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강원청년] 또 다른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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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강원청년] 또 다른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
  • 2020.06.14 11:26
  • by 이혜진 (들꽃사진관 대표)

강원연구원이 발표한 '강원도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의 방향('20.04.28)'에 따르면 강원도 고령화 인구 비율은 2010년 15.8%에서 2020년 20.1%로 증가했다. 이는 전국 고령인구 비율이 15.8%인 것을 고려하면 높은 비율이다. 강원도는 청년 인구감소, 고령화, 저출산으로 지역 소멸의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도 굳건히 자신이 나고 자란 터에 대한 애정으로 강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청년들이 있다. 또는 자신의 행복을 찾아 강원도에 정착하게 된 청년들이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꽃사진관 이혜진 작가의 시선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주]

 

■ 양양, 서프보드를 나무로 만드는 '웨이브우드'

필자는 서핑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양양에 대한 서핑 문화가 와닿지 않았다. 우선 바다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계곡을 더 좋아하는 산골사람이다. 바다에 대해 그다지 좋은 기억도 없다. 어릴 적 사촌 언니들과 간 바다에서 하늘을 보며 유유히 튜브를 타고 있었는데, 해수욕장 가드 라인 앞에서 튜브가 뒤집히는 바람에 발이 땅에 닿지 않아 물을 잔뜩 먹고 해변으로 빠져나왔던 기억이 있다.

바다와 친하지 않은 탓에 서핑 문화를 풍성하게 이어나가고자 하는 이동근 대표의 사업과 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온갖 자료들을 찾아 읽으면서 촬영을 하러 갔었다.

▲ 파란 컨테이너가 소나무 아래 공터에 조화롭게 놓여있는 웨이브우드 전경. ⓒ이혜진
▲ 파란 컨테이너가 소나무 아래 공터에 조화롭게 놓여있는 웨이브우드 전경. ⓒ이혜진

지난해 가을 무렵 파란 컨테이너가 소나무 아래 공터에 조화롭게 놓여있던 웨이브우드를 처음 방문했을 때, 이 대표의 편안한 미소가 나무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분일까? 여기서 어떤 일들을 벌이고 있는 걸까? 많은 물음표가 생겼다. 

이 대표는 2014년에 처음 서핑을 접하고 매주 시간만 되면 서핑을 하러 양양을 오고 갔다. 이후 오랜 회사생활을 뒤로한 채 목공학교 수료하고 기술을 배워 2016년도에 첫 서프보드를 제작했다. 2019년에 웨이브우드 목공방을 오픈하여 본격적으로 우든 서프보드(wooden surfboard) 및 서프 퍼니쳐(surf furniture)를 제작하고 있다고 했다. 

▲ 웨이브우드 이동근 대표. ⓒ이혜진
▲ 웨이브우드 이동근 대표. ⓒ이혜진

마냥 서핑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것이 너무 이상적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생각이 무색할 정로도 서핑 문화를 더 풍성하게 이어나가고 싶어 하는 이 대표의 열정이 느껴졌다. 

날씨가 좋아서 당장 서울에서 바닷가로 달려와도 바닷가의 날씨는 흐릴 수 있고 파도의 풍랑이 좋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바다 밖에서도 즐길 수 있는 서핑 문화를 만들고 싶어 생각한 것이 웨이브우드 목공방이었다. 서핑을 못 한 날 또는 서핑한 뒤 '나만의 우든서프보드 만들기'를 할 수 있게 하면, 파도 위에서 서핑하지 않아도 서핑에 대한 열정을 불태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서핑하지 않아도 '서핑'이라는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체험을 하고 나면 잠깐의 여행도 즐거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날씨가 좋고 파도가 좋을 수는 없으니까. 

서프보드 제작이 너무 오래 걸리고 부담스럽다면 서핑 관련 소품 제작 등 원데이 클래스로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되어있다. 이 대표는 아무튼 '서핑'인 거다. 양양에 왔으면 서핑과 관련된 무엇이든 하고 갈 수 있게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 이 대표는 "웨이브우드를 찾는 사람들이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고 함께 살아가야한다는 것을 좀 더 인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혜진
▲ 이 대표는 "웨이브우드를 찾는 사람들이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고 함께 살아가야한다는 것을 좀 더 인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혜진

왜 굳이 나무로 서프보드를 만들까? 이 대표는 나무의 '결'이 파도와 닮았다고 했다. 파도가 주는 수많은 결을 나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닮은 것들끼리 만나게 하면 좀 더 자연스럽지 않겠냐는 생각을 한 것이다. 재활용이 안 되는 재료를 사용해 자연을 훼손하는 것보다 닮은 것들(파도와 나무)끼리 만나게 하여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좋은 레저로 느껴지게 하는 것이 지구에도 인간에게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실제로 초보자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폴리우레탄폼으로 만든 PU보드는 파손이 되었을 때 스티로폼이 바다로 나와 해양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나무는 폴리우레탄폼보다 강도가 단단하여 오히려 서퍼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고 파손 및 훼손이 되더라도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대표 그 이유로 사람들에게 우든 서프보드를 많이 알리고 싶어 한다. 

자신의 보드를 직접 만들면서 나무가 주는 감성, 자연과 함께한다는 느낌, 무언가 만들어 낸다는 성취감 등을 느낄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로써 웨이브우드를 찾는 사람들이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좀 더 인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연이 그대로 있어야 인간이 있는 거니까.

필자도 '자연' 속에 살면서 종이 포장재 사용하기, 도장스탬프 사용하기, 분리수거 실천하기 등을 통해 환경을 지키는 실천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혼자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함께 해야 주변이 변화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 웨이브우드는 서핑 관련 소품 제작 등 원데이 클래스도 진행하고 있다. ⓒ이혜진
▲ 웨이브우드는 서핑 관련 소품 제작 등 원데이 클래스도 진행하고 있다. ⓒ이혜진

웨이브우드는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꾸준히 우든서프보드를 만들고 타면서 함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공간의 확장도 고민하고 있었다. 각자의 서프보드도 자랑하고 서로의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기도하고 대회를 열어 우든 서프보드만의 감성을 뽐낼 수 있는 페스티벌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이 대표님의 목표들을 듣고 있으니 필자도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단순히 서핑만 하고 떠나버리는 것이 아니라, 서핑하러 온 사람들이 더 오래 지역에 머물 수 있도록 색다른 문화를 만들어나갈 웨이브우드의 페스티벌을 기다려진다.

 

■ 속초, 3대째 이어지고 있는 '칠성조선소'

(필자가 칠성조선소를 촬영했던 때는 2018년이다. 지금의 칠성조선소는 많이 바뀌었다. 그때 보고 느꼈던 감정과 시선대로 글을 써 내려갈 예정이니 참고 바란다)

낡은 나무문으로부터 시작되는 '칠성조선소' 공간. 문을 열고 들어가면 탁 트인 청초호수가 보이고 바다로 이어진 이 호수에서 배를 끌어 올리거나 다시 호수로 보내기 위한 커다란 쇳덩이들이 땅에 박혀 있다. 그리고 호수를 등지고 돌아서서 보면, 조선소를 수리하던 옛 공장의 모습이 고스란히 전시장으로 남겨져 있다. 

▲ 칠성조선소 안, 배를 끌어 올릴 때 사용한 쇳덩이 너머로 청초호수가 보인다. ⓒ이혜진
▲ 칠성조선소 안, 배를 끌어 올릴 때 사용한 쇳덩이 너머로 청초호수가 보인다. ⓒ이혜진

할아버지가 창업을 시작해 운영된 칠성조선소는 최윤성 대표의 아버지가 물려받을 때 목(木)선박 산업이 플라스틱 선박에 밀리면서 2017년에 조선소의 역할은 끝이 났었다.

필자가 촬영하러 갔을 땐 칠성조선소가 카페로 탈바꿈하고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인데, 굉장히 친숙한 냄새가 났다. 필자가 사진관 운영하기 전 혼자 탄광 갱도 촬영을 하러 자주 가곤 했는데 그때 나던 냄새와 비슷했다. 탄광에도 갱도를 뚫으면서 땅속으로 들어갈 때 그 버팀목으로 소나무를 사용했고 석탄을 나르는 갱차가 자주 다녔기에 그 쇠가 달아서 나는 냄새가 갱도 입구에서 폴폴 났다. 나무와 쇠냄새가 묘하게 나던 칠성조선소가 친근하게 느껴졌다. 여기도 어쩌면 나와 비슷한 감성일 수도 있겠다 하며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 주택을 카페로 개조한 공간에서 부부인 최윤성, 백은정 두 대표가 함께 일을 하고 있었다. ⓒ이혜진
▲ 주택을 카페로 개조한 공간에서 부부인 최윤성, 백은정 두 대표가 함께 일을 하고 있었다. ⓒ이혜진

주택을 카페로 개조한 공간에서 부부인 최윤성, 백은정 두 대표가 함께 일을 하고 있었다. 촬영하며 나누는 대화에서 최 대표는 나긋나긋하고 섬세한 말로 긴장하고 있는 필자를 편하게 해주었다. 게다가 백 대표의 다정한 말과 웃음은 대화를 더 따뜻하게 만들었다. 너무 긴장했던 탓인지 두 대표가 필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울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다 괜찮고,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두 대표는 칠성조선소를 찾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다해주는구나 싶었다.

▲ 지금은 카페가 된 큰 공장건물에서 배를 만드는 모습. ⓒ이혜진
▲ 지금은 카페가 된 큰 공장건물에서 배를 만드는 모습. ⓒ이혜진

청초호를 잔잔히 감상하고, 조선소 공장이었던 공간을 가보았다. 최 대표의 아버지가 분필로 써둔 메모와 배를 끌어 올리는 큰 기계들로 '내가 바로 조선소 공장이다!' 하는 느낌이 들었고, 전시된 목선의 뼈대로 이 장소의 정체성이 명확해졌다.

필자의 사진관 또한 기존의 건물 느낌을 그대로 살려 역사적 의미를 담으려 노력했다. 칠성조선소도 최대한 그 공간의 역사적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 조선소 공장 건물을 그대로 두어 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정말 멋있었다.

그뿐만 아니다. 조선소마다 수리가 끝난 목선에 새기는 글씨체가 다른데, 바다 멀리서 배 뒤에 쓰여있는 글씨체를 보고 '저 배는 칠성조선소에서 고친 배'라는 아이덴티티가 있었다고 한다. 최 대표는 아버지가 사용한 칠성조선소만의 글씨체를 살려 최근에는 산돌 폰트 회사와 함께 칠성조선소 서체를 개발하기도 했다.

▲ 현재의 '칠성조선소 글씨체'를 만든 최 대표의 아버지의 글씨.  ⓒ이혜진
▲ 현재의 '칠성조선소 글씨체'를 만든 최 대표의 아버지의 글씨.  ⓒ이혜진
▲ 최 대표의 아버지가 분필로 써둔 메모. ⓒ이혜진
▲ 최 대표의 아버지가 분필로 써둔 메모. ⓒ이혜진

건너편에는 지금은 카페가 된 큰 공장건물이 있다. 이 공간에서 두 대표가 배를 만들고 있었다. 사양산업이 되어버린 조선소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미국에서 배워 온 레저용 배를 만드는 것이다. 

칠성조선소는 카누, 카약을 주문 제작하고 있다. '와이크래프트보츠'라는 이름으로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했다. 카누, 카약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문화이다. 튜브 놀이 말고 즐길 수 있는 해양레저가 많지 않아 아쉬워하는 최 대표는 바다에서 즐길 수 있는 재미난 문화를 만들고 싶어 한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필자는 바다와 친하지 않다. 진득한 소금물에 몸을 담글 만큼 즐거운 놀이였는가를 자꾸 생각하게 된다. 또 물에 빠져 몸을 바다에 맡긴 채 있는 일 말고는 재밌는 놀이가 없었다.  하지만 바다에서 놀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하다면 좀 더 바다를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최 대표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많고 꿈이 많다. 앞으로는 가족이 함께 오픈 팩토리에서 3일 동안 배 한 척을 만드는 교육을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칠성조선소라는 공간이 카페나 복합문화공간으로 소비되기보다는 조선소의 정체성을 사람들이 더 기억해줬으면 하는 것 같았다. 조선업이 사양산업이라 수익성을 채우기 위해 카페를 운영하고 있지만 '배', '조선소'라는 키워드를 놓고 싶지 않아 하는 마음이 공간에서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칠성조선소가 3대째를 이어오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공간의 활용도는 달라졌지만, 역사는 이어지고 있으니까.

멈춰있던 칠성조선소의 새로운 변화, 그 꿋꿋한 뚝심이 이 공간을 더 멋지게 빛내주는 것 같다.

 

이혜진 (들꽃사진관 대표)

필자는 강원도 정선에서 나고 자랐다. 한때는 답답한 강원을 벗어나고 싶어 훌쩍 떠나기도 했었다. 하지만 멀리 떨어져 보니 강원의 매력을 알게 되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현재는 들꽃사진관을 운영 중이다. '어디를 가든지 마음을 다해 가라'라는 좌우명을 가지고 오늘의, 바로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을 사진에 담고 있다. 

18-19년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주관한 '나, 강원청년' 아카이빙 프로젝트에 참여해 강원도에 정착한 로컬크리에이터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본고는 촬영 당시 나누었던 대화, 공간에서 느꼈던 감정을 진솔하게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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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들꽃사진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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