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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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이승아·이상혁 트리밸 대표 인터뷰
  • 2022.07.21 17:23
  • by 이새벽 수습기자
08:06

여행의 목적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휴식을 위해, 누군가는 힐링을 위해, 지루한 일상 속 변화를 주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직장생활 중 외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난 청년남매는 신세계를 경험했다. 유스호스텔에 묵으면서 낯선 이들과 한데 함께 어울리던 그 신선함과 재미를 계속 느끼고 싶었다. 그들은 짐을 싸서 서울에서 속초로 내려갔다. 얼마 뒤 속초 시외버스터미널 뒤쪽 낙후된 공간이 젊은이들의 핫플 '소호거리'로 변모했고, 그곳에 트리밸 대표 이승아·이상혁 남매가 있었다.  

▲ 소호거리 안내 표지판과 이상혁 대표. ⓒ트리밸
▲ 소호거리 안내 표지판과 이상혁 대표. ⓒ트리밸

'트리밸(Tribal)'은 트립(Trip), 라이프(Life), 밸런스(Balance)의 줄임말로, '여행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공간'이라는 슬로건 아래, 여행자의 라이프스타일대로 맞춤형 공간 및 콘텐츠를 제공한다. 개성과 독특함을 추구하는 청년들의 발걸음이 트리밸이 만든 속초 소호거리로 향하고 있다. 

▲ (왼쪽부터) 이상혁, 이승아 대표. ⓒ트리밸
▲ (왼쪽부터) 이상혁, 이승아 대표. ⓒ트리밸

트리밸의 '이승아·이상혁' 두 청년대표를 만나 지역에서의 여행과 삶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지역의

Q. 두 대표는 9년 전 연고가 없는 속초에 내려왔다. 많은 지역 중 왜 속초를 선택하게 됐나? 
(이승아) 우리는 서울 출신인데 서울에서의 창업은 자금 여건상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지역으로 관심을 돌리게 됐다. 지역특징, 경쟁 숙박업소 개수 파악 등 점수를 매기며 사전 조사를 했다. 속초, 제천, 단양, 포항의 후보지 중 처음으로 부동산 조사를 한 게 속초였다. 속초 시외버스터미널 바로 뒷공간이 너무 낙후되어 있었는데 인근에 양양 고속도로 및 동서고속철도 개통 등의 이슈도 떠오르고 있어서 이곳을 살려보기로 결심했다. 당시 개인적으로 매력을 느꼈던 서울시 익선동 거리를 떠올리며, 오래된 한옥을 개조해 게스트하우스 '소호259클래식'을 세웠고, 그것이 '소호거리' 조성의 시작이었다. 
 

▲ 소호259클래식 내부. ⓒ트리밸
▲ 소호259클래식 내부. ⓒ트리밸

Q.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제일 크게 느꼈던 지역적 어려움은 무엇이었는지 혹은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상혁) 하루는 마당에 심던 잔디가 조금 남아 산에 묻으러 가지고 올라갔다. 주변 우물에 모기유충이 많아서 없애보려고 잔디에 있던 진흙을 조금 뿌렸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지역주민이 사용하는 우물이었다. 그때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크게 혼나고 그 우물 안에 들어가 3시간 동안 우물 청소를 한 경험도 있다. 내가 이 지역 생활에 대해 잘 몰라서 생긴 일이었다. 

지역에 내려와 생활하면서 제일 염두에 둘 점은 지역의 시스템과 흐름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하듯이 지역에 가면 지역의 룰이 있다. 외지에서 온 사람이 그 지역의 특색과 문화를 받아들이고 지역에 어떻게 스며들지를 비즈니스 모델보다 더 고민해야 한다. 잘 스며들면 비즈니스도 잘 할 수 있다. 지역주민과 잘 어우러지는 것이 관건이다.

 

지역에 의한

▲ 소호259IPA(맥주). ⓒ트리밸
▲ 소호259IPA(맥주). ⓒ트리밸

Q. 트리밸에서 판매하는 상품 및 운영 중인 여행프로그램에 지역적 특색을 어떤 방식으로 반영하고 있는가?  
(이승아) 몇 가지를 예로 말씀드리면 '고쌀패스(고구마쌀롱패스의 줄임말)'는 액티비티프로그램으로 참여자가 속초 유명관광지를 찾아다니게 하고, 속초 해변을 더 활용하고자 레크레이션 프로그램 '60일의 섬머'를 만들었다. 지역 수제양조회사와 협업해 '소호259IPA'라는 수제맥주를 제작했고, 상도문 돌담마을을 테마로 사진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상혁) 우리는 주로 "속초 시외버스터미널 뒷공간을 어떻게 잘 살릴 수 있을까"에 집중했다. 속초항이 있어 번화했던 이곳이 어업 쇠퇴로 낙후되었다. 원도심이 된 이곳에 활력을 불어넣어 새롭게 만든 것이 지역 특색을 반영해 지역을 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 액티비티 프로그램 '고쌀패스' ⓒ트리밸
▲ 액티비티 프로그램 '고쌀패스' ⓒ트리밸

Q. 이곳에 왔던 방문객들의 후기와 평가는 어땠나? 
(이상혁) 소호259클래식은 "할머니집에 왔다 가는 느낌이었다"라는 후기가 많았다. 손님과 소통을 많이 하다 보니 제법 친해져서 다른 도시에 가면 따로 만나기도 한다. 행사가 있을 때에는 서로 참석해주는 등 교류가 많다. 손님들이 관계인구가 되면서 우리와 느슨한 친밀감을 계속 유지했고, 그 관계를 소중히 여기면서 그들을 '소둥이', 그들과의 교류모임을 '소톡'이라고 애칭을 붙이기도 했다. 
특히, 5박6일 살기 프로그램 '세탁숙소'에 참여했다가 속초에 취·창업한 친구들도 있다. 지금도 우리와 교류하고, 지역살이에 대해 문의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면 열린 마음으로 도와주기도 한다. 
 

▲ 라이프밸리. ⓒ트리밸
▲ 라이프밸리. ⓒ트리밸

Q. 트리밸에서 새롭게 출시한 '라이프밸리'는 어떤 프로젝트인가? 
(이승아) 라이프밸리는 행정안전부에서 주관하는 사업으로 청년들에게 지역살이를 경험하게 해준다. 속초에서 한 달 동안 거주할 청년을 ▲트립: 지역자원을 활용한 여행기획 ▲라이프: 거주자 대상 문화 기획 ▲밸런스: 사진·영상기술 아카이빙 총 3개의 부문으로 모집해 운영했고 현재 1기를 마쳤다. 각 부문별 결과물을 성과공유회를 통해 속초시민들을 대상으로 전시 및 소개하기도 했다.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 이전부터 지역으로의 이주나 정착을 꿈꾸는 청년들을 위해 많은 일들과 소통을 해왔다. 현재는 청년마을사업을 체계적으로 규모화하는 단계인데, 그 과정에서 우리가 새로 만든 슬로건이 있다. "스케치 유어 라이프(Sketch Your Life): 너의 꿈을 마음먹은 대로 마음껏 그려라" 우리의 슬로건이 청년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

 

지역을 위한

Q. 트리밸은 강원도 관내기관과 연계해 청년과 지역을 위한 프로그램을 여러 차례 주관했다.  트리밸의 이런 행보가 지역 내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가?
(이상혁) 우리가 한 게 미미해서 영향을 미쳤다고 하기엔 부끄럽지만 한 가지 말하자면 소통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지역은 보통 한 다리 건너면 서로가 다 안다. 그래서 네트워킹 모임을 하자 하면 서로 아는 사람들이라 흥미를 못 느낀다. 지인 말고 모르는 청년들과 색다른 네트워킹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다수의 의견을 반영해 외부청년과 지역청년을 연결해주었다. 지역 내·외부 청년들이 한데 어울려 섞이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네트워킹이 생겼고, 지역 내 청년들은 좀 더 넓고 다양한 시각의 이야기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 속초시가 주최하고 트리밸이 주관한 네트워킹행사 '청정넷: 속초시 정책네트워크'. ⓒ트리밸
▲ 속초시가 주최하고 트리밸이 주관한 네트워킹행사 '청정넷: 속초시 청년 정책네트워크'. ⓒ트리밸

Q. 청년마을사업이 국내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현재 각 지역의 청년마을과 교류하고 있나? 지역 간 연대와 협력을 이룬다면 국내에 어떤 선기능이 나타날까?
(이상혁) 질문으로 언급한 몇 팀과 실제 서로 행사가 있을 때 부르는 등 교류를 하고 있다.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 전에도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분들도 있다. 9월 경상도에서 열릴 워크숍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이슈나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틈틈이 서로 왕래하려고 노력한다.  
아무래도 혼자와 여럿은 차이가 있다. 나와 다른 관점과 시각에서 사업 내용을 봐주고 조언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팀마다 색이 명확한데 그 사이에서 발견한 장점을 다른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적용하면서 함께 발전할 수 있다.

Q. 두 대표가 생각하는 속초는 어떤 도시인지, 속초에 오면 어떤 매력을 느낄 수 있는지 라이프인 독자들이 느끼실 수 있도록 다섯 글자로 표현해 달라. 나에게 속초란?  
(이상혁) '어서오소호!' 일단 와 봐야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속초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이승아) '도전하는삶!' 각자 여러 가지 꿈이 있을 텐데, 그 꿈을 새롭게 시작하고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도시라고 생각한다. 
 

▲ 5박6일 살기 프로그램 '세탁숙소'에서 자전거 투어를 하고 있다. ⓒ트리밸
▲ 5박6일 살기 프로그램 '세탁숙소'에서 자전거 투어를 하고 있다. ⓒ트리밸

 

로컬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이상혁)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에 힘써야 한다. 많이 퍼주면 사람들이 정착해 살겠지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는 어림없다. 속초가 좋아야 관광도 오게 되고, 자주 와야 여기서 길게 살아볼까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넓은 시각과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자체와 함께 일을 할 때도 마냥 쉬운 방식만 택하지는 않는다. 다음 세대에도 속초가 좋아 이곳에서 새로운 일을 펼치고자 오는 분들이 분명히 계실 것이다. 우리가 조금 먼저 걸어 온 사람으로서 그 길이 좀 더 수월하고 넘을 장애물이 적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역에 정착할 생각이 있는 청년들이 기꺼이 도전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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