어드는데, 연이율 마이너스 6%로 융자를 한다면 940원까지 액면가를 보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교환수단이자 가치저장수단이라는 모순된 역할을 짊어진 화폐가 교환수단의 역할에 전념하는 한편, 다양한 가치저장 수단 상품이 개발된다. 게젤에 빠삭한 버나드 리테어(Bernard Lietaer, 1942~2019)는 저서 '돈 그 영혼과 진실:돈의 본질과 역사를 찾아서'에서 고대 이집트나 중세유럽(특히 13세기)에서 서민이 풍족한 생활을 누리고 피라미드나 대성당 등 지금까지 남아있는 건축물을 세운 것은 감가하는 화폐를 사용했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 리테어 「돈 그 영혼과 진실: 돈의 본질과 역사를 찾아서」 표지
▲ 리테어 「돈 그 영혼과 진실: 돈의 본질과 역사를 찾아서」 표지

그리고 리테어는 감가하는 화폐로 인해 단기가 아닌 중장기적 자산형성을 촉구하며 투자양상이 바뀔 거라 설명한다. 지금의 통화제도는 복리를 전제로 운영되는데, 그로 인해 미래에 형성될 자산의 현재가치는 그만큼 감소하고 그 미래가 멀수록 그 자산가치도 감소한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연 5%의 복리를 적용하면 2020년 현재 1000만 원을 가진 사람이 10년간 정기예금으로 맡기면 1000만 원x1.0510=약 1629만 원이 되고, 약 15년마다 배가 된다.(지금은 세계적으로 금리가 낮아 이 수치는 비현실적이지만)
그러나 반대로 미래 형성될 자산의 현재 가치는 그만큼 떨어진다. 2030년에 확실히 받게 될 1000만원은 2020년 현재 1000만÷10.510=약 614원까지 가치가 떨어진다. (614만 원을 은행에 맡기면 10년 후 1000만 원이 되므로 그와 같이 가치평가 됨)
마찬가지로 만약 예금을 100년 맡긴다면 1000만x1.05100=약 13억 1500만 원까지 증가하는 한편, 100년 뒤 1000만 원은 오늘의 약 7만 원의 가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듯 먼 미래에 형성될 자산은 지금 시점에 격하게 가치가 낮아지므로 단기 사업에 투자를 집중하는 한편 숲조성이나 교육, 지하철 건설 등 중장기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밖에 없는 사업은 민간 투자가 좀처럼 형성되지 않는다.

하지만 감가하는 화폐라면 이 논리가 뒤집힌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감가하는 화폐에 의해 마이너스 이자가 실현되지만 이는 미래에 형성될 자산의 현재 가치가 증가한다는 뜻이다. 만일 금리가 연리 마이너스 5%인 경우에 1000만 원을 입금하면 10년 후에는 1000만×0.9510=약 599만 원까지 가치가 줄어들지만, 10년 후에 1000만 원의 자산이 형성되는 경우 자산가치는 1670만 원까지 늘어난다. 당연히 장기화 될수록 차액은 더 커지고, 만약 100년 동안 정기예금을 맡기는 경우 1000만 원×0.95100=6만 원 이하로 줄어들지만 100년 후 1000만 원이 되는 자산은 1000만÷0.95100=약 16억 7000만  원의 현재 가치를 지니게 된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 자산형성이 촉진되는 셈이다.
 

▲ 리테어가 작성한 그림 (10달러의 초기투자로 10년 후 100달러가 될 소나무와, 100년 후 1000달러가 될 참나무의 현재 가치로 설명)
▲ 리테어가 작성한 그림 (10달러의 초기투자로 10년 후 100달러가 될 소나무와, 100년 후 1000달러가 될 참나무의 현재 가치로 설명)

역사적으로 감가하는 화폐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감가처리의 복잡성, 구체적으로 우표를 구입해서 붙여넣고 만료를 확인하는 등인데, 현대 사회는 IT가 대중적으로 보급되어 전자화폐화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은행예금은 금액과 기간에 따라 정기적으로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그와 반대로 (감가화폐는) 정기적으로 잔액에서 일정비율을 공제하면 될 뿐이다. 이 경우에는 감가 빈도를 더 자주 (예를 들어 매일) 함으로 세분화된 감가가 가능하며 감가일 직전의 갑작스러운 수요에 의한 변동을 방지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게젤의 자유로운 땅을 실천하려면 사유지를 모두 인수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어렵지만, 여기에 자유로운 돈과의 조합으로 출산율 저하로 고민하는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될만한 제안을 하고 싶다. 구체적으로는 빠르게 감가하는 화폐로 육아연금을 지불하고 그것을 통해 한국 경제를 활성화 시켜 양극화에 놓여있는 한국경제에서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로까지 연결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이 육아연금은 18세 미만의 미성년이 있는 가정에 자녀 한 명당 한국의 1인당 GDP의 100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주 월요일에 지급한다. 현재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 2000달러 정도이므로 매주 32달러(약 3만8000원)을 받을 수 있다. 이것만으로는 육아비용을 충당할 수 없다는 비판이 있을 듯하지만 여기에서 감가하는 화폐가 진면목을 발휘한다. 그리고 기존의 한국의 원화 경제는 기본적으로 사용하며 병행통화로서 감가하는 화폐 사용을 상정하고 있기에 현행 경제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

통화 발행량은 미성년 1인당 3만 8000원(현재 한국의 18세 미만 인구를 약 820만 명으로 추정하면 매주 3116억 원)을 발행하는 한편, 매 주마다 2%라는 빠른 감가를 통해 과도한 통화 유통량을 회수하기 위해서 미성년 인구가 일정하다는 가정하에 3116억 원×50=15조 5800억 원(한국 GDP의 1% 미만) 이상은 기본적으로 유통하지 않는다.(일시적으로 유통할 수는 있지만 신규 발급보다 감가에 의한 회수 금액이 많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이 정도 수치에서 통화 유통량이 안정됨) 또한 세금이나 사회보험, 각종 공공요금에도 사용할 수 있기에 육아세대 뿐 아니라 주한외국인을 포함한 한국 거주자 모두가 사용 가능한 통화로 빠르게 유통된다. 가령 15조 5800억 원이 주 1회 유통되면 그것만으로 연간 810조의 경제효과가 창출되고 GDP 증대에 따라 육아 세대의 수령액도 늘어난다.

그리고 결제대금을 감가하는 화폐로 받은 기업은, 그대로 두면 일주일에 2%씩 (3개월에 23.1%, 반년 만에 40.9%, 1년에 65%) 급격하게 손해를 보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감가를 피하게 된다. 그중 하나의 방법으로 감가하는 화폐로 보너스나 팁을 지급하고 각종 시민단체에 기부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Trickle Down이 실현된다. 기존의 통화경제에서는 당분간 사용하지 않는 자금을 직원이나 사회에 환원한다는 발상이 그다지 실현되지 않았으나 감가 전자화폐가 한국사회에 유통되면 지갑에 여유가 생긴 사람들은 사회공현을 위해 남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고대 이집트와 중세 유럽에서 병용통화로 사용되었던 감가하는 화폐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고 리테어는 그 저서를 통해 설명한다.
 

▲ 병용통화(지역화폐) 도입이 지속 가능한 사회 구축에 도움이 된다는 걸 설명하는 리테어의 강연.

또 화폐를 사회보험제도와 결합해 연금제도를 충실하게 할 수도 있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수익을 감가하는 화폐로 얻은 경우에는 이를 사회보험료로 납입하여 노후 연금 지급액을 늘리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한국뿐 아니라 많은 선진국들이 고민하고 있는데 노령연금을 증액하면 노인의 생활이 안정되면서 육아하기도 쉬운 사회환경이 조성되어 출산율도 높아지는 일거양득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신규 수요에 비해 공급액이 따라가지 못하면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신규 발행액을 줄이는 등 통화 공급을 제어할 수 있고, 이러한 시스템이 한국의 시민들에게 평가가 나쁠 경우에는 신규 공급을 중단하면 곧(몇 주에서 몇 개월 후) 발행한 화폐를 정부가 거의 전액 회수하게 되어 그 이상의 불만이 쌓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 정도 통화 발행량은 한국 GDP의 1%도 못 미치기 때문에 만일 프로젝트를 중단한다고 국내 재정이 극도로 악화하는 일은 없다.

내 의견은 꽤 대담한 제안으로 자세한 내용은 관심을 가진 관계자들이 거듭 검토할 필요가 있으나, 이런 발상이 한국 사회에서 널리 논의되는 것 자체로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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